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억...

from 우울 2001/06/07 15:00
과거에 대해 아주 쉽게 잊어버리는 타입의 개토는,
나쁜 기억도 좋은 기억도 그다지 많지 않다.
혹자는 편리한 기억구조를 가졌다고 질타하기도 하였다.
때때로 나의 기억은, 실제 일어난 일과는 아주 다르게 남아있기도 해서
특히 나에게 불리한 기억의 경우, 재구성과정에서 젼혀 다른 사실로 창작되는 일마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억에 대해서 아까 이야기한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거짓말쟁이!" ^^;;

어쨌거나, 이런 와중에...
어젯밤, 개토의 방에서 담배연기와 함께 뭉실 떠오른 기억의 한장면...
형광등 불아래서 침대위에 옆으로 누워 깨알같은 글씨들에 행복해하며
밤이 새도록 책을 읽던 개토의 모습.

누군가 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나는 주저없이 '책'이라고 대답했었다.

아버지가 프로그래머였다는 이유만으로 컴퓨터가 너무 싫었고
절대 컴퓨터는 사용하지 않을거야 라고 다짐하던 내가
혼자 살게 된 후부터는 컴퓨터 없이 살 수 없는 내가 되어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정치적이고 관계지향적인 인간으로 평가함에도 불구하고
실제의 나는 많은 사람과의 관계를 부담스러워하고
인간에 대한 인류애적 사랑외에, 다른 어떤 종류의 사랑에도 둔감한 편이다.
인터넷의 익명성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가능성은 내가 원하는
거리감이 있으면서도 친근한 관계를 만들기에 적당하였고
그래서인지, 어느새부터인가 늘 인터넷 안에 들어가 살게 된 것이다.

어제는, 밤새 한권의 책을 읽었다.
특별한 책은 아니었지만...그러다가 책을 사랑하는 나를 기억해낸것이다.
습관적으로 책과 인터넷을 번갈아 왔다는 생각도 들고...
책이라는 것이,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생각하게 만들어주어서...나는 책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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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07 15:00 2001/06/07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