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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야구경기 보는 것에 집중할 수가 없다,는 얘기는 전에 한 번 한 적 있다.

 

투수가 공 던지기 전에 이리저리 쳐다보고 허리 굽혔다 폈다 할 때, 나는, 공 던지기 전까지만 딴 생각해야지, 하고 딴 생각한다. 그러다 어느새 타자는 공 쳤고 그러다 아웃됐고 다른 타자 들어서고 투수는 또 공 던지기 전에 이리저리 쳐다보고 허리 굽혔다 폈다 하고 있다.

 

그러나 나도 한 때 야구를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

야구 같이 생긴 찜뽕.

야구랑 룰은 똑같은데(똑같나?), 고무공을 투수 없이 타자가 한 손으로 던지고, 야구배트 없이 나머지 한 손으로 주먹쥐어 치고 달리는 것이다. 나의 초등학생 시절 무렵, 이거 골목골목마다 죄다 하고들 살았다. 해가 점점 넘어가고 점점 어두워지는데 엄마의 밥 먹으라는 소리까지 합세하는 그 시점이 항상 제일 재미있을 때였다.

 

그리고 프로야구 원년. 오비베어즈, 엠비씨청룡, 해태타이거즈,롯데자이언트,삼미슈퍼스타즈,삼성라이온즈.

박철순 말고도 아는 야구선수 이름이 꽤 있었다. 너구리 장명보(이사람은 더 이후인가?), 이만수, 백인천.........

양다리를 쭉 찢으며 공을 잡는 수비 폼으로 전격 유명한 신경식을 나도 알고 있었을 정도다.(흠, 이만하면..)

그리고 그때엔, 사람들이, 나는 오비베어즈야, 나는 청룡이야, 나는 해태타이거즈야, 나는 어디야,하며 각각 좋아하는 팀을 가지고 응원하는 게 재미있었다. 애도 아니고 어른들이 그러는 것이. 내가 보기엔 오비베어즈가 젤로 멋있는데다 젤로 잘 해서 사람들이 죄다 오비베어즈만 좋아할 거 같은데, 다들 골고루 (심지어 롯데자이언트까지. 그 시절 나는 롯데자이언트가 제일 못나보였다. 삼미슈퍼스타즈가 매일 꼴찌했지만, 내눈에는 롯데자이언트가..  롯데자이언트도 못 했었나? 선수들이 못 생겼었었나.. 기억이 안나네. ) 안배해서 이팀저팀을 좋아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였다. 나중에 그게 자기 고향 따라 가는 것이라는 걸 알았는데, 롯데 자이언트쪽이 고향인 사람들은 참 안됐다, 그렇지만 착하다, 그런데 어느 한 팀에만 몰리지 않게 고향따라 팀을 정할 수 있다니 참 좋다,고 순진하게도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앞에서 말했듯, 야구경기를 보지 못 한다.

나와 야구는 여기서 오로라가 보이는 남극만큼 멀어졌다.

대학때 남자친구랑 야구장을 간 적 있었는데, 무슨 경기를 보러갔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 싸가지고 갔던 피자 한 판과 맥주 서너캔만을 기억할 뿐이다.

 

 

그런데 우리학교 우리반 남자아이들 몇이 지난 학기에 야구에 꽂혔다.

거의 매일 축구를 하고 사는데, (그들중 몇은 정말 잘 한다.) 어느날 형들이 하는 것을 보고 해봤는데 재밌었는지 체육시간에 야구하자고 맨날 조르고 그래서 어쩌다 한 번 하면 무지 열심히 흥분하며 하였다.

나는 그때 심판을 보았었는데(이래도 기본 룰은 다 알고 있음), 나도 껴서 배트도 휘두르고 진루도 해봤으면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남편은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좋아하였다,고 한다.

<어느덧 일주일>에 보면 초등학생때 야구글러브를 선물받고 기뻐어쩔줄 몰랐던 심정을 가슴에 아직도 품고사는 서른 살 남자가 나오는데, 딱 남편얘기이다. 고교야구도 야구장까지 가서 보러다니고, 뭐 어쨌대나 저쨌대나..

그런 사람이어서 그남자랑 결혼하고 이런 일도 했는데,  글러브를 사서 캐치볼(공주고받기) 하자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내 동생 글러브를 내 손에 몇 번 껴본 일은 있지만, 글러브를 끼고 공을 받아본 일은 그때까지 한 번도 없었다. 우리는 야심차게 동대문운동장 근처 체육사를 방문하여 고심고심하며 가격 대비 품질을 논의하고 그 중 우리에게 적절한 가격 보다는, 앞으로 오래도록 할 것을 고려하여 좀더 우수한 품질의 글러브를 사자 결정하고 집에 가져와 길들이기 위하여 고이고이 눌러두었다가 돌아오는 휴일에 품에 넣고 근처 학교 운동장으로 가서 첫 캐치볼 플레이를 하였다. 남편은 성심성의껏 가르쳐주었다. 우리는 뿌듯한 마음으로 첫 플레이를 마치고 뒷풀이로 맥주를 마셨다. 많이 마셨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싸웠다. 나는 화가 났다. 그래서 글러브 두 개가 들어있던 내 가방을 확 내팽겨쳐버리고 씩씩 걸어 집에 왔다. 그리고 정신이 번뜩 들어, 내 가방,하고는 쏜살같이 튀어나가 다시 골목을 거꾸로 걸어가며 샅샅이 찾아봤지만 이미 글러브 두 개 들어있는 가방은 흔적도 남기지 않았었다. 그것으로 우리의 캣치볼은 끝났다.

 

그런데 나는 오늘 글러브로 공도 잡고, 배트를 휘둘러 공도 치고, 비록 진루는 못했지만, 1루로 뛰고, 1루를 밟는데 더 뛰어 더 뛰어, 외치는 소리에 2루로 뛰어가다 아웃도 당해봤다.

역사적인 날이다. 8월19일, 기억해둬야지.

 

규민이 어린이집 아빠들이 얼마전 술먹다가 부산 얘기가 나왔단다. 그러다가 한 아빠가 부산은 회 아니면 야구야. 그거 둘 밖에 없어,하는 바람에 야구 얘기로 샜는데, 야구 얘기가 시작하자마자 왕년에 야구했던 얘기가 봇물처럼 나오더랜다. 누구는 왕년에 날리는 포수였고, 누구는 뭐였고, 어쨌고, 뭐했고...

그래서 야구를 하기로 했단다.

그리고 모였다.

글러브를 손에 들고 오는 것은 보통이고, 야구방망이도 들고 나왔고, 심지어는 야구복까지 입고 나온 아빠도 있었다.

그래서 광복절날 그들은 야구를 했는데, 입을 귀에 걸고 했다.

그러다가 천둥이 쾅 치고 빗방울이 한두방울 떨어졌다. 빗방울이 제법 굵어,라는 문장이 끝나기도 전에 비는 폭우로 바뀌고 비를 쫄딱 맞으며 아이들을 데리고 흩어졌다.

아, 골목에서 야구, 아니 찜뽕하던 어렸을 때 같아.

비오면 와,하고, 비 쫄딱 맞고 집으로 뛰어가던 거.

비 맞는 것도 재미있었지, 그 때는, 왜...

 

그리고 오늘 야구 2차 모임에 나도 글러브 들고 나갔다(이번에도 야심차게 동대문운동장 근처 체육사에 가서 산 것이다. 제일로 싼 것을 샀다.)

남편이랑 캐치볼 연습하고 타격연습하고 경기에 투입, 으하하.

지금 왼쪽 손목 너무 아프다.

글로브 끼고 공 잡는다고 너무 신경써서 그런가보다.

 

p.s. 태깅 너무 재밌어. 옛날글까지 뒤져서 태그붙인다,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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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럭무럭



 

규민이 몇 개월 때였더라...

 

이부자리에 누워 잠을 청할 때 남편이 규민의 등을 긁어 준 적이 있었다.

그거 시원하잖아. 아기 규민이도 그게 좋았던거라.

그 후 규민이는 가끔 등긁어달란 청을 했었는데, 아가가 그 어려운 말을 어떻게 해.

 

그래서 규민은 이렇게 말했었다.

"등 긍"

"엄마, 등 긍." "등 긍"

 

 

또 이런 말도 했었다.

(장난스럽게 무서운 어투) "엄마는, 규민이를, 잡아, 먹겠, 다~" 하고 아가 규민이의 배를 한 입 아응.

그럼 우리 아가 아까까까, 아까까까하고 웃었다.

그 놀이가 재미있어 엄마에게 하자고 할라는데 그 어려운 말을 어떻게 해.

 

그래서 규민은 이렇게 말했었다. 앞에 줄줄 어려운 말들(엄마는, 규민이를, 잡아, 먹겠)은 죄다 생략하고 맨 끝의 말만.

"엄마, 따~"

"엄마, 따~"

 

엊그제 우리 규민이가 구사한 문장;

 

어린이집에서 염색해 가져온 차받침 천을 앞에 두고 설명

"원래는 하얀색이었는데, 초록색 물이 있었어. 그 물에 담궜다 뺐다 담궜다 뺐다 했더니 그 초록색 물의 색이 여기로 옮은거야."

 

규민아, 규민아, 그 애기는 어디로 갔어?

등 긍, 하던 애기는 어디로 갔어?

엄마 따~하던 애기는 어디로 갔어?

 

어디로 갔기인~, 그게 나야, 엄마. 내가 그렇게 큰 거야.

 

그래? 엄마는 믿어 지지 않아.

 

행복하고 평화롭게 키워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엄마는 한 게 없는 거 같아.

너한테 화내고 짜증내고 아빠랑 싸우고.....

규민이랑 애기놀이 엄마놀이하려고 했더니 우리 규민이는 이렇게 훌쩍 커버렸네.

아쉬워, 규민아, 천천히 커. 천천히....

 

(저 그림 좀 보셔요. 우리 규민이가 그린 거에요.

옷걸이에는 스타킹과 긴양말들과 드레스가 걸려있고, 언니는 운동화 갈아신고 운동 가는 길.

고양이와 개 데리고. 고양이와 개 그린 거 보셔요. 지금의 엄마 보다 훨씬 잘 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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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무서운 용

이빨도 삐죽하고 아주 크지.

그렇지만 착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미소년) 하쿠처럼.

사람들을 도와줘. 착한 사람을.

엄마도 그 용에 타볼래? 안 무서워. 꼭 잡고 있으면 돼.

 

(이름은 뭐야?)

 

음, 음..... (즉석에서 짓고있음)

 

"트루다라"

 

(오, 멋진 이름인데. 멋져. 잊어버리지 않게 엄마 수첩에 적어놓을께. 그래서 내 수첩 한 귀퉁이에 적혀있는 트루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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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연수 마침

방학마다 연수를 다닌지 이번이 4회차! 나도 중견인이다.

어디가서 중견이 되어보았나. 이만큼 버티게된 것은 나이일까.

 

이번 연수는 너무 가기 싫었었다.

발도로프니 뭐니 나랑 상관없이 고매하고 잘난 고상동네이야기고, 나는 내 발바닥 어디에 옮기고 내 손바닥 어떻게 닫고 열어야하는지 새삼 갈피를 못 잡겠어 성질이 나있었다.

 

그런데 발도로프는 역시 나 보다 한 수 위다. (한 수 위인거 알았지만, 이번에 다시 완전 납작 엎드림)

돌아오는 날 남편이 물었다.

"또 영접하셨나?"

"그치, 다시 발도르프 영접하고 왔지."

 

이번에 연수 주제는 '7행성'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야말로 신나락 까먹는 소리가 줄줄줄줄이었다.

별이 어떻게 나의 발바닥과 손바닥 문제까지 몸을 낮출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런데 그것은 나의 발바닥과 손바닥을 끌어올려 저기 저 별까지 고이고이 높여높여 올리셨나니, 천상이 나의 발치이고, 천체가 나의 손이로다. 할렐루야,어허둥둥.

 

강의 중 꽂혔던 문장; 인간의 진화는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천체의 하모니에 맞춰 조율해가는 것이 인간의 진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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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광 규민

엘비스의 씨디를 올려놓고, 규민이 주문대로 온 가족이 춤판.

 

한 줄로 서있다가 한 사람씩 춤을 추며 원을 돈다. 그러면 뒤에 있는 사람들은 그 사람을 똑같이 따라하며 그 뒤로 원을 따른다.

 

그러다가 가운데로 모여 각자 춤을 추기도 하고,  가운데로 또 모여 손과 발을 하나씩 모으고 화이팅을 외치기도 한다.

 

규민이는 어깨와 허리와 엉덩이를 흔드는데, 그 박자감각이 이미 엘비스곡을 꿰고 있다.

 

수찬 왈, "파티광 규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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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화

A  조셉 콘라드의 <암흑의 핵심>의 그 주인공 누구였더라, 그 주인공도 그렇고 그 주인공을 좇는 사람도 그렇고 다 미치광이 같아. 미치광이.

B 미치광이지.

A 그런데, 그 미치광이가 맞는 것 같아.

B 맞다니?

A 이번에 나는 오에 겐자부로의 <만년원년의 풋볼>을 다시 읽어보니, 재미가 없더라구.

B 왜? 너무 관념적이라..

A 아니, 그 형이 말이야.... 광기의 동생을 바라보며 동생에 대비하여 도덕을 말하는 형.

B 비겁해보였다고?

A 상대적인 인도주의.......라고 해야하나, 역시 비겁이라고 말을 해야할까....

   오에 겐자부로가 그런거야, 전후의 도덕을 이야기하는. 책임의식을 갖고,  평화를 주장하는..

B 음.... 그래.... 동생은 자기가 추구하는 곳으로 달려가는 사람이지. 광기라고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A ..... 당신도 그래, 부정적인 것을 부정하는 것으로 힘을 얻는 것 같아. 그런 부정의 부정에서 나온 긍정은 얄팍하고 힘이 약할 수 밖에 없어.  긍정 자체의 힘이 강한거야.

B 오, 그래그래, 맞아.  사람 자체에 대한 애정, 인생 자체에 대한 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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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지난 2월 학교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은 나에게 새삼 진리와 진실을 운운하게 하였다.

진리, 진실, 그리고 인간, 약한 인간, 나약한 인간.

 

그것을 계기로 나는 옛날옛적에 만빵관심만 보였다가 말았던 가라타니 고진의 <윤리21>을 책장에서 빼어 들었다. 그리고 넘겼다.

그랬더니 거기에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가 있었다.  맥베스가 거기에 등장하게 된 것은 일본의 신좌익운동 때문인데, 내가 겪은 학교의 2월 사건은, 말하자면 신좌익운동의 유치한 판일지도 모른다(일본의 신좌익운동이 뭔지 잘 모르지만...)는 착각으로 나는, <윤리21>은 관두고,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빼어 들었다.

 

그리고 몇 개월... 신좌익운동의 유치판일지도 모르는 일로 나는 지쳤고, 사람들에게 짜증이 나고, 화가 났다.

나는 화가 나는 것이 싫었다. 화를 내는 사람도 싫었고.

나는 내 안에 누가 화를 내는지 느꼈다. 나이 서른후반이니, 그게 그렇다, 이제 여기저기 들은 풍월도 있고, 이십대처럼 끓는 피에 가만 있을 수 없는 것도 아니고, 가만가만 앉아서 이것저것 생각해보고 맞춰보면 내 안에 내가 보이는 것이다.

나는 화 내는 나를 지혜롭게 거두고 달래고 싶었다.

그래서 덜컥 심리분석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옆에서의 조언도 큰 역할을 했다.)

 

심리분석을 받기로 하고나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50분에 십만원. 끼약... 심리학과 갈걸, 심리학 공부 할걸, 대학원 가보겠다고 할 떄 갈걸,하는 후회를 처음 했음)

서점엘 가보니 심리분석이라는 이름만으로 책이 산더미.

 

그 무렵에 나는 김소진 10주기를 맞아,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주문했었다.

 

심리분석 책들 앞에서 길을 잃었다.

<맥베스>를 읽고있자니, 계속 화가 났다.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읽고있자니, 순수하지 못 한 내 마음이 김소진을 읽어내지 못 했다.

 

나는 다시 심리분석 책들 앞에서 서성이게 되었다.

무엇을 읽어야할지 몰랐다.

남편은 집에 있는 김형경의 <천개의 공감>부터 읽으라고 했다.

"그건 너무 나열식이라 재미가 없어."

그러고 나는 도서관에서 <내 안에 있는 여신>을 빌렸다.

몇 해 전에 친구로부터 재미있게 봤었다는 책이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김형경의 <천 개의 공감>을 빼어 들었다.

 

............................ (정신분석을 받고 싶다는) 질문을 공적, 사적인 자리에서 자주 받습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질문자의 내면에서 우선 짚어낼 수 있는 마음은 과도한 의존성입니다. 의사를 만나기만 하면 그가 요술쟁이처럼 자신의 모든 문제를 꺠끗이 해결해줄거라 기대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맞다, 집에 있는 책부터 보자.

 

그리고 < 내 안에 있는 여신>을 보고, 그리고, 누군가 빌려준다는 성격에 관한 책을 보고, 그리고, 얼마전에 서점에서 점찍어두었던 책을 하나 보고... 그러면.... 그러면,을 어떻게 알겠는가. 그 떄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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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이지요?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기소개와 같은 것.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를 듣는 것처럼 계속하여 상대를 듣는 것.

누군가 자기소개를 할 때, '내가 더 잘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자기소개 그 어딘가에서 그 사람은 빛나고 있다. 듣는 이는 그 사람이 더 깊숙이 들어갈 것을 기다린다.

 

 

 

---- 오늘 듣게된 강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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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고싶다

명절은 난감하다.

가족에 집중하라고 버젓이 법정공휴일을 삼일이나 연속으로 잡아먹고 있는.

(이것때문에 다른 공휴일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식목일도 없어지고, 한글날도 없어졌다.(다시 내놔라, 이놈들.))

한 번 와그장창 깨어진 적이 있었던 가족은, 어째 세월이 지나도 그 깨어진 자국이 날로날로 선명해져 이런 명절이면, 난감하다.

 

나는, 여전히 엄마아빠 앞에서는, '그러게 누가 결혼하고 싶었댔냐고'류의 주장이지만, 명절만큼은, 내가 결혼을 했고 애가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나의 결혼과 나의 아이가 수행해준 엄연한 가족 재생산의 역할 덕분에.

 

올 설에 아빠는 유난히 많은 세뱃돈을 주셨다.

태어나서 아빠로부터 이렇게 많은 세뱃돈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다.

나 역시 아빠에게 그토록 인정받고 싶었던 딸이었는데, 이제서야 인정을 받는가보다.

결혼을 해주었고, 손녀를 낳아주었다. 더구나 내가 어디에 시집을 갔는가. 신정을 설로 쇠는 집안에 시집을 가서 설엔 손녀를 데리고 친정엘 올 수 있는 딸이란 말이다.

 

 

인간은 역할을 벗어나기 위해 자유를 택하면서 진화하였을까.

진화가 과연 앞으로 나아간 것인가, 종종 의심하지만, 나는 늘 나의 '역할' 이 내 몸에 맞지 않다고 느낀다.

역할을 몸에 맞는다, 맞지 않는다,라고 느낄 수 있는 의식, 진화라면 아마 그것이 진화이겠지.

 

몹시 영화가 보고싶었다.

책을 보고 싶었고,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떠올리며, 나는 이제 내가 원했던 삶을 살지 못하겠구나,라는 예감이 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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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민 어록 5

 

"엄마, 엄마, 고마워."

"내 마음에 딱 드는 아빠와 결혼해줘서."

"아빠, 아빠, 고마워."

"엄마한테 나를 낳으라고 씨를 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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