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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그렇게 고상해

from 우울 2007/08/20 02:14

지난하게, 대략 한학기동안 지속되어온 폭력의 드라마가 지난 화요일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마지막 장면은 대략 이러했다.

 

강남역 뒷골목에서 남자가 여자의 양손목을 붙잡고

"니가 그렇게 고상해? 나는 오늘 너 따먹으러 왔다.어쩔래?"라고 소리를 질러댄다.

몇번이나 되풀이해서 소리지른다.

어쩌면 소리를 지르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지만, 여자의 귀에는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들렸다.

남자는 그것이 자신의 진심이 아니므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전혀 잘못이 아니라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남자는 늘 그런 식이다.

 

소리를 질렀는가 안질렀는가가 중요해?

그렇지 않지만, 여자는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그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언제 소리를 질렀냐. 고 남자가 말할까봐 무서운 것이다.

남자는 늘 그런 자잘한 것들로 여자를 괴롭힌다.

 

모든 것이 여자의 탓이다.

여자가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여자는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 이성적으로 말하려 애쓴다.

"더이상 이야기해봤자 좋은 이야기 나오지 않을것 같아요. 저 집에 가요."

가로등 아래 회색벽에,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양 기댄 남자가 여자에게 가지말라고 애원한다.

여자는 주머니에 손을 꽂고 그를 버려둔 채(?) 집으로 간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면, 자야되는데, 잠은 안오고 쓸데없는 생각만 들어 블로그에 왔다.

더이상 생각하는 건 시간과 체력과 정신력의 낭비인 것을 너무 잘 아는데도,

자꾸 되풀이해 억울해하고 되새김질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폭력의 예를 들자면 구차하기 짝이 없는 수십가지를 기억해낼 수 있다.

기본 논조는 변화가 없지만, 폭력의 도구들은 다양했다.

 

그런데도 나는 번번히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 애썼다.

 

그냥 학교생활을 피곤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기도 했지만,

나는 원래 성격이 그랬다.

 

어쨌든 남자는 미국으로 간다하니 그나마 고마울 따름이다.

다시는 남자와 관련된 아무 것도 듣거나 보거나 스치고 싶지 않다.

 

세상에 그런 남자들이 지뢰처럼 깔려있다는 걸 명심하자.

제발 바보같이 그런 남자들과 대화하려들지 말자.

 

자기가 아무리 그런 남자가 아니라고 우겨도, 의심하고 또 의심하고 절대로 믿지말자.

남자들에게 마음을 놓는 건 진짜 바보나 하는 짓이다.

 

이 글을 읽는 남자, 니가 아무리 나는 안그래라고 우겨도, 나는 절대로 너를 못믿어.

 

근데, 사실 나는 사람들을 덮어놓고 믿는 성격이다.

말하는 걸 그대로만 믿는다.

맨날 당하고 되새기고 다짐해도 또 당하잖아.

사실, 사람을 안믿을 자신은 없다.

이렇게 다짐해도 누가 열심히 이야기하면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 어떻게 안다지?

정말 나쁜 의도로 그런 건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한다.

정말 나쁜 의도로 그런게 아니면 그런 행동을 해도 되는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그게 나쁜 거라고.

바보야. 개토는 바보야. 바보개토 바보개토바보개토바보개토

게다가 그건 여자를 상처주기위한 나쁜 의도가 있었던 게 맞거든.

 

무서운 건, 사실 그의 곁에 있던 다른 남자이기도 했다.

남자의 폭력을 곁에서 바로 보고도, 다른 남자는 내게

남자가 당신을 좋아해서 그런 거니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했다.

 

반지라도 끼고 다니지 그러셨어요.

 

라고도 했다.

다른 남자에게는, 그것이 나를 위해 해 줄 수 있었던 최선의 말이었다.

 

무서워하지 않을거다.

 

라고 생각해도 무서운 건 사실이다.

나는  다른 남자를 믿고 있었던 거다. 좋은 사람일 거라고 믿고 있었던 거다.

 

배고프다.

자야되는데.

 

사람들한테 위로받고 싶어하는 구나.

몇몇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고 위로받아서 힘이 좀 났는데도,

위로에 대한 욕구가 지속적으로 솟구치는 건 왜일까

 

당했다고 느꼈을 때마다 블로그에 리포트라도 쓸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시시콜콜 일러바칠 껄.

소설이라도 하나 쓸 껄.

근데, 그딴 거 쓰기 진짜 싫다고......................................

 

분명히 상처를 입었는데도, 외상이 아니니까, 자꾸 증명해야하는 게 싫다.

그정도 상처는 별게 아닌 것처럼 남들이 느낄까봐

혹은 사실 별게 아닌데도 혼자 괴로워하는거 같아서

 

도움이 필요한것이 사실인데

상담이라도 받아야하나 싶지만, 일상이 너무 바쁘다.

사실, 주변에 이야기 못하던 걸 이야기한 것만으로도 꽤나 힘이 되었다.

같은 과의 여자 친구들은 모두 내 편이 되어주었다.

내가 이야기를 해도, 한 학교 내에서 계속 봐야할 사람이니

친구들이 모두 중립적인 태도를 취할까봐 겁이 났었는데,

모두들 너무 힘이 되어주었다.

 

사실은, 한 여자친구가 내게

'너무 좋아하니까 그런 거에요. 원래 사람이 좋아하면 좀 미치잖아요. 그냥 잊어요. 무시해요.'

라고 말했을 때 나는 꽤 크게 상처받았다.

그 친구가 너무 착해서 나는 그녀에게 상처를 받아버렸다.

나는 그녀가 '머 그런 나쁜 새끼가 다있어.'라고 말해주길 바랬는데.

 

상처는 연쇄적으로 계속 된다.

어디서 어떻게 올지 미리 알 수도 없어서

대비도 할 수가 없어.

 

내일 7시에 어떻게 일어난담...

 

개토야 니 잘못이 아니야

라고 친구가 말했을 때 눈물이 났다.

 

하지만, 내가 왜 눈물을 흘렸는지 모르겠다.

대체 내가 뭘 잘못했단 말인가

 

무수한 경우를 보고 무수히 해석해왔는데도

내 경우에만 이르면, 속수무책이 된다.

 

내 잘못은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니 잘못이 아니라는 말에 눈물이 난다.

그래서 내가 더 안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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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0 02:14 2007/08/20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