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글을 읽기 전에 참고로 말씀을 드리면 저는 경제 전문가도 아니고 금융 전문가도 아닌 그저 경제 관련 뉴스를 재미나게 열심히 읽는 정도의 사람이라는 것을 밝힙니다. 따라서 좀 더 정확한 정보는 여러분이 보시기에 더 정확하다 싶은 곳을 찾아서 보세요. 아는 것도 없으면서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아무래도 우리나라 시장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 중에 많은 이들의 주장이 너무 요즘 세상 다른 나라 이야기와는 동떨어져 보여서 미국 이야기라도 좀 소개하려고 써봅니당.
프레디 맥(Freedie Mac, NYSE:FRE)과 패니 메이(Fannie Mae, NYSE:FNM)라는 회사 이름을 최근 뉴스를 통해 많이들 들어봤을 터이다. 미국 사람들도 잘 모르던 회사를 이제는 뉴스 좀 보는 한국 사람이면 왠만하면 다 들어봤을 거다. 이 두 회사는 미국과 전세계에서 주택대출 또는 대출보증을 서는 엄청 큰 회사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이면서 출발은 미국 정부(더 구체적으로는 의회가)가 금융 시장에서 특수한 목적을 수행할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낸 기업들이다. 두 기업 다 뉴딜 시절에 만들어졌다. 1968년 경에 민영화가 되었다. 주로 하는 있은 일은 주택 대출에 대한 보증이다. 직접 대출도 한다.
아시다시피 이 두 회사가 유명해진것은 2007년부터 가시화된 미국의 주택 경기 하락과 이에 따른 금융 위기에 핵심적으로 관련된 회사이기 때문이다. 두 회사 모두 이번 분기에 엄청난 손실을 보고했다. 뭐 주택 경기 꺼지고, 심한 동네는 수천개의 집이 팔리지도 않고 널리면서 동네가 황폐해지고 덩달아 더 가격까지 떨어지는 한 만디로 동네가 통째로 망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2003년 정도부터 전세계적으로 치솟는 주택 가격에 묻지마 주택 대출이 미국에서 마구잡이로 이루어졌다. 이런 대출에 보증을 섰던 두 회사가 엄청난 손실을 보는 것이야 당연지사겠다. 그런데 주택 경기가 급락하는데 왜 이 두 회사만 문제가 아니라 금융 전체가 문제일까? 답은 이미 앞에 다 나와있다. 주택경기 무지 좋을 때 돈 들고 있는 기관과 개인들이 주택 시장에 왕창 투자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댕겨온 돈이 프레디 맥이나 패니 메이에도 들어가 있는 것이다. 으흐흐 중국도 돈 여기 왕창 넣었다나. 줄줄이 망하는 연결 선상에 놓이게 된다. 아니 이런 주택 경기가 언젠가는 꺼질 줄 몰랐다는 말인가? 뭐 2005년도부터도 몇몇 경제학자는 곧 거품 꺼진다고 주구장창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2007년 초까지만 해도 부동산은 엄청나게 돈이 됐다. 부동산 펀드의 수익률을 따라갈만한 것이 신흥시장 주식 정도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여기 저기서 돈을 열심히 모아다가 또는 빌려다가 주택시장의 거품을 키우는데 손발은 누가 했을까. 중요한 손발 중에 하나가 노무현 정부때부터 자본시장 선진화의 핵심 수단이라고 선전을 해대는 투자은행이다. 주택시장 거품 꺼지니 주택대출보증 업체가 흔들하고, 돈을 끌어다 대던 투자은행 흔들하고, 투자은행에 돈을 댄 일반 은행 흔들하고 이게 금융시장 위기의 연쇄사슬의 일부인 것이다.
최근에 들리는 소식은 프레디 맥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회사의 내부에서 지나친 대출 보증이 위험 수위라는 것을 지적하는 사람이 있었고 사장이 이런 지적을 담은 메모를 무시했다는 것이 밝혀졌단다. 메모(경영에서 중요한 결정과 통보 등은 주로 이렇게 "쪽지"로 오가는 경우가 많다.)로 서로 주고 받았다고 한다. 왜 이 사장은 이런 위험 통보를 무시했을까? 단순하다. 당장 돈이 벌리는 시장에서 확대를 거부할, 탐욕을 거부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대출보증 전문 회사가 국가가 국민의 금융 상의 편의와 안정을 위해서 만들어졌지만, 결국은 대부분의 기업의 이윤에 대한 집착 앞에서는 버텨낼 재간이 없었던 거다.
지금 미국에서는 한참 그래서 금융 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당장은 총선이 있고 해서 얼마나 진도가 나갈지는 모르지만 민주당이던 공화당이던 규제 강화라는 방향에 대찬성이고, 백악관도 규제 강화해야 한다고 열심히 떠들고 있다. 규제 강화의 첫번째 대상은 누굴까요?
대출회사, 투자은행 그리고 이 대출보증회사가 우선 타깃이 됐다. 지난 주 일요일 미국의 한 방송에서 미 재무장관인 헨리 폴슨과 인터뷰한 내용 중에 이 대출보증회사 어떻게 할 거냐는 이야기가 한 꼭지 있었다. 재무장관이 말하기를 강력한 권한을 가진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부시 정권의 재무장관이라는 점을 유념하길 바란다. 허걱 보수 정권이 규제 강화를 선전하고 다니다니,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보수 정권의 정책을 카피해서 써야 한단 말인가.... 쯧쯧쯧. 그리고 이 사람이 덧붙이는 말이 지금 금융 관련 규제가 몇십년 되서 제대로 규제가 안되니 빨리 바꾸어야 한단다. 음... 2009년 2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자본시장통합법도 만들고 해서 미국의 투자은행처럼 세계적인 투자은행을 만들어서 우리도 돈놀이로 먹고사는 경제 함 만들어보자고 줄구장창 떠들어놨는데 이놈의 "투자" 놀이가 금융의 안정성을 헤치고 국가 경제를 휘청하게 만드는데도 탁월한 재주가 있음이 이렇게 만천하에 들어나 미국의 보수·진보를 떠나 다 갸우뚱하는 판에 이나라의 노무현 "자유주의자"와 이명박 "보수주의자"의 돈놀이 예찬과 규제 완화 이데올로기는 이제는 제정신을 차릴 때도 되지 않았을까.
이 두 대출보증회사에 대해서 미국 내에서 보수·진보 양측에서 재국유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진보 쪽의 주장은 뭐 대충 예상하실 것이고, 보수 쪽의 주장은 도대체 "회사가 너무 커서 망할 수 없다"는 말이 가당키나 하냐는 것이다.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 "대마불사" 우리나라에서 항상 지켜져온 말이다. 미국 보수주의자 입장은 아니 회사가 망하던 말던 시장에 맡겨야 정상인데 아니 민간 기업을 망한다고 하니깐 갑자기 정부가 나서서 뒷돈 대주겠다고 하면 이게 시장경제냐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렇다고 완전 막 나가서 이 회사들 망하도록 내버려둬라는 이야기는 좀 생각 있는 사람은 안 하더라. 대신 이렇게 정부가 개입을 할거면 국유화를 해서 운영하는 것이 이번 처럼 탐욕에 따른 위기도 줄이고 사회적 비용도 줄이는 비용 효율면에서 높다는 식으로 말한다. 시장주의자면 다 민영화 찬성해야 한다는 그런 시대 착오적인 주장을 하는 "늙고 무식한" 우리 나라 시장주의자들은 아마도 미국 보수는 보수가 아녀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덧붙이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확실한 버락 오바마는 이 두 회사의 재국유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놈의 회사들의 덩치가 너무 커서 이걸 국유화하면 국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엄청난 잠재적 재정 부담이 있는 것 아니냐는 거다. (이 두 회사가 보증하는 액수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미국내 보증의 70% 정도라고 하니, 그 규모는 대충 감 잡으시라). 오바마씨도 소심남이었던 것이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