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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0/01
    추석 연휴는 길다...(1)
    칸나일파
  2. 2006/07/07
    엠티의 추억(8)
    칸나일파
  3. 2006/06/09
    상처(3)
    칸나일파
  4. 2006/05/23
    연애시대 마지막회 방금 끝났다.(4)
    칸나일파
  5. 2006/05/19
    연애시대...(2)
    칸나일파
  6. 2006/04/30
    엄마의 외출
    칸나일파
  7. 2006/04/25
    버스타기(1)
    칸나일파
  8. 2006/04/24
    일단 질러 보기로 했다.
    칸나일파
  9. 2006/03/31
    학교생활(4)
    칸나일파
  10. 2006/03/12
    근엄
    칸나일파

추석 연휴는 길다...

 

 

1.

어제 우연히 대학가요제를 봤다. 80년대만 해도 대학가요제, 강변가요제의 파워는 대단했다. 상을 탄 사람들은 물론 가끔 상을 못 탄 사람들도 유명한 가수가 되고는 했으니까. 가끔 괜찮은 옛날 노래를 아무 사전 지식없이 찾아 들었는데 우연히 가요제 출전곡인 경우도 왕왕 있다. 아무튼 말로 할 수는 없지만 그 노래들을 듣고 있으면, 그들만의, 뭔가가 있었다, 고 생각이 든다, 괜히 서글프거나, 괜히 허탈해지는. 센치해진다.

요즘은 그렇지 않다. 아마추어리즘은, 열 살 때부터 합숙으로 프로를 키워내는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누군가 '산울림'을 아마추어리즘의 절정이라고 했었는데, 그런 아마추어리즘도 찾기 어렵다. 힘들게 흉내내서 따라가는 느낌.

그러다 어제 우연히 대학가요제를 봤다. 장애인이 함께 노래부르는 밴드가 나왔다. 또 피아노를 치며 부르는 독창곡이 있었는데 그 노래를 듣다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 채널을 돌렸다. 오늘 뉴스를 보니 그 노래가 금상을 탔다.

 

오늘은 소리바다에서 가요제 출전곡들을 다운 받아 듣는다. 역시 좋은 곡들이 많은데, 하나같이 뭔가 서글프고 가슴 답답해진다. 과도하게 진지하고 서정적이고 순진하다. 어제 들었던 노래는 대체로 밝고 희망적인 어조였다.

엠피쓰리 플레이어가 없는 요즘은, 담배없는 흡연자처럼 금단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2.

내가 사는 동네에는 대형마트가 없다. 성북K마트라고 그나마 조금 큰 슈퍼가 하나 있는데 언제부턴가 고객카드를 만들면 0.1%를 적립해주고 있다. 계산을 해보니 1천만원을 쓰면 1만원이 적립되는거다. 만원어치를 공짜로 받아먹으려고 1천만원을 슈퍼에 갖다 바쳐야 하는 인생이라니. 평생 참 많이도 갖다 주겠구나, 생각했다. 괜히 다른 슈퍼로 가고 싶다.

 

 

3.

음악이 없을 땐 소설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최근에는 장정일의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와 김영하의 [빛의제국]을 읽었다. 추석 연휴 기간도 무지 긴데 음악이 없는 자리를 소설이 대신할 수 있을까? 서점에 가봐야지. 근데 돈이 없어(-.-;;) 월급을 타려고 기다리는 한 달은 마치 0.1%적립카드처럼, 천만년을 기다려 만원이 쌓이듯, 감질맛나게 아주 천천히 다가온다.

추석 연휴는 올드송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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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티의 추억


 

산책을 떠나기 앞서... 다리에서 찰칵

어째 엠티가 심상치 않다. 나머지 사진이 궁금하다면....아...따라와~~~




 

엠티 기간 내내 붙어다녔던...겸과 효웅..겸이 효웅 스타일인가??

 

 

 


 

조은, 나동 커플의 엽기호러판타스틱!! 왠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때만 되면 발동하는 오대표의 장난기도 주목하시라

 

 

 

 

 

 


 

그건 사랑이었지...그건 사랑이었지...

 

 

 

 


 

산책 도중 다리 위에서 왼쪽부터 타랑, 겸, 오대표(ㅋㅋ), 오리(꽥꽥), 효웅, 여옥, 고동, 나동, 조은...그럼 사진은 누구 찍었을까??

 

 

 


 

나와 조은은 이 날 작정했다. 기대하시라...두둥두둥 리얼 러브스토리

 

 

 


 

해맑은 조은...아 ...눈부셔

 

 

 


 

또 다른 애정을 과시하는 오대표와 오리..

 

 

 


 

정말 인상좋고 착하게 생긴 철(어찌보면 고시생이나 살집 아저씨 같기도-.-;;)...은하철도 999의 철이를 연상시킨다.

 

 

 


 

또또또...오대표 발동걸렸다...'아니 이거 뭐하는거야?'...오대표 이대근 버전

 

 

 


 

잠시 휴식을 취하며...이 번엔 누가 찍은걸까요??

 

 

 


 

ㅋㅋㅋ...사진 잘 나왔당...다들 포즈가 제각각인데 전체적으로 훌륭한 작품이...

 

 

 


 

역시...

 

 

 


 

자 이 번에 누가 바뀐걸까요??

 

 

 


 

좋은 장면을 남기려고 절벽 앞에 선 그들...임재성...쫄고 있다. 으이그...덩치가 아깝지.

 

 

 

 


 

오대표...좋덴다...임재성을 절벽으로 떠밀고 기뻐하고 있다...무섭다.

 

 

 


 

그녀의 잔인함...멈출 줄 모른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며...숙소가 보인다. 한화 콘도.

 

 

 

 


 

고동마저... 이 날 다들 상태가 안 좋은 편...

 

 

 

 


 

맛있는 저녁식사...그런데 사람이 늘었다..누구게??

 

 

 

 


 

술로 시작해 술로 끝장을 보는 재성...그래도 소백산맥은 맛있었다...

 

 

 

 


 

새롭게 병역거부한 인욱씨...인욱씨의 유일한 사진...진지한 프로그램 진행 중..

 

 

 

 

 

 


 

늦게 도착한 날나리 맹구...프로그램 사회자이시다.

 

 

 


 

다리밑 자매들...선녀가 되려는가??

 

 

 


 

여옥의 접사사진...수준급...

 

 

 


 

계속 수준급 -.-;;

 

 

 

 


 

정말 수준급-------------.---------------;;

 

 

 


 

사장님...나이스샷

 

 

 

엠티 너무 즐거웠고 모두 모두 수고했어요~~앞으로 이런 기회가 또 있겠죠?? 사진 찍느라 수고한 여옥에게도 감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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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얼마 전 자전거로 강화도에 다녀왔다. 초보운전이라 내심 뭔일이 일어날 거 같았는데..역시나. 한강다리 건너다가 가드레일 들이 받고 차도로 굴러 떨어졌다.

 

어제 과외를 하는데 애한테 그 때 생긴 상처를 보여줬다. 이렇게 통과의례를 거쳐 난 이제 제법 자전거를 잘 탄단다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었지. 시각적 효과도 괜찮다. 무릎 한가운데 자리한 진갈색 피딱지. 그런데 그걸 보더니 애가 '와, 이거 진짜 상처에요. 신기하다' 그러는거다. 허거걱...

그리고,

대화는 계속된다.

 

(학생) 선생님, 그럼 만화처럼 자빠진거예요? 하하하...상상만 해도 되게 웃긴다. 선생님 넘어지는 모습 생각하니까 너무 웃겨요.

선생님 눈알 빠진 사람 본 적 있어요? 난 전에 눈알 빠진 사람 봤는데, 사람 눈알이 만화처럼 스프링 달려 있을 줄 알았거든요. 근데 핏줄이 나와 있더라구요. 되게 신기했어요.

 

(나) 그런 끔찍한 거 보고도 안무서웠어?

 

(학생) 남이 다친건데 왜 무서워요?

 

 

음...상처 괜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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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 마지막회 방금 끝났다.

푸하하...완전 코메디가 따로 없다.

월간조선 볼 때만큼이나 많이 웃었다.

이것 참 고작 이 결론을 보자고 한 편도 안 빼놓고 다 봤단 말인가?

배신감 드는 거 나뿐인가?

 

 

왜 이러는거야... 왜 삶을 농락하는 거야... 드라마가 장난이냐...

15편까지는 뭐하러 찍었어...그냥 마지막회 하나만 찍어서 베스트 극장 같은 거 내보내지.

뭐하러 두달을 기다리게 만드냐고...

정말이지 두 달동안 이 드라마 갖고 온갖 추측 해가면서 수단 떤 게 우습게 느껴진다.

특히 마지막회 손예진 멘트는 정말이지, 그 동안 좋았던 멘트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가볍고, 유치했다. 그 모든 멘트의 진실성을 완전히 코메디로 격하시켰다.

아후~~ 5년후란 멘트 뜨고 손예진, 감우성이 어린 딸과 공원에

앉아있는 장면은 뭐냐고...

아무리 해피엔딩을 좋아해도 정도가 있지... 해피엔딩으로 끝내놓고 끝까지

심각한 척 똥폼잡는 그 멘트는 또 뭐냐고... 해피엔딩도 예의가 있어야지...

상식이 역전되는 기분이야. 한국 드라마 좀 나아지나 했더니 이게 뭐야...

차라리 손예진 불치병 걸리게 하지. 아님 감우성이랑 손예진이 알고 보니 배다른 남매였다는

설정도 괜찮네..

 

재결합을 희망했던 동생도, 아름답고 성숙한 상처를 바랬던 나도, 가장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며 감우성의 재혼을 받아들이던 누나도 ... 오늘 엄청 웃/었/다.

근데 마음이 아팠다. 비틀린 썩소를 지었다.

 

 

 

그래서,

 

 

드라마에 열광하고 배신감 느끼는 내가 븅신이지...ㅋㅋㅋ

마지막회만 아니었으면 연애시대 정말 길이 남을 명작이 될 뻔 했는데...

옛끼...못된 피디...욕이나 실컷 먹고 철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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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

여우비님의 [연애시대와 소울메이트] 에 관련된 글.

 

1.

 

언제부턴가 드라마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대리만족같은 것도 있고, 누나 동생이랑 수다 떠는 것도 좋고, 내 문제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해본다. 처음 [네 멋대로 해라] 때문에 살짝 흥미를 갖게 된 이후로 최근에는 떨리는 가슴, 내 이름은 김삼순, 두번째 프로포즈 정도를 재밌게 본 거 같다.

 

요즘은 연애시대를 보고 있는데 비슷한 고민이 많아서인지 쉽게 몰입이 된다. 연애시대가 재미있는 이유는 매사 무사태평하고 상큼한 사랑이야기 보다는 고통스럽게 상처를 안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그럴 듯 해보이기 때문이다. 우연한 만남, 불타는 사랑, 갈등 극복, 결혼으로 이어지는 사랑이야기는 극적 요소를 제외하면 인생의 진실성이 부족해 보인다. 게다가 너무 럭셔리한 애들 얘기가 많다.

 

연애시대도 그런 면이 없는 건 아니다. 서른살 이혼남이 분당에 빌라를 소유하고 살고 있다는 설정, 게다가 안정적인 직장에 이미 직급도 꽤 높다. 손예진 역시 경제적인 고민거리는 전혀 없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현모양처가 꿈이었다. 둘은 모두 가정적인 사람들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종종 현실과 타협을 하는데 그게 좀 아쉬운 점으로 남지만, 사실 그런 타협들이 더 현실적인 면도 있다. 내가 그런 현실적인 타협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고 나서는 더 그렇다.

 

2.

 

현실적으로 감우성과 손예진이 재결합하는 게 맞는걸까? 아니 좋은걸까 생각을 많이 해본다.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 다시 결합해도 힘들고 떨어져 있어도 힘든 사람들. 대개 그렇듯 나도 감우성의 '애매모호한' 플레이와 우유부단한 행동이 짜증스럽다. 그런데 또 대개 그런 행동을 이해하는 사람도 다수. 아무튼 감우성이 결국 손예진에게 돌아가는 결말을 기대했던 사람들이 많을텐데, 감우성이 재결합을 선택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죽은 아이' 때문이니 가정적인 여자(궁중 요리사로 표현되는 지적이고 점잖은 스타일)와 재결합한다는 설정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 (사실 둘이 다시 결합하는 결말이 나오면 좀 짜증날 거 같았다.)

과연 그 날, 감우성은 어디에 갔을까? 이것이 마지막 이야기를 풀어가는 열쇠일텐데 누나는 '사건 당일'날 감우성이 출생신고를 하러 갔을거란 추측을 내놓았다.

 

'아~~~뜨시'

 

누나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절로 탄성이 나온다. 와, 우리 누나 머리 디게 좋다. 작가적 상상력!! 그래서 내가 생각해본 최악의 결말은 손예진이 그 사실을 알고 감우성을 이해하는거다. 그리고 1년후란 자막이 뜨면서 손예진이 새사람을 만나 결혼식을 올리는데 감우성이 와서 축하해주는 장면이다. 생각해보면 이게 최상의 결말이다. 가장 현실적인 결말이기도 하지 않을까? 손예진 역시 가정적인 여자니까.(헤어진 사람과 다시 사랑하는데 어머니 같은 마음이면 충분하다는 충고도 깨름직하다)

 

아무튼 아이가 헤어짐의 매개가 된다는 설정, 또 상처를 극복하는 매개도 된다는 설정. 각자 새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는 설정... 모두 찝찝하다. 낭만은 짧고 생활은 길~~~다는 것인가? 한겨레21에서 연애시대를 분석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요점은 '결혼 없이 연애를 가능하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는데 아쉽게도 결론은 '시간이 지나면 사랑은 시들해지기 마련'이라는 식이었다. 근데 또 맞는 이야기같다.

 

끝내는 감우성이 아이에 대한 집착이 적었다면, 부부-아이로 구성되는 가정생활에 대한 집착이 덜했다면 아이를 잃고 상처입은 손예진을 감싸줄 수도 있었을텐데...하는 생각이 남아서 계속 찝찝하다.(아이는 또 가지면 되잖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아닌가?) 그러니까 결혼과 가족으로 이어지는 감우성의 욕망도 별로 긍정 못하겠다.

 

사람들은 왜 연애를 할까? 드라마는 끝내 결혼 말고 별 답을 주지 않은 듯 하지만, 또 그래서 현실적인 타협이 썩 맘에 들지 않지만, 둘이 고뇌하는 과정에서 이미 가능한 답은 다 나온 거 같다. 그래서 내가 뽑은 최고의 대사는 이거다.

 

일정한 슬픔 없이 어린시절을 추억할 수 있을까?

지금은 잃어버린 꿈, 호기심, 미래에 대한 희망...

언제부터 장래희망을 이야기 하지 않게 된 걸까?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고,

일년 뒤가 지금과 다르리라는 기대가 없을때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는 게 아니라

하루를 견뎌낼 뿐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연애를 한다.

내일을 기다리게 하고, 미래를 꿈꾸며 가슴 설레게 하는 것.

연애란... 어른들의 장래희망 같은 것.

 

 

진정한 사랑은 그런 조건들을 뛰어넘을 수 있지 않을까?

영원한 사랑같은 건 믿지 않지만, 성숙한 사랑은 있을 거 같다.

환상인 지도 모른다.

 

문제는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 같다.

아무튼 사랑은 좋다. 연애도 좋다. 재밌게 살고 싶다. 계속 꿈도 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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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외출

엄마는 중풍 6년차 1급 장애인이다.  조금씩 기력이 떨어지더니 이제는 거실도 잘 나오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잘 나오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약해졌다고 해야 하겠지만 의지의 문제도 무시할 순 없다.

 

"운동을 해야 좋아지지. 이렇게 안 움직이면 좋아지겠어?"

"내가 운동을 하기 싫어서 안하니? 아파서 일어설 수가 없어"

"엄마, 그럴수록 더 운동을 해야지. 나중에는 아예 일어서지도 못해"

"니가 내 심정을 알기나 해. 건강할 때 잘해주지 그랬어?"

"매일 그렇게 과거에 얽매여 살면 뭐가 달라져?"

"됐어. 듣기 싫어. 나가"

"...."

"...."

"그러지 말고 날도 따뜻해졌는데 한 번 나가자."

"알겠어...나중에..."

"...."

"...."

 

엄마랑 대화는 항상 이런 식으로 끝난다.

그런 엄마가 오늘,올해 들어 첫 외출을 감행했다.

종교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엄마는 집 앞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리고 있는 성당 체육대회에 가보고 싶었던 거다. 그러나 막상 밖에 나가자고 결정을 내려도 실제로 나가기 까지는 엄청난 시간 동안 신경전이 벌어진다. 날이 춥고 꾸물꾸물하다. 엄마는 이내 맘을 바꿨다. 역시나 성질 급한 아빠는 또 화를 낸다. 나는 그런 아빠를 공격하며 엄마 편을 든다.

 

"(아빠)나가기 싫으면 말어. 누가 나가라고 그랬냐? 나는 아쉬울 거 없어"

"(엄마)....."

"(나)아빠는 나가자고 했으면 끝까지 상대 기분을 맞춰줘야지. 그 정도도 못하냐? 그리고 엄마는 상대가 자기 염려해주는 거 알면 좀 맞춰줄줄도 알아야지."

"(엄마)....알았어...나가자고..."

 

그렇게 엄마, 아빠, 나, 동생 넷은 휠체어를 들었다, 밀었다, 끌었다 해가며 운동장에 도착했다. 집이 3층이라 엄마 혼자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힘겨운 일이다. 어느 정도는 혼자 움직이다 안되면 휠체어를 들어야 한다. 엄마에게는 제법 쌀쌀한 날씨인데 그래도 오랜만에 나오니까 기분이 좋은가보다. 노래도 부르고, 풍물 소리에 맞춰 춤도춘다. 휠체어에 앉아서 엄마가 춤을 춘다. 왼손은 얌전히 무릎 위에 얹혀 있고 오른손으로 휠체어를 두드리며 박자를 맞춘다.

 

그렇게 동네 운동장 구경 한 번 하는데 한나절이 흘렀다.

엄마를 가두고 있는 마음의 감옥.

그러나, 그 이상으로 장애인을 옥죄는 현실의 감옥.

1년에 한 번 외출하기가 이렇게 힘든 세상이지만, 그래도 다음에 한 번 더

엄마 마음에도 봄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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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타기

학교에 갈 때는 지하철을 탄다. 지하철은 갈아타는 시간이 길 뿐만 아니라, 풍경이 건조해서 답답할 때가 많다. 그래도 아침에는 여유를 부리기가 힘들다. 언제나 지각을 아슬아슬하게 면할 정도로 자기 때문이다. 아침 출근 시간 버스에 거는 기대는, 이길 확률이 없는 사기도박에 거는 기대나 마찬가지다. 그걸 알면서 번번히 기대를 건다. 출근길 만원버스가 미쳐서 휭휭 날아가는 상상을 한다. 학교까지 가는 수많은 버스노선의 조합을 한 번 씩은 다 거쳐보고 나서야 포기한다. 버스를.

 

반면 집으로 돌아올 땐 언제나 버스를 탄다. 버스를 타면 짧게는 20분에서 길게는 50분까지 더 걸린다. 그래도 버스를 타면 기분이 좋다. 오늘처럼 햇살이 밝게 비추는 날에는 학교 정문까지 걸어가는 길도 즐겁고,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먼 길도 즐겁다. 살짝 졸기도 하고, 음악도 듣고, 책도 읽으면서 휴식을 취한다. 가끔씩 정체가 심할 때는 사람구경하는 것도 재밌다.

 

학교 앞에서 버스를 타고 종로 1가까지 와서 갈아타는데 자리가 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 종로1가에서 갈아탈 때는 버스 출발역이기 때문에 항상 여유롭게 좋아하는 자리를 골라 앉을 수가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는 5명이 앉을 수 있는 제일 뒷자석 바로 앞 2인석. 앞쪽에 앉으면 항상 버글버글대는 사람들 신경쓰느라 맘 편히 쉬기가 어렵다.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아서 신경이 쓰인다. 난 항상 자리를 양보하지만 그건 내가 착해서가 아니라 이런 저런 신경을 쓰기가 싫기 때문이다. 가끔 잠에서 깼는데 앞에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서 있으면 괜히 뭔가 잘못한 거 같은 느낌을 받는다. 어쩔 때는 한참 동안 책을 읽느라 정신이 없는데 잠깐 눈을 쉬게 해주려고 고개를 들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바로 앞에 서 있는거다. 그것도 등이 굽으셔서. 뒷쪽에 앉으면 이런 상황을 접할 일이 거의 없다.

 

오늘 탄 버스 운전사 아저씨는 특이하게 직접 마이크를 들고 다음 내릴 정류장 안내방송을 했다. 그러다 6시가 가까워오자 아저씨는 라디오 클로징 멘트처럼 다소 긴 방송을 했다.  '오늘하루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집으로 가셔서 편하게 쉬십시오. 오늘 하루 쌓였던 스트레스는 잊고 조용한 저녁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버스 정차 후 손님이 내릴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드릴테니 서두르지 마시고 벨을 누른 후 버스가 완전히 정차할 때까지 자리에 앉아계십시오. 그리고 천천히 내리셔도 늦지 않습니다. 그럼 항상 밝고 즐거운 나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냥 괜히 기분이 좋아 배시시 웃었다. 이어폰을 빼고 아저씨 멘트를 끝까지 다 들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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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질러 보기로 했다.

어쩌다 변화가 필요할 때, 일단 질러보는 게 좋을 수도 있다.

 

자전거 사고 여름에 유럽으로 뜨기로 했다.

 

걱정도 많이 된다. 자전거 왕초보인데다가 계절학기 포기하고 졸업도 미룬거다.

 

과외 다 중단될 거고 빚도 져야 된다. 그래도 왜 굳이 지르겠냐고 묻는다면

 

"똥먹을래? 질러볼래?"

 

탈출구가 보이지 않을 땐 질러보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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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

 

 

조금 있다가 저녁 7시에 시험이다.

밤새 시험공부를 하고 나서 아침 6시에 잠들었다.

그리고 다시 12시에 일어났다.

조금 공부하다가 짜장면 먹고 잠시 쉴 겸 오랜만에 글을 남긴다.

과연 밤에 일찍 자고 시험 직전까지 몰아쳐 공부하는 게 좋은건지,

밤새 공부하고 시험 직전에 일어나서 들어가는 게 좋은건지 그런

쓸 때 없는 생각을 해봤다. 그래서인가? 요즘은 꿈에서도 숙제를 하고 있다.

 

 

요즘 난 학교 생활 진짜 열심히 하고 있다.

졸업에 대한 스트레스도 엄청다. 더 이상 미룰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는

생각이 너무 압도적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실 그런 것도 아니다.

졸업한도까지는 아직도 3학기나 더 남았는데, 서른이란 나이를 항상 의식하고

있기 때문인지, 빨리 학교를 떠나고 싶은 것인지, 다소, 답지 않게, 필사적이다.

묘하게, 살짝, 재미있고 흥분이 될 때도 있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

수학이 좋다는...ㅋㅋㅋ

 

자의반 타의반으로 다니는 학교지만 덕분에 여러 가지 변화도 생겼다.

아주 평범한 것이지만. 잠, 휴식, 사색, 공상, 간식, 편안한 잠자리, 안정적인 식사...

뭐 이런 것들이 참 좋아진다. 절실해진다.

감옥에 있을 땐 반대였다. 그 땐 지금과 같은 상황을 필요로 했다. 운동과 돈벌이와

공부가 삼각체제를 이룬 아주 빠듯한 생활.

그렇게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다양한 생활방식을 체험하고, 그 각각의 방식이 가지고 있는

장단점도 알고, 부재한 것들이 소중하다는 것도 알고, 그러면서 나에게 최적화된

생활패턴도 찾아내고...

사랑과 이별이 똑같이 필요하고, 휴식과 노동이 다같이 소중하듯.

시험이나 잘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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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엄

 

유시민이 청바지를 입고 국회에 등원했을 때,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가의 기강'과 '국회의원의 근엄성'이 땅에 떨어졌다고 한탄했다. 짐짓 근엄한 척 양복을 입고 똥폼을 잡고 있는 그들. 외견상 국민의 대표이고, 입법부의 구성원이며, 소위 국가적 모범이 되어야 할 그들은 음성적으로 세금 떼먹는 졸부고, 군대 기피하는 파렴치범이고, 식당집 주인은 막대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성폭력 범죄자다. 그렇다면 매번 그들을 대표로 뽑아주는 사람들은 또 뭔가?

 

'완전 똥밟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최연희 얼굴에 대고 한마디..

'너 밥 먹을래? 똥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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