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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자연 앞의 인간이란

일본에서 대지진과 쓰나미 소식이 한국에 전해져올 때쯤

나는 동남권 해안에 새로 들어서고 있는 핵폐기장 근처를 지나고 있었다.

연이어 신문지면과 지상파를 타고 전해져오는 재해 소식을 보면서

뭐랄까, CNN의 걸프전 보도처럼 비현실적인 느낌이긴 마찬가지였지만

인간사를 묘사하는 사필귀정, 인과응보 등등의 말로는 설명될 수 없는

정말 강한 충격을 받았다.

 

재해지역에서는 좀 떨어진 곳에 계셔 큰 걱정은 안 했지만

혹시나 하여 일본의 한 선생님께 안부를 물었더니 이런 답신이 왔다.

 

"일본은 파멸적인 타격을 받았습니다. 다시 일어날 수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저는 큰 허무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도 다른 한 편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열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간사이 출신의 한 친구에게 95년 고베 대지진의 경험이

일종의 악몽처럼 따라다닌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인지 자연재해라는 것이 주는 공포는 일종의 숙명적인 무게로 인해 그 차원이 다르다.

어린 시절, 폭우 가운데 윗동네 저수지 둑이 무너져

동네 한가운데를 지나는 다리가 끊긴 적이 있었다.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물난리를 구경하며 ...

나는 뭔가 한없이 낯선 얼굴을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그 자그마한 기억이 일본 대지진 소식에 나를 민감하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건 ... 사람들이 한편으로 이런저런 리스크를 키워가면서

사람은 쉽게 안 죽는다는 것을 확인하며 안도해왔던 시간들이

한 순간에 무너져내리며 수많은 생명의 일순 사라짐과 함께 '허무감'으로 변한다는 사실.

 

떠난 자들의 명운을 빌며 ... 무엇보다도 ...

살아남은 자들의 영혼의 위안을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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