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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04
    [일본2] 출발, 배를 타고 오사카로(2)
    칸나일파
  2. 2008/06/19
    [일본1] 장비 업그레이드(1)
    칸나일파
  3. 2008/06/18
    [서유럽8] 유럽 여행 정리
    칸나일파
  4. 2008/05/07
    [서유럽7] 유럽인의 생활 3
    칸나일파
  5. 2008/04/01
    1박 2일 거제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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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7/06/21
    [서유럽6] 유럽인의 생활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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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07/01/31
    [서유럽5] 유럽인의 생활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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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07/01/27
    [서유럽4] 자전거로 이동하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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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7/01/05
    [서유럽3] 떠나자(7)
    칸나일파
  10. 2006/09/25
    [서유럽2] 길은 또 여기서 시작되고..(4)
    칸나일파

[일본2] 출발, 배를 타고 오사카로

이번 일본 자전거 여행 일정은 대략 보름 정도였다. 그 가운데 실제 자전거로 이동하는 날은 대략 7~8일.
일단 부산까지 이동한 후 -> 오사카행 배를 타고 -> 도쿄까지는 자전거로 이동한 후-> 도쿄에서 대략 비비적대다가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단계별로 상세하게 서술해보자.


1. 서울->부산->오사카로 이동


자 전거 여행을 하다보면 자전거가 얼마나 강력한 이동수단인지 알게 된다. 사람의 몸으로 직접 움직이는 수단 가운데는 가장 빨라서 나중에 이동한 거리를 보면 자신이 놀랄 정도다. 그렇지만 자전거를 쓰지 않을 때는 자전거는 엄청 짐스럽다. 크기나 무게가 만만치 않아서 운송이 매우 불편하다. 그나마 자전거 전용 공간이 있는 유럽은 좀 낫지만 한국에서 자전거로 일상을 영위하기란 참으로 힘겨운 노릇이다. 그래도 길이 있는 곳에 뜻이 있다고 열심히 연구하고 몸으로 부대끼면 수많은 꼼수와 해법이 나온다. 자전거여행 초반이 가장 힘겨운 이유는 자전거를 여행 출발지까지 나르는 일이 만만치 않아서다. 유럽에 갈 때는 자전거를 해체해서 자전거 전용 박스에 포장한 후 밴을 불러서 공항까지 이동했다. 비행기 선적은 생각보다 쉬었다. 비행기는 대형화물도 문제없이 실어준다. 대한항공이 경우 1인당 20kg까지 문제없이 짐을 실어주는데 좋은 자전거는 무게가 10kg 안팎이다. 여행 짐까지 더 실을 수 있고 살짝 20kg이 넘어도 보통 다 봐준다.

이번에는 또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유럽 때와는 달리 일단 부산으로 간 뒤에 오사카까지 배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동경로가 복잡해진다.

집->지하철 5호선 까치산->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김포공항 터미널->비행기->김해공항->부산 국제선 여객터미널->팬스타 페리->오사카


이 동 과정마다 자전거와 짐을 어떻게 이동시킬지 미리 다 계획을 짜야 한다. 이 번에는 자전거 전용 가방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자전거를 해체한 뒤 패킹하고 페니어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지하철로 이동. 그야말로 살인적인 무게다. 같이 가는 친구 중에 힘이 좀 달리는 친구들은 무사히 공항까지 올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 예상대로 어깨가 조금 까지고 붉게 피멍이 들었다. 근데 더 짜증나는 건 자전거 가방을 G마켓에서 구입했는데 싼 게 비지떡이라고 바느질도 엉성하고 천도 약해서 금방 뜯어졌다. 정말 어찌저찌해서 공항까지 매고는 갔지만 죽을 맛이었다.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 역에 내려서 터미널까지 들어가는 길도 열라 길어서 피똥쌀 뻔했다. 항공 운송 시스템도 많이 좋아져서 자전거에 'fragile(깨지기 쉬운)'이란 딱지를 붙이고 조심스럽게 다뤄준다.

김 해공항에 무사히 도착. 여기서 또 부산 국제선 여객 터미널까지 가야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다들 너무 지친 상태라 밴을 불러서 이동. 자전거 3대와 3명 이동하는데 5만원 줬던 거 같다. 미리 계획한대로 일본가는 배편을 이용하려고 오사카행 티켓을 끊었다. 팬스타 크루즈 페리는 하루 한 번 오후 3시에 오사카로 출발한다.(물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배는 더 많다.) 유류세 포함해서 13만 7천원을 줬다. 그리고 자전거 운송이 문제인데 일반 화물은 8천원의 운송비를 받는데 자전거는 특수화물이라고 한 대당 4만원을 요구한다. 그런데 역시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친구들이 가만 있을리 없다. 해체해서 포장까지 해왔는데 그냥 싣고 가겠다고 우기다가 끝내는 해운사 직원까지 나와서 '망가져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고 그냥 8천원에 실었다. 참 대단한 애들이다~~ 경우에 따라 자전거가 한 때 뿐이거나 미니벨로같이 작은 자전거는 그냥 들고 타도 눈감아 준다는데 우리는 일행도 많고 짐도 많아서 짐을 내려놓고 휴식만 해도 사람들이 신기하다고 구경할 정도니...이건 내가 봐도 눈감아주기는 힘들고...적당히 쇼부보고 운송비 깍아주는 수준에서 그치려 했는데 나보다 더 강력한 친구가 하나 있어 기어이 끝을 본 것이다.

그렇 게 하루를 자고 다음날 오전에 오사카에 도착했다. 중간에 현해탄을 건너면서 검은 바다란 이름에 걸맞는단 느낌이 들었지만 크게 멀리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인지 그닥 흥분되지는 않았다.  눈에 보이는 풍경들도 비슷하고 오며가며 배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낯익고...그 만큼 일본과 한국은 문화적으로나 심리적으로도 거리가 많이 좁혀진 느낌이다. 맥주bar에서 한 병에 7~8천원이나 하는 아사히나 기린 맥주를 300엔(대략 3000원)에 뽑아먹으며 이 번 여행에서도 일본 맥주를 엄청 마셔대리라 다짐했다.

>> 역시 잠부터 자고 본다. 오사카가는 배 밖




>> 그리고 바로 술. 여행갈 때마다 맥주를 미친듯이 사마신다. 국내에서 먹는 거보다 훨씬 싸니까...

>> 오밤 중. 밤바다를 배경으로 장난도 쳐보고.



2.  오사카 도착 -> 오사카 시내 1박

오 사카에 도착하자마자 패킹한 자전거를 다시 풀러 조립에 들어간다. 2년전 유럽에 갈 때는 엄청 개고생을 했었는데 이제는 다들 조립이 능수능란한다. 역시 큰 일을 한 번 겪어야 제대로 배운다. 여행에 필요한 공구도 이미 다 갖추어진 상태라 무리없이 조립 완료. 게다가 자전거 장비들이 업그레이드 되고 무엇보다 패니어를 달아서 이동 준비 시간이 크게 단축되었다.
오사카는 일본에서도 꽤 큰 도시에 속한다는데 지금은 지역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도시가 많이 쇠퇴한 느낌을 준다.  첫 인상은 오래된 인천과 조금 비슷해서 항만을 끼고 있는 공업도시로 인식했다. 시내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달라지겠지만 오사카가 번화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드디어 자전거가 출발. 일상에 찌들었던 오감을 열어제끼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준비를 한다. 눈과 귀, 코와 잎, 팔다리를 비롯한 모든 신체기관이 일제히 새롭게 쏟아져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를 분석할 채비를 갖춘다. 보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남기기 위해 보이는 모든 것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울 준비를 한다.
지도를 샀다. 오사카에서 도쿄까지 가는 여러 가지 길을 두루 살핀후 대략적인 루트를 짜고 중간 중간 거점 역할을 할 캠핑장을 찾아본다. 대부분은 국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대략적인 루트를 짜는 건 어렵지 않으나 세밀하게 들어가면 고려할 사항이 많아진다. 일단 최대한 산지는 피해야 한다. 가는 길에 터널은 없는지도 살핀다. 자전거에게 터널은 공포의 대상이다. 자전거를 집어 삼킬 듯 소리는 크게 확대되고 갓길이 거의 없어 공간이 협소해진다. 습습한 느낌까지 더해 기분이 나빠지고 언덕이나 급커브길까지 끼고 있으면 위험도가 배가 된다. 그래서 최대한 터널은 피하고 싶다. 또 터널이 자주 나온다는 이야기는 고지대란 이야기니까 자전거를 타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캠핑장은 대부분 산을 끼고 있을테니 어쩔 수 없이 오르막을 자주 만나겠지만 최대한 편하고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지도를 보고 또 보게 된다.
이럭저럭 출발 준비는 다 끝난 거 같다. 가장 힘겨운 자전거 운송 시간도 끝났고..첫 날은 오사카에서 일박.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 일본에 도착. 정말 깔끔하다. 예상대로 자전거를 엄청 많이 사용한다. 그 만큼 자전거 타기도 좋다.



>> 익숙한 풍경. 편의점은 대부분 일본에서 들어왔다.


 

>> 준비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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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1] 장비 업그레이드

2005년 7월~8월 사이 자전거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해외 여행도 처음이었고 자전거 여행도 처음이었다. 첫 여행이긴 했으나 친구들의 도움 덕분에 그럭저럭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기간이 50일 가까이 되었기 때문에 초보 여행치고는 배운 게 제법 많았다.

그래도 첫 경험인 만큼 모자란 게 많았는데 나름대로 준비를 한다고 했으나 특히 장비 부족으로 고생이 심했다.
그 때 느꼈던 부족함, 아쉬움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일취월장, 업그레이드한 장비를 갖추고 일본에 갔다.

장거리 자전거 여행에서는 장비를 제대로 갖추는 게 제일 중요하다. 지난 번 여행에서는 장비가 어설퍼서 개고생 장난 아니었다. 다음에 자전거 여행 가면 제대로 준비하겠다고 두고 두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자전거보다 두 배는 비싼 장비를 새로 달고 자전거 여행을 가게 되었다. 제대로 취미생활하려면 돈지랄 이라더니 자전거보다 부속품이 더 비싼 황당한 시츄에이션이다.

당연히 여행 목적에 걸맞는 적절한 자전거를 사는 게 첫 단계다. 내가 가진 자전거는 아메리칸 이글사의 athene인데 비교적 바퀴가 얇은 편이기 때문에 자전거를 바꿀까 고민이 많았다. 유럽에서 펑크로도 모자라 뒷바퀴 휠 바퀴살 자체가 뽑힌 가슴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아래 사진을 자세히 보면 뒷바퀴 휠이 다르다. 18만원짜리 자전거가 10만원 짜리 휠을 달고 다니니...계속 이런 언발란스 시츄에이션 -.-;;) 그런데 돈이 없어서 자전거를 새로 사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이 자전거가 일본에서 한 번도 펑크가 안난 걸로 봐서 지난 유럽 여행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짐 관련 장비에 있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개인적인 생각에 가장 중요한 장비는 패니어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아래 첫 번째 사진은 유럽 여행 때 모습이고 두 번째 사진이 일본 여행 때 모습이다. 먼저 첫 번째 사진을 보자. 저렇게 여행가면 돈은 절약된다. 그러나 너무 위험하다. 일단 뒷바퀴에 무리가 너무 많이 간다. 6명의 자전거가 시도 때도 없이 교대로 뒷바퀴 펑크 사고를 일으킨다. 내 자전거는 아예 뒷바퀴 휠이 나갔다. 이게 다 지나치게 뒷바퀴에 무게가 몰려서 생기는 현상이다. 언덕을 올라갈 때도 훨씬 힘들다.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는 같이 간 친구 한 명이 뒷쪽으로 쏠린 무게중심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넘어갔다.(이게 말로 하니 그런가부다 하는데 당시는 정말 위험했다. 완전 예상 못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회전이 크거나 급정거를 하면 짐받이가 돌아간다. 자전거 균형을 잡기도 어렵고 한 번 넘어지면 수습하기도 힘들다. 매번 짐을 쌓았다 푸는 일도 장난 아니어서 짐싸다가 날다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 유럽 여행 당시 자전거. 참 대책없이 갔다.


두 번째 사진을 보자. 우선 앞바퀴, 뒷바퀴에 랙(자전거 전용 가방=패니어를 달기 위한 뼈대)을 달았다. 그리고 앞뒤 패니어를 달았다. 가방이 총 4개다. 일단 저전거가 안정감이 있다. 앞바퀴 뒷바퀴로 적절히 무게가 분배되니까 자전거가 쏠리거나 짐받이가 돌아가는 일이 없다. 그리고 펑크도 거의 없었다. 패니어는 짐이 매우 낮게 달리기 때문에 무게중심이 낮아져 안정감이 높다.


>> 함께 여행간 친구  날맹의 자전거. 나와 똑같은 장비를 장착했다.


>> 18만원 짜리 자전거 athene. 가격대 성능비 몹시 좋다. 앞바퀴 랙을 달았다.  



 >> 뒷바퀴 랙. 앞뒤바퀴 랙과 패니어 4개를 합쳐 총 30만원이 넘었다.


 

랙과 패니어 덕분에 수납공간은 넉넉하면서도 안정성은 훨씬 높아졌다.


휴....오늘은 여기까지...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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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8] 유럽 여행 정리

이렇게 급(??)마무리 하려던 여행 계획이 아니었는데...늘 시작은 거창하고 끝은 개판이듯...지루함과 게으름을 핑계로 하루 하루 미루다가...보석처럼 빛나던 여행의 느낌은 점점 희미해지고 이젠 팩트조차 가물가물. 오래된 파피루스 문서처럼 살살 기억을 되살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시점. 그래서 지금 끝내야 한다는 조바심.

마무리는 해야겠고, 왜냐면 마무리 없는 연재란 이상하게 찜찜하고, 숱하게 만들었다 없애버린 포털 싸이트 아이디와 미니홈피와 이메일을 생각하면, 이젠 기록 했다가 뭉텅이로 버리는 일은 그만 하겠다고, 천 년 만 년 진보넷 블로그를 쓰겠다고 마음먹었잖아.

그래도 다행인 게 여행 중 일기를 엄청 많이 써두었다. 그 내용을 토대로 이제 마무리를 해보려고..
그냥 순서 없이 전체적인 느낌을 살리는 수준으로....

1. 역시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 건 고생했던 기억들이다. 매일 간헐적으로 내리는 비에 젖어 제대로 말리지도 못했던 텐트가 뿜어내던 꼬랑내. 습습한 옷, 습습한 잠자리, 습습한 이불...  '다음에 자전거 여행가면 어떤 천재지변과 인재도 견뎌낼 수 있을 만큼 준비를 철저히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 준비란 게 대부분 장비 문제다. 그 때 고생했던 경험했던 결과가 일본 여행에 반영되어 장비면에서는 엄청나게 발전했다.(이건 일본 자전거 여행에 쓰자) 그러나 여전히 비에 대한 대비는 불만족스럽다. 비가 온다고 무작정 쉴 수는 없다. 변화무쌍한 날씨에 완벽하게 대처하려면 옷을 잘 골라야 하는데...먹는 건 그냥 저냥 좋았다. 대형마트에서 골라먹는 싸구려 인스턴트 음식도 다양하게 차려 놓으면 늘 신난다.

2. 인간관계. 여럿이 가는 자전거 여행은 끊임없이 관계에 대한 고민을 놓을 수가 없다. 처음엔 호흡이 맞지 않아 이런 저런 작은 일들이 있었는데 차츰...뭐랄까...서로 조금씩 나서거니 물러서거니 하면서 나름 호흡을 맞췄던 거 같다. 어느 정도 역할 분담도 이루어지고. 이 번 일본여행에서는 한 발 물러서서 관찰하는 태도를 너무 대놓고 유지하다보니 심적으로는 편했는데 좀 여행이 맥아리 없다는 느낌도 받았다. 고생한 만큼 얻는 것도 많지만 자꾸 편해지고 싶었다. 다음 자전거 여행은 좀 더 단촐하게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닥치면 또 모르겠지만....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어지간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그래서 언어 문제가 수월한 국내 자전거여행을 1, 2년 안에 시도할 생각이다.

3. 일본 여행과 비교하자면 자연, 사람, 풍경, 감성, 교훈, 고민 등등 그 모든 게 유럽에서 훨씬 강력했다. 물론 여행 날짜가 훨씬 길어서 단순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일본에서는 상대적으로 신선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새로운 공기가 아니라 뭔가 익숙한 공기. 물론 친구들 선물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보고, 먹고, 살 때마다 기분이 좋았지만 그게 자전거 여행의 목적은 아닌 거 같다.

4. 유럽인의 생각을 읽고 싶었다. 그렇게 많이 읽어내지는 못했지만 내 삶에도 여러 모로 자극이 되었다. 6시면 문 닫는 대형마트들, 너무나 깨끗했던 독일 캠핑장, 그에 대비되는 너무나 시끌벅적 지저분한 암스테르담 캠핑장, 자기 앞마당에 텐트를 치게 했던 친절한 벨기에 부부, 한국을 이슬람국가로 생각해서 오리엔탈리즘이란 말을 실감케했던 사람, 연신 '곤니찌와'와 '니하오'를 외쳤던 사람들, 유일하게 한국어 팜플렛이 전시되어 있었던 루브르 박물관, 그리고 그 팜플렛에 박힌 삼성 로고... 순간 순간에 대처하는 그들의 감정과 느낌, 편견과 지혜. 그 모든 걸 읽어내고 싶었지만 앞으로는 여행에서 그런 걸 기대하지는 않을 거 같다.

첫 여행이라 너무 설레였고 그 만큼 달려들고 싶었고 어설퍼서 힘들었지만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 그런 여행이었다. 결과적으로내게 남은 성과 하나를 말하자면 세상은 넓다는 걸 알았고  그 세상 속에 나도 함께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일상적으로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는 사실.

안녕. 언제 또 그곳에 가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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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7] 유럽인의 생활 3

대체 이 유럽 자전거 여행 기록은 언제적 이야기란 말인가?
이 기록은 일찍이 끝났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2년전 기록들이 끝나기도 전에 일본으로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다. 마음이 급해진다. 이젠 이 글을 마무리짓는 게 숙제처럼 느껴지는 단계에 이르렀다. 일본 수기를 쓰기 위해 서둘러 유럽 수기를 끝내기로 결심을 한다. 과연 결심은 결실을 맺을 것인가?


관광, 여가 문화

오늘 쓰고 싶은 이야기는 관광이나 여가 문화에 관한 것이다.
유럽 여행 도중에 가장 많이 생각했던 주제 중에 하나였다.

1.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 것인가?

이 주제는 나날이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주제인데...
잘 먹고 잘 사는 게 관심사인 이 땅에서도 삶의 질과 연관된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매일 같이 인터넷이나 뒤적이며 시간을 보내는 내 모습에서 오타쿠나 히끼코모리를 연상시키지
않을 수 없었고, 유럽 여행의 에너지를 받는다면 다르게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그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게 또 상당 부분 돈과 연결이 된다.
가령 나는 테니스를 배우고 싶었다. 근데 테니스 라켓이 꽤나 비싸다.
라켓을 산다 치자. 동네에 테니스장이 없다.
그나마 요즘은 아파트 땜시 테니스장이 많이 생겼는데 아파트 테니스장은 상당히 배타적이다.
쓸만한 테니스장을 찾으면 또 높은 사용료를 내야 한다. 결국 모든 게 돈으로 연결된다.
이런 식으로 또 포기하고 만다.

공간이 많지 않은 서울에서는 그나마 농구가 공간 대비 효율이 높은 운동이다.
3:3 농구는 전형적인 도시 스타일 운동이다.
농구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이거라도 자주 하고 싶은데 30대를 넘어서면
농구를 함께할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나마 아랫집에 자주 나갈 때는 사랑방이나
문화연대 사람들 꼬셔서 종종 했었는데 이즈음은 이마저도....
조만간 다시 농구모임을 부활시켜 보리라 생각 중이다.



2.

한국은 인구수에 비해 올림픽에서 매달을 많이 딴다. 어릴 때는 그게 겁나 자랑스러웠다.
월드컵 4강 때는 이미 예전의 내가 아니어서 전혀 자랑스럽지 않았고,
자신은 한 번도 즐기지 못하면서 남이 메달따는 걸 뭐 그리 좋아할까하는 생각만 든다.
스포츠 강국이란 말 정말 듣기 지겹다.
늘 '개인기록보다는 팀의 승리가 우선이다.' 거나 '최선을 다해서 국민들에게 보답하겠다.' 식의 멘트는
짜증스럽다. 예전 시카고 불스에서 개망나니로 유명했던 로드맨이나 맨유의 잘난척쟁이 호날두 정도는
아니어도 나는 제 멋대로 사는 스포츠 스타가 나왔으면 좋겠다.
누구도 자기 이야기를 안하고 늘 대의를 떠든다. 가족을 위해, 팀을 위해, 학교를 위해, 국가를 위해...
대체 나를 위해서는 뭘 할건데??
스포츠 강국이란 말 재미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스포츠가 별로 없는 게 비극이다.

네덜란드나 독일 북부를 여행할 때 길가에 수많은 사라포바를 보며 마냥 기분이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기분이 무척 좋기는 했다.-.-;;)
그 사라포바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한국형 미녀들은 삐쩍 곯은 인형같은데 유럽형 미녀들은 건강미가 넘친다. 물론 썬크림을 잘 안발라서
그런지 몰라도 기미, 주근깨가 좀 많은 것 같아 보였다.
캠핑장에 가면 여러 가지 부대 시설이 많은데 어른들과 꼬맹이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면서
또 익숙한 풍경이 떠올랐다. 아저씨들은 족구하고 아녀자들은 삼겹살을 굽는 한국의 피서 풍경을.
또 밤이면 밤마다 미친듯이 술을 푸며 운동이라고는 오로지 손목운동(고스톱) 만 하는 엠티를.

이런 게 한국식 여가다. 조금 의지를 갖고 운동을 해보려는 사람은 죄다 헬스나 스쿼시다.
역시 또 돈이 문제다.


3.

관광지에 대한 인상은 훨씬 강했다.
라인강을 따라 달리면 코블렌츠로 가는 길에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그 중 로렐라이 언덕이 가장 유명한데,
로렐라이라는 처녀가 신의없는 연인에게 절망하여 바다에 몸을 던진 후 아름다운 목소리로 뱃사람을 유혹하여 조난시키는 반인반조(半人半鳥)의 바다 요정으로 변했다는 전설이 얽혀 있다.


>> 코블렌츠. 모젤강과 라인강이 만나 멋진 풍경을 연출

예쁜 것도 예쁜 거지만 로렐라이 언덕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유는 딴 데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임에도 인위적인 건축물이나 상점이 거의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 유명한 관광지의 운명은 어떠한가?
좋다는 절 입구에는 수많은 술집과 음식점이 파다하다. 계곡마다 고기굽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꽃구경을 가면 닭꼬치 익는 냄새가 꽃향기를 집어 삼킨다.
온갖 숙박시설, 네온사인 찬란한 러브 모텔, 노래방, 식당, 게임방, 대형 마트 등등 정신이 없다.
멀리서보면 건물들에 가려 관광지는 초근접 전까지 잘 보이지도 않는다.
한국에서 관광은 곧 개발을 의미한다. 물론 개발도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개발은 최소한으로 자제하는 게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자연을 아름답게 하는 건 그 곳에서 일상을 가꾸며 살아온 사람들과의 조화다.
로렐라이 언덕에서 여전히 농사를 지으며 사는 사람들이 있어 그 언덕은 여전히 살아 있다.
제주도 개발한다고 해녀들 죄다 사라지면 돈 주고 사람들 고용해서 관광지에 해녀 복장 입혀다가
풀어놓는 게 한국식 관광정책이다. (공익들 불쌍해.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 때는 수염 달고 꾸벅 꾸벅 조는 애들도 봤다.) 그나마 남은 곳들이라도 그냥 냅두길....그게 최고의 관광정책이다.

유럽이 아름다운 이유는 수 많은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사람이 어울려 있기 때문이다.
세느강 자체가 한강보다 아름다운 건 아니다.
한강은 대도시를 흐르는 강 중에서 길이나 폭이 매우 큰 편이다.
문제는 풍경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의 결합이다.
한강 주변은 온통 강변도로와 아파트로 가득차 있다.
세느강 주변에는 고풍스런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고 수 많은 사람들이 세느강변에서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낸다.

역사와 문화가 축적되지 않는 이상 한강에 졸라 멋있는 분수를 만들고 인공섬을 띄운다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 예쁜 집들이 많다. 집집마다 꽃도 참 많다. 여행 갈 때마다 꽃을 키워보자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는데 집이 반지하라 별 의욕이 안 생긴다.


>> 라인강변을 따라 달리는 길. 로렐라이 언덕 근처



>> 라인강을 따라 가다가 길을 건너기 위해 배를 기다리고 있다. 라인강변에는 다리가 거의 없는데 이것도 환경을 생각해서 그런 것인지 궁금했다.



>> 오래된 고성(古城)을 개조해서 유스호스텔로 쓰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 성에 오르는 유일한 수단은 리프트. 저 가는 외줄에 모든 걸 맡기고 대롱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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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거제도 여행

국내 여행은 바다, 아니면 산이다. 바다와 산이 동시에 있다면 더 좋다. 이 둘이 극적으로 만나 장관을 이루는 곳이 섬이다. 그래서 국내여행을 한다면 꼭 섬에 가보고 싶었다. 그 중에서도 남쪽 바다는 물빛이 이국적이라 늘 한 번은 가보리라 마음먹었던 한려수도. 그 중에 거제도를 다녀왔다.



>> 거제도 해금강. 바다 위에 떠 있는 금강산이란 의미란다. 이뿐 바위가 많아서 그렇다는데...

처음 가는 곳이기도 하고 서울에서는 꽤나 멀어서 교통편을 이래저래 엄청 알아봤다.
확실히 자가용이 없으면 빠르게 이동하기는 무지 불편하다. 그걸 즐기기엔 아직 내공이 조금 부족하다.
거제에는 시내버스가 많이 없는데다(섬이고 주민수도 많지 않으니 당연하다. 관광객이 몰리는 7~8월에만 차도 증편) 싸이트마다 정보도 제각각이어서 일정을 널럴하게 짰다.

우선 남부터미널에서 2만원 주고 통영가는 버스를 탔다. 이게 요금이 가장 쌌다. 거제로 바로 들어가는 버스도 있었다. 거제도 내에는 고현, 장승포 두 군데나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었는데 문제는 거기서 시내버스를 타고 다시 이동해야 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그냥 정보가 가장 많고 안전해 보이는 통영행을 선택했다. 부산으로 간 다음 배를 타고 들어가도 되는데 교통비가 많이 든다. KTX는 버스보다 2배이상 비싸서 포기.

4시간 30분 정도 걸려 통영 도착. 그 다음 1시간마다 한 대씩 있는 해금강가는 버스를 탔다. 시간이 딱딱 잘 맞았다. 1시간 정도 더 걸려서 해금강에 도착.


>> 드뎌 해금강 도착. 아웃도어 상품으로 익숙한 lafuma광고가 보여....


>> 동백꽃이 피었다. 화려한 느낌은 아니다. 색깔이 붉은 작은 무궁화같다. 투박한 느낌.

오전 10시쯤 출발해서 해금강에 도착하니 얼추 4시 정도. 걸어서 가까운 곳에 있는 도장포로 향했다. 홍보효과를 노린건지 도장포를 한국의 나폴리로 부른다는 홍보문구를 봤었다. 나폴리를 안 가봐서 비교 불능.
>> 도장포 마을 전경. 이게 전부다. 더 없다. 사진으로 보면 그럴싸한데 막상 가보면 감동은 딱 3초 정도.


>> 도장포 마을에 있는 바람의 언덕. 드라마 찍으면서 유명해졌다는데 이름에 걸맞게 바람 정말 많이 분다. 오랜 못 있었다. 봄이 오는 이 맘때쯤 가장 바람에 세다고 한다.


바람맞고 나서 도장포에서 그냥 잤다. 매점이랑 식당이 몇 군데 있고 민박도 있다. 우리는 그냥 펜션(말이 펜션이지 그냥 모텔이다)에서 잤는데 4만원 받더라. 민박은 3만원 받는다고 한다. 비수기 가격은 대충 전국 평균.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도장포 유람선 선착장에 전화를 했다. 어제는 파도가 심해서 배가 안 떴다며... 오늘은 어제보다 파도가 잠잠할 거 같긴한데 아직은 금지가 안 풀렸다는 안내. 강한 경상도 억양으로 곧 배가 뜰 수 있을 거 같으니 연락을 주겠다고 한다. 거제도에만 유람선이 6군데에서 뜬다고 한다. 뭐 코스는 대충 비슷비슷하다. 그런데 파도가 심한 날은 배가 못 뜬다고 한다.(당연한 말씀이지..) 그리고 비수기 때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일정수가 모여야 배가 뜬다. 그래서 배가 뜰 때쯤 손님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돌려서 시간을 알려주고 있었다.

줸장~~연락을 주겠다더니 계속 연락없이 아침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파도가 심해서 영 글렀나부다 했더니 이게 웬일. 펜션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유람선이 막 항구를 떠나고 있는게 아닌가? 다음 배를 기다리려면 최소 2시간. 그나마도 파도가 심해지면 또 배가 안 뜬다. 그냥 가만 있을 리 있나... 바로 전화해서 왜 연락을 주겠다더니 연락도 안주고 배가 떠나냐고 따졌다. 그랬더니 어디냐고 묻는다. 바로 코 앞 펜션에 있다고 했더니 언능 내려오란다. ㅋㅋㅋㅋ...그리하여 떠난 배를 다시 항구로 돌려 유람선을 탔다. 배 타는데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죄송합니다 두 번하고 조용히 앉았다. ㅋㅋㅋ

그래서 도착한 곳은 역시 드라마 <겨울연가>로 유명해졌다는 외도...
돈 많은 사람이 아예 섬을 통째로 사서 정원으로 꾸몄고 그걸 공원으로 허가내줘서 90년대 후반부터 정식 개장했단다. 입장료가 8천원이니까....한 해 100만명이 더 온다니까....완전 날로 돈방석에 앉았군. 입장료 수입만 얼마나 벌까하는 생각이 여행 내내 떠나질 않는다. ㅋㅋㅋ



>> 겨울연가 덕분에 간간히 일본인 관광객들도 보였다.


>> 국적불명의 정원. 이국적 요소를 곳곳에 끌어다 섬 전체를 정원으로 만들었는데 제법 완성도가 있다. 다 떠나서 봄이 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날도 맑고 따뜻해서 더 좋았다. 여기는 또 한국의 하와이라고 소개하더라. 연결짓기가 유행인가?


>> 여기저기서 본 게 많은 모양이야...처음부터 돈 벌 목적이었던 게 아닐까?? 유럽여행 때 보았던 낯익은 장면들이 들어 있다.


>> 대략 이런 식이다. 섬 전체를 계단식으로 구성해서 거대한 정원을 꾸며놓았다. 나름 구역별로 테마도 정해두었다. 아무리 생각해도....상업용...그럴 수 있다는 게 부러워....


>> 대략 이런 식으로 생겼다. 1시간 쯤 걸린다.ㅣ


원래 유람선이 코스가 여러 가지 있는데  사람들이 적으니까 한 코스로 몰았다. 날씨가 좋으면 해금강에 위치한 바위도 여기 저기 보고 온다는데 이 날은 외도만 들르고 도장포로 돌아왔다. 중간에 외도 들러서 요금 따로 낸 8천원을 합하면 2만 3천원 소요.

그리고 소매물도로 가려고 대중교통편을 알아봤다. 역시 버스는 대충 1시간에 한 대 정도. 그런데 유람선을 같이 탔던 친절한 부부가 자기들도 소매물도 가는 길이라 차를 태워줬다. ㅋㅋㅋㅋ 이런...가는 곳마다 대박 행운이. 그래서 죽변항까지 차 빌려타고 갔다. 차 안에서 같이 노가리 까주는 센쑤도 잊지 않고.

저구항에서 소매물도 가는 배를 탔다. 왕복 1만 8천원. 휴....경비 대부분이 버스값, 배값이다. 나머지는 다 몸으로 때우니까 괜찮았다.


>> 소매물도 전경. 여긴 최근에 알려진 곳이라 그런지 닉네임이 없다. 학교가 폐교된 걸 보면 아이들은 없는 모양이고 살고 있는 가구수도 눈에 보이는 게 전부다. 새롭게 짓고 있는 펜션이 가장 먼저 눈에 띤다. 개발로 인한 이익은 누구에게 갈까? 돈만 벌어가는 외지인들을 바라보는 섬사람들의 시선은 어떤 것일까? 괜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매물도가 유명해진 건 등대섬과 붙어 있기 때문. 간조 때면 등대섬과 소매물도를 잇는 길이 연결된다. 몽돌(둥글둥글 돌이 둥근 게 이 동네 특징인가부다. 몽돌 해수욕장도 있었다.)이 깔린 그 길을 따라 등대 찍고 오는 게 이 섬의 유일한 코스다. 왕복 1시간 30분~2시간 정도 소요.
>> 폐교. 입구가 막혀 있다. 괜히 짠하다.


>> 멀리 등대가 보인다.



>> 물이 빠진 이 길로 등대섬에 다녀왔다.

이러고 나니 오후 4시. 다시 배를 타고 저구항에 내렸다. 운이 좋아 예상 코스를 모두 소화했다. 저구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통영으로. 다시 버스를 타고 서울로. 우....피곤하다.


 
>> 여기까지 읽어준 사람들을 위한 보너스. 정규 방송 마지막에 '동해물과 백두산이~' 배경 화면으로 나올 것 같은 풍경이 여기 저기....거제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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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6] 유럽인의 생활 2

[여행기록4] 유럽인의 생활 2

 

교통편

 

사람들은 여행에서 특별한 걸 기대한다. 화려한 축제나 이벤트 같은 것들.

유명한 관광명소나 경치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

다 좋다. 그리고 여행을 다니다 보면 그런 곳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이왕 온 거 볼 건 다 봐야한다. 파리에 가서 에펠탑 안 가볼 수 없고(그냥 크기만 하다)

벨기에가서 수제 초콜릿 안 먹어볼 수 없다.

그렇지만 역시 사람들의 일상을 보면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운다.

사람들의 일상에는 삶의 철학이 있다.

무엇 하나 고민없이 이루어진 삶의 양식은 없다.

그래서 마냥 신기하고 재밌다.

 

>>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가장 많은 것을 느낀다. 독일에서 본 위로 매달린 전철(??)

 

한국의 일상과 너무나도 달라 생각할 게 많았는데 그 중 하나가

교통수단을 대하는 태도다. 어릴  때 할리우드 영화를 너무 많이

보고 커서 그런지 나는 도시하면 뉴욕처럼 번화하고

엄청 키 큰 빌딩이 즐비하며 최소 왕복 8차선을 가득 매운 자동차에서

패스트 푸드로 끼니를 때우는 장면을 떠올렸다.

그리고 서울은 아직 모자라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유럽에는 차가 그리 많지 않다.

얼마 전 수리논술 시간에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도표를

보고 알게 되었는데 한국은 도로 길이에 비해 면적이 굉장히 넓다.

그래서 길이만 두고 보면 도로가 부족한 듯 보이는데 실제로는

엄청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평균 자동차 이용시간이

왠만한 선진국을 앞찔러 심지어 동네 앞 슈퍼도 차를 몰고 간다는

미국을 앞찔렀다.

물론 단순 비교는 여러가지 오해를 낳는다.

일단 한국인들은 기본 직장이나 학교가 너무 멀다.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가 지나치게 비대하다. 암스테르담은 내가 살고 있는 성북구보다

더 작아보였고 파리는 구 서너개 정도 합쳐 놓은 크기다.

반면 서울은 끝에서 끝까지 차로도 2시간이 걸리는 매머드 도시다.

게다가 살인적인 교통 체증. 후~~ 파리에서 자전거로 이동한다니

그쪽 사람들이 너무 위험하다고 걱정했으나...서울에 단련된 우리는

가볍게 웃어넘겼다. 그렇다.

세상이 우리를 강하고 독하게 만든다. 나날이.

유럽에서는 자전거에만 의존해도 충분한 도시구조가 갖춰져 있다.

동네에서 장보고 동네에서 약속 잡고. 그런데 또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야 도시 구조도 바뀔 거 같다. 아무튼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조금씩 바꼈으면 좋겠다.

 

 

 

일단 도시를 벗어나면 왠만한 곳은 전부 차도가 왕복 2차선 정도고

자전거 도로가 나란히 나 있다. 그리고 다양한 교통수단을 접할 수 있었다.

선로를 따라 달리는 버스 트램도 봤고 독일에서는 공중에 매달려 가는

전철도 봤다. (위 사진) 자전거 칸이 따로 마련된 기차. 다리를 최대한 적게

만들기 위해 라인강을 수시로 넘나드는 배들.

벨기에에서는 배가 지나갈 때마다 다리가 90도 회전해서 공간을 열어주는 모습도 봤다.

 

 

 

>> 배가 지나가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다리가 90도 회전하고 있다.

자세히 보면 멈춰 서 있는 자동차 앞으로 다리가 끊어진 듯 보인다.

 

 

서유럽 지역은 국경 개념이 별로 없어서 국경을 넘나드는 기차가 많았는데

자전거 여행  때문에 기차를 많이 타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나중에 여행가면

기차로만 돌아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기차편만 해도 다양한 상품이 있어

조금 헷갈리긴 하겠지만.  

 

>>기차마다 자전거 전용칸이 마련되어 있다.

가끔은 없는 기차도 있어서 미리 알아봐야 한다. 요금 체계도 제각각.

자전거에 별도의 비용이 부가되기도 한다. 그래도 자전거가 많아지니 장소가 무척 비좁다.

 

 

서울시장 자리는 대선으로 가는 지름길처럼 인식되는 요즘, 교통/주거/교육

셋 중 하나만  잡아도 대박난다는 말이 있다. 그 만큼 서울은 사람이 살기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운 도시같다. 삶의 방식이란 여러 가지 환경에 대처하며

형성되는 것이니 우열을 가리는 것 자체가 멍청한 짓이지만 여러 가지

즐거운 상상은 좀 해보면 좋을 듯하다.  무엇보다 서울에도 자전거 도로가

늘어서 안전하게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참 좋겠다.

 

 



오늘도 계속되는 사진 감상. 아무 이유 없어~~

 

>> 자전거 종류 오지게 많다. 짐받이도 다양해서 애들 앞뒤로 둘 태우고 다니는 자전거도

여럿 봤다. 거의 마차 수준의 짐 칸을 연결한 자전거도 있다. 

 

 

>> 동네마다 성당, 교회가 정말 많다. 급격한 삶의 단절이 없었던 만큼, 유서 깊은 건물도

참 많이 남아 있다.

 

>>네덜란드의 상징 풍차. 주요 도시만 돌아서 그런지 별로 못봤다. 구름이 꼭 합성 사진같다. Art!!~

 

 

>> 운하의 도시 암스테르담. 곳곳에 자전거가 보인다.

 

 

>> 상점이었던가? 항구도시 델프스 하븐.

 

 

벨기에. 안트베르펜인가?? 브뤼헤?? 1년이 다 지나가니 기억이 가물가물

 

 

>> 분위기 만점 가로등. 배경으로 깔린 파란 하늘 참 이쁘다.

 

 

>> 파리에서 봤던 한식당. 중식/일식집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한식집은 드물다.

 

 

>> 루브르 박물관 입구에 있는 삼각 피라미드. 소설 다빈치 코드가 떠올랐다.

 

 

>> 신호등에 사람과 함께 자전거도 건너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

 

 

>> 기차 안에서 식사 해결. 얼굴이 생생한 것을 보니 분명 여행 초반이다.

 

 

>> 독일 마인츠. 마을 한복판. 차도가 없고 보도블럭이 깔려 있다.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동심원 구조의 마을을 연상시킨다.

 

 

>> 라인강을 따라 달리다 아름다운 곳에서 잠시 휴식

 

 

>> 아침해가 떴습니다. 정신이 없다. 어리버리~~

 

 

>> 캠핑장에서 여유롭게 아침을 먹는 사람들. 독일 어느 캠핑장이었는데 텐트가 별로 없고

대부분 캠핑카를 사용한다. 캠핑장 분위기도 나라 마다 달랐는데 독일은 정말 조용했다.

 

 

>> 기어이 이 사진을 공개해야만 했을까? 고소공포증이 심한 오리. 표정이 ~~ 미안하다 오리야!!

 

 

>>하루 일과를 마치고 캠핑장으로 돌아가는 길. 가방 몰아주기에서 졌다.

 

 

>> 잠시 휴식중. 처음 보는 신기한 동물.

 

 

>> 쓰레기통을 뜀틀 삼아...뭐든 놀이기구가 된다.

 

 

>> 짜잔~~10점 만점

 

 

>> 또 논다. 따라하다가...

 

 

>>결국 이꼴났다. 잔인한 폭력의 현장... 저 가학의 웃음이 정녕 내 것이란 말인가...

오늘 공개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왜 이리 자꾸.... 겁난다.

 

 

>> 오늘 블로그질은 여기까지. 이제 자야할 시간...

 

 

>> 니들도 자란 말이야~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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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5] 유럽인의 생활 1

[여행기록3] 유럽인의 생활 1

 

3-1 집

 

>> 첫 발을 내디딘 곳. 독일 마인츠. 낯선 동네 풍경은 어디나 그림같다.

 

프랑크 푸르트 공항에 내려서 처음 도착한 곳은 마인츠. 독일 북서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라인강을 끼고 있다. 평화운동가들이 처음으로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준 곳이기도 하다. 처음 마인츠에 들어서서 느꼈던 생각은 마을이 참 이쁘다는 것과 마을 구조가 사람살이 위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아파트와 빌딩, 그리고 왕복 8차선을 가득 매운 자동차로 가득한 한국의 도시 구조와는 사뭇 다른 느낌.

아파트를 좀처럼 찾기 힘들고 높은 건물도 별로 없다. 물론 큰 도시로 갈수록 높은 건물이 많이 보이지만 그래도 서울이나 뉴욕 도쿄와 같은 풍경은 아니다. 파리에서는 옛모습을 보존하고 난개발을 막으려고 건축물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유럽에서는 대개 파리와 사정이 비슷했다. (김혜수 나오는 광고, '유러피안 라이프 신도 브레뉴 아파트'라는 멘트는 완전 뻥이다. 유러피안 라이프에 아프트는 없다.) 아파트 대신 옛스런 건물들이 즐비하다. 대개는 최근에 새로 지은 것들이라는데 여전히 이전 건축 양식을 사용한다는 뜻. 초코파이 한 상자 사면 들어있던 그 종이 모형 건축물. 정말 벽면이 굴곡없이 반듯하고 지붕 꼭대기가 성처럼 생긴 이쁜 집들이 즐비하다. (유럽인들이 한국 전통 가옥을 봐도 비슷한 느낌을 받겠지. 낯선 것은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 초코파이 상자에 들어있을 듯한 건물들.

 

유럽이라고 이유없이 좋은 게 아니라, 고층 건물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다는 게 부러운거다. 새 것과 옛 것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여유로운 삶의 방식을 존중하며 돈보다 사람을 생각할 줄 안다는 게 부러운거다.(그래도 그들이 누구 덕분에 그렇게 여유롭게 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집을 미친듯이 지어도 내 집이 없고 집과 땅이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한 현실, 어디를 봐도 무미건조하게 생긴 건물로 가득해 하늘도 잘 보이지 않는 이런 현실이 지겨운거다.

 

>> 이쁜 집. 꽃이 많다. 개성있게 이것 저것 꾸며 놓은 집들이 많다.

 

3-2 마을 구조

 

중학교 사회 시간. 교회를 중심으로 동심원 구조를 이루고 있는 중세 봉건사회의 이미지. 그 이미지가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마을 중심에는 어김없이 성당(교회)이 자리잡고 있다. 마을에 따라서는 민중의 저항을 상징하던 공회당이 있다. 물론 왕권을 상징하던 갖가지 조형물도 여기 저기 눈에 띤다. 그리고 여지없이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이 있다. 한국처럼 급격한 마구잡이 신축물 건축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마을 곳곳에 역사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그러고 보면 남대문이나 동대문은 참 엽기다. 문만 달랑 있으니...이 역시 역사의 일부이니 우열을 평가할 문제는 전혀 아니다.) 시내 중심부엔 각종 상점과 레스토랑이 줄지어 있는데 차가 아예 지나다니지 못 하는 곳이 많다. 바닥은 벽돌이 깔려 있는 경우가 많고 차도는 아예 깔려 있지도 않다. 도로가 먼저 놓이고 상점이 들어서면 시가지가 형성되는 한국과 마을의 형성 과정 및 구조가 많이 다르다. 심지어 시내 중심부에서는 자전거도 못 타는 마을이 있다. 그걸 모르고 자전거로 이동하다 항의를 들은 적이 몇 번 있다. 사람들은 대개 걸어다닌다. 마을 자체가 작고 비슷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서 왠만한 볼 일은 자전거로 다 해결된다.

 

>> 어디에서나 성당(교회)를 쉽게 볼 수 있다. 종교적 영향력이 막대한 사회임을 짐작케한다. 성모 마리아를 연출하고 있는 사람. 퍼포먼스로 돈을 받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3-3 상점

 

상점은 어디나 저녁 6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24시간 편의점 즐비한 한국, 일본하고 완전 딴판이다. 해지면 아무 것도 못 산다. 레스토랑만 빼고 죄다 문을 닫는다. 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레스토랑이나 술집으로 모여든다. 밤9시 넘도록 지지 않는 태양. 햇볕을 즐기려고 나온 사람들로 레스토랑은 시끌벅적하다. 사람들은 대개 건물 밖에서 식사와 술을 즐긴다. 쫓기듯 밥을 해치우고 2차로 달려가는 한국과 달리 느긋하게 한 곳에서 수다를 떤다. 거리는 금새 식사와 술을 즐기며 떠드는 사람들로 가득찬다. 거리 여기저기 공연을 하고 돈을 받아가는 악사들이 보인다. 레스토랑 가격은 싸지 않다. 아무리 싼 음식도 기본 10유로를 넘긴다. 그런데 한국의 술집과 커피숍 역할을 함께하고 있으니 저녁 시간을 고스란히 즐기기엔 무리가 없어 보인다.(그래도 우리에겐 엄청난 부담이다. 남에게 얻어먹을 때 말고는 거의 간 적이 없다.) 특이한 것은 건물 외부에 차양이 없다는 것. 수시로 내리는 비를 피할 때가 없다. 사람들은 짓궃은 날씨에 대비해 우비를 들고 다니거나 방수가 되는 잠바를 입고 있기도.

 

>> 사람을 기다리는 레스토랑. 식사시간이 되면 사람들로 가득하다.

 

또 하나 다른 모습은 유명 브랜드를 파는 상점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 유럽 물가가 비싸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만 맞는 말이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생필품은 오히려 유럽이 더 싸게 느껴진다.(맥주나 포도주값 정말 싸다. 진창 마셨다.) 서울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게다가 옷, 신발, 악세사리 등등은 유럽이 훨씬 싸다. 나이키, 아디다스 따위의 유명 브랜드 매장 자체가 거의 없다. 백화점도 몇 번 못봤다. 사람들은 대체로 대형마트에서 파는 옷들을 사 입는다. 대형마트에서 왠만한 생필품을 다 판다. 싸게 대량으로 생산되는. 모두 옷차림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그냥 자기 편한대로 입는다.(기본 기럭지가 길어서 그런 지 그래도 멋져 보이는 언니들. 흐미..) 유명 브랜드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은 대개 한국, 일본, 중국 관광객들이다. -.-;;

 

딱 일할 만큼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 열심히 일하고 매일 친구들과 모여 저녁에 가벼운 술 한 잔과 수다 한토막. 아~~그립다.

 

 



>> 암스테르담. 운하의 도시 답게 어디에나 물이 흐른다.

 

>> 집마다 개성이 넘쳐 흐른다. 이쁘네~~

 

>> 마인츠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 평화활동가들. 레스토랑에 모여 수다를 떨고 있다.

 

>> 라인강변에 위치한 이쁜 건물

 

>> 라인강변을 달리다 고성(古城)에서 잠시 휴식. 어디에서나 역사적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 동네마다 반드시 자전거 가게가 있다. 파리에서 찾은 규모 있는 자전거 가게. 뚜르 드 프랑스 코스가 새겨져 있다. 대개는 주말에 문을 닫는다.

 

>> 파리 상가 밀집 지역. 아치형 복도 양편으로 상점이 늘어서 있다. 파사쥬(Passage)라 부른다.

 

 

>> 파사쥬 입구에 설립년도가 적혀 있다.

 

>> 레스토랑에서 한가로운 한 때를 즐기는 사람들. 건물을 보면 모두 벽면이 평면이다. 차양이 거의 없다. 햇빛에 민감한 한국인들과 달리 아무런 여과 없이 햇빛을 즐긴다. 그래서 그런 지  한국인보다  피부에 검버섯이나 기미, 주근깨가많다.

 

>> 시내 중심부. 바닥에 벽돌이 깔려 있다. 중심부로는 차가 지나다니지 않는다. 마차는 관광용.

 

 

>> 퍼포먼스로 돈을 모으고 있다. 광장이 있는  곳 어디에서나 이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 진짜 동상같다.

 

>> 마인츠 시내. 수다쟁이 게르노트를 따라 동네 구경하고 있다.

 

>> 광장 한복판에서 각종 맥주를 모아놓고..추태를...

 

>> 비내리는 거리에서. 네덜란드에서 나동혁 기잡니다~~

 

>> 독일 어느 마을에서.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길 사이 사이로 추억이 깃든다.

 

>> 곳곳에 꾸미지 않은 멋스러움이..낯선 풍경은 더 큰 감동으로

 

>> 파리 어느 상점. 7월 27일부터 9월 11일까지 문을 닫는다는 소리다. 홍세화씨 책에서나 읽던 이야기가 현실로. 제대로 논다.

>> 네덜란드 델프스 하븐에서 본 자전거 가게. 특이해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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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4] 자전거로 이동하기

[여행기록2] 자전거로 이동하기

 

휴..여행기록 정리하기 장난 아니다. 수천 장 가운데 쓸만한 사진 고르고 크기 조절하는 것만도 정말 일이군.

  

2-1 자전거 해체, 조립하기

  

 >> 자전거를 해체하고 나서 상자에 담아 화물로 날렸다. 그리고 공항에 내려서 다시 재조립.

  

자전거 여행은 해체, 조립 과정으로 시작되었다. 출발 전날 미리 모여 해체했는데 처음 하는 작업이라 역시나 실수투성이. 자전거 가게에서 미리 얻어 둔 상자에 담으려면 길이, 높이, 폭을 조금씩 줄여야 했다. 완제품을 포장했던 상자가 아닌가봐. 아무튼 조금 작다. 살짝 아쉽다. 길이를 줄이려고 앞바퀴를 풀었다. 나사식이 아니라면 좀 더 편하겠지. 높이를 줄이려고 안장과 손잡이를 풀었다. 폭을 줄이려고 페달을 풀었다. 여기서 왕창 실수. 페달은 일반 나사와 조이고 푸는 방향이 다르다. 양쪽 다 무조건 뒤로 당기면 풀리게 되어 있다. 그걸 모르고 페달을 푼답시고 엄청나게 조여놓았다. (T.T;;) 그리고 일반 스패너로 상당히 풀기 어렵다. 결국 만원 주고 페달용 스패너 샀다. 덕분에 여행 내내 유용하게 썼다. 풀어둔 부분들이 손상되지 않게 노끈으로 단단히 묶어주었다. 상자에 담은 다음 빈 곳에 이것 저것 잡것들을 우겨넣었다. 나사나 스프링같이 자잘한 부속품은 봉지에 모아 담았다. 안 그러면 잊어버릴 수도 있다. 화물 운송 중에 상자에 흠이 가기도 하니까. 누구였더라. 뭐 하나 없어졌는데... 중요한 부속품이었나?? 아무튼 내려서 못 찾으면 낭패다.

상자에 담은 뒤에 청테이프로 떡칠을 했다. 안전제일!! 그렇게 하니까 거의 한나절이 걸렸다. 생각보다 시간 많이 걸린다. 다음날 아침 미니밴을 불러서 공항까지 이동했다. 5만 원 줬던가?

  

 >> 위풍당당(?) 후즐근하다.  뒤로 여행자 안내소가 보인다. 

  

2-2 공항에 내리자마자  

 

준비 부족을 여실히 실감했다. 공항에 내려서 재조립을 할 때는 한결 수월했다. 그런데 문제는 짐을 싸고 푸는 게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 흐흐...매일 짐을 쌀 때마다 1시간 넘게 걸려서 일정이 항상 지체되었다. 사람이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지만 준비부족도 컸다. 다시 한 번 페니어를 강력히 추천한다. 짐받이는 무조건 튼튼한 걸로 사야 한다. 폼나는 거 다 소용없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저렇게 좌우로 길게 짐이 놓여서 균형 잡기도 어려운데다 한 번 넘어지면 짐받이 사정없이 돌아간다. 뒷바퀴에 무리도 많이 간다.(정말 뒷바퀴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펑크가 자주 났다. 나중엔 모두 자전거 고장에 지쳤다.) 중간에 여차 해서 짐을 꺼내야 할 때도 너무 불편하다. 한 번 풀었다 싸는 게 장난 아니다. 그나마 혼자 하지도 못한다.

  

 >> 유럽 어디에서나 자전거 사용자를 배려한  흔적이. 기차마다 자전거 전용칸이 있다. 그래도 자전거 여섯 대가 이동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저 짐이 문제야.

 

 자전거로 공항을 드나들기는 쉽지 않다. 일단 기차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유럽은 어디를 가도 자전거 사용자를 끔찍이 배려한다. 기차는 자전거를 들고 탈 경우 요금 옵션이 따로 있을 정도다. 짐칸이 있다고는 하나 그래도 여섯 대를 싣기에는 조금 비좁다. 기차 타고 내릴 때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짐이 뒤로 쏠려서 위험하다. 역시 짐이 문제다. 다음엔 꼭 유럽여행 경험을 살려 짐으로 고민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 그래도 일단 달리기 시작하니 이런 저런 고생 다 잊게 된다.



 

2-3. 자전거를 배려하는 문화

 

유럽에 갔더니 자전거 정말 많았다. 오죽하면 암스테르담에서는 자전거에 치여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 베트남 오토바이보다는 덜 하지만 그래도 대도시로 가면 자전거 문화도 조금 거칠다. 조금 느려진다 싶으면 여지없이 울리는 경적과 무섭게 앞질러 가는 자전거들. 휴~~ 자전거 무섭다는 생각 처음 해봤다. 자전거로 인한 교통체증. 상상이나 해보셨는지. 그래도 시내에서 자전거로 도로를 질주하려면 목숨의 위협을 느껴야만 하는 한국에 비하면... 자전거로 이동하고, 일을 보고, 사람을 만나고, 즐기는 게 극히 일상적이었다. 그래서 어디에서나 자전거를 배려한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자전거 도로와 자전거 도로 전용 표지판.

 

>> 자전거 전용 도로 바닥에 새겨진 표식. 머리를 보니 혹시 E.T.

 

자전거 도로 상태는 네덜란드, 벨기에 > 독일 > 프랑스 순으로 점수를 주고 싶다. 네덜란드, 벨기에는 자전거 도로만 이용해서 어디든 갈 수 있을 정도로 도로가 끊김 없이 완벽하게 깔렸고 표지판 역시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자전거 표지판만 보며 가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전거 표지판 지시에 따라 자전거 도로를 달려 이틀 만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봐. (이명박이 운하 뚫어서 그 옆에 자전거 도로 놓아 준다면 혹할 지경이다.) 심지어 벨기에에서는 고속도로 옆에 나란히 자전거 도로가 나 있어 속도감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겐 정말 최상의 코스. 날씨 받쳐주면 계속 평지라서 하루 120~150km 주행도 거뜬하다. 북유럽의 여름은 해가 매우 길다. 밤 9시가 되어야 해가 지기 시작한다. 그러니 체력만 좋다면 자전거 타기는 정말 최고다. (비만 안 왔더라면 T.T;;) 강을 따라 나있는 자전거 도로는 행복감 200%. 도로도 잘 되어 있고 경치도 좋아서 기분 최고다. 

독일이나 프랑스는 네덜란드나 벨기에 만큼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다. 한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종종 도로가 끊기거나 표지판이 불충분한 지역이 더러 있다. 물론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가면 그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다. 그래도 역시 속도가 조금 느려지는 것은 고려해야 한다.

역시 대도시로 갈수록 자전거 타기가 조금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런데 암스테르담, 헤이그, 브뤼헤, 쾰른 등 유명하다는 도시 가보면 크기가 너무 작아 서울에 비할 바가 아니다. 구(區)하나 정도 규모. 그러니 불편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나마도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고 대부분 도로가 왕복 2차선을 넘지 않을 만큼 차가 많지 않다. 그래도 역시 파리에는 차가 많다. 자전거 타기도 조금 위험하다. 도시 규모가 커질수록, 규모의 삶을 지향할수록 자전거는 일상과 멀어진다.

 

>> 지도를 보며 이동경로를 점검하는 일행. 출발점과 목적지를 지나는 주요 도시를 거점 삼아 달리면 쉽게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2.4 그래도 준비가 필요하다면

 

여행안내 책자는 론리 플래닛을 썼는데 정보가 상당히 정확한 편이다. 꼭 국내에서 미리 사서 비행기 안에서 읽어보기를. 지도는 현지에서 구매하면 된다. 좋은 지도 많다. 될수록 상세하고 큰 지도를 사면 좋다. 미셸린도 괜찮았고 독일에서는 Falk라는 책도 좋았다.

대부분은 지도를 따라 가다 보면 주요 도로와 나란히 자전거 도로가 나 있기 때문에 큰 불편 없이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출발점과 목적지를 일직선으로 연결한 다음 직선 가까이 있는 주요 도시들을 중간 거점 삼아 달리면 쉽게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그러나 국경을 넘을 때는 도로 파악이 쉽지 않아 좀 더 세심하게 주의해야 한다. 유럽에는 국경 개념이 거의 없어서 심지어 자전거로 달리다가 이미 다른 나라에 와 있어도 모를 정도다. 그렇지만 도로 체계가 살짝 바뀐다. 지도대로 쉽게 길을 찾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도로 표지판이나 도로 사정이 달라져서 애를 먹는다. 일행은 결국 한 번도 온전히 자전거로 국경을 넘은 일이 없다. 여러 번 기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벨기에에서 프랑스 넘어갈 때는 굳게 마음먹고 국경을 넘었지만 국경 근처에서 도로 찾아 헤매다가 엄청나게 시간을 낭비했다. 벨기에만큼 도로 사정도 좋지 않아 고통스러웠고 도로 표지판이나 교통체계도 바뀌어서 고생이 심했다. 그 와중에 또 쏟아지는 비. 그리고 여지없이 뒤를 따르는 자전거 튜브 펑크. 정말 끔찍한 밤이었다.

기차를 탈 때는 자전거 짐칸이 따로 있으니 확인하길. 타는 시간이 오래 걸리면 친절하게 기다려준다. 사람들이 이런 일에 익숙해서 그런지 여유가 있다. 짐칸이 그리 넓지는 않아 짐이 가득한 자전거 대여섯 대가 동시에 타면 공간이 비좁다. 타고 내릴 때도 쉽지 않다. 그래도 뭐 닥치면 어떻게든 다 된다.

동네마다 자전거 가게가 꼭 있으니 걱정마시라. 하지만 철저한 주 5일 장사. 저녁이면 절대 문 안 열어. 주말에 사고 나면 힘겹다. 돈보다 여유로운 삶을 원하는 그들의 철학이, 참 것두 있는 사람들 팔자지 싶다가도 한편으로 부럽다.

마지막 강조. 비 내리는 상황에 꼭 대비하자. 시도때도없이 내리는 비 정말 괴롭다. 비 오는 날 마냥 쉴 수는 없다. 일기 변화가 무지 심해서 장마나 태풍 따위는 없지만 수시로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린다. 우비 어설픈 거 가져갔다가 추워서 디지는 줄 알았다. 짐도 다 젖는다. 텐트 안에서 썩어가는 젖은 옷들. 오우...안습이다. 그리고 유럽 북부는 8월이면 낙엽 진다. 밤에 춥다. 꼭 든든히 챙겨 입기를. 한국 가을 날씨라고 생각하면 된다. 추워서 밤마다 등이 곱아...

 

>> 오우...설정 아님. 멋져..

 

>> 독일 어느 시골길을 달리는데 기구가 보이네.

 

> 으아 이거 뭐... 이게 밤 9시쯤일텐데..이 때까지 자전거 타고 있다는 건..T.T;;

 

>> 어쭈 한 손으로...제법이셔~~ 튼튼한 철티비를 자랑했던 오리. 바퀴 두께 덕분에 잔고장이 가장 적었다.

 

>> 잠시 휴식. 유럽에서 페니어를 구입한 아침. 그런데 이 언발란스한 느낌은 뭐지? 뭘해도 컨츄리한 자전거. 죄다 싸구려인데 빤쓰만 금테 두른 꼴이다. 페니어가 바퀴보다 더 커. 덕분에 정말 고생 많았다. 자전거나 그 주인이나. ㅋㅋ..아침 눈 흘기겠군. 동네마다 안내 표지판이 잘 나와 있다.

 

>> 바퀴가 가장 얇았던 RCT 2.5. 이게 두 대나 있었는데 고질적인 펑크로 고생꽤나 했다. 프레임에 덕지덕지 붙은 청테잎, 핸들에 묶은 노끈, 거기에 썬캡에 비닐 봉투까지. 뭘해도 컨츄리해.

 

>> 펑크 때우는 영은. 카메라 들이대자마자 저 표정봐라. 좋덴다. 아테네도 두 대였다. 역시 고생 꽤나했다.

 

>> 휴식. 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야. 아름다워.

 

>> 독일 라인강. 강을 최대한 자연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서인지 다리가 거의 없었다. 강을 건너려고 배 기다리면서 한 컷.

 

>> 라인강변을 달리다 잠시 휴식. 일행 중 절반인 셋이 삼십대.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중일까? 유난히 지쳐 보이는 아침. 나이는 속이지 못하는건가??

 

 

>> 매번 다짐했다. 일정이 빡빡하니 조금만 쉬고 미친듯이 달리자고. 날맹이랑 나는 미친듯이 자고 있다. 늘 이랬다.

 

>> 가람. 캠핑장을 떠나기 직전에 한 컷. 출발은 언제나 예상보다 한 시간 이상씩 늦었다. 짐이 만만치 않다.

 

>> 비 정말 지겹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하고. 아~~정말 컨츄리하고 처절하다.

 

>> 자전거 전용 비옷. 빨간색이 인상적이다. 달릴 때는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이 흡사 다크 템플러?? 여럿이 저 옷을 펄럭이며 달리는 모습은 흡사 비오는 날 마파도에서 도둑 잡으러 가는 듯한 섬득함을 느끼게 한다.

 

>> 반면 지하철에서 삼천원주고 산 내 비옷. 비옷은 역시 노란색이 최고다. 근데 괜히 서글퍼지는 이유는 뭐지. 비만 오면 저 노출된 허벅지가 추위에 떨어서...대패로 밀면 뚝뚝 떨어질 거 같은 닭살. 논둑 안 무너졌나 살피러 가는 길이다.

 

>> 네덜란드에서 벨기에 국경 넘을 때. 결국 뒷바퀴살이 떨어지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일요일이라 자전거 가게도 다 문닫고. 결국 혼자서 기차로 국경을 넘었다. 밤늦게 도착한 일행도 결국엔 시간이 늦어져 기차를 타고 왔다.

 

>> 기차역. 야유회 떠나는 동네 이장, 부녀회장, 막내딸, 옆집 총각, 오리도 한마리. 그런데 누가 없지??

 

>> 그래도 끝없이 뻗은 길따라 가는 길 마냥 즐거워.  

 

>> 너참 대단하구나. 너도 잠깐 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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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3] 떠나자

[여행 기록 1] 떠나자


1-0. 결심하기까지


모처럼 시간이 나서 넉 달도 더 지난 여행기록을 쓰고 있다. 듣기 편한 음악을 틀어 놓는다. 꼭 ‘바람’이 들어가는 노래로. 여행은 바람 같은 거니까. 어디에서 불어 와서 어디로 흩어지는지 알 수 없는.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늘 두렵고 불안하지만 알 수 없는 설렘으로 가득한.

어느새 넉 달도 더 지난 여행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것은 한 권 가득 채운 일기 덕분. 매일같이 일기를 썼다. 다시는 이런 기회가 안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것, 가슴으로 느꼈던 모든 것, 머리로 고민했던 모든 것을 다 남기고 싶은 마음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썼던 일기가 노트 한 권을 꽉 채웠다. 이 분량은 평소 일기의 2년치 분량 정도 된다. 운만 좋으면 50일을 2년같이 살 수 있는 것. 그것이 여행이다.

 

>>  자전거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은 하늘, 바람, 별, 달...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고생이 심했다. 특히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 때문에. 그래도 저 하늘을 보며 자전거를 타고갈 때는 정말 기분 최고야. 완전 Paradise!!



처음에 안 가려고 했다. 돈이 없으니까. 당연히,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친구들이 계속 꼬드겼다. 여자 친구랑 헤어져서 기분도 습습했다. 가장 큰 이유는? 나이 서른에 한 번도 여행을 못해봤다. 이러다 좋은 시절 다 가겠다 싶었다. ‘젊을 때 고생해서 모은 돈으로 늙어서 호강하자.’라는 말이 참 바보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나 역시 그렇게 살고 있었다. 그래서 질렀다. 전부 빚으로. 그러길 참 잘했다.

 

>>  함께한 친구들. 고마워~~

  

 

1.1 장거리 자전거 여행에서 고민할 것들

 

 

>> 여행 내내 함께한 자전거. 이 작은 몸체로 어디든 간다. 대단하다. 신비롭다.

장기간 자전거 여행인 만큼 친구들과 몇 차례 준비 모임을 했다. 여행을 해본 친구들이 제대로 도움을 주었다. 친구들 덕을 자주 봤다. 그래도 역시나 닥치면 생기는 수많은 문제.

여행 일정과 준비과정은 함께 여행했던 친구 오리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http://blog.jinbo.net/duck52/?pnum=5#more_anchor95 -> 블로그 <오리의 아일랜드>가운데 2006_여름_유럽&베트남 참고)

>> 뒷바퀴살이 뽑히는 희한한 일도 발생. 계속되는 자전거 고장은 일행을 지치게 한다.

내가 꼭 강조하고 싶은 건 자전거와 관련된 사항들이다.

자전거는 튼튼한 게 좋겠다. 바퀴 굵은 걸로. 6명이 모두 10만 원대 생활형 자전거를 가져갔다. 아무리 자전거 도로가 좋아도 무거운 짐을 달고 오래 달리다 보면 자전거가 힘에 부친다. 시도 때도 없는 튜브 펑크는 거의 매일. 심지어 원인도 알 수 없이 바깥쪽 타이어가 펑크 나고 림이 터지는가 하면 뒷바퀴 바퀴살이 빠지는 희한한 사태까지. 그나마 바퀴가 가장 굵은 오리 자전거가 잔 사고가 가장 적었다. 자전거 고장은 하중이 많이 가는 뒷바퀴에 집중적으로 몰린다. 어지간하면 바퀴 굵은 자전거 가져가는 게 좋다. 값비싼 MTB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왕이면 바퀴가 굵은 걸로. 사이클용 자전거나 바퀴 얇은 하리브리드 자전거는 웬만하면 안 들고 가는 게 좋다.

다음으로, 페니어를 달고 가는 게 좋을 듯. 자전거가 생활화되지 않은 관계로 국내에선 페니어를 사치품으로 여기는데 유럽 가면 전부 페니어 달고 다닌다. 여행 다닐 때 페니어 없이 많은 짐을 쌓고

다니면 균형 잡는 데 힘들고 안장이나 짐받이가 자주 돌아간다. 페니어를 다는 게 바퀴에도 부담을 덜 주지 않을까? 페니어 없으면 매일 짐 풀고 싸는 일도 의외로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더구나 6명이 함께 행동했던 이유로 짐싸는 데 걸리는 시간만 1시간을 가뿐히 넘어 항상 일정이 지연되는 이유가 됐다. 만약 장기간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페니어를 달라고 말하고 싶다. 유럽 가서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막상 여행가면 페니어 다는 데 들어간 돈 아깝다는 생각 안 든다.

자전거 해체와 재조립 과정은 반드시 몇 번 연습해보고 갈 것. 안 그러면 닥쳐서 낭패 본다. 해체와 재조립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자전거 구조도 익숙해진다. 우리도 여행 떠나기 전 날 밤 자전거를  해체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

그런데 때가 좀 늦은 감이 있다. 닥쳐서 배우는 것도 좋지만 값비싼 대가를 치루게 된다. (T.T)

자전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꼭 있어야 하고 기본적인 수리과정도 연습해보면 좋을 듯. 유럽에 자전거 가게가 정말 많다. 동네마다 다 있다. 그런데 일요일이 되면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다. 일요일에 고장 나면 완전 낭패. 기본적인 수리 방법, 부위별 역할과 구조는 꼭 익혀 두고 필수 장비는 꼭 챙겨야 한다.

 

 

 

>> 그래도 여행은 즐겁다. 풍경, 먹거리,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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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2] 길은 또 여기서 시작되고..

 

 

 

여행은 끝났고, 일상이 여행처럼 바뀌는 것 아닐까 기대했지만 일상은 견고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모든 게 그 자리에 있었다. 가족은 한결 같았고, 졸업과 돈벌이에 대한 걱정은 잠시 유예된 것뿐이었고, 왕복 6차선 도로를 꽉 메운 차들은 하루 종일 매캐한 연기를 내뿜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지나치게 바쁘고, 끊임없이 만능이 될 것을 요구받는 사람들은 동시에 절대 튀지 않으려 애를 쓴다. 그리고 개그콘서트는 여전히 재밌다(마빡이 미치겠다).


 

1.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난 분명 많은 걸 기대했다. 그리고 여행은 기대이상이었다. 여행은 50일.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기엔 충분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가 두드러지진 않겠지만 두고두고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은 예감. 무엇보다 최고의 수확은 자신감이다.(아~ 좀 식상한 말이지만 정말 그래요-.-;;) 이 번 여행을 통해서 자전거도 배웠고, 수영도 배웠다. 뭐 대단한 건 아니지만, 나한테는 대단했으니. 스물이 넘도록 자전거 못 배운 사람들은 이 심정 안다. 한 번 때를 놓치면 그 후엔 기회가 잘 안 온다. 쑥쓰러워서 못 배운다. 그러다 여행가기로 맘먹고 5월에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6월에 강화도로 예행연습을 다녀올 때만 해도 한강다리에서 가드레일 들이 받고 차도로 떨어졌는데. 아무 탈없이 여행을 마무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참 좋다. 이젠 나도 자전거 타고 여기 저기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또 다른 여행을 계획할 수도 있고. 수영 배운 것도 신기한 일이다. 물에 대한 공포심이 심해서 수영만은 평생 극복 못할 콤플렉스라 생각했는데 물에 뜬다는 사실이, 그래서 이제 수영장이 두렵지 않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자신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의 발견. 내가 참 초라해 보이고 새로운 도전이 마냥 두렵기만 할 때 여행은 나에게 작은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낯선 환경으로 가득찼던 첫 번째 해외 여행이자 자전거 여행이었다.

이미 난 자전거로 사무실에 오고 가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종로나 청계천을 지날 때는 유독 오토바이가 많다. 짐을 가득 실은 오토바이가 신호를 기다리며 일렬 횡대로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오토바이로 가득했던 호치민 시티가 생각난다. ‘치열한 삶의 현장은 어디나 이렇게 비슷하구나.’ 다른 듯 닮아 있는 모습을 본다. 종로와 청계천 일대를 지날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전태일 열사 거리도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처음봤다.


 

2.

여행을 가면 더러는 헤어지는 연인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만큼 의견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고 서로 바닥을 보게 되니까 더러 실망도 한다는 뜻. 여섯 명이서 50일 동안 자전거 여행을 갔다. 참 많이 부대끼고 즐거운 일도 힘든 일도 많았다. 내 인간성의 밑바닥을 보였다. 흔치 않은 경우다. 또 다른 사람들의 밑바닥을 봤다. 항상 사무실이나 집회 현장에서만 보던 친구들. 너무나 자주 보는 얼굴이지만 깊이 이해하려들면 전혀 잡히지 않는. 그런 친구들. 마냥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그래도 우리는 잘 이겨냈고 서로 배려하는 모습도 많이 보았다. 여행 전에는 어색했던 친구들도 있었는데 이제는 좀 편해졌다. 사람에 대해서, 인간관계에 대해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생각한 시간이었다. 그 때 느낌처럼 섬세해질 수 있다면 일상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겠지. 그렇게 생각하는데 둔해지는 건 한순간이다. 감이 떨어진다 싶을 때 그 때 느낌을 떠올려봐야지.

몸이 힘든 때도 많았다. 애초에 몸으로 때우기로 결심했던 여행이었다. 예산은 넉넉지 않았고, 계획은 완전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자전거에 대한 준비가 너무 미흡했다. 사전지식도 부족했고 10만원대 하이브리드 생활형 자전거로 장거리 여행을 계획한 것도 무리였다. 자전거는 하루도 멀쩡한 날이 없었고, 친구 중 한 명은 자전거를 타다 넘어졌는데 손목에 금이 가서 중간에 자전거 여행을 포기해야만 했다. 사고가 정말 많았다. 거짓말 안보태고 하루에 평균 한 번 이상씩 튜브에 펑크가 났다. 아, 정말 계획하고 사고를 친 것도 아닌데 영화같은 장면 많이도 찍었다.


 

상황 하나. 캠핑장은 밤 열 시에 문을 닫는다. 어렵사리 캠핑장에 도착한 게 밤 9시 조금 넘은 시간. 캠핑장 자리가 꽉 차서 더 받을 수가 없단다. 그러더니 ‘인근 숲에서 몰래 텐트를 쳐라. 단 경찰에게 들키면 우리가 가르쳐줬다고 말하지 말라’고 귀뜸해주는 캠핑장 주인. 계속되는 토론과 의견수렴. 어렵사리 캠핑장에 양해를 구해서 1유로를 내고 샤워만 해결하기로 결정. 그런데 텐트를 칠 자리 찾는 게 쉽지 않다. 날은 너무 춥고 해는 떨어져서 날은 어둡고. 그 때 기적적으로 자기집 정원에 텐트를 치라며 호의를 베푼 의사 부부. 휴...

상황 둘. 벨기에에서 프랑스를 넘어갈 때다. 100KM 가까이 달리는 장거리 코스. 벨기에 자전거 도로 상황이 너무 좋아서 페이스가 괜찮다. 그런데 프랑스로 접어들면서 상황 반전. 자전거 도로를 찾기도 쉽지 않은데 도로 표지판이 죄다 바뀌어서 도로구조를 파악할 수가 없다. 해는 저물어가는데 비가 온다. 체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자전거 도로는 나타나지 않고, 저녁 6시가 지나면 상점이 죄다 문을 닫아 거리에 사람 찾기가 힘들다. 어렵게 행인을 붙잡고 길을 물어봐도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고. 없친 데 덮친 격으로 타이어가 또 펑크. 버스 정류장에 비를 피하면 펑크를 떼우는 사이 몇몇은 숙소를 알아보러 떠난다. 결국 캠핑장을 못찾고 호스텔에서 일박. 예산에 무리가 간다.


쉴새없이 반복되는 자전거 사고는 사람들을 점점 불안하게 만들었다. 심리적으로 지쳐갔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아주 작은 변화에도 민감해졌다. 고열에 타이어가 터지는 가하면 자전거 휠을 지탱하는 가는 살들이 뽑히는 경우는 생전 처음 봤다. 친구들과 헤어져 혼자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는 것도 일이다. 기차역에 앉아 있으니 낯선 땅의 노숙자들이 돈을 달라고 접근하는데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고, 예정된 시간까지 친구들이 안오니 연락할 수단도 없어 마음이 급해진다. 안트베르펜 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마치 ‘대구역’과 ‘동대구’역이 있듯 안트베르펜으로 시작하는 역이 두 개.(-.-) 아무튼 여행 내내 이랬다. 좌충우돌. 이러니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여행을 무사히 끝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가슴 벅처지 않을 수 있겠나?


 

이런 경험들이 결국엔 자신감으로 남았다. 새로운 도전을 계속할 수 있는 작은 힘이 되어주고 있다. 그래서 다들 여행을 가나보다. 어느새 새로운 여행이 기다려진다.







 

>> 벨기에 브뤼쥬 광장

 

 

 


 

>> 퐁네프 다리에서...날맹과

 

 

 


 

>> 세느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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