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안타깝지 않다

언론들은 '냉동창고에 불이 붙었는데 그 안에는 재중동포와 이주노동자도 많아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며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고 늘 그렇듯이 '인재'이며 소방/안전의 문제가 심각했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모든 것이 사실이다. 사고가 발생했고 안타깝게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그런데 혹시,

가난한 사람들이 많아서 사고가 발생했던 것은 아닐까.

 

"극빈층 주민이 재난과 동거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다." [슬럼, 지구를 뒤덮다]

 

사고는 평등하게 찾아오지 않는다. 특히나 큰 재해일수록.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일자리를 찾아가게 되고 가난한 사람들이 값이 싼 동네를 찾아 산기슭으로, 과밀지역으로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녀들이 거기에서 살고 거기에서 일한다는 것은, 사고를 막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들을 취하지 않아도 되는 '면책사유'가 된다.

 

사고가 정말로 '우연히' 찾아올 수 있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 지를 우리는 알고 있다. 자연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이윤에 눈먼 파괴와 각종 유해물질의 사용, 배출을 막고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의 지대를 탄탄히 하고 안전을 위한 기반시설을 닦는 것, 건강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안전을 점검하고 건강에 해로운 물질의 사용을 없애나가고 작업의 계속과 중단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를 분명히 하고 임금과 고용안정 등의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높이는 것, 수없이 말해온 그것들이다.

 

이천냉동창고에서 죽어간 가난한 노동자들, 태풍과 홍수에 휩쓸린 뉴올리언즈의 '유색인종'들, 쓰나미로 짓밟힌 동남아시아의 가난한 사람들 모두 '안타깝게도'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바로 그/녀들이었기 때문에 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고가 끝내 '안타까운' 사고로만 받아들여질 때, 성금과 자원활동으로 안타까움에 진 빚을 덜려고만 할 때, '사고'는 더욱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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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9 10:21 2008/01/0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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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비 2008/01/09 11:1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뼈아픈 얘기입니다....할말이 없네요.
    오랜만에 흔적 남겨요. 새해에도 힘차게 삽시다~~

  2. ScanPlease 2008/01/09 13:0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화재 기사를 보면서, 저도 이런 지점에 대해서 잠깐이라도 잊고 있었던 것 같아요.

  3. 미류 2008/01/09 21:3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감비, 오랜만이에요~ 새해에도 힘차게!! ^^
    하지만 연초부터 슬프고 '안타까운' 일들만 가득해서...

    스캔플, 저도 그래요. 사실, 머리로는 이렇게 생각해도, 뭘해야 하는 건지는 너무 막막하고, 속이 상하고, 그래서 다시 안타깝고...

  4. 냉이 2008/01/10 00:4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배우고 가요. 인용구 뽑은 책도 읽어보고 싶어지고요. 고맙습니다.

  5. 미류 2008/01/10 19:2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고맙기는요, 서로 배우면서 사는 거죠. 저도 덕분에 냉이 님 블로그 갔다가 이것저것 많이 고민하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