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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츄리닝 바람

사무실에 아무리 편하게 와도 츄리닝은 입고 오는 경우 드문데..

오늘도 하루 왠 종일 츄리닝 차림이다.

일찍 끝내고 집에 가려 했건만 쉽게 발이 떨어질 만큼 일이 깔끔하게 끝나지 않는다..

 

내장들이 난동을 부려 소화도 잘 되지 않네..

음.. 너무 우유를 많이 먹은 탓인지..

너무 커피를 많이 먹은 탓인지..

죽으로 만들어 버린 인절미를 먹은 탓인지..

잠이 부족한 탓인지..

 

어제는 긴급하게 연락 받은 우리증권 테입을 들고 츄리닝을 입고 다시 사무실로 왔다.

하루 종일 회의를 한 멤버들이 회의스럽게 술잔을 주고 받고 있었고,

적당한 사람들이 옹기종이 있는 곳에서 편집을 시작했다.

파업상황만 아니면 테입 안받았을 텐데.. 주말에 너무 무리한 관계로 넘 피곤한 상황이었던 게다..

 

파업 영상 받고, 이렇게 저렇게 해보고 짜집기 하고 해보다..기어이 새벽에는 눈물이 나더라고.. 사실 동지가 전화했을때 정말 부탁 받기 싫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좀 피해 볼까 하다가 어쩔 수 없이 받은 거였는데..

 

정말 순수하게 동지 관계 쌓아 가는 것도 아니고, 잘만든 것도 아니지만 만들었다고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만들어 준대로 여론적으로 잘 활용하는 것도 아니고. 생색내기 식으로 기능적으로 필요할때 도구처럼 활용하는 그런 내 존재 인것 같아서 카메라를 팔고 영상과 관련한 활동을 접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그리고 이제 정말 몸이 축나서 밤세우기도, 내 몸 쪼개가면서 하기가 쉽지 않으니까.. 편집도 마찬가지 였는데..

 

미안한 맘 하나는 꼬깃 꼬깃 신문지에 싸인 테입에 라은영 동지 고맙습니다 라는 글을 보면서.. 파업이 노동자 학교라 하더니, 그리 라부장, 라부장 이렇게 부르던 동지가 나에게 이젠 서스름 없이 동지라 하네..한편에 맘도 뻐근해 지고..뺑이치려 했던 맘도 미안해 졌다.. 서둘러 사무실에 와서 술먹자는 사람들 뿌리치고 편집을 시작하는데..

 

곳곳에서 그들의 웃음이, 투쟁의 구호가, 그리고 아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면서 예날 생각이 많이 났다. 증권노조 역사 관련한 영상을 급하게 만들던 중에 인터뷰를 했던 여성동지가 주말에 삭발을 했다. 삭발이나 단식결의는 늘 사람 맘을 쪼그라 들게 하는데.. 삭발하는 그동지 주말에 돌잔치 끝내고 와서 삭발을 했다. 고졸하고 17년 동안 다닌 회사. 약해지지 말자고, 우리 모두 독해지자고 한 삭발입니다. 오늘 난 눈물 만큼 황영기에게 피눈물 나게 해 줍시다.. 라고 다부지게 말하는 모습에 .. 뺑이치려 했던 내 모습이 비껴 영 눈물이 많이 났다.

 

하루종일 피곤이 가시지 않는다. 그리고 쌓이는 일에 슬슬 신경질이 난다. 부담없게 생각했던 알티비가 날 누르기 시작하고 맛있게 먹으려 했던 인절미가 죽이 되서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샤워를 못하고 아침을 맞아서 찝찝하고, 잠못자서 피곤하고..

 

파업대오가 영상을 보고 싶단다.. 3개 영상으로 나눠 만들었는데, 하나로 만들어 달란다.. "그건 도저히 역부족 입니다"라고 말하고 혹시나 해볼까 해서 컴을 켰는데 컴이 영 말을 듣지 않는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다행이다.. 어제 아무일 없어서... 숨을 내리고.. 어쨋든 우리증권 동지들이 와서 영상을 받아간다.. 서부역 방향을 찾다가 나보고 길건너 오라 하고, 기다리라 하고 주문이 많다. 다시 짜증이 확 하는데 차가 도착했다..

 

츄리닝 바지에 겨울 단체 복을 입고 차 창문을 내린다.. 정말 착하게 생긴 3사람이 얼굴을 내밀면서 정말 고맙다고 인사한다.. 파업대오 한테 간다고.. 고맙다고 다시 인사한다..

 

다시 미안해 졌다.. 뺑이치고, 신경질 내고, 욱! 욱! 튕기고 그러고 있었는데 참 열심히 사람들한테 참 내가 몹쓸 짓 하는 나쁜 사람이구나 싶었다.. 하루 종일 여러 사람들에게 미안해 지면서 정말 쪼그라 드는 하루로 마감하고 있다..

 

지금도 추가적으로 있을 일정을 기다리며..

 

어제도 그랬다. 미디참에서의 기사와 관련한 공개적 논쟁이 이렇게 까지 붙은 적이 있었을까 싶은, 그렇게 민감하고 중요하다 생각하면 절충해서라도 내야 한다고 주장해야지 왜 원본 수정 불가, 모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모두를 심판대에 세우냐 라고 윽박 지르듯 말을 했다. 그래 민감한 주장이고 충분히 이해되는 문제제기면 쉽게 절충하고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모습으로 강단지게 보여줬다. 그래서 섭섭했고, 그래서 답답했다. 과연 그 동지에게 하루종일 제안하고, 함께 논의하고 있는 우리는 뭐였을까. 차라리 정치 토론을 해서 하반기 정세에서의 집중 방점으로 잡고 기획논의로 넘겼어야 하는 건가. 기사는 기자의 자의적 판단이 아니고서는 100% 등록되어야 한다는 원칙으로 밀어 붙여야 하는 건가..

 

내안의 관료주의인가.. 편집장이 마구잡이로 "등록 안됨. 삭제다"라고 주장하지 않고, 함께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진보넷의 장점이고, 강점이다 라고 얘기한 나도 참 무색해 졌다.

 

결론은 없다. 그냥 그런 상황만이 남았다. 어제 같이 술을 먹지 않아서 내게 결론이 없는건지, 아니면 내안의 관료주의와 그 동지와 다른 정치적 판단에 의해 그런건지 결과를 알수가 없다.

 

만성적 수면 부족.. 찌들어서.. 내몸만 생각하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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