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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하늘에게 매일 일기를 쓰라고 한 후 나도  매일 뭔가를 쓸 결심을 했지만

어젠 너무 피곤하고 일도 많고 그래서 그냥 자버렸다.

 

어젠 정말 긴 하루였다.

그저께 울산가는 비행기를 예매하려고 했더니 표가 하나도 없었다.

일찍 서두르지 않은 스스로를 탓해봐도 방법은 안나왔고

KTX를 타고 10시까지 교육장에 도착하는 건 정말 무리였다.

(아직 울산엔 KTX가 서지않는다고 한다.

지율스님이 단식하셨던 이유가 울산으로 가는 간선 때문이었다니.... 곧 준공한단다)

어쨌든 정말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7시 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표를 끊고서 대한항공에 전화를 해봤다.

 

영화제 티켓 같은 경우에는 현장판매분이 있는데 비행기표도 그런가

또 혹시 내내 인터넷 화면을 쳐다보고 있으면 취소하는 사람 표를 구할 수 있는 건지

그런 것들을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상담원은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첫번째 질문에는 아니오

두번째 질문에는 가능하지만 그것보다는 예약대기자 명단에 이름 올리는 걸 권했다.

혹시 취소하는 표가 생기면 전화연락을 해준다고 했다.

밤 12시까지는 기다려보고 연락이 안오면 없는거라고.

확률이 얼마나 되냐고 물었더니 50%라고 했다. (된다, 안된다.....)

밤 12시까지 연락은 안왔다.

 

결국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앵두랑 밥을 먹고 5시 30분경에 집을 나섰다.

새벽이라 버스는 씽씽 달릴거라고 생각해서 버스를 탔는데....아니었다.

그 새벽에도 정류장마다 차는 꼬박꼬박 섰고 운전하시는 분은 정류장마다 내려서

짐 싣는 걸 도우셨다. 너무 심한 거 아니가 싶었다.

예전처럼 차장을 두든지 해야지 운전도 하고 짐도 싣고....너무 혹사당하는 것같았다.

어쨌든 김포공항이 6시 48분에 도착했다.

죽어라고 뛰어갔는데 프론트마다 줄이 길었다.

급한 마음에 자동발권기를 이용하는데 아이를 동반했기 때문에

데스크에서만 발권이 가능하다는 메모가 나왔다.



강의를 수락한 건 8월이었는데...그 비행기를 놓치면 다음 비행기는 아예 자리가 없었다.

사색이 되어서 제복 입은 사람에게 메모지를 보여주며 도와달라고 하니

그 분이 발권을 해주었다. 그리고 노약자를 위한 전기자동차가 승강장까지 태워주었다.

그 넓은 비행기 안은 빈 자리가 없어보였다.

배정받은 자리에 가보니 세 열 중 가운데이다.

먼저 앉은 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가운데에 앉아있으려니 앵두가 막 울었다.

젖을 물리자마자 안쪽 창가 자리의 주인이 왔다.

50대 정도 되어보이는 남성이었다.

그는 다른 자리는 없냐고 물었고 승무원은

만석이고 비어있는 자리는 가운데자리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불편할까봐 그렇다"면서 어쩔 수 없는 듯 안쪽 자리에 들어가 앉았다.

 

이륙할 때 귀가 멍해지면 아이들이 놀라니까 사탕같은 걸 물려야 한다는 얘길 들었는데

사탕은 없고 해서 다시 젖을 물렸더니 다행히도 앵두는 보채지 않았다 .

뒷자리에도 앵두만한 아이가 있었는데 두아이는 의자 사이의 틈으로 서로를 쳐다보며

웃었다. 웃다가 나중에는 손을 내밀며 악수도 했다. 둘다 기분이 좋은 것같았다.

종이컵과 빨대로 한동안 재미있었던 앵두는 답답한지 약간 칭얼거렸고

다시 젖을 물리자 땀을 뻘뻘 흘리다 잠이 들었다.

창가의 50대 남성은 또 승무원을 불러 다른 자리 없냐고 물었는데

승무원이 "가운데 자리만 몇개 있다"고 하니 그냥 앉아있으면서 또 말했다.

"아이가 불편할 것같아서 그렇다"고.

내 생각에는 그 분이 좀 불펀하신 듯했다.

비행기 좌석은 참 불편하다. 아이도 불편했고 나도 불편했는데....

그냥 가도 괜찮았지만 그 남자분이 자리 얘길 하는 순간부터 '옮기시려나' 하는 기대를

살짝 가져보았으나....그 분은 그냥 앉아계셨다.어쨌든 그렇게 잘 갔다.

 

울산에 도착하니 8시쯤. 앵두랑 에스컬레이터를 열번 쯤 타고

식당에 가서 우동을 먹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들어오셔서

"최진실이 죽었대"라고 말해서 깜짝 놀랐다.

 식당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깜짝 놀랐다.

어떤 아주머니는 "안재환 누나가 괜히 그랬겠냐, 뭔가가 있나보다"라고 하셨고

또 어떤 분은 "아이들을 얼마나 끔찍히 생각했는데...마음 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

안쓰러워하셨다. 나도 깜짝 놀랐다. 남편한테 문자를 보내고 TV를 보러 밖으로 나갔다.

건강관련 프로그램만 하고 있었는데 옆에 서있던 아주머니가 내 손을 잡으시더니

"최진실이 죽었대요. 그 얘기 들었어요?" 하셔서

나도 "그러게요. 좀 더 알고 싶어서 왔어요."하고서 둘이서 나란히 TV를 보았지만

별다른 소식은 없었다.

 

9시 30분에 교육 주최하시는 분이 데리러 오셔서 강의실에 도착하니

그 곳도 역시나 최진실 얘기로 술렁이고 있었다.

'일상소재를 작품으로 발전시키는 것'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이었는데

현재 진행중인 작업의 촬영본 중 몇장면를 보여드렸더니 재미있어하셨다. (진짜? ^^)

예전에 깅하고 했던 얘기인 것같은데

여성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는 항상 에너지를 나눠받는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 성찰하는 그 순간의 그 따뜻하고 맑은 기운은

내게 힘을 보태준다. 제주든 울산이든 원주든 불러만 주면 가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다.

(물론 최근에 모 대학 총여학생회에서 의뢰했던 '여성노동'에 대한 강의는

그 주제로 작업을 하신 선배님이 계셔서 그 분을 소개해드렸지만)

 

돌아가는 비행기도 없어서 여섯좌석 남은 아시아나로 겨우 끊어서

서울에 도착하니 3시가 조금 넘어있었다.

비행기 시간때문에 점심도 못 먹은 하루였다.

집에 돌아와서 앵두랑 남은 밥을 나눠먹고서 조금 쉬고 있으려니 아이들이 왔다.

참 긴 하루였다. 

 

오늘도 벌써 오후 여섯시가 다 되어가니 오늘 일기도 여기에 덧붙여야지.

토,일,월 부산에 간다.

그동안 부산영화제에 가서는 항상 영화는 한 편도 못 봤었는데 이번엔 꼭 보리라

그렇게 결심하고 아침 내내 시간표를 짰다.

생각해보니 <엄마...> 상영 때에 본 영화는 <엄마...> 한 편이었고

3년전 펀드 때문에 갔을 때엔 단 한 편의 영화도 보지 않았다.

각각 계획된 일정(GV, 마스터 클래스)에만 참여하고 내내 숙소 근처에서 놀았다.

이번에는 꼭 영화를 봐야겠다.

 

보기로 한 영화들

 

일단 내일은 도착하자 마자 5시 워낭소리


 

그리고 7시 30분 스카이 크롤러

 

고모라

 

 

일요일 아침엔 남편이 11시에  내 안의 사막을 보고

그동안 나는 아이들을 본다.

 

 

1시 30분

 

5시 플라워 브리지

 

8시 30분 농민가


 

월요일 아침 11시 댄서의 꿈

 

 

그리고 3시 마스터클래스를 듣고 집으로 돌아온다.

시간표 꼭 지켜야지.

 

이번 영화제에거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는 <더 클래스>였는데

상영시간이 7일이라서 눈물을 머금고 돌아와야 할 것같다.

<신의 사무실>도 봐야하는데 남편하고 시간이 겹쳐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중.

<농민가>는 윤덕현감독님과 넝쿨의 영화제 데뷔 상영이라

매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좌석 한 개를 끊었다.

 

이번 영화제에 참여하는 나의 컨셉은 '픽션과 논픽션의 넘나듦'이다.

그래서 <신의 사무실>, <더 클래스>, <플라워 브리지>, <걸어도 걸어도>

<고모라>< <일 디보>, <헝거> 등이 주요 관심작이고

모성에 관한 이야기일 것같은 <잃어버린 노래>, <내 안의 이방인>도 보고 싶다.

그런데 시간이 안된다. ^^;

 

그래도 이렇게 시간표 짜면서 영화제에 참석해본 건 정말 오랜만이다.

푸른영상에 들어오기 전, 그러니까 98년 이전에는

열심히 시간표짜고 열심히 영화 보고 그랬는데....

어쨌든 꼭!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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