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탔다. 맞은편은 교통약자를 위한 좌석, 이쪽은 휠체어가 탈 수 있도록 비어 있는 칸.
아주머니 한 분이 앉아 있어 옆에 가 낼름 앉았다가, 서야겠다 싶어서 벽에 삐딱하니 기댔다.
아저씨 한 분이 탔고 비어 있던 자리로 가 털썩 앉았다.
아저씨가 자리에 앉은 순간 아주머니는 벌떡 일어나 황급히 자리를 옮긴다.
다음 정거장에 내리려나, 출입문 하나를 지나 멀찌감치 선다.
아저씨 손에 든 종이가방에는 읽기 위한 건지 모으는 건지 알 수 없는 신문들이 들어 있었고,
푹 눌러쓴 모자 아래 얼굴은 굵은 주름이 가득한 어두운 얼굴이었는데 약간 술을 걸친 듯 불콰하기도.
운동화 안에는 맨발이 비쳤고, 어깨에는 ABC마트의 노란 비닐백을 걸치고.
들어올 때나 앉을 때나 특별한 냄새를 풍기지는 않았다.
아저씨, 옆쪽으로 흘깃 한 번 본다. 눈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다시 한 번 흘깃 본다. 씩씩거리더니 다시 흘깃 째려본다.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다시 아주머니를 쳐다본다.
출입문은 열렸다 닫혔고 아주머니는 방금 내린 사람의 자리에 못 본 척 고개를 돌리며 앉는다.
아저씨 다시 째려본다.
뭐라뭐라뭐라 '쌍년이' 뭐라 정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분이 풀리지 않은 듯 한번 더 째려보고 자리에 앉는다.
아주머니는 절대로 이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아저씨 앉은 채로, 뭐라뭐라 '어쨌다고' 뭐라뭐라 말한다.
새로 탄 아주머니 한 분이 옆자리에 앉는다.
아저씨 표정이 살짝 누그러진다.
잠시 분을 가라앉히더니, 옆에 앉은 아주머니에게,
"내가 그냥 앉았는데 저 여자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저리로 갔다"
며, 뭐 이런 경우가 있냐는 하소연을 한다.
모욕감. 아저씨의 표정과 행동에서 본 감정은 그것이었다.
그건,
내가 노숙인이라고 무시해?
일 수도 있고
내가 차림이 이렇다고 노숙인인 줄 알아?
일 수도 있고,
또다른 것일 수도 있다.
아주머니가 왜그리 황급히, 벌떡 일어나 자리를 피했는지는 짐작가지 않지만,
아주머니의 어떤 느낌과 아저씨의 어떤 느낌은 분명 어떤 '차별'의 굴레 안에 있다.
만약 황급히 벌떡 일어난 사람이 남성이었더라도
아저씨는 비슷한 모욕감을 느꼈겠지만,
공격적인-매우 소극적이었지만- 반응을 보였을까는 모르겠다.
엇갈린 차별의 선들.
언젠가, 서울역 지하도에서,
그들을 피하고 싶은 여성이면서 그들을 만나고 싶어하는 활동가라는 자리를 깨닫게 됐던
그 자리, 의 또다른 스냅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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