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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자전거 여행(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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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09/17
    제주올레 2박 3일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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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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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9/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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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0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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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08/10/20
    [일본3] 오사카 까라 도쿄 마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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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자전거 여행

작년 9월에 2박 3일로 제주도 올레에 다녀왔다. 1코스와 7코스를 돌았다.

 

그리고 한 달 후, 제주도가 너무 좋아서 자전거로 제주도를 일주했다.

 

10월이면 다소 늦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차라리 조금 늦게 오길 잘했다 싶을 정도로 제주도 날씨는 그럭 저럭 따뜻했고

 

바람은 시원하고 하늘은 파랬다. 별 준비없이 떠난 여행, 저가항공에 힘입어 제주도는

 

무척 가까운 곳이 되었다.

 

>>자전거 여행에서 가장 힘든 점은 자전거 운반. 그런데 김포공항 1층 화물센터에서 2만원

정도를 받고 포장을 해주는 서비스가 생겼다. 전용 박스까지 갖춰져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어찌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오전에 출발해서 점심 지나 제주에 도착했다. 1만원을 내면 자전거 박스를 보관해주는 곳이

 

있더라. 제주도 여행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니까 사소한 부분까지 서비스가 갖춰져 가는 듯.

 

박스를 맡기고 해안가에 내려서 서에서 동으로 일주를 시작했다. 이 때가 대략 3시쯤.

 

해안선을 따라 반시계방향으로 돌아 9시 방향에 위치한 협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그게 대략 7시 30분쯤...이미 해는 지고 사방이 컴컴했다.

 

 

>> 해질녘, 서쪽 하늘이 예술이다. 오랜만에 다시 살아나는 이 느낌...

 

협재 해수욕장 근처에서 1박. 이름이 하얀집 민박이었다. 1박에 3만원쯤. 비스기에 제주도는

 

왠만한 여행지보다 싸게 여행할 수 있다. 저가항공까지 있어 경비가 저렴해진 요즘, 같은

 

값이면 KTX타고 부산같은 데 가는니 제주도를 가는게 훨 낫겠어.

 

이튿날 아침, 실컷 자고 느즈막히 11시쯤 길을 나섰다.

 

 

>> 협재 해수욕장. 아침에 이 곳을 떠나며 아쉬운 마음에 몇 컷 찍었다.

 

 

해안선을 따라 가는 무난한 코스를 제쳐두고 살짝 오르막을 올라 내륙지방을 뚫고 갔다.

 

대략 9시에서 7시방향 정도로 갔다고 할까? 중간에 위치한 평화박물관에 들르기 위해서였다.

 

 

>>내륙으로 접어드니 반가운 올레길 표지 발견. 올레길 13코스던가?? 어느새 동쪽에서 출발한

올레길이 해안선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돌아 서쪽까지 돌아왔단 이야기...

동네 이름이 평화동이다.

 

>> 제주도에는 일제 시절, 일본군이 파놓은 땅굴이 많다. 땅굴이라기보다는 요새에 가까운데

안으로 들어가보면 산 전체가 복층 구조의 건축물처럼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강제징용당한

제주도민들이 만들었다고 한다.

 

평화박물관은 일본군이 파놓은 동굴을 위주로 오름 일대를 돌며 관람(??)하도록 되어 있다.

 

친절하게 안내인 한 분이 따라다니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기억나는 이야기만 해보면..

 

예전에 고이즈미 일본 전총리가 방문했을 때 상대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평화박물관 표지판을

 

모두 치웠다고 한다. 좌우로 편을 갈라 상대가 한 행위는 무엇이든 부정하려는 현대사의 어두운

 

단면이 자신의 상처마저 감추려 하는 불행을 낳은 것이다. 

 

정부 지원이 없는 형편이라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개인이 운영하는 박물관이라

 

한계가 많은 듯...그럼에도 꾸준히 박물관을 알리려 애쓰는 듯...안내인 역시 자원봉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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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2박 3일 (2)

아...어제에 이어서 쓰려니 감떨어져. 게다가 가을인데 모기는 왜 이리 많은겨? 다 잡고야 말겠다.

(아~~누워서 쓰고 싶다.)

 

둘째날 찾아간 할망민박은 첫날 찾아간 집과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첫날 찾아간 집은 여행객을 위한 숙소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서 할머니는 아예 딴 집에서 주무신다. 그런데 둘째날 찾아간 집은 가정집을 그대로

 

숙소로 쓰고 있었다. 자식들을 모두 서울에 내보낸 할머니가 혼자 살고 있는 큰 집. 역시 할머니는 말을

 

섞고 싶어하는 분위기다.(제주도 할머니들은 쿨하기로 유명하단다. 거의 간섭이 없다고.)

 

여행하는 입장에서는 첫번째 집이 편했다. 다음 날 일어나보니 물도 얼려주시고 간식하라고 계란도 삶아

 

놓으셨다. 옆 방에서 자니까 살짝 신경쓰이긴 했지만 이런 친절 앞에 할머니가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나?

 

이미 정해진 코스대로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은 초짜 올레꾼은 셋째날 일정을 마음대로 조합해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간다는 7코스 중간부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길을 택했다.

 

보통 올레코스는 동에서 서로 시계방향을 따라 도는데  나는 반시계 방향으로 동쪽을 향해 갔다.

 

>> 7코스 초반부에 위치한 법환포구에서 역방향으로 걷기 시작.

 

>>6~8코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로 아름다운 해안가를 따라 걷도록 되어 있다. 이전부터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였던 만큼 잘 다듬어져 있고 볼거리도 많다.

 

 

올레코스를 만들기 위해 새롭게 만든 길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미 있던 길들을 새롭게 해석한게 올레길이다.

 

그러다보니 올레길은 발길이 닿을 수 있는 곳은 아무 곳이나 다 지나간다. 그렇다면 올레꾼들은 어떻게

 

올레길을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을까?  표지판을 세우기 힘든 곳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길을 표시해서

 

올레꾼들을 배려한다. 산길에는 등산로처럼 리본이 달려 있다. 표식을 열심히 찾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올레길을 표시하는 모든 표식은 파란색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신호등에, 전봇대에, 철문에,

 

맨홀 뚜껑에, 돌멩이에,... 아무튼 표식이 될 만한 곳에는 죄다 파란색이다. 그래서 나중에는 파란색만

 

보면 몸이 저절로 반응한다. 그래서 이 번에는 역으로 파란색 화살표 반대 방향으로만 길을 잡았다.

 

새로운 길찾기 재미가 더해졌다.

 

>> 식생이 육지와 다른 것도 볼거리다. 야자수처럼 생긴 나무에다 저 괴물처럼 생긴 잎파리..

 

>>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산책로가 잘 되어 있다.

 

 

그런데 화살표를 역으로 따라가는 일은 정방향으로 가는 것보다 조금 더 어렵다. 왜냐하면 그 화살표가

 

어디로부터 나왔는지를 추측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길을 잘못 찾기도 했는데 그래도 지도를

 

보고 거점을 찾아가면 반드시 어디에선가 파란색 표식이 짠~ 하고 나타난다.

 

>> 으아...물빛봐라..마치 수세식 변기에 청정제를 풀어 놓은 거 같다. 아래 사진은 외돌개.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찾는 곳이란다. 다시 한 번 느꼈지만 사람들이 많이 오는 이유가 있더라.

 

>> 해안선을 따라 아름다운 장면이 끝이 없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굴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이

제주 주민들을 강제 동원해 파놓은 굴이란다. 무기를 숨겨두기 위한 군사적 목적이었던 것으로 기억.

 

>> 거꾸로 거슬로 6코스로 이동

 

>> 길가에 감귤이 지천에 널렸다. 아직 덜 익은 감귤을 그냥 따서 먹는다. 신기하게도 속은 그냥 귤이다.

 

>> 예쁜 연꽃도 보고

 

>> 해변가 마을을 지나

 

>> 소정방 폭포에 발도 담근다. 시원~~하다.

 

이러면서 놀다보니 어느새 번화한 코스는 지나고 다시 한적한 길이 이어진다. 이제 버라이어티도

 

끝나나부다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작은 감동. 없는 길을 만들어 새로운 길을 냈다. 오른쪽으로 해변가.

 

왼쪽으로는 그냥 차도인데... 그 사이 숲 속에 나무를 베고 길을 냈다.

 

>> 재밌는 발견. 역방향으로 노란색 표식이 나 있다. 1코스에서는 발견 못한 것인데...아마도 이 쪽은

사람들이 많이 찾다보니 역으로 가는 사람도 제법 있는 모양이다.

 

>> 숲을 뚫고 낸 길 입구. 어릴적 아지트 놀이처럼 신비롭고도 무섭다. 20세기 소년처럼...

 

>>올레길을 만든 사람들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 그리고 역시 마무리는 술. 물집 잡혔다.

 

>> 이른 아침. 노숙자 꼴로 다시 서울로 향한다.

 

 

으아~~~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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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2박 3일 (1)

제주올레를 다녀왔다. 마지막날 아침 일찍 비행기로 올라온 시간을 제외하면 여행은 2박 3일 코스.

 

첫 날 점심 비행기로 내려가서(이스타 항공 진짜 싸다. 잘만 고르면 KTX타고 부산가는 거보다 싸다.

(같은 값이면 제주도를 가지..뭐하러 부산 가나...)

 

잠깐 졸고 나니 제주도. 이 번 여행으로 제주도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완전 사라졌다. 1시쯤 도착해서

 

올레를 걷기는 뭐해서 동북부에 위치한 비자림에 갔다. 비자나무가 울창한 숲인데 흙냄새, 풀냄새가

 

마냥 좋았다. 비자나무는 가지가 非자 모양으로 뻗어나가서 붙은 이름이란다. 그 이름 그대로 가지가

 

무성하게 뻗어나거서 몇 백년된 비자나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다. 환타지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elf종족의 살아 있는 나무를 연상시킨다. 자연의 힘이 필요한 그 날이 오면 뿌리를 뽑고 진노한 얼굴로

 

일어설 기세다. 엄청나게 무성한 나뭇가지, 그 사이사이로 난 새집, 이끼 등등 온 세상을 다 들고 일어서는.

 

>> 버스 기다리다 지겨워서 그냥 찍었다. 제주도의 상징 검은 돌 현무암. 비수기에는 한적해서

버스가 별로없다. 자전거나 스쿠터를 이용한 여행을 해보고 싶다.

 

>> 비자림. 울창한 숲으로 햇빛이 안 들어와서 제대로 찍히지가 않는다. 으아~~~똑딱이의 비애

 

 

비자림을 나와 다시 버스를 기다리는데 젊은이의 로망이 부러웠던지, 아님 드라이브 나온 저녁에

 

바람 살짝 불어주시니 기분이 째지셨던지, 그도 아님 그지같은 행색이 불쌍했던지 중년 부부

 

한쌍이 차를 태워줬다. 바로 민박집으로 직행.

 

1인당 만원만 내면 되는 할망민박은 아직 몇군데 없는데 제주올레코스에 아주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모양. 여행자의 로망을 모아놓은 곳으로 상업성이 두드러지지 않아 맘 편하고 현지 주민과 연결되는

 

기분도 괜찮고 놀랍게도 시설마저 훌륭하다. 가격대 성능비 최상~~

 

>>훌륭하다. 정말. 기업 스폰이나 저질 지자체장들의 농간이 끼어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올레를 돌았다. 첫 날 숙소에서 올레를 풀코스로 돌았다는 사람을 만났는데

 

'인내심이 부족해 인내심 키울 셈으로 걸었다'고 하더라. 그럴거면 좀 더 하드한 곳을 가야지...이런

 

낭만적이고 훌륭한 곳에서 인내심은 무슨... 각설하고 올레코스가 다 재밌고 멋지고 그런 건 아니다.

(올레 매니아들이 꽤나 형성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올레가 골목길이란 뜻이라던데 딱 오래된 골목길 걷는 기분으로 가면 된다. 그러다보면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만난다. 논밭, 산길, 도로, 바닷길, 오름, 주택가 등등 정말 잡스럽게 오만 곳을 돌아다니는데

 

지루한 곳도 있고 멋진 곳도 있다.

 

13코스까지 개발되었는데 1코스는 일출로 유명한 성산봉 근처에서 출발해서 성산봉에서 마무리된다.

 

여기서부터 제주 해안가를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13개 코스가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사람들은 보통 주상절리, 옥빛 물색, 외돌개 같은 기막힌 바위로

 

가득한 서남쪽 해안가 6~8코스를 선호한다.

 

한 코스는 대략 15km정도로 짜여져 있고 딴 곳으로 새지 않고 쉬엄쉬엄 걸으면 6~7시간 정도 걸린다.

 

하루 두 코스 걷기는 무리고 한 코스씩만 걸어도 3일 이상 내리 걸으면 상당히 피로가 누적될 듯.

(호기심에 약한 사람은 보통 이곳 저곳으로 새기 마련이라 시간도 더 걸리고 피로도 더 쌓인다.)

하루에 한 코스씩 돌기로 작정하고 남들 다 가는 곳만 가면 그러니까 1코스 돌고 6~8 중에 하나 돌기로

 

마음 먹고 첫날 1코스로 출발했다.

 

>> 1코스 출발지. 세심하게 잘해놨다. 곳곳에 정성이 보인다. 어른들, 특히 화병걸리신 엄마들

데리고 오면 엄청 좋아할 거 같다. 효도관광 한 번 다녀오면 몇 십년 쌓인 원망 다 풀고 올 듯.

두고 두고 생색내면 쵝오~~

 

>> 1코스 시작하면 바로 오름 두 개 나온다. 오름에 올라 내려다 본 마을 풍경. 밭들이 퀼트천처럼

아기자기하다.

 

>> 아 .... 이 센스가 정말 맘에 든다.

 

>> 올레에는 골목길이란 이름에 걸맞게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엮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안 가보신 분들은 사진들 속에서 재밌는 비밀 하나를 찾아보시길...

 

>> 오름 오르는 길. 참...이런 들판 좋다.

 

>> 이쯤되면 결정적 단서. 비밀을 알아내셨죠??

 

>> 중간에 잠시 쉬었던 초등학교. 올레길 걷다보면 옆으로 새기 마련. 첫 날이라 더 그런 것도 있고...

 

>> 작은 것 하나 하나 참 사랑스럽다.

 

>> 마을입구마다 마을을 지키는 팽나무가 있다 한다. 주민과 여행자들에게 쉼터가 되어 주기도...

 

>> 어느새 길은 바닷가로 접어들었다. 한치를 말리고 있다. 한마리에 1500원에 판다. 맥주안주 ㅋ~~

 

>> 1코스 끝자락. 성산일출봉 가는길.

 

>> 올레코스는 성산일출봉을 우회해서 간다.

 

왜냐하면 일출봉은 유료이기 때문. 돈을 받는 곳은 철저하게 올레코스에서 제외되어 있다.

 

상업적 개입을 완벽하게 차단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올레에 담긴 걷기의 철학도 맘에 들지만

 

이런 일관된 태도 역시 맘에 들었다. 그렇다고 안 갈 수는 없고. 신기하게 둘러둘러 가는 길을

 

다 찾아놨다. 장인정신마저 돋보이는 대목~

 

성산일출봉은 왜 돈을 받냐고 투덜투덜댔으나 여기까지 온 마당에 또 유명한 곳을 외면할 수도 없고...

 

그냥 올랐다. 정상까지 오르 내리는 데 1시간도 안 걸린다. 정상에 올라 내뱉은 한마디.

 

"와~~ 돈 받을만 하네." 깨갱~~ 멋지더라. 다들 유명한 데 가는 이유가 있더라.  

 

>> 올레길은 코스와 코스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

 

계속해서 오후 늦은 시각. 2코스 일부를 걷기로 결정. 첫 날 할망민박에 완전 반한 나머지 그 다음

 

숙소도 할망민박을 알아봤다. 그랬더니 2코스 중간에 있는 것이지. 어차피 내일이면 6~7코스 쪽으로

 

건너뛸 거 짧은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코스를 맛보고 싶은 마음에 2코스를 일부 걷고 할망민박에서

 

숙박하기로 결정. 걷기는 계속되었다.

 

 

>>이래도 올레길의 비밀을 모르겠다면 당신은 지진아.

 

 

>> 제주도에 말이 많다 많다 하더니 실제로 본 건 처음이다. 주로 동쪽 마을에 많이 있는 듯.

(어설픈 짐작) 애가 정말 미끈하게 잘 생겼다. 어머~~ 저 핏줄 좀 봐. 섹시하다...머리도 어찌나

이뿌게 자르셨는지..

 

>> 2코스의 컨셉은 물이다. 늪지와 습지가 계속 나타난다. 어둡고 낮고 습한 기운이 주위를 압도한다.

그런데다 날마저 흐려 구름이 짙게 깔렸다. 오싹하고 묘한 기분~

 

>> 마을 한 가운데 이런 늪지가...난 자꾸만 살인의 추억...그런 이미지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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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곽길 걷기

서울 성곽길을 한 번 걷고 싶어서 짬을 보다가 한겨레 esc(목요일 여행 섹션)에 나온 기사를 보고

 

3구간을 걸어봤다. 산+걷기+역사가 결합된 아이템이니 그 자체로 재밌고 게다고 소실된 담벼락을

 

찾아 골목 골목 누비며 흔적을 찾아내는 게 보물찾기 같은 기분이 들어 내 정서에 딱이다.

 

자세한 내용은 녹색연합에서 발행한 팜플렛이 너무 잘 되어 잇으니 참고하면 된다.

(홈페이지 가면 PDF파일로 무료배포. 주소는

http://www.greenkorea.org/zb/view.php?id=baekdu&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43)

 

1, 2구간은 도심을 지나는데 소실된 부분이 너무 많아서 재미없고 3, 4구간이 청와대 뒷산을 지나는

 

산길이라 재밌다. 3구간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개방한 구간으로 산에 오르면 청와대와 경복궁이 보인다.

(근데 여전히 군사지역이라 군인들, 정확히 말하면 공익 애들이 지키고 있다. 신분증도 보여주고

출입증을 받아야 하니 찜찜하신 분들은 그냥 포기하시던가...)

 

시간은 대략 3~4시간 잡으면 충분한데 등산화까지는 필요없고 그래도 산은 산이니 물이나 간식 싸가면

 

충분하다. 청와대 쪽보다는 그 반대편으로 커프에서 이선균씨 살던 동네 부암동을 비롯하야 세검정

 

평창동 같은 동네들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옛날에 선비들이 음풍농월하던대라 그런지 개발이 안되어서

 

그런지 서울에 이런 곳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3구간은 한성대 입구역에서 출발. 혜화역 쪽으로 넘어가다 차도 옆에 뜬금없이 혜화문이라고 왠 옛날

 

대문하나가 나온다. 여기가 성곽이 끊어진 흔적이다. 여기서부터 골목으로 돌아돌아 가다보면 성곽길

 

입구를 찾을 수 있다. 자세한 건 지도보면 다 나온다. 골목길도 이뿌니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딱이다. (대략 종로구 뒷동네들이 요즘 각광받는 분위기니까..)

 

 

>> 혜화문에서 시작되는 성벽의 흔적. 보수 공사를 안 한 오래된 돌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나온다.

서울 한 복판에도 이런 곳이 있다니 꽤나 신선하다.

 

>> 성벽길 찾으며 골목을 전전하다 찾은 집. 포카리 스웨트 광고도 아니고...쩝...분위기에 맞게

컨셉을 잡으셔야지...

 

>>온갖 잡종 이미지가 혼재할 거 같은 동네라 한 번 찍어봤다. 요 아래래 찻길 따라 올라가면

시와 노래에 나오는 길상사 나온다.

 

>> 성벽의 흔적. 학교 돌담의 일부가 되어 있다. 성벽을 이루던 돌 위로 새로 얹은 콘크리트 돌담이

확연히 구분된다. 왕조를 지키던 돌이 이제는 학교를 지킨다.

 

>> 본격적인 성곽 입구.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 물어가면 금방 찾을 수 있다. 주택가를 가로질러

만나 성곽은 완전 다른 세계. 주변이 조용해서 좋다.

 

>> 서울성곽도 식후경. 이런 게 소풍의 재미지...아이참 재미지다.

 

>> 성곽 옆길로는 또 이런 산동네 풍경이. 정체불명의 분위기가 좋다.

 

>> 본격적인 성곽길은 산을 타고 오르 내린다. 등산까지는 아니고. 좀 긴 산책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군사지역이라 그런지 곳곳에 철조망이...

 

>> 퀼트천을 엮은 듯. 모자이크 바둑판 흑백TV 등등

 

>>대략 요런 분위기

 

>> 정상에서 본 서울도심. 경복궁이 보인다. 왼편 아래로 청와대 지붕이 살짝 보인다. 꼴도 보기

싫은 쥐아범이 살고 있는 곳.

 

>> 이 곳은 반대편 풍경. 산을 가로지리는 길을 4코스다. 오른편으로 이선균이 드라마 찍었던

그런 집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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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과 낙산사

영국에서 돌아온 날맹과 간만에 여행. 친구가 열라 차를 몰아준 덕분에 편하게 갔다왔다.

오대산에 있는 절 상원사, 월정사를 갔는데 여기선 그냥 그랬다.

석가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는 적멸보궁에도 들렀다. 난 이름만 듣고 섶는 대몽항쟁을 위한

임시왕궁 같은 곳인줄 알았다. 흠...그런데 그 진신사리는 직접 볼 수가 없어서 밍밍했고...

진신사리를 지키고 있는 스님은 묘상한 염불만 외고 있는데...들어보니 이렇게 저렇게 돈낸 사람들

잘 되라고 이름과 주소를 나열해주고 있는거다.

염불은 늘 음울하고 몽환적인데 그 목소리로 '임용고시, 수능시험, 사법시험...'따위를 낭독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에휴~~ 종교란 게 참 나약한 인간처럼 형용모순이다.



>> 오대산. 강원도 평창군에 있다.


오대산에서는 상원사와 월정사를 다녀왔다. 참나무 숲길도 살짝 걸었다. 아직 절정이 아니었지만
숲의 기운이 좋았다.



>> 절 입구에 서 있는 어르신들. 정확한 이름은 모른다. 토속신앙과 결합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낮에 보니 코믹하지만 밤에 혼자 보면 오싹할 듯. 친구말대로 절에서 혼자 수행하다 정신 나가지
싶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 다람쥐...똑같은 쥔데 쥐랑 너무 다른다. 쥐의 세계에도 F4가 있을 듯...



>> 상원사. 사람들이 많이 와서 그런가 인테리어가 퓨전이다. 돈 많이 벌었나??




그러나 다음 날 들른 낙산사는 완전 흥미로웠다.

농담 삼아 해수관음상이 게이같다고 했지만 정말 여성스럽게 묘사된 부처도 흥미로웠고...
(아무래도 바다를 품어 아는 이미지라 그런 게 아닐까? 보통 바다나 대지는 여성성에 비유되는 경우가 많으니)

절벽에 위치한 홍련암도 신비로웠다.

친구는 '자기가 죽을 자리로 봐둔 곳'이라며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해진다고 했다.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 소리에 섞여 들리는 목탁과 염불 소리.

그리고 쉬지 않고 절하는 사람들. 그 아줌마의 모습에 온 세상의 고뇌와 번민이 가득해 보였다.

가정주부들이 종교라도 믿으니 그나마 화병걸려 죽지 않는 게 다행이다 싶은 기분. 

절이나 성당을 봐도 아무런 감흥이 없고 늘 그냥 관광지처럼만 여겼는데 낙산사는 조금 흥분됐다.






>> 코끼리, 용, 사자, ?? 등등 비현실과 상상과 이방의 존재가 현실 속으로. 근데 서 있는 사자 좀
웃겼다. 허벅지 튼튼하겠어...


>> 예쁜 풍경. 몰래 갖고 오고 싶었다. 생선 훔친 자리에 영광 굴비 하나 걸어놓고..


>> 해수관음상. 곱다. 손에 왠 술병을?? 외로우셨나?



>> 홍련암. 몽환적이었던 곳.



고스톱으로 돈 땄다. 역시 점백엔 연속 나가리 4배판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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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에 다녀왔다.

친구들과 설악산에 다녀왔다. 

아래 지도를 보면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 코스를 선택했는데

산을 타는데는 1박 2일이 꼬박 걸리기 때문에 실제로는 2박 3일로 일정을 잡아야 한다.

6시 30분쯤 강변역에서 버스를 타고 속초에 도착. 대략 3시간. 여기서 시내버스를 타고 설악산 입구에

도착. 대략 30분. 10시쯤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했다.첫 날은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짧은 코스를 선택.

신흥사 -> 소공원 -> 비선대 -> 양폭 대피소 -> 희운각 -> 중청 대피소를 따라 이동.

중간에 점심 식사 1시간 잡고 저녁 7시쯤 도착했으니 조금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하루코스로 적당하


>> 설악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퍼왔음. 당일, 1박, 2박 등등 여러 가지 코스가 있더이다. 요즘은
국립공원 홈페이지가 잘 돼 있어 편리하다. 홈페이지로 대피소 미리 예약하는 건 필수.



>>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하기 직전. 기념으로 셀카를 찍었다.


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풍경. 겨울산을 타면 산행 초입에는 조금 풍경이 건조하지만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사방이 눈으로 덮여 있어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광경을 볼수 있다. 설악산은 다양한 종류의

바위가 많아 웅장하고 담대한 느낌을 준다. 지리산보다는 훨씬 다채롭고 역동적이다. 중간 중간 너무 너무

멋진 풍경 때문에 육체 피로를 싹 잊어버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겨울산의 매력은 고요함에 있다. 봄에는

꽃, 여름에는 계곡, 가을에는 단풍을 찾아 오는 사람들로 산이란 산은 죄다 인파로 북적대지만 겨울산에는

아주 적은 사람들이, 정말로 산을 좋아하는 매니아들만이 산을 찾는다. 그래서 적요로 둘러싸인 산과

하나가 되고 싶다면 겨울산행이 제격이다. 오직 내 발에 의지해 산을 오르다보면 어느새 호흡은 거칠어지고

두툼한 등산복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거친 숨소리만이 온 산을 가득 메우고,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오르막을 치달아 올라 고개를 들었을 때 눈 앞에 펼쳐지는 그

놀라운 광경. 나도 모르게 '와아~~~' 탄성이 흘러 나온다.

와이드 샷으로도, 그 어떤 매체로도 기록할 수 없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 정상에서부터 중턱까지

절반쯤 눈에 덮인 산, 그 앞으로 뒤로 옆으로 사방으로 온통 산이 수묵 담채화처럼 조금씩 흐려지고.

그 사이 사이로 웅장한 바위들이 솟아 있다. 그리고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 아...행복하다.

지금 이 순간, 세상 모든 고민과 욕망이 다 사라진다. 그냥 산이 좋다. 그냥 이 순간이 좋다. 그냥 내가 좋다.

이 순간, 이 느낌, 이 만족감 아주 오래 오래 내 마음 속에 담아두고 새겨두고 그래서 카메라를 누르고 또

눌러도 부족하다. 너무 부족하다.



>> 산행 초입. 멀리 울산바위가 보인다.


>> 계속 올라가면 이 계곡이 다 얼어 있다. 이렇게 시작된 산행.



>> 비선대에서 찍은 바위. 여기까지가 딱 수학여행 코스여서 오래 전 그 때 기억이 되살아났다.


>> 요즘은 통신 가능지역과 불가능지역까지 표시되어 있더라. 국립공원도 서비스 시대??



>> 와 저 하늘 좀 봐. 정말 날 제대로 잡았다.


>> 산과 산 사이로 또 다른 산이...


>> 슬슬 계곡이 얼어간다. 독특하게 생긴 바위나 암벽이 많다.


>>그러게...정말 신기하다.


>> 오르막에선 체력 소모가 심하다. 그래도 하늘을 오르는 기분이다.


>> 점심 먹고 오후... 목적지에 거의 다 왔다.


>> 이제 산은 완연하게 겨울의 모습을 드러낸다.


>> 사위가 어두워진다. 해가 저물어간다. 밤이 다가온다. 밤에, 산은 포근하지 않고 무섭다.


>> 정말 재수좋게 목적지에 거의 다다라 일몰을 목격. 죽음이다. 뒤처진 친구들은 못봤다....이 멋진 걸.





중청대피소에서 1박하고 이른 새벽에 일어나 대청봉에 올랐다. 일출을 보기 위해.

중청대피소 -> 일출 -> 희운각 -> 공룡능선 -> 마등령->금강굴->비선대를 따라 이동.

첫날보다 이동거리가 길다. 일출에 취하고, 신나게 봅슬레이를 타며 내리막길을 무지 빠른 속도로

내려올 때까지... 이토록 길고 힘든 하루고 될 줄 몰랐다.

코스를 너무 만만하게 봤다. 미리 준비해 온 지도에 예상 시간이 적혀 있었지만 내리막이니 더 빨리

내려갈 수 있으리라 자신했지만. 공룡능선은 이름에 걸맞게 울퉁불퉁 거칠었다. 마등령은 오르막이

많아서 어찌나 속도가 나질 않는지 마등령이 마귀의 등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계속 생각했다.

시간은 계속 늦어지고 친구들도 지쳐갔다. 기어이 해는 지고, 친구 하나는 다리가 아작났다. 친구

배낭까지 배낭 두 개를 매고 내려오는데 오깨랑 허벅지가 미치게 아팠다. 그런데 너무 무섭고 신경이

곤두 서서 아픈건 느낄 새도 없이 미친듯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도 거리는 좀처럼 줄어들지를

않는다. 뒤에 처진 친구들을 기다려야 하는데... 이미 다 뿔뿔이 흘어져서 천상 목적지에 도착해서

만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마에 걸친 전등에 의지해서 가는 길. 내리막이 계속되어도 경사가

줄어들지 않고 가끔은 길이 혼동스러워서 잘못된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너무 무서워서 다른 곳은

비출 엄두도 못 내고 딱 내 발만 비추며 걷는다. 조금이라도 정신을 놓고 발을 헛딛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끝내 10시 30분이 넘어 비선대까지 도착했지만 모두들 너무 지쳐 있었다.
(후유증이 장난 아니었다.)

그래도 다시 와야지...다음엔 준비를 좀 더 해서 말이야...



>> 일출...멋지다.


>> 해가 떠오른다.



>> 여기는 설악산 정상. 대청봉에서 ..


>> 해가 뜬 직후. 여전히 멀리 달리 떠 있다.



>> 내리막길. 봅슬레이. 어린애 마냥 즐겁다.



>> 산행 친구들. 슬슬 지쳐갔어...



>> 온 몸으로 바람을 맞아온 나무는, 마치 왁스를 떡칠한 머리처럼 한 쪽으로 심하게 쏠려 있다.


>> 바위 틈새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갔어. 마치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문을 넘어선 기분이야.
왠지 이 길을 따라가면 홍길동이 살던 율도국이나 반지의 제왕이 살고 있을 것만 같아.



>> 저 하늘 좀 봐. 눈이 시리도록 푸르다. 그리고 그 하늘을 배경삼아 멋지게 서 있는 나무는 어떻고...



>> 그래도 꾸역구역 봄은 온다.


>> 설악산 바위들. 정말 멋지다.




>> 뉘엿뉘엿 해가 진다.



>> 비선대까지 불과 3.7km인데...줄지를 않는다. 이게 마지막 사진이 될 줄이야. 서편으로 지는
해가 낮게 깔리자 그림자가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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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6] 일본인의 생활3

일본여행기도 마지막이다. 유럽여행기가 1년도 더 지나 끝난 점에 비추어보면 일본 여행기는 그래도 빨리 끝나는 편이군. 보름도 안되는 여행이라서 할 말도 많지 않고...


1. 일본에 다시간다면

나는 도쿄 시내에 있는 오타쿠 샵에 가고 싶다.  애니메이션과 프라모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일본은 고향같은 곳이 아닐런지...ㅋㅋㅋ
산에 올라보고 싶다. 한국과 식생이 비슷하지만 좀 더 덥기 때문인지 숲이 울창하고 깊은 느낌이 들었다. 깊은 숲 속에 들어가 나무에 둘려싸이고 싶다.
북해도에 가보고 싶다. 조성모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북해도는 한없이 고요하고 로맨틱한 분위기, 김전일에 등장하는 북해도는 음산하고 고독한 북해도. 그 어느 것이든.
하라주쿠나 시부야 같은 번화가에 가보고 싶다. 처음 일본에 간다 했을 때 너무 만화 속 이미지를 생각했다. 일반적인 일본인들은 역시나 평범했다. 그래도 도쿄 복판은 조금 달랐다. 남자들은 키가 조금 작은 편인데 마른 체형이 많아서 스키니가 진짜 잘 어울린다. <나나>같은 스모키 화장에 레이스 주름 가득한 히피 의상에 징박힌 부츠...ㅋㅋㅋㅋ...그런 모습들이 좋다. 게이바 같은 데도 가보면 재밌을 듯.
요요기 공원에 다시 가보고 싶다. 토요일날 갔더니 공원 입구에 코스프레 천국. ㅋㅋㅋ... 유명한 벼룩시장도 있다는데 그건 못 찾았다. 세계 각국의 음악과 춤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한 그곳. 한국에도 그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 국적을 잃어버린 듯 경계를 초월한 곳.

2. 신사, 종교

마을 곳곳에 신사가 있다. 절이 산으로 들어간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마을 곳곳에 신사가 있어 사람들 일상 속 깊이 영향을 미친다. 다들 아시다시피 신사는 국가권력의 시녀가 되어 군국주의의 앞잡이 노릇을 했었다. 전후 일본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는데 그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은 기복신앙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우리 신사에서 공들이면 연애에 좋다.' 또는 '돈을 많이 번다.' 이런 식으로 특화시켜 사람들을 끌어들인 게 주효했다고 한다. 여전히 신토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일상 속 깊이 자리하고 있는데 불교마저도 섞여 들어 어느게 절이고 어느게 신사인지 구분도 잘 안간다. 궁에 가도 분위기는 비슷한데 국가 권력 강화를 위해 수 많은 학생들이 궁을 방문하는 모습을 보며 기분이 찝찝했다.
국가야말로 오늘날 가장 강력한 종교이자 미신이 아닌가?
신사나 절은 딱 한 번 가보면 될 듯. 처음엔 신기하지만 역시 몇 번 보면 그게 그거라 질린다. 그 세세한 차이를 간파하기에는 관심이 부족하다.
>> 교토성. 지나는 길에 잠시 들렸다.



>> 궁에 새겨진 조각문양. 이런 모습은 익숙하다. 의미는 모르겠고...



3. 일본여행을 정리하자면

깊이 느끼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그리고 많이 돌아다니지도 못했고. 유럽보단 흥분도 덜하고 재미도 덜했지만 노숙도 해봤으니 나날이 늘어가는 경험에 그냥 므훗할 뿐이다. 기회가 된다면 2박 3일씩 짧게 여기 저기 가보고 싶다. 돈은 최대한 아껴가면서....다음 자전거 여행은 아무래도 국내가 될 거 같다.



>> 궁이나 절, 신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 구분 못하겠다. 지붕은 사무라이 모자 모양을 연상시킨다.


>> 기모노 차림. 많지는 않지만 흔히 볼 수 있다.


>> 신사입구. 술을 담아 둔건가??


>> 신사  한 켠에는 소원을 적어놓은 목각이 가득 걸려 있다. 소액의 돈을 받고 소원을 적는데 한국에서도 절에서 돈 받고 기왓장을 기부하는 것과 비슷하다. 신사는 대부분 이처럼 민간기복신앙에 기대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어떤 신사는 돈을 받고 기부한 주춧돌에 가게나 회사 이름이 줄줄이 적혀 있기도 하다. 우리는 신사에 들러 유료 소원쪽지를 몰래 뽀려오기도 했다.



>>이것도 소원을 적은 쪽지 나무. 그냥 소박한 바램으로 바라보면 좋겠는데 이것을 악용해 전쟁의 도구로 삼았던 과거가 있어서인지....



>> 요요기 공원 입구. 비슷한 복장과 머리를 한 남자 일행이 비슷한 동작을 반복하며 춤을 춘다.
ㅋㅋ....코스프레로 스트레스가 풀릴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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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5] 일본인의 생활2

>> 배려와 미루기

일본에 대해선 늘 많은 말을 듣는다. 어릴 적에는 대부분 책에서 접한 내용을, 이제는 미디어에서 접한다. 텔레비젼이든 포털이든 일본에 대한 이야기는 늘 차고 넘친다. 역사나 정치 문제로 반일감정이 심한 탓에 욕도 많고 애니메이션, 음악, 영화 등 일상 깊숙이 들어온 일본문화에 대한 호감 때문에 칭찬도 많다. 일본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 온다. 한국어 강사인 누나는 수강생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본 사람들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래 저래 일본은 이제 정말 가까운 나라가 되었다.

언제나 일반화의 오류는 조심해야 겠지만  마음대로 느낀 것을 적어본다.

일본인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행사에 들러 만난 아나키스트들과, 빌려 쓴 숙소에서 만난 일본인들 몇몇을 제외하면 10여일 남짓한 여행에서 많은 일본인을 만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워들은 얘기를 억지로 짜 맞추는 것일지도.

일단 대화나 행동에서 늘 상대를 의식하고 배려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일본인들은 화(和)를 중요하게 여긴단다. 어느 책에선가 섬나라에서는 화합과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특징이 있다는 내용을 읽었다. 사회갈등을 무마시키기 위해 외부로 시선을 돌리기 마련인데 섬나라는 지형이 고립되어 있어 그게 쉽지 않다며. 그래서 내적으로 조화를 강조하게 된다며. 섬나라인 영국과 일본에서 상징적으로 왕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국민통합의 상징성 때문이라며.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튀는 존재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개인보다는 집단을 강조하고. 그러다보니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존재는 이지매(집단 따돌림) 당하고. 사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니 늘 안으로만 침잠해서 오타쿠가 히끼코모리가 사회적 현상이 된 것도. 옴진리교 사건이 발생한 것도. 비디오 게임을즐기는 것도. 이런 식으로 분석하니 대충 설득력은 있다.

뭐 맞는지 틀리는지 모르겠지만 일본인들이 상대를 많이 의식하는 것은 맞다. 일본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을 만나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일본인들은 상대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애쓴다. 그러다보니 말이나 행동이 늘 조심스럽고 돌려 돌려 말하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자기 속내를 쉽게 비치지 않기 때문에 직설적이고 솔직한 성격의 사람은 조금 답답하고 짜증나게 느낄 수도 있다. 나를 포함한 친구 몇몇은 답답해서 절대 일본에 살지 못할 거 같다고 했다.

예를 들면 사랑을 고백할 때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라는 표현보다는 '제 사랑을 받아줄건가요?'가 더 잘 어울리고 이미 친해졌다고 생각하는 친구에게 물건을 빌릴 때조차 '내가 그걸 좀 빌려도 될까?'라고 물을 정도로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선물을 받으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답례를 하지 않으면 그것도 폐를 끼친 것이라 생각한다니.

지나친 배려는 피곤하다고 이미 앞서 말했지만. 이와 같은 소통 방식은 내게는 쥐약이다. 돌려 말하고 있는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는데 정신력을 집중해야 하니 엄청 짜증이 날 것이다. 게다가 표현도 조심스럽게 해야 하고 실수로 거친말이 나온다면 또 미안하단 말을 몇 번이고 해야할테니. 생각해보면 일본어에 욕이 거의 없는 것도 이런 이유인 듯.  인사는 또 어찌나 자주 하는지 아리가또랑 스미마셍은 확실히 배운 거 같다. 상대가 실수를 하면 미안하단 말을 하도 자주해서 괜히 내가 더 미안해질 거 같고. 상대가 고맙다는 말을 너무 자주하면 또 짜증이 날 거 같다.
그리고 지나친 배려는 어찌보면 선택을 늘 상대에게 미루는 것과도 같다. 이와 같은 태도는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고 그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령 연애를 하는데 매번 이런 식이라고 쳐보자.

'뭐 먹고 싶어?'
'넌 뭐 먹고 싶은데?'
'난 아무거나...너가 먹고 싶은 거 먹자.'
'아니 난 너가 하고 싶은대로 할께.'
......


물론 어떤 성격이든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일본 사람들은 정말 예의바르고 친절하단 느낌을 받는다. 꼼꼼하고 세심하다. 철저하다는 말도 잘 어울린다. 나중에 일본에서는 못 살 거 같긴 하지만 일본 친구들도 사귀어 보니까 재밌더라.



>> 예쁜 가로수, 거리는 정말 깨끗하다.


>> 교토대학 미술 동아리 모집 광고. 귀엽다.


>> 이건 검도부겠지?? 크...많이 보던 만화다.



>> 번화가. 쇼핑을 위해 들렀다 .명동같은 느낌. 익숙한 ABC마트가 보인다.


>> 인도에 주차된 자전거들. 겁내 많다.



>> 우리가 7일간 머무른 일본인 친구 집. 넷이서 같이 살고 있었다. 모짱이라 불리는 재일교포 2세와 일본인 친구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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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4] 일본인의 생활1

1. 축소지향의 일본인?? 실용적인 일본인??

축소지향적이다.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일본인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본 표현이기도 하다. 책으로만 미지의 세계를 만나던 시절, 게다가 민족주의적 열정이 후끈 후끈 달아오른던 시절이었다. 말 속에 편견이 있음은 물론. 한국인들은 일본인을 무시하는 의미에서 저 말을 자주 쓴다. 상대를 비꼬려는 의도가 좀 우스워 보인다.
조그만 자가용이 아주 많다. 주차 공간을 최대한 아끼려고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뒷부분이 티코처럼 납작한 차들이 아주 많다. 프라모델이나 피규어, 분재만 봐도 그렇고 음식도 아주 조금씩만 나온다. 소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김도 조그맣고 반찬 그릇도 조그맣다.

어떤 의미에서는 축소지향적인 게 실용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오밀조밀하니 공간을 잘 활용한다는 느낌도 든다.  쓸 때없이 큰 차만 선호하는 거보다는 백 배 낫다. 주차공간도 부족한데 개나 소나 중형차 사서 비좁은 골목길 꽉 채우는 거 아주 짜증이다. 우리집은 빌라가 빽빽하게 들어선 좁은 골목길에 접해 있다. 가끔 좁은 골목길을 지나는데 큰 차가 길 하나를 다 차지하고 지나갈 때는 차를 피하려면 거의 벽에 붙다시피 해야하는데 그 때 기분이 되게 더럽다. 좀 막 화가나려고 한다.
빌라 입구에 큰 차가 주차되어 있을 때는 옆으로 게걸음을 걸어야 집에 들어갈 수 있다. 자전거를 들고 들어가야 하는 날은 완전 난감하다. 지난 번에는 주차된 차랑 부딪치지 않으려고 자전거를 어깨에 짊어졌는데 어찌나 다리가 후달리던지...게다가 그 좁은 틈에는 벽을 따라 쓰레기가 내버려져 있다. 비틀비틀 까치발로 걸어가는데 쓰레기 봉투가 발에 차인다. 완전 짜증 이빠이 폭발 직전. 이런 개XX...쏟아져 나오는 욕을 억누른다. 저 차를 발로 한 대 후려차야 시원한데...휴...Relax!!

여행 수기가 갑자기 차에 관한 이야기로 샜는데 이왕 샌 김에 이야기 좀 더 해야겠다. 쌓인 게 좀 있다. 남자들 차를 무지 좋아한다. 감빵에 있을 때는 자동차 잡지 사보는 사람들 꽤 많더라. 거의 차랑 연애할 테세인데... 주말이면 마당에서 세차하느라 여념없을 배나온 아저씨들이 떠오른다. 설거지는 한 번도 안 하면서 말이지. 그런데도 참 부지런도 하셔. 차 좋아하는거야 뭐 개인 취향이라 치자. 그런데 차 가지고 사람 평가하고 차 가지고 으시대고 싶은 진상 졸부들 참나...
며칠 전에 택시 타고 가는데 술 취한 아저씨가 택시에 탔다. 택시 기사 듣기 좋은 이야기를 주~~욱 늘어놓더니 아저씨가 호응해주니까 그 때서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차 뭐냐는 둥 내 차는 벤츠인데 몇 씨씨고 더 좋은 걸 사려고 했는데 참았다는 둥... 그러면서 아저씨가 보기에는 어느 기종이 좋아 보이냐는 둥. 하루 하루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벤츠 몇 씨씨가 더 좋냐고 물어보는 그 시방새 완전 골빈머리.

차도 큰 거 좋아하고 음식은 남아서 버릴 지언정 가득 가득 담아서 대접해야 하고 기분 내키면 집문서라도 팔아버릴듯 허세부리고 명품 브랜드 아니면 쪽 팔리고 집은 넉넉하니 큰 게 좋고.....가끔은 나도 그러니까 뭐 통크고 화끈한 거 좋다 이거야. 말도 안되는 꼬리표 달아서 상대를 격하시키지는 말자 이거지.



>> 교토대학이었던가?? 대학식당에서 먹은 밥. 그릇별로 돈을 받는다. 한국보다는 조금 비싼 편.



>> 왼쪽에 보이는 차를 보여주려고 고른 사진인데...쩝 주인공 등장이오...semi방수 잠바를 입고 달리고 있다. 비를 완전히 막아주진 못하지만 비가 조금올 때는 쓸 만하다. 비가 그치면 좀 덥다.


2. 안전제일주의?? 통제사회??

일본 어디에서나 제복 입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사무직 노동자도, 생산직 노동자도, 학생도 모두 모두 제복을 입는다. 건물 관리인도, 은행원도, 경비원도, 학교 수위도, 배관공이나 전기공도...상대적으로 군인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아침에 공장 앞을 지나는데 공장 앞마당에 열을 맞춰 아침체조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거리는 늘 깨끗하고 대체로 뭐든 잘 정돈되어 있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그랬다. 이 두 나라가 전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 뭐 좀 비약같긴 하다. 근데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더이다. 그냥 막 연결시킨다. 이런다. 편협하군...

근데 그걸 한국에서도 어지간히 배우지 않았을까? 열맞춰 체조를 보는데 애국조회가 생각났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그런게 많은 부분 일제의 잔재라는 말도 들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일본식 한자어가 많이 쓰인다. 공공영역으로 갈수록 더한데 대체로 관리와 통제가 필요한 곳, 특히 군대나 감옥 같은 곳에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러고보니 갑자기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일본 역시 캠핑 문화가 별로 없는 듯, 가는 캠핑장마다 문을 닫아서 고생했다. 유럽과 달리 캠핑장이 많지도 않은데 그 나마도 성수기 여름 한철 장사다. 그 중 한 캠핑장에는 관리인도 있고 운영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약을 했냐고 묻는다. 캠핑장엔 아무도 없고 텅 비어 있는데 미리 예약을 안 하면 절대 들여보내줄 수 없단다. 절대 자신이 책임지려 하지 않는 태도.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똥이 떨어지는걸 싫어하는 태도. 사람보다 규정이 먼저라는 태도. 그렇지. 한국에서도 늘 볼 수 있는 공무원과 관료들의 태도. 딱 그거다. 아~~구렸다.

광우병 사태 때 일본에서는 어떻게 이 문제에 대처하고 있는가가 PD수첩에 나왔다. 전수조사는 물론이고 일본 국내산 사육소에는 유통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전자태그가 달려 있다. 30개월 미만 미국소는 절대 수입할 수 없다는 정부당국자의 인터뷰는 또 어떤가? 사람들은 안전제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의 관리 시스템을 칭찬했다. 일본인은 안전에 대한 준비가 철저하다. 지진이 잦다보니 그럴 수 있다.  꼼꼼하고 완벽한 장인 정신으로 전세계 시장을 누비는 일본 제품을 보면 이해도 간다.

그런데 그게 안전과 통제는 늘 한 끝 차이라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캠핑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러브모텔에 들어갔다.  산 한 가운데였고 여름에만 문을 연다는 캠핑장을 목표로 달려온터라 딱히 갈 만한 곳도 없었다. 날은 너무 어두웠고 날까지 추워지는데다 비까지 내려 일행의 사기는 급저하. 도저히 어디를 갈 상황이 아니었다. 재정에 무리가 가더라도 그냥 모텔에 들어가기로 했다.
방에 들어가는데 키를 안 주는거다. 그래서 키는 없냐고 물어봤더니 '오토 라끄 시스템'이란다. 쉽게 말해 저절로 잠긴다는 이야긴데... 그럼 안에서도 못 여는거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그럼 나갈 때는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데스크에 전화하면 열어준다는 거다. 퓨~~~도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데 왠지 갇힌 기분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렇게 까지 외진 시골을 찾아 싸구려 러브모텔에 들어간 커플은 자신들도 열 수 없는 방에 갇혀 러브 러브를 하는거다. 이런 줸~~장. 어디 CCTV는 없는 것인지 원. 안전하긴 할 거 같은데 기분이 찝찝했다.

그러나 저러나 우리는 내일 여행 경로를 짜기 위해 함께 모여 토론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이 방 저 방을 들락거렸다. 그랬더니 아예 문을 열어두더라. ㅋㅋㅋㅋ...게다가 우린 그 안에서 규정을 어겨가며 밥까지 해먹었다. 모텔에서 취사라니~~ 이런 식으로 지낸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암튼 그 주인 우리가 되게 싫었을 거 같다.

꼼꼼하고 세심한 배려라고 보기에는 왠지 통제받는 기분이 들 거 같아서 일본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
한 편으로 이렇게까지 공간을 폐쇄적으로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느끼는 편안함이란. 그닥 지향점이 아니다. 난 지나치게 세심한 배려는 불편하다. 간섭으로 느껴진다.



>> 우리가 떼거지로 잔차질을 하면 대략 이 모양이다. 개성이 강하다고 해야할 지...뭔가 코믹하다. 모냥이 좀 빠지고...그래도 자전거는 잘 굴러간다.



헉...더 쓸려고 했는데 원더걸스 nobody 다운 받아 듣다가...어느새 졸립다.


 
>> 모처럼 맘에 드는 멋진 캠핑장 도착. 아 힘들고 덥다...


>> 바다가 나왔으니 각자 멋진 포즈로 취하라고 했건만...이거 원...


>> 비옷 사입었다. 일제다.


>> 여기에서도 자전거는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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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3] 오사카 까라 도쿄 마데

여행기록을 재밌게 봤다는 이야기에 또 몇 달 만에 글을 쓰는 이 한심한.
오늘은 모처럼 쉬는 날 뒹굴뒹굴 거리다 생각나는 대로 떠 써내려 간다.
디카가 없어 사진을 못 찍었으니 친구들에게 사진을 받아야 하는데 그마저 소극적. 일본 여행기는 아무래도 비주얼이 떨어질 듯. 말로 때우는 자전거 여행 기록이다.


오늘은 대략적인 경로를 이야기해보자.
일본 여행에서는 경로를 미리 짜두지 않았다. 그냥 일본에서 산 지도를 따라 가능한 최단 거리로 달렸다. 산지는 최대한 피하려고 했지만 일본도 산이 많아서 완전히 평지로만 달리기는 어려운 일. 길은 대부분 국도를 따라 달렸다.



>> 한꺼번에 주차해 놓으면 볼 만하다.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일본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24시간 편의점. 일본 발음으로는 콤비니. 한국에서 자주 보던 편의점들이 사방에 널렸다.



>> 일상적인 일본 시내 풍경. 인도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전거 도로. 보행자들보다 자전거 탄 사람들이 더 많다. 곳곳에 주차해놓은 자전거들이 엄청 많다. 일본어로 된 간판들이 그 때를 생각나게 한다. 한국과 차도 진행방향이 정반대다. 처음엔 조금 헷갈렸다.



>>  재패니메이션을 좋아한다. 아톰을 입고 달리는 센쑤.


일본은 자전거 사용이 일상화되어 있다. 평범한 동네 보도에는 행인보다 자전거가 더 많다. 특징이라면 대부분 자전거 도로가 인도와 함께 있다는 정도. 길이 좁은 편이다. 운전자들은 양보심이 넘쳐난다. 안전제일을 지향하는 일본인들, 상대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애쓴다는 일본인들. 그래서 그런지 한국 운전자들처럼 욕을 하거나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추월하는 일도 거의 없다. 답답할 정도로 천천히 뒤따라 오는 경우도 많다. 신호도 엄청 잘 지킨다. 신호 대기선이 건널목 한참 앞에 있는데도 거의 그 선을 넘는 경우가 없다. 신호 바뀔 때 꼬리물기도 거의 하지 않고 바로 정지한다. 그래서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도 크게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

그래도 역시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위험한 순간이 있다. 한 번은 국도를 따라 신나게 달리다 타이밍을 놓치고 고속도로로 접어 들었는데 거의 미친 질주였다. 완전 아찔했다. 그것도 좌우로 푸른 강물이 넘실대는 고가 도로를 거의 10km가까이 달린 거 같다. 정말 무서웠다. 갓길이 없어 엄청 비좁은 틈으로 달렸다. 아차하면 죽겠구나 싶었다. 게다가 나는 물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다리를 건널 때는 심하게 긴장한다. 그 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일념으로 옆도 쳐다보지 않고 미친듯이 달렸다. 평균 시속 30km정도를 계속 유지한 거 같다.
친구들도 모두 마찬가지. 모두 각자 달린다. 거리가 벌어지면서 친구들이 보이지 않는다.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다. 모두가 혼자다. 혼자 사고가 나도 아무도 모른다. 돌발 상황이 벌어져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빨리, 빨리, 하야끄, 하야끄....허거걱 근데 전용도로가 30분 가까이 끝나질 않는다.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긴장감과 공포심이 생긴다. 제발, 제발...그러다 멀리서 쉬고 있는 친구들을 발견하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운전자의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이 일행을 향해 접근한다. 우리는 고속도로인지 모르고 달렸다, 한국에서 왔다, 처음 왔다, 자전거 여행 초행길이다, 봐달라...그냥 저냥 일본어와 영어와 몸짓을 섞어가며 설명했고...역시 경찰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관대하다.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고 주의만 주고 떠나갔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위험한 짓이었다. 상황을 파악했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달렸지만 미리 알았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다.
그 상황에서도 흥분하지 않은 운전자들 감사하다. 아리가또...


>> 현지. 한결 여유로운 모습으로 독일의 악몽을 씻고 완주.



>> 영국에 가 있는 날맹. 삐쩍 고른 빨래판 갈비뼈. 마른 애들이 자전거를 잘 탄다. 굉장히 잘 탄다.



>> 최고령 오리. ㅋㅋ...귀엽다. 카와이...


>> 새 멤버. 큰머리 조은. 카메라만 들이대면 장난질. ㅋㅋ...저러다 한 번 자빠질 뻔했지...


>> 용석과 날맹. 용석이 독사진이 없다.(쏴리~~~) 용석은 특유의 낙천성으로 일행에게 큰 힘이 되었다.


>> 아침. 힘겹게 산길을 달리고 있다. 제대로 갖춘 모습. 오토바이 폭주족 같다.



그 다음 고비는 산길과 터널. 오르막이 많으면 힘들다. 유럽 여행 과정에서 수 많은 상처를 입은 내 자전거는 3*7=21단 기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런 자전거를 끌고 오르막을 가야할 때는 좀 답답해진다. 기어를 최대한 낮게 설정하고 죽을 똥 살 똥 밟아야 하는데 앞바퀴 1단은 아예 먹통이다. 기어를 바꿀 때도 힘을 많이 줘야 한다. 그래서 기어를 바꾸기가 조금 힘들었다.
기어를 안 바꾼채 힘으로 올라가려니 당연히 근육에 무리가 가고. 여행 중간 2~3일 정도는 오른쪽 무릎이 심하게 아파서 고생했다. 한 번도 건강이 딸려서, 나이가 들어서 뭔가를 못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내게는 심리적으로 조금 당황스런 일이었다. 이제 나도 몸 관리를 해야할 때가 되었구나 .... 그리고 조금은 신중해지고 조금은 영리하게 행동해야겠구나. 몸만 믿고 까불다가 다치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최대한 친구들에게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달렸다. 무릎 아픈데 오르막 계속되고 터널까지 나타났을 땐 정말 피똥싸면서 달렸다. 이러다 사고라도 나면 무슨 개죽음이란 말이냐....

이렇게  고통스럽게 오르막을 오르고 나면 기분 최고다. 기분이 좋아지는 내리막길. 경치까지 끝내준다. 왼쪽으로 산이, 오른쪽으로 바다가 보인다. 조금 더 들어가자 울창한 산 속이다. 덥고 습도가 높은 일본 날씨는 4월부터 한국 여름같았다. 식생은 한국과 비슷했지만 훨씬 나무들이 크고 숲도 울창하다. 언젠가 일본으로 등산을 와도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달렸다. 울창한 산 속을 달리는 기분 힘들지만 최고였다.


>> 이런 길이다. 동해안이 생각난다. 달려보고 싶다.


그리고 후반부는 계속 산업도로같은 분위기였다. 도쿄에 가까워질수록 교통량은 많아지고 그 만큼 주변 풍경은 단조롭고 공기는 탁하고 매력은 없다. 마치 서울로 들어가는 느낌처럼. 그렇게 1주일 남짓을 달리고 자전거 여행이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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