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오늘의 사건 사고

해마다 한 번씩은 제주에 간다.

하지만 공항에서 내려 행사장에 갔다가 1~2시간 정도의 강의를 끝내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말하자면 제주에 갔다고도 할 수 없고 안 갔다고도 할 수 없는

그런 이상한 상태의 여행이 벌써 대여섯번이다.

 

전국장애인활동가대회에서 '문화생산물에 나타난 장애인 당사자의 모습'이라는

다소 딱딱한 제목의 강의를 하기 위해

며칠동안 열심히 영화 클립들을 모으고 준비를 했다.

그런데 내게 있는 소스가 아주 옛날에 비디오를 보면서 3배속으로 녹화해둔 것들이라

화질이 참으로 안 좋다.

그 소스를 DV로 카피하고 그걸 컴퓨터로 캡쳐한 후에 편집을 하니

화질이 정말 떡이다.

그걸 또 DVD로 출력하면 좋은데 어제밤에 몇 시간을 버벅거리며 DVD를 굽는데

이상하게도 소리가 안나는 것이었다. ㅜ.ㅜ

결국 mpg파일로 만들어서 USB에 담아갔다.

 

사흘 정도 밤을 새며 열심히 만들었는데...결과는 좋지 못했다.

일단 스크린이 너무 컸기 때문에 화질이 정말 영 아니었고

불을 꺼야하는데 일부만 불을 끄는 게 불가능한 거다.

스크린을 보며 강의를 하면 한 쪽에서 수화통역사가 통역을 해야 하는데

수화통역사에게 불을 비추려면 어쩔 수 없이 앞면 전체에 불을 켜야했다.

거기다가 음향 상태가 좋지 않아서 소리가 왕왕 울렸다.

강의가 끝나고 몇몇 분들이 질문을 해서 그나마 위로는 됐지만

단 한 시간을 위해 쏟았던 그동안의 노력이

생각만큼의 성과를 내오지못해서 무척이나 속이 상했다.

며칠동안 모니터만 봤더니 눈이 씀벅거린다. 그런데 결과가 좋지못하다니...ㅠ.ㅠ

 

뭐 그거 말고는 다 좋았다. 다양한 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동안은 행사장이 공항에서 30분 이내의 거리에 있는 도심에 있었는데

오늘은 서귀포시에 있어서 처음으로 제주의 도심 아닌 전원을 보았다.

목장도 보고 말도 보고 감귤나무도 보고 제주삼다수 공장도 봤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것말고 땅에 발을 딛고 한 번 걸어보고 싶었다.

제주는 정말 꼭 가보고 싶은 곳. (갔다 왔는데도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건 뭥미?)

 



영상물에 대한 장애인참여 가이드 

(일단 위의 링크를 한 번 보시고)

 

플로어에서의 질문:영국은 방송에의 장애인 참여를 쿼터제로 규정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솔직히 약간 당황스러웠는데

몇 년 전에 영국의 가이드라인을 소개하면서

쿼터제가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강의 준비하면서 그냥 스쳐가듯 지나가는 생각을

정말로 그냥 스쳐가듯 했던 말이었는데

(현실에 그런 게 있는지도 나는 알지 못한다.

영어를 몰라서 해외자료는찾아보지도 못했고

국내에서도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공동체라디오에서 일하신다는 분이

"외국은 장애인 참여에 대해서 쿼터제로 보장하고 있다는데 거기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달라"고 말씀하셨다.

 

몇년 전, 쿼터제를 생각했던 건

스크린쿼터가 자본의 규모로는 경쟁이안되는

할리우드영화에 대한 자국영화 육성책인 것처럼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이 문화산업에 더 쉽게 고용되고,

미디어에서의 장애인들에 대한 보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방송을 포함한 문화산업에 일정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의무고용 혹은 의무출연을

제도화하면 어떨까 하는 소박한 발상이었다.

 

이건 장애인고용의무제도와는 다른데

방송국도 장애인고용의무제 사업장이긴 하겠지만

내가 생각했던 건 프로그램에서의 쿼터제였다.

방송국 직원의 일정 비율이 아니라 한 개의 방송국에서 생산되는 무수히 많은

생산물들 각각에 일정 비율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보통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수를 490만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전체 인구의 10%를 넘는다는 말이다

 

물론 양적 비율과 정치적 영향력이라는 건 비례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쿼터제라는 게 의무사항이 될 확률은 사실 낮다.

그렇지만 어떤 식으로든 방송을 포함한 미디어산업 현장에서의 문제 즉,

"장애에 대한 지식과 확신의 부족, 정치적인 올바름에 대한 지나친 염려, 장애에 대한 인식 부족, 부정적인 태도, 기회의 부재, 스튜디오, 연습실, 사무실을 '장애인에게 우호적인' 장소로 어떻게 바꿀지를 모르는 것 등"과 같은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권고사항이든 의무사항이든 액션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어쨌든 그런저런 생각으로 쿼터제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던 건데 

어제 "쿼터제도가 있다는데..."라는 말을 듣고 당황스러웠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몇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봤는데

1. 내 말이 와전되었나?(설마 그럴리가.... *^^* 내 발언이 그렇게 영향력이 있을 것같지는 않은데)

2. 세상에 공평하게 서리가 내리는 것처럼 몇년 전 고민은 누구나 했던 거고

나는 그냥 스쳐지나가듯 생각했을 뿐이지만 그런 생각들은 그 전부터 퍼져있었다

3. 정말 장애인 쿼터제도라는 게 있다

 

이 정도. 그래서 또 자연스럽게 EM님을 떠올렸고(*^^*)

영국에 계시다는 것 하나 믿고서 여쭤보고 싶은 건

 

1. 영국에서는 장애인 앵커나 MC를 찾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하는데

아무튼 TV에 장애인이 많이 등장하나요?  

 

이런 자료가 있군요

"일례로 BBC의 한 시각장애인 기자는 국내 방송의 대표적 라디오 뉴스 프로그램인 <투데이>의 진행자로 발탁돼 영국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매일 아침 6시부터 9시까지 3시간 동안 진행되는 <투데이>는 총리에서 일반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고정 청취자를 1천만 명 이상이나 확보한 영국 최고 보도 프로그램이다. 특히 BBC측은 진행을 맡을 그를 위해 점자정보판과 고감도 전자장치 및 유리판이 없는 시계 등을 설치한 특수 방송실도 꾸몄다고 한다. "

 

따지고보면 우리나라에도 KBS 라디오에서 시각장애인 심준구씨가 고정 진행자로 참가하고 있는데 그렇게 특별하게 한 명 출연하는 걸 과대해석하는 건아닌지가 궁금해서요.

 

2. 만약 장애인 출연 빈도가 많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반적으로 장애인식의 수준이 나아져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쿼터제라든지 무슨 제도가 있는 건가요?

 

바쁘실텐데 너무 무리한 부탁이기도하고 무례한 것같기도 해서

죄송스럽습니다만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영국의 방송창작산업 장애인네트워크(Broadcasting and Creative Indus- tries Disability Network, BCIDN)와 독립텔레비전위원회(ITC;Independent Television Commission)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