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가는 길3

from 2005/07/22 20:27
처음에는 앉을 자리가 없었다.
내리는 문앞의 넓은 공간에 여행가방을 세워놓고 그 위에 앉았다.
그는 내 앞에 서있었다.
속내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땀이 많이 나서 와이셔츠까지 젖어있었다.
목을 타고 땀방울이 흘렀다.

40여분을 지나자 버스 안에는 그와 나뿐이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바닷바람이 머리를 확 뒤집고 지나갔다.
끈끈한 공기가 머리카락을 제멋대로 쥐어 감싸고
축축하면서도 미지근한 습기가 얼굴에 와 닿아
아찔했다.

그가 내 곁에 서류가방을 내려놓았다.
양복웃옷이 보이지 않았다.
버스에 두고 내린 것일까
그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양복웃옷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프린트한 그녀의 메일을 손에 들고
여행가방을 들고
바닷가를 따라 걸었다.
바닷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대체 어디에 살고 있는 것일까
여행가방은 무거웠다.
모래밭에서는 가방에 달린 바퀴가 오히려 불편했다.
나는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
너무 멀리 왔어.
이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겠어.

음악을 들을 수도 없었다.
음악을 들었다가는 정말 길을 잃을 것 같았다.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사각 사각 빠른 발자국 소리...
그가 서류가방을 들고 나를 향해 달려왔다.

나는 여행가방을 버리고
손에 그녀의 메일을 꼭 쥐고
바닷가를 달려 그로부터 도망치려 했다.
그의 불규칙적인 신음소리가 바로 귀뒷편에서 들려왔다.
곧 사정이라도 할 것처럼 숨을 몰아쉬며 짧은 '아'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바람이 우리와 함께 미친듯이 달리고 있었다.
내 머리카락들이 발작적으로 눈과 코와 입으로 덮쳐드는 통에
나는 작은 구덩이들을 보지 못하고 자꾸 넘어졌다.
겉에 입고 있던 바바리가 벗겨졌다.
내 바바리를 잡아당긴 것이 그인지 바람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어느새 바닷물 속에 허리까지 빠져있었다.
치마가 풍선처럼 떠올랐다.
그가 나를 안아올렸다.
뜨끈하게, 옆구리에 그의 매끄러운 와이셔츠와 내의와 살이 느껴졌다.
그 다음에는 내 다리를 감싸고 있는 그의 말랑한 손가락이 느껴졌다.
손가락이 차가웠다.
그리고 나서 내 허리쪽으로 그의 성기가 느껴졌다.
그의 가슴을 세게 물어 뜯었다.
나는 물속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입안이 썼다.
코로 물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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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2 20:27 2005/07/22 2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