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기

from 우울 2009/10/12 11:46

돈을 벌고 있다.

어찌어찌하다보니 돈을 벌고 있었다.

그렇게 돈을 벌게 된지 대략 3개월쯤.

 

집을 넓히고 싶었고, 작업 공간을 갖고 싶었고, 그래서 알바를 찾았는데,

그게 이어지고 이어져서 꽤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 3개월 장난하듯 일하니 천만원쯤.

이 사회에서, 나는 꽤 능력자가 아닌가...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돈으로 아파트에 마루를 깔았다. 이사 비용도 하고 이래저래 든 돈을 메꾸었다.

 

급하게 필요한 돈을 벌어서 마련할 수 있다니, 나는 대단해. 처음엔 그렇게 기분도 좋았다.

그렇게 돈만 벌며 살아도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을 평생에 처음으로 했다.

서울에 땅을 사서 집도 짓고 좋은 가구도 사고 개도 키우는 거다.

중간에 애도 하나 낳아서 '남부럽잖게' 사는거다.

그런게 불가능한 게 아니구나.

자수성가 하는 거다.

내 아이는 행복하게 키우는 거다.

 

그런데, 그렇게 벌어도,

내가 갖고 싶었던 건 이런 식으로 계속 돈을 벌지 않으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너무 먼 안드로메다에 있었다.

 

이사가 끝났고, 아직 작업실 비슷한 분위기도 안나는 크다하면 크고 작다하면 작은 아파트 안방.

 

좋은 플레이어를 사서 음악을 듣고 싶고, 커다란 책상도 하나 갖고 싶고,

오래된 느낌의 편한 의자도 몇개 사고 싶다.

Tivoli의 Model CD를 사고 싶어서 한달째 눈팅 중이다. 45만원까지 떨어지면 사고 말테다라고...

 

그런게 '작업'이랑 무슨 상관인가 하면,

왜인지 그런게 갖춰지고 나면 '작업'이 될 것 같은 거다.

 

대체 내가 하려는 '작업'이라는 게 뭔지도 아직 모르겠는데.

 

돈버는 일하려고 만든 '사무실'은 아니었는데.

 

'작업'이란 걸 하려면 용인 구석탱이 시골 아파트가 아니라

'홍대' 앞 같은데 '작업실'이란걸 차려야 하는 건데.

 

돈을 벌지 않으면 돈이 없다.

 

돈을 벌지 않으면 돈이 없는 것.

 

아웅...지겹다.

 

넓은데 살고 싶은데, 홍대앞에 넓은 집을 무슨 수로 구해.

라고 한다면 돈을 벌면 되는 거다.

돈을 벌어서 구하면 되지!

그러다 보면 그냥 자꾸 넓은 집을 구하게 되는 거다.

 

'작업' 같은 건 그냥 구실거리나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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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2 11:46 2009/10/12 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