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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억 (7) 2007/08/28

기억

from 우울 2007/08/28 12:40

떨어뜨린 물건을 줍다가, 소파 모서리에 안경을 낀채로 눈을 부딪쳤다.

조낸 아파.

눈썹이랑 눈라인만 남기고, 얼굴의 기름기가 안경알에 찍힌 덕분에

안경알에 감은 눈모양이 찍혔다.

눈도 아프지만, 눈 위쪽 뼈가 꽤나 아프다.

 

어제는 책상모서리에 골반을 지대로 찍어서, 살짝 찢어지고 멍이 들었는데.

 

그저께는 욕조 물빠지는 구멍에 새끼발가락이 끼었다기 보다는 걸렸달까..뭐 어떻게 되어서

부러지는 줄 알았었다. 눈물이 쏙 빠졌다.

 

혼자 슬랩스틱 코메디다. 아무도 없을 때 혼자 다치는 건 뭐랄까 겸연쩍달까.

 

적어놓지 않으면, 상처가 사라지면서 금새 잊혀질 가벼운 기억들.

 

어렸을 때 소년조선일보를 정기구독한 적이 있었다는 게 생각났다.

연재만화를 좋아했었는데,

부인이 외계에서 온 로봇이었나 그랬다.

부인의 몸이 모두 분해되어 팔, 다리, 얼굴, 몸통, 두두두 떨어지던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아있다.

어린 마음에도 남편이 얼마나 깜짝 놀랐을까 걱정이 되었다.

남편은 역시나 큰 충격을 받았고,  나쁜 과학자인지 외계 과학자인지가 혼자 즐거워했었는데.

로봇 부인이 남편을 무척 사랑했던 것 같다.

 

개토가 철학과를 가기로 결정하는데도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세계의 철학자들을 소개하는 특집코너가 있었는데,

특히 토머스 아퀴나스의 신존재증명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었다.

지금은 생각나지 않지만...

 

어제 낮에 밥을 하겠다고 쌀을 씻어 밥통에 담아두고는

지금까지 '취사'버튼 누르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방금 누르기는 했는데, 쌀에서 살짝 포도주냄새가 났다.

먹어도 될까?

 

등록금 5,387,000원.

 

날씨가 선선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못해 살짝 시리다.

 

그런 하루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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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8 12:40 2007/08/28 1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