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이 영화로 나왔다고 한다. 개봉도 했나 보다. 주위에 이미 본 사람들도 있는 듯하다. 십년 전쯤이었을까, 세종문화회관에서 뮤지컬을 보고 나와 교보문고에서 악보집을 사고는,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언젠가 번안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더랬다. 올해 안식년을 얻으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번안을 했는데 편곡까지는 못한 채 그냥 맴돌고 있다. 문득 번안해둔 가사가 떠올라 찾아봤다. 직역을 거의 버리고 노래 부르기에 좋게, 내맘대로 의미를 추려서.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들리는가 저 소리 분노의 함성 소리가

심장을 울리며 터져 나오는 민중의 노래

북 소리를 높여라 우리가 기다린 내일

지금 여기에서 새 세상이 열린다

 

우리가 꿈꾸던 세상이 한 걸음 앞에

당신은 우리의 혁명에 함께 하리라

투쟁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

 

들리는가 저 소리 분노의 함성 소리가

심장을 울리며 터져 나오는 민중의 노래

북 소리를 높여라 우리가 기다린 내일

지금 여기에서 새 세상이 열린다

 

한걸음 내딛기는 결코 쉽지 않으리

하지만 우리가 가진 것 모두 여기에

무서울 것 없으니 물러서지도 않아

 

들리는가 저 소리 분노의 함성 소리가

심장을 울리며 터져 나오는 민중의 노래

북 소리를 높여라 우리가 기다린 내일

지금 여기에서 새 세상이 열린다

 

(노래는 좋은 음악들을 갈무려 소개해주는 새벽길 님의 포스팅 을 통해 들어보면 좋을 듯)

 

박근혜가 당선됐다. 집에 쳐박혀 있어서인지 약간 멀뚱멀뚱하게 쳐다보게 되는 것 같다. 적어도 '멘붕'에 빠지지는 않은 듯하고 당장 큰일이 날 것 같은 불안도 없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가 죽음을 택했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긴장이 된다. 그런데 그건 박근혜에 대한 긴장이기보다는 나 또는 '우리'에 대한 긴장이다. 그만큼 죄송하고 원통하다. 

 

예측 가능한 세상을 원하는 건 당연하다. 나는 박근혜를 당선시킨 배경이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안정과 질서에 대한 기대. 당장 경제가 성장할 거라는 기대나 삶이 안전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아마 대부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예측 가능할 때 적어도 개인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은 나름의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문재인은, '독재자'의 '딸'이라 안 된다는 얘기 말고는 별반 내세운 게 없으니, 표를 그만큼 못 얻었을 테고. 어쩌면, 특공대 출신의 남성임을 내세워 안정과 질서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켜보려 했던 그의 전략이 실패한 것은, 그만큼 한국사회가 진보했음을 의미할지도 모르겠다. 

 

이명박이 당선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경제에 대한 기대(또는 환상)가 그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민주주의'가 만들어낼 것이라 기대됐던 안정과 질서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며 '실패'로 판결이 났다. 오히려 민주주의는 신자유주의적 변화를 위한 거름이 됐다. 그래서 이명박을 독재라고 비판하며 다시 민주주의를 불러낸 것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건 박근혜를 독재자의 딸로 상징화하면서 비판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권 5년 동안의 인권운동을 돌아보게 된다. 다들 너무나 바빴다. '어이 없는 일'들이 연일 터져 인권활동가들이 서로 얼굴 보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렇게 싸웠는데 '인권'은 어디쯤 있을까. '자유'를 말하면 사람들은 그놈의 자유가 엄청난 부자유들의 원인이라는 걸 알고, '평등'을 말하면 다같이 가난한 평등을 상상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어떤 다른 싸움들을 만들어냈을까. 어떤 자유, 어떤 평등인지, 이명박이나 박근혜가 이미 말하고 있는 자유나 평등과 다르게 말할 수 있나. 

 

성명서나 논평이 아닌 삶의 자리에서 사람을 만나고 울림을 만드는 일들. 안식년이라고 인터넷도 안 하고 가는 곳만 가며 살다 보니 사람이 제 걱정만 하면서 사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걸 잘 알게 됐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데, 이렇게 참혹한 일들이 터지는데, 왜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까, 하는 질문은 얼마나 허무한지. 세상은 우리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으니 함께 싸워서 바꿔야 한다는 말을 하지만, 아직은 각자가 가진 것을 모두 걸고 싸움에 나서기에는 각자의 전략에 더 여지가 있다는 생각들이 더 많을 테니. 대통령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할 테니. 

 

들리는가 저 소리 분노의 함성 소리가

심장을 울리며 터져 나오는 민중의 노래

 

어쩌면 '우리'는 저 분노의 함성 소리를 너무 섣불리 들었고, 민중의 노래가 터져 나오는 것은 '민중'이 등장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을 자꾸 잊어왔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말로 민중을 불러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다시 '민중'이 등장할, 물러설 수 없는 자리, 새로운 세상이 열릴 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로 묵지근하게 던져진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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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2 16:16 2012/12/2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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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꾸벅 2012/12/22 21:0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죄송합니다 (위 댓글단 사람인데 삭제가 안되는 군요)

  2. 소리 2012/12/27 17:46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사람들의 노래 소리가 들리니
    분노한 사람들의 노래소리가
    그건 다시는 노예가 되지 않겠다는
    민중의 음악이야
    네 심장 박동이 북을 치면
    삶은 시작되고 내일이 온다
    사람들의 노래 소리가 들리니

    분노한 사람들의 노래소리
    그건 다시는 노예가 되지 않겠다는
    민중의 음악이야
    네 심장 박동이 북을 치면
    삶은 시작되고 내일이 온다

    바리케이드를 넘어 언제나 내 곁에 있을
    너는 우리의 행군에 함께 하겠니
    네가 원하는 세상이 있다면
    투쟁에 함께 하자
    그러면 넌 자유로워질 수 있어

    네 모든 걸 줄 수 있니
    우리의 깃발이 전진할 수 있게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거야
    네 운을 시험해볼 수 있니
    열사의 피가 프랑스의 초원을 적실거야

    do you hear the people sing
    singing the song of angry men
    it is the music of a people
    who will not be slaves again
    when the beating of your heart
    echoes the beating of the drums,
    there is a life about to start
    when tomorrow comes

    Will you join in our crusade
    who will be strong and stand with me
    beyond the barricade
    Is there a world you long to see
    Then join in the fight
    That will give you the right to be free

    Do you hear the people sing
    singing the song of angry men
    It is the music of a people
    who will not be slaves again
    when the beating of your heart
    echoes the beating of the drums,
    there is a life about to start
    when tomorrow comes

    Will you give all you can give
    So that our banner may advance
    Some will fall and some will live,
    Will you stand up and take your chance
    The blood of the martyrs
    Will ater the meadows of France

    Do you hear the people sing
    singing the song of angry men
    it is the music of a people
    who will not be slaves again
    when the beating of your heart
    echoes the beating of the drums,
    there is a life about to start
    when tomorrow comes

    • 미류 2012/12/30 14:37 고유주소 고치기

      연극의 대사처럼, 읽기에 훨씬 편하네요. 뮤지컬의 느낌이 더 생생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