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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정리해고라는 이지메 사건

한진중공업 사태를 둘러싸고 김기원과 김대호라는 두 사람이 화끈한(=얼굴이 화끈거리는) 설법을 전파하고 있다.


이미 십 년도 전에 수많은 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대우자동차 사태 때 "올바른 해법"에 다가서고자 하는 논의 속에서 물을 흐렸던 장본인들이다. 무엇이 어찌도 그리 똑같은가 하면, 뻔히 보이는 이지메 현장에서 '우리 학교에는 이지메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교장선생의 설교 같은 막무가내다.
 

발단은 김기원 교수의 <한진중공업 사태의 올바른 해법은> 이라는 글이다. 희망버스를 '정리해고를 철폐하고 비정규직을 없애자'고 떼 쓰는 집단으로 보는 고압적 시선이 뻔히 보이는데도 "희망버스가 지핀 희망의 불씨를 살리려면"과 같은 화법을 구사하는 위선에 더해 박승호 소장과 허민영 박사에 대한 반박글에서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을 완전히 없애자는 구호의 의미를 잘 모른다"고 나무라기까지 한다. 이러저러한 글에서 은근히 자신이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뒤를 잇고 있다는 식으로 뽐내온 그는 그때 그 시절 속으로는 시위대들은 호헌철폐 독재타도 구호의 의미를 잘 모른다고 생각했을까.

 

정리해고의 정당성 문제와 관련해서 김기원 교수는 '주식배당 문제'를 물고 늘어진다. 이 문제는 이미 허민영 박사의 반박글에서 사실과 다름이 충분히 드러났는데,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간 쭈욱 순이익을 내던 회사가 2010년 들어 갑자기 손해를 봤다고 해서 수년 간 준비해오던 해외이전과 정리해고를 막무가내로 단행한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는 의문이다.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시장원리에 따른 것이라고 우기는 것도 황당하지만, 어쨌든 간에 결국 구조조정이 이루어진 대우자동차의 경우를 보자. 1750명이 잘려나가며 대우차를 GM이 인수한 결과라는 게 '쉐보레'가 만든 ... 변속도 제대로 안 되고(보령미션), 이번 폭우 때 물이 줄줄 새어들어오던 자동차(크루즈, 올란도)다. 이것을 그가 강조하는 생산성 향상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발전으로 볼 수 있을까. 영도조선소는 경쟁력이 없다고 단정짓는 논의도 역시나 당황스럽다. 수빅 조선소만 해도 열대성 기후에 우기에는 비가 쏟아지는 입지조건에다 조선소 짓기 시작했다가 결국 쉘터를 쳐서 실내에서 배를 만든다. 저임금 노동력 바라보고 필리핀에 조선소 지으려고 했는데 설비투자가 막대해지니 더더욱 현지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그러니 노동자들이 죽어나간다. 십여년쯤 지난 뒤에는 해상이 아니라 해저를 달리는 컨테이너선이 나타날 지도 모를 일이다.

 

일년 반쯤 전 김기원 교수는 <진보와 개혁의 정치경제학>이라는 글에서 이명박 정권이 "독재"로 향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개혁" 세력과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반신자유주의'를 내세운 "진보" 세력이 연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글에서 그는 "압축적 불균등발전을 겪어온 한국은 개발독재의 중상주의에서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에 처해 있고 따라서 개발독재, (구)자유주의, 복지주의, 시장만능주의의 각가지 정책이 혼재되어 나타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번 박승호 소장과 허민영 박사의 반박에 대한 답글에서는 정색을 하며 "정리해고는 늘 있어왔던 제도"이며 "자본주의 시장경제 하에서도 정리해고를 폐기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잘못"이라고 강변한다.

 

희망버스와 김진숙 지도위원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요구를 어중이떠중이들의 정리해고 제도 자체와 비정규직의 즉각적 철폐 요구 쯤으로 갑자기 등치시키고 비상식적인 것으로 몰아가는 데에 더더욱 선수는 김대호다. 그의 <희망버스 안에 '희망'은 있는가?>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글에서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정규직 정리해고에 앞서 수천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잘려나간다며 애써 걱정해 주는 대목이다. 그간 정리해고로 비워진 자리가 비정규직으로 채워져 온 것이 뻔한 사실인데도 사내하청 불법파견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자본의 '정규직 이기주의' 논리에 맞장구쳐주던 행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사양산업인 조선산업은 일찌감치 해외공장으로 돌리고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으로 전환하여 넘쳐나는 대졸 청년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줘야 한다면서, 기성세대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이 이러한 전환을 가로막는다고 한다. 그러고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엄청난 격차로부터는 진보세력이 눈을 돌리고 있다고 비난한다.

 

사실, 한진중공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시각에서 정규직 정리해고 건에 이르러서야 움직이는 여론이 야속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느끼는 야속함은 정규직 노동조합이 그간 비정규직의 노동기본권 요구를 외면해서이지 김대호 소장처럼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그렇게 큰 악덕인가?"라고 생각해서는 결코 아닐 터이다. 이지메를 하는 양아치들이 재벌대기업들이라면, 모른 척 외면하는 같은 반 아이들이 정규직 노동자들쯤 될 것이고 이지메 당하는 아이들은 정리해고 당한 이들과 비정규노동자들쯤 될 것이다. 자, 이제 조회시간. 결국 문제가 불거지자 학교로달려온 동네사람들(희망버스?)과 전교생을 앞에 두고 김기원 교장선생님과 김대호 교감선생님은 호통친다. "우리 학교에 이지메란 존재하지 않는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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