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휴가 잘 다녀왔다..

철도파업으로 한참 뒤숭숭 하던 그 시기 난 휴가를 갔다.

그리고 조용히 세상과의 모든 연락을 끊고 서울집과 성남집을 오가며 시간을 보냈다. 이유를 모르는 사람들은 철도 파업 소식을 물으며 취재 여부를 물었으나 난 그때 휴가 중이었다. 쫌 많이 미안했지...^^;

 

어디를 특별하게 간건 아니고

아무도 모르게 내가 지내왔던 곳들을 되돌아 봤다.



학교에도 가보고, 성남에 다녔던 거리도 가보고,

남산도 한번 가보고, 여의도도 한번 가 보고,

고등학교 친구들도 만나고 .. ..

 

갑자기 존재감이 사라지고,

너무 모든것에 익숙해지는 것 같아서 겁이 났던 거 같다.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혼자 주문걸고 있다가 벅차니까 사실은 나가 떨어졌던 거 같다.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모든게 무거웠고 그냥 도망치고 싶었던 게다.

3년 증후군이 다시 발동한게지..

역마살 처럼 ..

 

종로에 앉아서 사람 구경을 하면서 ..옛날 생각이 났다.

새내기 시절에 한 선배는 날 데리고 종로에 왔다. IMF 전이었기에 그나마 풍족했던 그 시절 .. 선배는 내게 커피를 사주며 종로에 대해 일장 썰~을 늘어놨다. 민중의 거리...투쟁의 거리..

그 선배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게 선생님하면서 좋은 사람으로 살고 있다.

그리고 한해를 넘기면 정말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들이 부러웠다.

 

친구와 술을 마시며

한 때 내 꿈은 언어치료사였다네..라는 말을 힘겹게 꺼냈다..

그리고 언젠가 난 이러 이런 것을 하고 싶다고..(이건 아직까지는 ..)

그 날은 아무한테도 꺼내 놓지 못했던 내 꿈과 바램을 말했다..

내가 치료사가 되겠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변심이네, 운동 접네 ..

뭐라 할 까봐 참이나 겁이 났던 시절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보다는 나중에 하자고 미뤄두자고 혼자 주문을 걸기도 했다..

 

휴가 동안 되돌아 보고, 살펴보고, 사람들 보고 하면서.. 

받아들여야 할 것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나한테 말했다.

난 지금 선택을 했기 때문에 여기서, 이렇게, 이것을 하고 있다고.

도망치고,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어리광을 부리는게 아니라

내 선택에 대해 책임지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좀더 여유러워졌다고 할까..

 

그리고..

다시 참세상으로 돌아왔다.

한 동안은 먹먹하게 잘 지내겠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