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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02/15
    가족, 좋지않다(2)
    참게
  2. 2005/02/15
    이 세상 밖이라면 어느 곳에나
    참게
  3. 2005/02/15
    사랑이 너무 멀다
    참게
  4. 2005/02/15
    참게
  5. 2005/02/15
    자기만의 방
    참게
  6. 2005/02/15
    거짓말과 상상력
    참게
  7. 2005/02/15
    내 안의 금
    참게
  8. 2005/02/15
    프롤로그
    참게
  9. 2005/02/15
    이중성2
    참게
  10. 2005/02/15
    이중성
    참게

가족, 좋지않다

가정해체니 가족붕괴니 하는 소리들을  많이 듣는다.

오늘만 해도 열살 짜리 아들을 마구 때려서 죽게 한 아버지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부모를 유기하는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 노인 학대에 대한 이야기들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엄청난 이혼률 증가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식상할 정도로 들어왔다.

그런가 하면 지극한 모성애로 자폐아인 아들을 돌본 엄마에 대한 드라마와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찬사도 대단히 크다. 

도대체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정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가족이나 가정의 가치나 소중함에 대해서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있다.

가족에 대한 애착 속에서 이기주의적인 속성을 너무 많이 발견하는데다가

애초에 가족이란 배우자를 제외하고는 선택하기보다는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사랑하고 책임지기에는 뭔가 불합리한 구석이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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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밖이라면 어느 곳에나

○ 블랙백             (자막) 이 세상 밖이라면 어느 곳에나

 

-창 밖의 풍경

 

질문 - 언니가 지금 금이라고 생각하는건 가족인가?  

 

나 - 아니, 가족은 아닌 것 같애...오히려 나 자신인 것 같애...나 자신이 나에게 하나의 금이 되고 있는 것 같애....이제 이미 누구에게 비난받을까봐 뭐를 안하고 그러지는 않거든...나 자신이 자신이 없어....금을 넘어서서 내가 어디론가 질주할 수 있는 어떤 추동력이나 에너지 이런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거야...자신이 없어...안타까운거는 자신이 없는데 완전히 포기하지 못하고 여전히 한쪽 발을 살짝살짝 비껴본다는 그게 참 안타까운거지...평생동안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나는 그거 포기 못하는 것 같애....하루에도 몇번씩...아까 내가 그렇게 나의 현재의 이 평온한 삶에 만족한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하루에도 몇번씩 지금 당장 가방 하나 달랑 들고 저 길을 나서서 홀연히 그냥 사라져버릴까 저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그런 생각하거든...하루에도 몇번씩...그게 나야...어쩔 수 없는 것 같애....

 

-가방 싣고 여행 떠나는 나
-집으로 돌아오는 나

 

(앞의 오디오에 비디오 인서트)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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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너무 멀다

○ 블랙백                (자막)      사랑이 너무 멀다

 

-침실 문 사이로 서 있는 남편과 침대에 누워있는 나

 

(자막 - 2002년 3월2일)

 

 

 남편 내 등 두드리며...."갔다 올게..." 나 손 내밀며..."응응..가지마..."
 남편 손 번쩍 들며..."미치겠다."
 문 열고 나가는 남편, 침대에서 신음하는 나, 누워있는 뒷모습


(N) 남편은 늘 나한테 친절했다.  내가 아픈 것을 자기가 아픈 것보다 더 아파했다.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우리 집              (자막 - 1년 후)

 

  소파에 누워있는 남편 / 내가 다가가서 얼굴 만진다
  일어나는 남편, 싱크대 앞에 서있는 나
  식탁에 앉는 남편 / 남편 밥 먹고 물병 닦는 나

 

(N) 결혼생활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날마다 밥을 해먹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 밥 먹는 남편 "밥 먹어, 나보고 밥 먹으라면서...." (남편)  "물 담어...물이 없잖아" (나)
 식탁에 왔다가 다시 싱크대로 가서 컵 가져다가 물 따르는 나

 

(N) 끝없이 반복되는 일상이 나를 지치게 한다.

 

인터뷰 "한 방편으로서 뭔가를 피해보기 위해서 결혼을 선택한다, 외로움을 피한다던가, 어떤 편견을 피한다던가, 눈총, 비난 이런 것들을 피하기 위해서 그런 방편으로 결혼을 택한다는게 참 어리석은거라는걸 알면서도 그런 면이 없지않아 있었던 것 같애...이제 와서 생각하는거지..."

 

담배 피우는 남편.... "뭘 이해해 달라는건데?" "내 본심을 이해 못하는 것을 이해 못하겠어....내가 걱정이 되어서 그러나보다 하지 않고 엉뚱하게 받아들이는게 이해가 안가" 남편 "진짜 이해가 안가네...."

 

- 눈 클로즈업

 

인터뷰 "금금에서 내 얘기 부분의 제목을 사랑이 너무 멀다라고 정하려고 했잖아...그 이유가 아마 지금 질문했던 것처럼 사랑이 있나, 사랑이 정말 있을까? 이런 생각을 나도 수시로 많이 했었거든....거기에 대한 나의 결론이라면 사랑이 있어...있고 정말로 필요한 것인데 너무 멀어 너무 멀리 있어...항상 곁에 있는 것 같으면서도 실체가 잘 잡히지도 않으려니와 실천이랄까 살면서 끊임없이 사랑하기란 굉장히 어려워서 여기에서 멀다라는 건 어렵다는 얘기지....사랑는 너무 어려워...그래서 나는 멀다 라고 생각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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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백               (자막)    몸

 

-척추 운동하는 나

 

(N) 마흔 네 살이 되었을 때 나는 척추 디스크에 걸렸다.  이혼하고 난 직후였다. 
17년 간의 결혼생활과 15년 간의 방송작가 생활 끝에 나의 척추 세 마디는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었다.  퇴행성 척추 디스크라고 의사는 말했다. 
허리와 다리의 통증은 갈수록 심해졌고, 의사는 완전한 치료 방법이 없다고 했다.  수술도 불가능하고, 할 수 있는 일은 척추 운동을 열심히 해서 허리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 통증을 줄이는 방법 뿐이라고 했다. 
 
-걷기(산책)

 

(N) 작가로서의 일을 쉬고, 척추 운동과 걷기 운동을 하면서 나는 허리의 통증을 다스렸다.
걷기조차 힘들 정도의 극심한 통증은 이제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통증은 나의 일상 속에서 늘 나와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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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블랙백                      (자막)  자기만의 방

 

-내 방 스케치
-문 틈으로 작업하는 나, 노트에다 뭔가 적고있는 나

 

(N) 나를 가로막고 있었던 또하나의 벽은 여성이라는 조건이었다.  나는 20년 동안 일하는 여성으로 살아왔지만, 마흔 여덟살이 되어서야 나만의 방을 가지게 되었다.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나 자신의 일에 몰두할 수 있는 공간.  그러나 버지니아 울프의 개념 대로 한다면 나는 아직도 불완전한 방을 갖고있는 셈이다.  경제적인 기반이 너무 허약하기 때문이다.  나는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시간과 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고,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는다면 나에게 허용된 자유는 굶는 자유 뿐이다.

 

-결혼식
-엄마와 대화하는 나

 

(N) 나는 5년 전에 이혼했고, 1년 반 전에 재혼했다.  지금은 재혼한 남편과 친정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나는 가부장제 아래서의 결혼 시스템에 대해서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딸들처럼 그런 인식은 엄마의 인생을 바라보면서 저절로 생겨났다.

 

-오디오만, 나루 (현장음) "행복하기 위해서 누군가 희생하고 있다, 그런 생각을 했거든...."

 

-나, "응, 나두 그랬어....우리집도 엄마가 다 희생하고 그랬거든....엄마가 남 몰래 흘린 눈물은 강을 이루고도 남았어...저렇게 한 여자를 불행에 빠트리고 얻은 한 가정의 평화라는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런 생각 했거든....

 

-내 방 창문에서 내다 보이는 숲의 모습
-수진이와 나의 사진 액자
-수진이 모습

 

(N) 혼자 있는 시간, 혼자 있는 공간, 돈이 없기 때문에 불완전하긴 하지만 나의 방을 확보한 이후로 나는 예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평화와 여유를 알게 됐다. 
나에게는 딸이 있다.  스물 두 살, 여전히 가부장제의 틀 속에서 살아가야 할 여성.
내가 재혼하게 되면서 그애는 스무 살에 혼자 살게 됐다.  그애 역시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기만의 방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인터뷰 "그래서 그런 상처를 갖고 있는 애한테 다시 또 엄마하고...그애가 결혼하거나 그런 상황이 아닌 상태에서 또 엄마하고 헤어지게 만들었다...라는게 정말 마음에...괴로웠었지...사실 혼자서 막 울고 그랬었어. 수진이 생각하고 딱 해서....아직 어린데 사실 엄마에게는 자식이 늙어도 어린 것처럼 보이잖아...아직 어린데 실제로도 아직 어린데...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하고 어린애같은데 혼자 떨어트렸다 그런 생각 때문에 참 혼자 많이 괴로워했었지...울고....지금두 막 생각하면 마음이 막 무겁고 마음이 쓰리고 그럴 때가 있거든....수진이가 아프거나 어떤 괴로움이 있어서 나한테 호소를 할 때 말도 못하게 마음이 아프지....인생을 복잡하게 만들어서 자식에게 굉장히 큰 짐을 지웠다 이런 생각도 들고...나한테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죄책감으로 남을 것 같애...죄의식으로."

 

-입 벌리고 있는 얼굴 클로즈업

 

(N) 딸이 열살이었을 때 나 혼자가 되기 위해 가출한 적이 있었다.  그 죄책감에다 재혼하면서 성년이 되자마자 딸을 혼자 살게 했다는 것에 대한 마음의 부담은 지금도 나를 괴롭힌다. 

 

-내 방에서 작업하는 나

 

(N) 나의 여성으로서의 삶은 내 방 안에서도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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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과 상상력

○ 블랙백                   (자막) 거짓말과 상상력 

 

-잠 자고 있는 모습
-이미지 영상

 

(N) 내 무의식의 창고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나도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내가 종종 기억을 날조한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어떤 사건, 어떤 상황을 내가 믿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렸을 때부터 그래온 오래된 습관이다.  나는 거짓말을 잘한다.  사람들은 나더러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한다.

 

-다이어리 살펴보는 나

(현장음) "날마다 일기를 쓰는거예요?" "최근 들어서....다 잊어버려...그래서 적어놓잖아...일기보다도 메모야....요즘 들어서 길게 쓰지..."

 

(N) 나는 날조된 기억에 대한 알리바이조차 만들곤 한다.

 

-노트 보여주는 나

 

(현장음) "나는 이런 노트가 많아...일기도 아니고 그때 그때...최근에는 노트북에다 쓰고...이런데다 잘 안 쓰니까...."

 

(N) 가끔 나의 거짓말은 상상력과 혼동되고 허구와 창작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인터뷰 "나는 파트너가 있어도 항상 자위을 해왔거든....옛날이나 지금이나...파트너가 없던 어린 시절부?나는 줄곧 자위를 해왔기 때문에 나에게는 전혀 낯선 게 아니고....그 성적인 욕구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안전하고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아무한테도 해를 미치지 않잖아....물론 파트너가 기분 나쁘게 생각하고 화를 내는 경우가 있어...알면....기분 나쁘게 생각하면 모르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이해시키면 더 좋고 그렇게 생각하거든..."

 

-금금 작업일지 노트

 

(N) 나의 진술은 사실일까?  사실이다.  그러나 내 일기나 노트의 어느 한 구석에도 그런 이야기는 들어있지 않다.
기억을 날조하는 이유는 나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또 하나는 현실에서 넘지 못하는
금기를 넘은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인터뷰"내가 지금 이 작업을 하려던 이유 중의 하나도 내가 그렇게도 넘지 못하는 벽, 넘지 못하는 선은 무엇일까 그걸 탐구해보고 싶었어....내가 저 사람 만나서 나보다 더 개방적이고 나보다 더 열려있다고 생각하고 놀랐거든.....40이 넘을 때까지 나는 내 성기를 본 적도 없었어...볼려고도 하지 않았고....막연한 혐오감을 갖고 있었던거야..."

 

-노트북 앞에서 작업하는 나
-'세계도시...' 스탭 스크롤

 

(N) 방송 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하면서 많은 글을 썼지만 제대로 된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20년 동안 작가로 불렸지만 나는 어디서도 내가 작가라고 떳떳하게 말해 본 적이 없다.  나는 상상력이 아니라 거짓말로 세상을 살아왔다는 자괴감을 느낀다.
나의 거짓말은 나 스스로 원하는 인생이 아니라 세상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가장 유용했다.

 

인터뷰"내가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와 같은거야...허위의식을 넘지 못해..  +  그것이 나의 거짓 이미지라는 걸 알았지만 그걸 고수하려고 했었어...직업,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남편 좋은 학교 나오고 좋은 직업 있고, 아이 잘 키우고, 소위 우리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한 캐리어 우먼이다, 이런 나의 이미지....난 그걸 지키려고 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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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금

○ 블랙백        (E)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 블랙백                  (자막) 내 안의 금

 

인터뷰 "쁘띠 브르조아들이 갖는 견고한 윤리의식이 있거든...열린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했지만 나는 그게 안돼....창조하는 것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건데 기존의 가치에 너무 얽매여 있기 때문에 그게 안되는거야...나는 그렇게 생각하거든..."

 

-나루, 자혜, 영심 회의 모습
-카메라 들고 작업하는 나
-우리 집에 모여서 이야기하는....
-우리 집 스케치

 

(N) 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든다.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해서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면 얼마나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나는 카메라 앞에서 얼마나 정직해질 수 있을까? 
영화는 거기서부터 출발했다.

 

 

인터뷰 "우리가 진실을 알기 위해서 이 작업을 한다고 그러는데 우리는 이 작업을 하는걸 의식하고 있으면서 얼마나 정직하게 토로할 수 있으며 끄집어낼 수 있을까...청소할까 했는데 안했어....누가 온다는데 청소 안하는건 정직한 걸까...의식한다는걸 의식한다는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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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내가 쓴 소설들 (육필원고 + 타이핑한 원고)  
-신춘문예 당선 기사 + 활자화된 원고

 


 

(N) 나는 서른 여섯 살에 등단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소설을 쓰지 못했다.
    내가 문학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나는 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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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성2

사람은 누구나 이중성을 갖고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말은 사실일까?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그 정도의 차이라는게 아주 엄청날 때는 자칫 이 말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이다.   지극히 이중적인 인간, 위선의 도가 지나친 인간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만한 혐오감을 갖는가?   

그리고 사람은 자기 자신이 얼마만큼 이중적인 사람인가에 대해서 스스로 잣대를 가질 수 있을까?

거의 어려운 문제다. 

나는 내가 얼마나 이중적인 인간인지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정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은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알고있는 아무개는?  또 아무개는?   그것은 더 알 수 없는 일이고 장담할 수 없는 문제다.

이중적인 잣대로 세상을 보는 일, 그것은 오랫동안 습성화되어 굳어버린 습관이라 할 수 있고....

 

투명한 사고란 지성보다는 감성의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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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성

어제도 후배와 이야기를 하면서 나의 이중성에 대해서 문득문득 의식을 했다.

가끔 여러가지 문제에 부딪쳐 심정이 말할 수 없이 답답해서 호소를 해오는 사람이 있을 때 나는 그럴 듯한 태도로 그런 사람들을 위로해 주곤한다.

내가 취하는 태도는 가장 공정한 체하기, 만사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듯 초연한 체하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예언자연하기, 가엾은 중생이여 하며 불쌍해 하기 등등인데 그런 말들을 하면서 내심으로는 끊임없이 '흥, 너는 뭐가 그렇게 잘나서...너 자신도 아직 하나도 극복 못한 것들이잖아...'하면서 나 자신을 비웃는다.

한 마디로 말해서 참.....복잡하다.

자기가 왕따를 당하고 이 사람 저 사람한테서 싫은 소리를 듣는데 왜 그런지를 모르겠다.  그럴 만한 아무 이유도 없는데 그런다는게 그 애의 하소연의 요지였다.

사실 그애의 말이 액면 그대로 다 사실인지도 모른다.

따지고 보면 나는 그애에 대해서 전혀 모르기 때문에

그애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할 만한 근거도 전혀 없다. 그런데도 나는 그애의 말을 다 믿지 않았다.

그래도 뭔가 사람들이 싫어하는 다른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애한테는 그런 말을 비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나는 그애의 하소연을 별로 들어주고 싶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나의 예의 그 '...연하는' 습성 때문에 잘난 체하면서 그애의 말을 들어주고 충고까지 해주고 있었다.

나는 내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남의 곤란을 들어주고 충고하기를 즐기는 나의 이중성을 혐오한다.

그러나 그것이 내가 즐기는 일 중의 하나라는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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