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놀이, 단상

지리산 가기 전날, <의자놀이>에 내 글이 인용됐는데 전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인용되었다는 출판사의 메모를 보게 되었다. 지리산에 다녀온 다음날, <의자놀이>에 인용된 하종강-이선옥의 글을 둘러싸고 공지영과 그이들의 논란이 번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세히 찾아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고, 다만 공지영이 어떤 식으로든 그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내비치기를 바랐다. 

 

나는, 내 이름으로 되어 있는 내 블로그에서 글을 인용하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의 이름을 쓰게 되었는지(오타와 같은 실수가 아니었으므로)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않았고, 어쩌면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 괜히 번거로운 감정들이 오갈 것이 분명했고, 그 사이에서 정작 출판노동자가 고생할 것이 뻔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냥 통화를 했던 출판노동자에게 책 만드느라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하며 전화를 끊었다. 

 

하종강-이선옥 님이 자신들의 글과 관련해 인용, 출처의 부적절함에 대해 문제 제기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공지영 작가의 반응을 통해 내 아쉬움이나 찝찝함도 같이 털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별로 기대할 게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이것은 책에 기대할 게 별로 없다는 얘기와 전혀 다르다. 책을 둘러싼 논쟁이나 작가에 대한 비판이 이 책의 '대의'를 훼손시키는 것처럼 접근하는 것이야말로 부적절하다. 나는 만약 이 책에 어떤 '대의'가 있다면 그게 무엇일까, 가 이 논쟁의 저변에 깔려 있는 듯하다. 한 유명작가가 기꺼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었다, 는 것은 전혀 '대의'가 아니다. 안타깝게도 공지영 작가는 이런 대의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하고, 그런 시선이나 위치는 책에서도, 이번의 논쟁에서도 드러난다.

 

그러나 이 책이 우리에게 열어 보여주는 '대의'가 있다면, 그것은 인간을 짓이겨대는 정리해고에 맞서 끝내 살아왔고 살아내는 노동자-인간의 삶 자체다. 그래서 나는 내 글이 내 이름으로 인용되었는지와 상관없이 누군가 그 몇 문장에 이 삶들에 공감해줄 사람이 있다면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 글의 인용과 관련된 상황을 알게 되었을 때 처음 떠오른 것이, 얼굴도 모르는 출판노동자나 얼굴만 아는 공지영 작가가 아니라, 얼굴을 아는 쌍용차 동지들이었던 이유도 그것일 게다. 그건 하종강-이선옥 님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지영 작가나 출판사는 이미 그 글이 책으로 엮여 전해지는 과정 자체를 '대의'로 부각시키는 전략을 선택했고, 그래서 '이름'을 둘러싼 논쟁에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야기나 글은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엮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자료와 글들을 잘 갈무려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내는 노동은 수고롭고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그 일을 해낸 공지영 작가를 깎아내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 불면의 밤이 혼자만의 밤이 아니었음을, 흩어져있던 이야기와 글들 역시 자신의 자리에서 무언가를 엮어내온 노동의 결과임을, 기억하고, 조금은 빚진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자신이 인용한 글이나 인터뷰에 응해준 사람들에 대한 빚진 마음이 아니라, 그렇게 오늘도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빚진 마음 말이다. <의자놀이>가 만들어진 순간은, 빚을 갚는 순간이 아니라 빚을 지는 순간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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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6 10:58 2012/08/1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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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앙겔부처 2012/08/16 18:0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당신이란 여자...! 너무 감동적이야ㅜㅜ 글 너무 잘 써서 진짜 캐부럽 ㅜㅜㅜㅜ 감동적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

  2. 지나가다 2012/08/17 08:1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궁금할수 있으니까 "출판 노동자"나 공지영씨한테 정중하게 물어볼수는 있죠 뭐.

    그게 불필요한 감정은 아닌것 같은데요..

    문제는.. 출판노동자가 어떤 해명을 했는데...

    나는 이 해명을 신뢰하지 못한다. 내 이름을 공지영이 몰랐을리가 없다..

    작가 공지영 책임이다.. 공지영 의견을 듣고 싶다.

    이렇게 나오면 이제 전쟁시작이지만.ㅋ.ㅋ

    • 미류 2012/08/22 10:02 고유주소 고치기

      전쟁이 어디에서 시작된 건지는 모르겠네요. 문득 쌍차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당신과 나의 전쟁'이라는 영화 제목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언제나 전쟁 중이라면,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는 어떤 것이었을까 고민된답니다.

  3. 나그네 2012/08/17 18:06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그칼럼에이선옥작가의글이인용되었다는것이없는데,공지영작가가어떻게알수있을까요?
    본문에 자신의 이름을 표기해 주지 않아서 공지영작가의 글로읽힌다는걸로 주장하는데,이미 머리말에서,이책 의자놀이는 다른사람의자료로썼다고밝히고있으며,중요한것은 뒤에 제시되어있기에, 공지영작가의글이아니다는것을 알겠거든요.
    왜이게 이렇게 논쟁이 되는지 한편으론 씁쓸하네요.

    • 미류 2012/08/22 10:04 고유주소 고치기

      네, 많은 이들이 씁쓸할 것 같아요. 결국 논쟁의 핵심은 인용이나 출처의 표기를 넘어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어렵네요.

  4. 방관자 2012/08/17 21:5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마음에 와 닿는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게 지내십시오.

  5. K 2012/08/19 01:3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아! 좋은 글, 아름다운 글입니다.

  6. 까만진주씨 2012/08/20 23:2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미류 님 덕분에 상황이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네요.
    미류 님의 글이 저 역시도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근조근한 말투이지만 단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글이라 생각했습니다.
    ^^ 감사합니다.

    • 미류 2012/08/22 10:06 고유주소 고치기

      단단하다기보다는, 마음이 부대껴서 경직됐던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7. 찬타 2012/08/21 13:0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한기호 샘 블로그에서 인용된 글 보고 타고 왔습니다. 좋은 생각 잘 읽었습니다.

  8. 손을 내밀어 우리 2012/08/24 18:4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오랜만이어요. 언제나 내 가슴을 잔잔하게 울리는, 미류님의 글에 대해서 나지막하지만 열띤 박수를 보내요^^

    • 미류 2012/08/29 11:27 고유주소 고치기

      아 오랜만이예요. 잘 지내시죠? 박수는 이미 보내셨으니 감사히 받는데, 앞으로 받을 일을 만들어야겠네요, 민망하지 않게! 늘 건강하세요~ ^-^

  9. 바리 2012/08/26 12:0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모든 권력에 대해 의심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지... 미류 잘읽었어

    • 미류 2012/08/29 11:30 고유주소 고치기

      응 고마워~ 근데 그거 참 어려운 일이당 ㅜ,ㅜ 조만간 만날 기회가 있기를! ^^

  10. ATK 2012/08/30 13:3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그 일을 해낸 공지영 작가를 깎아내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 불면의 밤이 혼자만의 밤이 아니었음을, 흩어져있던 이야기와 글들 역시 자신의 자리에서 무언가를 엮어내온 노동의 결과임을, 기억하고, 조금은 빚진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라고 하셨는데...

    '공지영씨가 타인들의 노동의 결과임을 기억하지도 못하고 조금도 빚진 마음을 갖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은데, 막연히 공지영씨의 어떤 말 한 마디에서 오는 느낌을 갖고 이 말을 하신 것 같지는 않고, 공지영씨의 글이나 말을 종합해서 그런 생각을 굳히게 되셨는 것 같습니다. 그런 판단을 하시게 된 근거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몰라서 여쭙습니다.

    • 미류 2012/09/01 17:24 고유주소 고치기

      말씀하신 것처럼, 공지영 작가의 책이나 트위터 상에서 오간 말들을 두루 보면서 갖게 된 아쉬움이라, '근거'가 무엇인지 말씀드리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다만, 인용과 관련된 문제가 제기되고 논란이 확장될 때, 공지영 작가가 힘들었던 것 이상으로, 공지영 작가를 통해 나오게 될 책을 애타게 기다렸던 많은 사람들이 힘들었을 것을, 특히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마음이 바삭바삭 타들어갔을 것을 생각했다면, 트위터 상의 발언을 좀더 신중히 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더욱 오랜 시간 동안 불면의 밤을 지내왔을 사람들, 자신의 자리에서 작은 힘이라도 보태보려고 안간힘을 썼던 사람들의 수고로움을 떠올릴 수 있었다면... 공 작가가 책을 통해 '살리고' 싶어했던 사람들이 지금까지 살아낸 삶, 그것이 가장 고마운 일 아닐까요?

    • 일몽 2012/09/01 23:58 고유주소 고치기

      공지영씨가 신중하게 처신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하종강-이선옥씨는 애초에 무엇을 요구했나요. 공지영씨가 제대로 처신했다면 해당글의 삭제와 책의 배포중지 및 폐기는 없었던 것이 되나요. 공지영씨는 어떻게 처신해야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하종강-이선옥 두 사람도 감정적인 트윗을 남긴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무 ‏@namufree
      울고싶군.
      2:10 AM - 6 Aug 12 via twtkr for iPad

      나무 ‏@namufree
      내가 쓴글이 남이 쓴글이 되어 칭송받는 상황. 선의에 묻히는 도덕성. 생각생각생각생각. 하자.
      1:50 PM - 7 Aug 12 via twtkr for iPad

      나무 ‏@namufree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보고있으려니 짜증이 난다. 안보면 그뿐이긴 하지만...사람은 누구나 다 그렇지만... 다 조금씩 얄팍하고 얍삽하고 이기적이고 그렇지만, 그게 나랑 연관될땐 참기힘들지.
      4:26 PM - 7 Aug 12 via twtkr for iPad

      나무 ‏@namufree
      오랜 고민끝에 결정한 입장을 방금 보냈다.
      2:05 AM - 8 Aug 12 via twtkr for iPad

      나무 ‏@namufree
      대부분 사람들은 진심어린 사과로 끝날일을 아주 조금의 오만과 자존심, 고집으로 버티다 더 큰 불행을 맞는다. 어떤일에 사과를 요구하는 일이 허망한게 요구해서 하는 사과는 이미 사과가 아닌 그저 조치일뿐, 할맘있음 벌써했지.
      10:32 AM - 8 Aug 12 via twtkr for iPad

      그리고 이런 트윗이 나옵니다.

      8월 8일 공지영 작가가 쓴 트윗입니다.

      "언제나 적은 우리 내부에 있다. 내가 너무 단순한가? 정말 무섭다. 겉으론 위선을 떨고 다니겠지... 내면으로는 온갖 명예욕과 영웅심 그리고 시기심에 사로 잡혀 있는 그들은 남의 헌신을 믿지 않는다. 자신들이 진심인 적이 없어서 그런가보다. 헐!"

    • 일몽 2012/09/02 00:09 고유주소 고치기

      전 여기서도 이선옥씨의 현실인식이 안타까운게 공지영씨가 정말 오만, 자존심, 고집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면 알면서도 남의 글을 자기 글처럼 쓰지 않아요. 이건 상식입니다.

    • 일몽 2012/09/02 08:47 고유주소 고치기

      최근 하종강씨는 이런 트윗을 남겼습니다.

      “내가 처음부터 이사건의 핵심이 표절이나 저작권이 아니라고 우려한것을 진중권씨는 이해하지못했거나 아니면 내가 약점을 감춘다고 본것같다. 논의를 계속 그방향으로 확대해 공지영작가를 표절의 아이콘처럼 만들어버렸다.”(12년 8월 28일 - 6:43 PM)

      “결국같은뜻아니냐고 자꾸따지시는데 '표절' '저작권' '해명' '사과'..등의단어를몰라서 첫번째이메일부터 지금까지 그런말들을 사용하지않고있는게 아닙니다. 그렇게 공론화되는것이 결코 바람직하지않다고 생각했기때문입니다.” (12년 8월 29일 - 11:21 AM)

      하종강씨는 이 사건의 핵심이 표절이 아니라고 합니다. 아래는 두사람 명의로 보낸 첫번째 메일 중 일부입니다.

      "둘째, 공지영씨가 인용한 하종강의 칼럼은 처음 글을 쓸 때부터 사전에 동의를 얻어 이선옥의 르뽀를 상당 부분 차용한 것이어서(당시 하종강은 송고 전 이선옥의 검토를 받아 문장을 수정했습니다) 결국 공지영씨가 이선옥의 글을 마치 자신의 글처럼 차용한 결과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선옥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쓴 글의 적지 않은 분량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공지영씨가 쓴 글로 둔갑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책의 어디에도 이선옥의 글이라는 표기가 없는 상황입니다.

      공지영씨는 책을 쓰기 전 쌍용차와 관련된 자료들을 광범위하게 섭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신이 인용한 적지 않은 분량의 글이 이선옥의 글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저자의 책임은 전혀 없이 출판 편집자의 기술상 실수라고 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표절이라는 말은 없지만 표절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선옥씨는 해명글에서 작가의 윤리성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트윗에서도 도덕성이라는 말이 나오죠.

      "그러나 『의자놀이』에 하종강의 칼럼이 공지영 작가의 글처럼 실린 과정은 이와 전혀 다릅니다. 저자의 취재가 아닌 이미 발표된 다른 이의 칼럼이 원저자의 동의 없이 출간되었고, 저자나 출판사 어느 쪽에서도 이런 식의 인용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과정이 없었습니다. 출처 인용은 미주라고 하기에도 미비한 것이어서 그 글을 읽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하종강이 아닌 공지영 작가의 글로 이해하도록 써졌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작가의 윤리성 문제를 제기했고, 그건 원문이 이선옥의 것이든, 하종강의 것이든 똑같이 적용될 문제라 생각한다고 얘기했습니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출판사에 보낸 첫 번째 메일에 담겨 있습니다.

      하선생님은 몇 만부가 팔릴지 모르는 책인데 지금처럼 공지영작가의 글로 읽힐 경우, 제가 원문을 책으로 묶어 냈을 때 이를 공작가님의 글을 표절한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너무나 미안해 하셨고, 본인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이를 적극 제기한 것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표절이나 도용시비가 벌어지는 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기 때문에 이를 심각하게 여기셨습니다."

      원저자의 동의 없이 출간된 것은 표절에 해당합니다. 이선옥씨도 표절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정황은 알 수 없지만 이선옥씨는 공지영씨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에 대한 사과냐는겁니다. 만일 공지영씨에게 표절, 도용, 작가의 도덕성 내지 윤리성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했다면, 그리고 만일 공지영씨가 그 글이 이선옥씨의 글이라는 사실을 몰랐고 단지 기부자들의 선의를 믿고 출판사의 요구에 안일하게 응한게 책임져야할 문제라면, 공지영씨는 오히려 자신이 누명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무섭다고 한게 아닐까요. 그들은 남의 헌신을 믿지 않는다. 왜 이런 말을 했을까요. 공지영씨는 두 사람이 자신의 진심을 믿지 않기 때문에 화가 났던게 아닐까요. 만일 저의 추측이 맞다고 가정하고 미류님이 이런 상황에 처해있다면 그냥 다른 사람들 생각해서 신중하게 처신할 수 있을까요.

    • 일몽 2012/09/02 09:02 고유주소 고치기

      하종강씨는 8월 29일 트윗에서 “결국같은뜻아니냐고 자꾸따지시는데 '표절' '저작권' '해명' '사과'..등의단어를몰라서 첫번째이메일부터 지금까지 그런말들을 사용하지않고있는게 아닙니다. 그렇게 공론화되는것이 결코 바람직하지않다고 생각했기때문입니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첫번째 이메일에서는 "가능하면 이 글을 공지영씨에게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출판 편집자가 아닌 작가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무시하는 것도 일종의 입장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고 합니다. 작가의 입장을 듣고싶다는건 해명 내지 사과를 요구하는게 아닌가요. 이선옥씨는 트윗에서 진심어린 사과였으면 끝날 일이라고 합니다. 공지영씨가 무섭다는 트윗을 하자 하종강씨가 바로 이거 저보고 한 말이죠 하면서 따집니다. 공지영씨가 자기가 표절했다고 사과했으면 끝날 일이었어요. 그런데 공지영씨가 오히려 무섭다고 하니까 일이 이렇게 된거에요. 그런데 뭐가 이 사태의 핵심이 표절이 아니라는건지.

      그런데 제가 여기서 궁금한건 세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미류님의 입장이에요. 이런 상황에서도 공지영씨만 신중하게 처신하면 되나요?

    • 일몽 2012/09/02 09:18 고유주소 고치기

      미류님에게 이선옥씨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해드리고 싶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표절이나 도용시비가 벌어지는 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고서 이런 글을 쓰시는건가요.

      이상입니다.

    • 일몽 2012/09/03 13:50 고유주소 고치기

      댓글을 계속 달다보니 김학원 얘기가 빠졌네요. 김학원이 예전에 인터뷰에서 이런 소릴 했더군요.

      편집자로 일하면서 겪은 최악의 경험은?
      “책이 출간되고 나서 겪는 경험인데요. 원고와 어울리는 편집이 아니었을 때 저자에게도 미안하지요. 편집의 과용이 보일 때 최악이라고 봐요. 이럴 경우 개정판에서 수정합니다. 그 예가 《미학 오디세이》에요 . 책을 내고 일주일 후 서점에 가서 책을 보았는데, 유치하기 짝이 없는 거예요. 휴머니스트를 창립하고《미학 오디세이》를 다시 내면서 전면적으로 다시 편집했어요. 《조선왕조실록》도 모두 수고해서 표지를 바꿔서 다시 냈어요. 독자가 세 배가 늘어나더군요. 이처럼 과욕으로 옆길로 샐 때가 있어요. 더 많이 팔려고요. 항상 후회하죠.

      편집과 제작 공정에서 경험한 최악의 사고? 어떻게 처리했는가?
      “저자 이름이나 연도 표기가 잘못 표기되어 전량 수거했을 때가 최악의 경험이죠. 미리 시말서 써놓고 손실된 금액 계산해서 연봉 얼마를 삭감하겠다는 마음가짐을 하고 사장실에 들어가요. 20년 동안 편집자로서 일하면서 세 번 있었어요. 그 여파가 2~3년 가요.”

      가장 피하고 싶은 저자는 어떤 유형?
      “편집자를 힘들게 하는 저자요. 예를 들면 광고를 더 해라, 서점에 책을 더 많이 깔아라 등 지적노동의 과정은 없고 결과만 바라는 저자는 한 번쯤 함께 일할 수 있어도 그 후에는 아무리 베스트셀러 작가라도 과감하게 거절하죠.”

      김학원 이 새끼를 그냥..

    • 일몽 2012/09/03 15:29 고유주소 고치기

      마지막으로 제 진심이 담긴 댓글 남깁니다. 저는 미류님이 일체의 대응도 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미류님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누군가를 위해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신과 상관도 없는 누군가를 위해 싸웠는데 그 누군가가 잘못했으면 그 사람의 진심을 믿은 자긴 뭐가 되나요?

    • 일몽 2012/09/03 15:37 고유주소 고치기

      제가 하고싶었던 말은 다른 사람의 글로 대신하겠습니다. 관심있으시면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http://disabu.egloos.com/2887282

    • 미류 2012/09/05 08:42 고유주소 고치기

      일몽 님, 링크해주신 글까지 잘 읽었습니다. 제 글이 공지영 작가만 일방적으로 질타하는 글처럼 보였나 봅니다. 제가 의자놀이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에서 공지영 작가에게 아쉬움이 더 큰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아쉬운 것은, 이것이 '작가'로서의 '도덕성' 문제처럼 다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 이전에 연대를 꿈꾸는 인간의 윤리에 대해서 고민하고 싶었습니다. 그건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닐 테니, 결국 고민은 각자의 몫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었지만 차차 아물기를 바라고 있겠습니다. 글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 일몽 2012/09/05 18:11 고유주소 고치기

      님이 그렇게 판단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아마도 여기서 말하기 힘든 이유일수도 있을겁니다. 다만 전 공지영씨와 같은 유명인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포기한게 있습니다. 어떤 배우가 시상식에서 말한 것처럼 그 사람들은 남들이 깔아준 멍석에서 일하는겁니다. 궂은 일 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습니다. 과연 영화 한편 찍고 몇억 받는 배우와 연봉 2천도 안되는 스텝이 연대할 수 있을까요. 그들은 같은 노동자일까요. 왜 공지영씨에게는 그런 윤리가 요구될까요. 자신이 그런 삶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처럼 보였기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을겁니다. 왜 있지도 않은, 믿지도 않는 것을 그녀에게 요구할까요. 공지영씨에게는 많은 문제가 있겠지만 제 견해로는 글쎄요, 그녀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노출시킨다는겁니다.

      언젠가 친구처럼 지냈던 두 배우가 여행갔다 집으로 돌아온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두 사람들은 담소를 나누며 걸어가는데 뒤에서 매니저가 가방을 끌고 오더군요. 전 그게 현실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사건은 공지영 비판인지 현실 비판인지 그걸 좀 분명히 해줬으면.

    • 일몽 2012/09/05 19:08 고유주소 고치기

      근데 여담이지만 이 논쟁에서 가장 재미있었던건 이창근씨의 트윗이었습니다.

      "진중권 교수님, 쌍용차 기획실장 이창근입니다. 지난번 기억으로는 트윗을 자제하신다고 하셨는데 다시 의자놀이 관련하여 일방적인 입장에서 트윗을 계속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트윗자제를 당부드립니다. 거듭 당부드립니다."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질거라고 생각하는지..

  11. 끄덕 끄덕~ 2012/09/01 00:1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글을 읽어내려가며,끄덕끄덕 고개가 ..
    어떻게 어떻게 이글을 읽게되었는 데,
    한 사람이 아름다우면, 그 아름다움은 전염이 되는 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