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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엾은 리얼리스트

가엾은 리얼리스트

                                 - 김남주

 

  시골길이 처음이라는 내 친구는
  흔해빠진 아카시아 향기에도 넋을 잃고
  촌뜨기 시인인 내 눈은
  꽃그늘에 그늘진 농부의 주름살을 본다
  바닷가가 처음이라는 내 친구는
  낙조의 파도에 사로잡혀 몸둘 바를 모르고
  농부의 자식인 내 가슴은 제방 이쪽
  가뭄에 오그라든 나락잎에서 애를 태운다
  뿌리가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다른
  가난한 시대의 가엾은 리얼리스트
  나는 어쩔 수 없는 놈인가 구차한 삶을 떠나
  밤별이 곱다고 노래할 수 없는 놈인가

 

내가 좋아하는 김남주님의 또다른 詩이다.

그의 언어는 너무 선명해서 좋다.

좀 더 선명하게 살아라고 매일 꾸짖는 것 같다.

"어눌한 사회주의자여! 좀 더 전선을 분명히 하길..."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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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느끼다.


 

철거 공사 중 점심먹으로 갔는데 식당 풍경이 끝내준다. 단풍잎 사이로 보이는 감나무에는 노란 감이 주렁주렁 달려있고 비로소 가을을 느낀다. 도시생활 할때는 저렇게 달려 있는 감을 보면 무조건 따야한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이젠 그냥 보고 즐길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 어디서나 볼 수 있으니까.. 이렇게 도시때를 벗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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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철거하다.


 

 

사랑의 집짓기 사업을 위해 집을 철거하러 갔다. TV에서 하는 "러브하우스" 비슷한 일이다. 도저히 집을 고치기 어려운 저소득층을 위해 기획된 사업이고 오늘 철거한 집이 벌써 6호째이다. 집주인 할아버지는 35년 동안 사신 집이 뜯겨나가는게 내심 섭섭한가보다. 사업을 시작하고 철거에 참여한게 벌써 여러번인데 이번 집은 나도 뜯겨나가는게 내심 섭섭하다. 때묻은 기와를 들어내니까 황토를 발라놓은 지붕과 세상 풍파를 다 겪은 듯한 흠집많은 대들보가 나온다. 꽤나 정성들여 쌓아놓은 듯한 벽돌들을 걷어내고 먼지뿌옇게 쌓인 문짝과 창문들을 떼어내고 장비를 투입해서 35년의 흔적들을 하루만에 내려 앉히고 말았다. 이렇게 나는 또 한 가족의 추억을 철거해내고 차가운 금속 느낌의 판넬집을 올릴 것이다. '사랑의 집짓기'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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