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GG

from 2009/05/28 19:17

GG는 원래 살인청부업자였다.

한 달에 한 번,

레인코트에 분홍색 선글라스, 금발의 가발을 쓰고, 빨간색 9cm짜리 힐을 신고,  

안에는 브라와 팬티, 가터벨트와 검은색 그물 스타킹만 입은 채로 나가서는

의뢰받은 사람을 깔끔하게 처리하고 돌아왔다.

화장은 하지 않아. 라고 그녀는 나가면서 내게 말했다.

피부가 상한다고. 립글로스 정도만 바르면 돼.

그래서일까? 그녀는 무지 무지 무지 어려보였다. 15살쯤.

일을 나가지 않는 날에 그녀는  팬티만 입고 수면양말을 신은 채로

'천개의 고원'이나 '앙띠오이디푸스'같은 책을 읽다가

잠을 자거나 책을 읽었다.

 

내가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가르쳐주기 전까지는.

 

그녀는 더이상 일도 나가지 않았다.

눈을 반짝반짝이면서 밥도 먹지 않았다.

잠은 5시간 정도. 자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다음날 할 퀘의 목록을 정리하고

이동경로를 계획하고 경매장에 내놓을 아이템과 새로 장착할 아이템을 궁리했는지,

눈을 뜨면 중얼중얼.

 

회사에서 돌아오면 집안은 캄캄한데,

푸른색 모니터만 그녀의 비쩍 마른 얼굴을 밝히고 있었다.

무릎에는 잠든 초코군.

그녀는 정말 무서웠다.

 

제발 밥을 먹어줘.

설겆이도 청소도 빨래도 원래 하지 않던 GG지만, 밥은 먹었었는데.

김에 김치와 밥만 넣어서 입에 넣어주면 우물우물, 손가락은 타닥타닥.

 

어느날, 문제가 생겼다.

급하게 화장실 처리를 하고 모니터 앞으로 달려가면서

GG가 말했다.

 

응가구멍에서 피가 나.

 

안돼!!!

 

응가구멍에서 피가 나다니. 6개월씩이나 의자에만 앉아있으니까 그런 거야.

 

괜찮아. 응가할때만 아퍼.

 

곧 계속 아파질거야.

 

어쩔 수 없어.

 

나는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마음이 아파서 가슴이 찢어진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녀가 엎드려서 와우를 할 수 있도록 모니터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래도,

그녀는 계속 응가구멍에서 피가 났다.

엎드리면 발컨이 돼. 그래서는 인던을 돌 수 없다구.

 

그래서,

그녀가 옆으로 누워서 와우를 할 수 있도록 모니터를 옆으로 눕혀놓았다.

ㄴ자 모양의 받침대도 만들어서 키보드는 받침대에 고정.

지금 장난해?

그녀가 화를 냈다. 그리고 계속 응가구멍에서 피를 흘렸다.

 

그래서,

그녀가  누워서 할 수 있게 ㄷ자로 생긴 책상을 침대에 놔주었지만,

어떻게 해도 그녀는 앉아서 와우를 하게 되었고

그녀의 불쌍한 찢어진 응가구멍은 결코 아물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잠든 그녀의 응가구멍을 바라보면서 슬픔에 잠긴 채로 며칠 밤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병원에 가볼까?

안돼. 너무 바빠. 어차피 와우를 그만두라고 한다고. 가봤자 별 수 없어.

괜찮아, 나는 행복하다구. 그녀가 다정하게 나를 위로했다.

나는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에 3개월이 지나서 그녀는 너무나 고통스러워 하면서 와우를 즐기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결국 방법을 찾아냈다.

그녀를 우주로 날려보내는 것이다.

우주에는 중력이 없으니, 그녀의 응가구멍으로 빠져나오려는 무언가도 방향을 잃고 멈추게 되겠지.

그녀는 더이상 고통스러워하지 않아도 돼.

 

그래서,

그녀를 우주로 날려보냈다.

 

안녕, 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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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8 19:17 2009/05/28 1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