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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가 이제는 두달이 다돼어간다. 소위 말해서 '정치'를 안다는 정당, '운동권', 학자들이 너도 나도 촛불집회의 파괴력 앞에서 당황을 했다. 그리고는 어떤 식으로든 이 '현상'을 이해하고 나아가서는 자기에게 유리하게 동원 또는 소멸시키려고 노력을 했다. 이 과정에서 진보정당과 촛불집회를 연결하여 토론을 하기도 하고, 서구의 신좌파운동에 빗대어 해석하려고 하기도 하고, 하지만 아직은 이런 시도들이 '당황'이라는 일차적인 감정적 공황 상태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명박정권의 계속되는 헛발질도 어찌보면 이런 당황감과 이해 불가라는 자신들의 처지에서는 이해가 간다.
어제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서울광장에서 시국미사라는 형태로 '평화적'으로 집회(이제는 미사라고 해야겠지만)를 가졌다. 주변에서 '폭력'이라는 키워드를 두고 촛불집회를 규정하려는 현 정부와 보수 집단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쾌거라는 평가도 많이들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왠지 지금의 상황이 불편하기만 하다. 그것은 천주교의 개입으로 촛불집회가 폭력에서 비폭력으로 기조가 바뀌는가 아닌가와 같은 그런 차원에서의 불편함이 아니다. 보수 집단이 촛불집회를 과거 80년대의 "불법시위", "폭력시위", "전문시위꾼(또는 운동권)" 등의 틀로 편리하게 해석하고 몰아가려고 했던 것이 적절하지 않았던 것만큼이나, 신좌파운동으로 규정하려고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것만큼이나, 촛불집회는 사실 기존의 사고의 틀 또는 정치적 동원 체제로 쉽사리 규정되지 않았던 것 이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당황스럽지만 전혀 새로운 어떤 것이 생겨날 수도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폭력과 비폭력을 두고 이슈가 되더니 한순간에 시국미사라는 틀(왠지 80년대 민주화시위나 보수기독교단체의 호국예배가 연상된다)에 끼워 맞춰지는 것 같다.
내가 사제단의 노력을 폄하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촛불집회를 만들어낸 힘이 지금 현재 사람이 얼마 모였는가를 떠나서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하고 규정하는 것까지 미치지 못하고 사그러드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명박을 비판하고 이 정국을 어떻게 헤치고 나아가는 것도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촛불을 든 사람들이 여기 모인 사람들이 누구인지, 왜 모였는지, 소고기 문제를 넘어 이 사람들은 앞으로 어떤 삶을 하나의 집단으로서 살아가야 할 것인지 생각해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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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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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새로운 어떤 것이 생겨날 가능성' 이란 말 속에서 스스로는 객관화되기 쉬운 듯 합니다. '가능성'이란 하나의 사건속에서만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리고 지금까지의 촛불 정국속의 무수한 사건들에 사제단의 '시국미사' 사건이 결합한 것이라면 우리는(혹은 나는) '시국미사'사건뒤에 올 '미래의 사건'을 준비해야 되지 않을까요? 80년대 천주교사제단과 08년의 천주교사제단은 분명 동일한 집단이지만, 놓여있는 맥락이 다릅니다. 사건이 반복된다고 의미까지 동일하게 규정되지는 않는 듯 합니다. 중요한건 다른 해석을 창조해내고, 새로 다가올 사건들을 준비하며 어디로갈지 모르는 가능성의 장속으로 투신하는 것..ㅋㅋㅋ 아닐까요?부가 정보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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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님의 말씀 대강은 이해할 것 같습니다. 투신이라니 좀 겁나긴 하지만 그게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감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전까지는 기존의 틀에 쉽게 맞추어지지 않던 촛불집회가 어느 순간 쉽게 이런 저런 형식과 이야기에 맞아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좋게 말하면 모나고 무질서하던 것이 질서를 찾아간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촛불집회가 가진 잠재력과 우리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저는 시국미사를 사건이 아니라 과거의 민주화운동의 틀로서 이해하고 있습니다. 어떤 형식 또는 주제로 편안하게 자리잡고 싶어하는 경향이 어느샌가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도 찾아온 것 같아서요. 뭐, 제가 너무 촛불집회를 과대평가하는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