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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세계 20개국의 정상들이 모여서 현재의 세계 경제 위기에 대해서 논의를 했다. 누구도 위기의 크기를 가늠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모인 이들의 생각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미국과 극소수의 소위 경제 대국들에 의해 만들어진 경제 질서에 대한 불만과 불신일 것이다. 반세계화 운동 진영에서 보면 아직도 각국의 정상들은 세계화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세계 경제와 정치에서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대한 이러한 불신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왜냐면 이제까지는 미국이라는 유일의 초강대국을 중심으로한 세계 체제였는데, 그 핵심 국가에 대한 신뢰가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1월이면 대통령이 될 미국의 오바마는 G20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일방주의와 신자유주의에서 각국의 벗어날 생각인 것이다. 위싱턴에서 그렇게 요구하던 신자유주의 정책과 제도의 도입에 충실했던 각국은 그렇게 주장해온 미국에서 비우량주택대출로 경제가 휘청하더니 자신들의 경제까지도 후퇴를 겪게 만든 미국을 더 이상 리더로서 인정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일부 언론에서 주장하듯이 각국이 제살길 찾아 알아서 경제를 운영하는 시대가 오지는 않을 것 같다. G20에서 결정한 중요한 내용 중에 하나가 올해말까지 WTO 도하개발 라운드(Doha Development Round, DDR)를 다시 열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자세를 낮추는 대신에 세계 경제에서 다자주의가 다시 강화될 것인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될지는 DDR에서의 논의의 진전을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이 그간 FTA 등을 통해 자신들의 실패한 정책을 일부 국가에 복제하도록 강요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다자 무역 협상에서 자신들의 제도와 정책을 채택케 하려던 정책도 이제는 미국 내에서 재검토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DDR의 진전을 어렵게 하던 인도 등도 참여 의사를 강하게 표하는 등 현재로서는 전망이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G20가 이전까지의 G8을 중심으로한 세계 경제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금융 구제 강화와 세계 경제 논의에서 다자주의의 강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점은 상당히 커다란 변화를 경제에 가져올 것 같다.
뭐 이명박은 미국과 FTA 빨리 해야 한다, 금융 산업 규제 완화해야 한다고 떠들면서 G20에 갔다와서는 외교적으로 큰 성과를 남겼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뭐 보호무역은 안된다고 주장했다고 하니 그걸 자신들의 성과라고 하는가 싶다.
미국과 FTA 체결해 놓고 DDR에 가서는 입 다물고 앉아 있는 한국의 대표단을 보면 다른 나라에서 뭐라고 생각할지는 아직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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