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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은 정녕 늙지 않았다

성룡의 필모그래피를 훑다 보면 묘한 감정이 든다.

 

초기의 정통 쿵푸 액션 취권에서부터, 폴리스 스토리로 대변되는 홍콩 경찰의 삼합회 소탕 액션 ... 그리고 홍콩 반환 이후에는 헐리우드식 어드벤처 액션으로 전환, 나아가 본격적인 헐리웃 진출과 맞물린 시기인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중화민족주의 성향을 보이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예가 티벳 문제에 대해 '하나의 중국'이라는 중국공산당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했던 것이다. 물론 이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격동의 중국사를 관통해 온 그의 가족사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중국 내에서 '농민공'으로 표상되는 격차 문제에 대한 인식도 동시에 나타나는 듯하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남루한 행색의 중년 노동자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일이 잦아졌다. <신주쿠 사건>이 그러하였고, 최근작인 <가라데 키드>에서도 그러하다. 사족이지만, <가라데 키드>는 그 내용이 가라데와는 거의 전혀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왜 그 제목이 <쿵푸 키드>가 아니었나 하는 점에서 의문을 자아낸다. 헐리웃의 동양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의 영화의 트레이드마크이자 가장 매력적인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엔딩 크레딧과 함께 보여지는 액션 연기 NG장면들인데, 이 장면들은 크게 세 가지 요소들로 구성된다.

 

하나는 말 그대로 연기 도중 웃음이 터져나온다거나 하는 식의 실수들이고,

 

둘째는 고난도의 스턴트 액션 중 벌어지는 거의 '안전사고'에 가까운 장면들이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미숙한 영어 구사능력으로 인해 벌어지는 NG장면들이다.

 

이 세 번째 요소가 뭔가 짠하면서 씁쓸하고도 아린 그런 감정을 자아낸다. 요컨대 성룡에게는 발을 잘못 디뎌 넘어지는 것과 혀를 잘못 놀려 발음이 새는 것이 매한가지 일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훈훈한 점이라면 십수년이 지난 지금이나 예전이나 그의 발음이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일까나.

 

그만이 지닌 소통의 방법인 액션, 특히 신기에 가까운 '주변사물활용' 기술은 한때 옹박이 내걸었던 "이소룡은 죽었다. 성룡은 늙었다. 이연걸은 약하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전적으로 옳지는 않음을 여전히 증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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