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가는 길4

from 2005/07/23 01:47
멀리에 작은 건물이 보였다.
낮은 돌담과 공터, 작고 붉은 건물,
맨발에 조개껍질이 밟히는 것을 느끼면서
내달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버려진 집이었다.
곳곳에 유리창이 깨져있고
가구들도 완전히 망가진 모습이었다.

바닥에 버려진 기다란 나무막대를 들고
커다란 옷장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고 나니 어둠속에서 숨을 쉴 수 있었다.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옷장 안은 외부와 연결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긴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가 집안으로 들어서면서 깨어진 유리 조각을 밟았는지
무언가 바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집안의 이곳 저곳을 뒤지면서 점점 나에게 가까이 다가 오는 것이 느껴졌다.
무거운 것이 쿵하는 소리를 내며 넘어지는 소리를 들었을 때
갑자기 옷장 문이 열렸다.
나무막대를 힘있게 휘둘렀다.
그가 넘어졌다.
이마에 맞았는지 머리쪽에서 검은 피가 흘러나왔다.
혹은 어둠속에서 어떤 것이 그의 머리 아래로 흘러 나왔다.
유리창에서 길게 잘려나온 유리조각을 뽑다가 손이 베었지만
아프지 않았다.
그가 몸을 일으켜 내가 다가와 나를 안았다.
유리조각은 그의 몸안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쑤욱 들어갔다.

그녀는 잠이 들어있었다.
그녀 옆에 나도 누웠다.
따듯했다.
그녀가 잠시 눈을 떠 나를 바라보고는
내 몸을 꼭 안고 다시 잠이 들었다.
장을 보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나도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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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3 01:47 2005/07/23 0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