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우울 2009/12/16 12:26

그림그려주기를 시작한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스멀스멀 '왜'라는 의문을 가장한 회의가 마음을 감싼다.

대체 왜 무언가를 해야하는 걸까?

답을 얻기위해서 책들을 읽어보고 이야기를 들어보고 생각을 해봐도 답이 없는 것은 명확하지만

나 스스로 납득할 만한 답을 만들어 내려고 나는 자꾸 이런 저런 모색을 한다.

이런 모색만으로 인생을 마감하게 될 것 같기도 하다.

나이가 너무 많이 들고 나면 인생을 그렇게 보낸 것에 대해 후회하게 될까?

 

하기싫은 것은 하지 않는다. 라는 것 외의 기준은 아직 만들지 못했다.

하고 나서, 이걸 왜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하고 싶은 일은, 그냥 하고 싶은 일이다.

하고 싶다고 생각하려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된다.

그게 문제다. 세상에는 저절로 되는 일과 노력해야 되는 일이 있는데,

나는 저절로 되는 일을 알고 있어서

노력해야하는 일은 하기가 싫다.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 그 일을 좋아하려 하고

그 좋아하는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좋아하는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그게 힘들어서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함께 하려하는 건데

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고 좋아하지 않으면서 그저 나를 위해 이용하려는 마음이라 생각하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나는 원래 비겁한 인간이다 라고 생각해버리면 큰 문제는 없지만.

 

그림을 그려주겠다고 포스팅을 한 이유는,

내가 현재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무 것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서 였다.

 

아니, 하고 싶은게 있긴 한데,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일이라서 천천히 하고 있는 거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지.

 

어쨌든 하루 하루 멍하게 오락이나 하면서 살고 있는데,

지루하고 지겹고 할 것도 없고 뭐 그래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거나 내 무언가를 나누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로부터 무언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자극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다.

 

덕분에 누군가 무엇을 얻게 된다해도 그것은 나의 의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의도와 관계없이 기분이 좋은 일인 것은 사실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당분간은 그림그려주는 일을 계속 할까 하고 있다.

 

나는 사실, 일러스트레이터도 아니고, 화가도 아니고, 만화가도 아니다. 디자이너도 아닌 것 같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림은 누구나 그릴 수 있는 건데,

주문을 보면서 이 사람들은 왜 내게 그림을 부탁하는 걸까

하고 궁금하다.

 

사람들은, 자기는 그림을 못그린다고 말하는 데

나는 그걸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하도 그런 말을 많이 들어서

혹시 그런 사람들이 내게 그림을 주문하지 않을까 하고

주문이 많은 그림점을 열었다.

 

그림을 그리면 생각이 사라져서 좋다.

나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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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6 12:26 2009/12/16 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