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만세

from 2003/10/10 13:43
한 아이가 있다.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어리고 작고 힘없고 그래도 어른처럼 대접받고 싶어하는 평범한 아이다.
이 아이에게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다.
게다가 가족이 함께 사는 집도 있다.
그리고 옆집도 있다.
아이는 또래 친구인 옆집 아이와 친하고 싶었다.
집도 가깝고, 얼굴만 봐도 괜스레 친근감도 느껴지고 그랬다.

그런데,
아이의 아버지는 옆집 이야기만 꺼내도 아이를 마구 패대기 친다.
따귀도 때리고 밟고 심할때는 목도 졸라서 아이는 몇번을 까무라쳤다.
옆집 아저씨는 '개새끼'고 아줌마는 '미친년'이란다.
옆집 아저씨는 옆집 아이를 맨날 굶긴단다.
옆집 아이는 그런 부모밑에서 자라서 미친개같은 새끼란다.
곁에 가지도 말고 말도 걸지 말고 모른척 하란다. 아예 죽도록 미워하란다.

지난 가을에는 아이네 집 뜰에 있는 감나무가 감을 주렁주렁 매달았더랬다.
담밖으로 튀어나간 감을 누군가 따려다가 감나무 가지를 크게 꺾어놓은 것을 본
아이의 아버지는 옆집 아이가 얼마나 악마적인 성격의 소유자인지
아이와 아이의 집안에 얼마나 적대적인 존재이며
그 아이의 아버지가 얼마나 극악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아이의 귀가 멍해지도록 며칠 동안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다.

아이가 무서웠던 것은,
아버지가, 옆집 아이의 그 악날한 소행과 자신을 연루시키는 것이었다.
툭하면 때리고 소리지르는 아버지가 지겨워서 어쩌다 대들라치면
아버지는 아이가 옆집 아이와 만나서 나쁜 것만 배운 것이 틀림없다고
옆집 아이가 무슨 짓을 시켰냐고 다그치고 괴롭히고
결국은 매질이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가끔 옆집 아저씨를 만나기도 하는 것 같았다.
술도 얻어먹고 오고 그런 날은 옆집 아이에게 과자도 한개씩 사주는 것 같았다.

동네에는 아이보다 훨씬 크고 힘도 센 아이도 있었다.
아버지는 힘센 아이의 아버지가 돈도 많고 교육도 많이 받았으니
힘센 아이하고만 놀라고 했다.

아이는 힘센 아이가 잘난 척 하는 것도 보기 싫고
이래라 저래라 시키는 것도 싫었다.

아이도 어른이 된다.
어른에게 아이가 생기고 동네는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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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10 13:43 2003/10/10 1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