리듬 -'찰나의 거장'전

다녀왔다.

찰나를 잡아낸다는 것,

'결정적 순간'을 사진에 담는 것 혹은 사진으로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사진에 푹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건 참 ... 경이로운 경험이었는데

사진에서 시작된 리듬이 내 안으로 들어와 나를 울리기 시작했다.

그 리듬은 바람 한 점 불지 않을 것 같은 벌판에서 시작되기도 하고

꼿꼿이 서있는 나무들에서 시작되기도 하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시작되기도 했다.

포개어진 그림자들을 비집고 나오는 빛줄기들이 리듬을 만들어내는...

 

근데... 더욱 격렬했던 것은

어떤 사진은

모든 리듬을 정지시키기도 했다는 것.

숨을 멈춰야 할 정도의 긴장을 요구하는...

하지만 리듬의 사라짐이 아닌, 정지로서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흠, 다녀오길 잘했어.

'거장'전이라 보기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그냥 보면 되는 거지.

거장이든, 아니든 맘에 들었어.

 

그리구 말야.

거장이든, 아니든

내 삶, 운동이라는 것도 리듬을 만들어내는 것이면 좋겠다는,

때로는 세상을 멈출 수 있을 정도의 긴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에게 있어 사진이란 어떤 사건에 적절한 표현을 부여하는 형태와 구성에 대한 순간적인 인식인 동시에 그 사건의 의미에 대한 순간적인 인식이다. 나는 삶의 행위를 통하여, 자아의 발견은 우리를 정형화하고, 또 우리에 의해 영향을 받는 주변 세계의 발견과 동시에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하나는 우리의 내면세계와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우리들 밖에 있는 외부세계라는 두 세계 사이에는 어떤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끊임없는 상호과정의 결과로서 이들 두 세계는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우리가 소통해야만 하는 것은 바로  세계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진의 내용만을 소중히 한다. 나에게 있어서, 사진의 내용은 형식과 분리될 수가 없다. 형태에 의해서 표면, 선, 명암의 상호작용의 엄격한 구성을 의미한다. 우리들의 개념과 정서가 굳어지고 전달될 수 있는 것은 이런 구성 내에서만이다. 사진에 있어서 시각적인 구성은 오직 훌륭한 직관으로부터 생겨날 수 있다. "

 

"나는 거기에 있었고 또 그 순간에 삶이 나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어떤 방법이 있었다."

 

"나는 때를 기다리는 신경다발이다. 그것은 오르고 또 올라 마침내 터져버린다.

그것은 육체의 기쁨이고, 춤이고, 시간이고 또 얽힌 공간이다.

그래, 그래, 그래,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의 결말처럼, 보는 것이 전부이다."

 

- Henri Cartier Bres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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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6 10:44 2005/07/1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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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다소녀 2005/07/16 10:5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서울 갔을때 다녀 올걸.. 아깝네요..

  2. 미류 2005/07/16 16:5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추천하고픈 전시였는데 저도 너무 늦게 가서 차마 사람들에게 추천을 못 하고 있네요. ㅜ.ㅜ 바다소녀도 보면 좋았을 텐데... 근데 언제 돌아와요? +ㅅ+

  3. kanjang_gongjang 2005/07/16 23:1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덧붙인 글이 인상적이네요. 템포가 느껴지는 글이네요.

  4. 뎡야핑 2005/07/17 22:1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오오 멋진데요? 미류 너무 멋진 거 아니야??
    나도 그때 대영박물관전 끝나고 잠깐 볼까 하다가 공짜가 아니라서 그만둔 슬픈 돈에 얽힌 기억이... 흑흑 뷁

  5. 미류 2005/07/19 02:2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간장 오타맨, 글에서까지~ ^^;; 사진을 봤다면 간장오타맨도 참 좋아했을 것 같은데...

    뎡야, 브레송이 멋진 거 아니오? 근데 관람료가 그리 싸지 않았던 건 정말 아쉬운 일이얌~ -_-;;

  6. 무위 2005/08/24 19:4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연장해서 지난 일요일(8월21일)까지 했거든요. 마지막날에 가서 문닫을 시간이 지나서까지 보다가 나왔습니다. 입장권 살 때 좀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사진들 보면서 그런 생각 싹 가시더군요. 전시된 사진의 양이 그렇게 많은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갈걸. 한시간 정도면 볼 거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두시간반도 부족하데요. 한달 이상 지난 글에 덧글 쓰자니 참 그렇긴 한데 저한테는 최근 일이니 ^^

  7. 미류 2005/08/24 22:1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무위, ^^ 연장하는 줄 몰랐어요~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몇 있었는데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저도 두 시간 넘게 사진을 보며 걷다보니 다리가 아파서 더 못 걷겠더라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