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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디에고 여행(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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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0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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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고 여행

선군정치 아래에서 지속불가능한 삶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대체로 대부분 뚱뚱한) 미국인들에게 가장 부러운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실은 원주민에게 약탈한 것이지만) 자연환경이랍니다. 남의 나라에 아낌없이 포탄을 쏟아붓는 모습과 지극히 정성스럽게 자신들의 땅을 가꾸는 모습은 참으로 이율배반적입니다. 그렇지만, 이들의 역사가 원래 그렇게 발전되었기 때문에 이런 분열증적인 행동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살고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보면 한편으론 오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답답하기도 합니다.

   

지난 주말에 짬을 내어, 예전에 참으로 오래 가까이 지냈던 선배가 살고 있는 샌디에고에 놀러갔다 왔습니다. 이곳에서 샌디에고로 갈 수 있는 교통편으로는 사막을 관통하는 5번 고속도로를 통해 LA를 통과한 후에 샌디에고로 가는 방법 (쉬지않고 달리면 약 6-7시간 소요)이나, 비행기 (1시간 40분)를 타거나 기차 (10-15시간)를 이용하는 겁니다. 혼자서 차를 몰고 아무 것도 없는 사막 한 가운데 직선으로 나 있는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건 재미도 없고 위험할 것 같아서, 비행기를 타고 가서 기차로 오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기차도 어떤 노선을 선택할 것인가에 따라 5시간 정도 차이가 나는데, 제가 선택한 방법은 캘리포니아 해안에 있는 주요 도시(샌디에고-LA-산타바바라-몬테레이-산호세-샌프란시스코-포틀랜드-시애틀)를 모두 연결하고 북쪽 워싱턴 주 시애틀까지 바로 연결되는 'coast starlight'라는 기차편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금요일은 시간대에 따라서 같은 항공사의 샌디에고 행 비행기라도 4만원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새벽같이 일어나서 지하철을 타고 싼 비행기를 이용해서 샌디에고 도착했습니다. 간단하게 선배가 일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고 캠퍼스(UCSD)를 둘러보고, y"=A*y*y 라는 비선형미분방정식의 일반해가 있는가 잠깐 앉아서 고민하다가, 샌디에고 해변가에 가서 간단하게 둘러 보았습니다. 넓은 해안의 일부분은 UCSD의 연구소들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샌디에고는 굉장히 남쪽에 있지만, 막연히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강한 햇살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5월 날씨같은 상쾌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어.. 참 살기 좋은 기후구나'.. 하는 느낌. 찾아갔던 선배의 가족은 요즘의 일반상식과는 무척 동떨어지게(!?) 세자매를 낳아 키우고 있는 대가족(!)이라, 오랬만에 사람사는 듯한 북적북적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서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집근처 공원에 가서 해가 질 때까지 고기+새우+고구마등등도 구워먹고 술도 한잔 하고 오랬만에 아이들과 장난도 치고... 어째 지금 생각해보니, 이곳에서 혼자서 무척이나 이상한 삶을 살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회생활이 교회나 유학생모임을 중심으로 돌아가거나 가족중심으로 사는 곳이라서, 그 어느 곳에도 들어갈 생각이 없는 나로서는 (독일에서 살다온 한 친구는 너무 답답한 나머지 독일에서부터 절에 다니기 시작해서 이곳에서도 꾸준히 다니고 있죠) 그냥 밤중에 맥주사다 홀짝거리거나 주말 아침에 늦게 일어나 다리가 아플때까지 동네 뒤 산꼭대기를 올라가는게 거의 전부죠. 그래서 전화를 하지 않는 날이면 영어도 한국어도 한마디도 하지 않는 주말을 자주 보내곤 합니다. 

 

  보통 샌디에고로 여행을 하면 그곳에 있는 유명한 동물원이나, Sea World라는 유원지를 가보라고 추천합니다. 하지만, 그곳들은 이미 선배의 가족들은 가본 곳이고, 저 또한 이런 행락지에는 커다란 관심이 없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선배가 추천한 LA북쪽에 있는 Getty Center라는 곳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늦은 아침을 먹고, 승합차(!)에 가족과 저를 태우고, LA 북쪽으로 갔습니다. Getty Center는 J. Paul Getty 라는 석유로 떼돈을 번 갑부가 모은 미술품과 장식품을 전시한 곳이랍니다.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비버리힐즈 북쪽 LA에 엄청나게 넓은 건물에 엄청나게 유명한 미술품들이 모두 Getty의 개인재산과 개인소장품이란 것이 놀랍습니다. 이곳은 LA전체를 볼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주차료 7$ 만 내면 나머지 전부(박물과 입장과 tram 이용등등)가 무료입니다. 아침에 선배 형수님이 고생하시며 만든 김밥을 먼저 먹고, 박물관에 들어가서 유명한 고흐, 르느와르, 크노프의 그림들도 보고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는 사진촬영은 허용되어서, 이렇게 사진도 찍어보고,

알마 타데마, 밀레, 고야, 크누프, 세잔, 등등이 그린 아줌마, 아가씨, 아이, 아저씨들의 초상화도 보고 사진도 찍고...

 

Getty Center를 찾아가게 만들었던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였던 램브란트 후기 초상화 특별전을 찾아가서 그의 최후의 초상화 연작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유명한 후기 초상화들을 한 곳에서 볼 기회를 이렇게 우연히 가지게 되다니! 물론, 아이들 세명 중 두명은 나중에 자신들이 램브란트 후기 초상화 연작들을 봤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할 나이였지만,  뭐, 그렇더라도 크게 울지도 소리도 지르지도 않는 착한 아이들이었습니다. 이곳은 다른 곳과는 달리 사진촬영을 제지 당해서 그림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사도바울로 분한 램브란트(a self portrait as Apostle Paul)와 (성 프란시스 로 추정되는) 책을 읽는 수도승(A monk reading) 초상화는, '그래, 이제서야 실물을 보았구나'하는 생각과 그림을 보는 거리와 각도에 따라 보이는 정도가 조금씩 달라지는 느낌.. 그림을 향해 걸어가며 보면 마치 은둔자의 외로움에 점점 다가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도데체 왜, 평생 수없이 많은 자화상을 그리던 램브란트가 말년에 이렇게 종교적 은유와 직유(당시에 거의 금기시 되던)를 자신의 자화상에 도입했는지 설왕설래가 많지만, 300여년 후에 바라본 이 두껍고 어두운 검은 유화들이 말하려고 하는 어떤 느낌이 전해지는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이 화창한 캘리포니아의 햇살 아래서 말입니다. 원래, 글을 시작할 때 샌디에고에서 기차를 타고 오면서 찍은 풍경 사진들을 주로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글이 너무 길어지네요. 돌아오는 여정은 다음에 써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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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기후

오늘 비가 왔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쳐다보니 뿌옇게 흐린 걸 보고, 어.. 아직 안개가 겉히지 않았나..하고 생각하다 가까이 보니, 비가 오고 있었습니다. 부슬비가 내렸어요. 그런데, 지금 저녁이 되도록 아직 부슬비가 내리고 있어요. 오늘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왔다갔다 하며 이런 저런 사람을 만났는데 모두 'it's weird(기묘하네)'라고 이야기 합니다(마감 abc뉴스에서도..^_^;;). 사실, 스스로도 무척이나 기묘하다고 생각해요. 보슬비만 왔었거든요.. 오늘 하루종일..근데 그게 통계적으로 한달 내도록 내려야 할 강수량의 두배가 넘는데요.. 사실, 평균적으로 원래 이 맘때의 강수량은 밤과 새벽의 안개가 사실 전부예요(하지만 놀랍게도 그게 이 근처의 무지무지 커다란 나무들을 푸르면서도 크게 만드는 역할을 하죠).. 작년에 제가 본 이 맘때 본 물방울이라고는, 근처에 인공적으로 물을 뿌리는 수돗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전부였거든요.... 사실, 지금 비가 온다는 건, 한국에서 여름에 함박눈이 내리는 것처럼 황당한 일인데... 무슨 일 일까요????... 일년에 3분의 1동안 비가 오지만 그 결과로 공기가 깨끗하고 시원한 북 북아메리카 지역(캐나다의 뱅쿠버와 미국 시에틀)과 일년 내도록 뜨근 건조하고 겨울에 비가 와서 시원하게 식혀주는 후끈한 남 북아메리카 지역(LA와 샌디에고) 사이에 제가 살고 있는 곳(샌프란시스코 근처)이 중간에 끼여 있어서, 제가 살고 있는 이 지역은 앞에서 가끔씩 이야기 한 것 처럼, 일년 내내 거의 비가 오지 않는 가을 날씨 같은 곳이 일년 내내 계속지속되는 곳인데(비슷한 곳으로는 지구상에 북서부 이탈리아가 거의 유일하다고 하던데.. 그 어떤 지중해 기후도 이곳의 기후만큼 지중해스럽지 않다고.. 하는 아이러니가....) 지금 이런 비가 오다니, 이건 정말 대재앙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혹... 북 북아메리카의 기후 처럼 되는 걸까요? 시애틀의 .. 그것..

 

북아메리카 서해안의 날씨를 결정짓는 것은 북극의 차가운 해류라고 하더라구요.. 카더라 통신입니다...저는 확실하게 아는 과학적 근거가 없답니다.... 여하튼, 그렇다면, 헤헤 미안.., 그게 조금이라도 변하면 날씨가 변할 것 같아요......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 이 곳에 하루종일 부슬비가 내리는 것은 사막에 소낙 비가 오는 거랑 같은 건데..계속 알아봐야 겠습니다. 정말 이상합니다. ....

영국의 동해안도 북극해의 차가운 물의 온도가 날씨를 결정한답니다. 최근에 런던의 날씨가 황당할 정도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영국친구 한테 들은 적이 있습니다. ....

 

한국의 날씨는 복잡하고 영향을 주는 조건이 너무 많아서, 사실 경향을 판단하기가 힘들답니다. 다르게 말하면 기후에 영향을 주는 "자연적"인 조건이 너무 많아요.. 제가 있는 지역의 일기예보를 2차방정식 해를 구하는 것이라고 하면 한국은 한 5차방정식정도? 별도의 이야기지만 여하튼 미국에서의 일기예보는 한국보다 백만배 쉬어보입니다...

 

여하튼 이곳의 일기예보가 아침에 안개, 화창한 캘리포니아...오후에 서늘함...에서 어... 오늘 비가 와요...라는 이상하고 황당한..... 이미 누렇게 말라버려야 할 언덕의 풀들이 아직도 겨울 처럼 퍼렇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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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느낌표

정말 오랫만에 MBC의 느낌표 지난주 지지난주 방송을 봤는데, 재미있다...갑자기 드는 두가지 생각.

 

각막기증방송은 참으로 눈물나도록 슬프지만 힘내는 방송을 하는 것 같은데.... 문제를 조금 제도적으로 바꿔보는 운동을 하면 좋을 듯 한데..  방송을 지금 포함해서 한 6번 정도 본 것 같은데.. 전부 미국에서 각막을 가지고 온 것 같다. 그런데, 가만히 따져 보면 65살 넘는 노인들을 제외하고는 한국이 미국보다 의료보험이 좋은 것 같은데... 왜 미국에서 각막을 가지고 올까?

 

한국에서 운전면허를 딴 적이 없어서 비교할 수 없지만, 여기 미국에서 운전면허를 따면 바로 개인이 운전면허증에 운전면허증을 받자마자 각자가 판단해서 모든 장기기증을 표시하도록 되어있다(다른 뭔가가 또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귀찮아서 찾아보지는..). 즉, 운전면허증이 장기기증서약서이다. 혹시 그래서 미국에서 각막을 쉽게 공수해 올 수 있는게 아닐까?...교통사고는...기증의 가능성이 많을 것 같은데.. --;; 그렇다면 해볼만 한 제도 인 듯 하다.

 

이곳에 와서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전동 휠체어를 타고 보조 산소 공급기를 달고, 손가락으로 알파벳을 찍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낮에 그냥 돌아다닌다는 것이었다. 

 

확실하게 이야기하자면, 전동휠체어을 타고 다니는 노숙자들도 많고, "전동휠체어에 보조 산소 호흡기"를 달고 다니거나, "전동휠체어에 알파벳을 손가락으로 찍어서 의사소통"하는 사람이랑, "전동휠체어에 호흡을 뒤에 모터로부터 도움받으며 손가락"만으로 의사소통하는 사람들이 그냥 나와 같이 인도와 건널목을 건너 다닌다. 그리고 버스를 탄다.

 

이런 사회를 이루어 놓은 건, 한 사회의 부의 차이로부터 나오는 건 아닐 것 같다. 이곳에서 우리가 확실하게 배우지 못한 어떤 투쟁의 과정이 있을 듯 하다. 헬렌켈러가 사회주의자였다는 든가 하는 그런 이미 잊혀진 이야기..등등.. 내가 확실히 모르는 이 사회의 그런 지난 했던 투쟁들....조금 더 알아봐야겠다.

 

즉, 장기기증을 운전면허증에 표시하고 전국적인 이식네크워크가 이뤄져 있는 그 바탕에는 그걸 이뤄낸 사람들의 투쟁이 있을 것이고 그들의 원 목표는 이미 희석되어서 사라진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문외안인 나의 대강대강  추측이다. 

 

왜냐하면, 장애인에 대한 복지와 의료가 레이건 일당들로 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공격받고 있는데... 과여 그것이 언제 사라질 것인가? 즉, 공짜 전동휠체어가 언제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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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어린이 맞추기를 한 초등학생 친구들이 도라산역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데, 나도 그 친구들이 말한 것 중 하나는 꼭 한 번 이루어 졌으면...  

 

베이징 올림픽이 2008년인니까, 이제 3년 남았는데, 한국에서 기차타고 베이징 가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의 위기만 잘 넘기면 될 것 같은데...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여하튼, 중국도 평양도 서울도 부산도 2008년에 기차타면서 한 번에 좀 가봤으면 좋겠다. 올해만 잘 넘기면 되지 않을까...

 

근데, 정말 미국이든 북한이든 중국이든 한국이든 이 네 나라의 지배계급들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거래와 협상을 하고 있는지 내 깜냥으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으니... 제발 북한의 지배계급들이 미국의 부시가문들과 협상을 잘 했으면 하는 바람이...

 

원하는 것을 확실히 서로 확인해서 영원히 싸우는 듯 마는 듯 하는 중동의 20여년을 반복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느낌표에서 "남한어린이 희망"하면서 서울에서 파리까지 기차역 표시되는 지도는 사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갔다와서 금방 그렇게 될 줄 알고, 가출청소년의 로망은 이제 중앙아시아다........ 하던 그런 지도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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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

가끔씩 저녁밥을 너무 해먹기 싫어질 때는 길거리에 팔던 튀김이나 순대같은 포장마차 음식이 그립다. 밥먹기 싫어서 포도주 사다가 대충 반찬하고 술마시며 배채우다, 만두를 구워먹다가 든 생각이 이것저것 떠오르는데, 포도주를 너무 많이 먹어서 나중에 적어야 겠다. 하나 빼고. 

맥주는 싸구려 미국 맥주랑, 좋은 맥주랑 혓바닥이 잘 구분해 내는데 그래봤자 6병당 2달러(2000원) 차이다. 고급맥주 좇아가서 먹어봐야 한 병당 300원씩 차이.. 근데, 20달러짜리 포도주랑 2달러짜리 포도주랑 맛의 차이를 모르겠다. 오늘 산 4달러짜리 포도주가 정말 맛있다. 영국애 한테 물어봤더니 포도주만큼 가격차이가 맛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술이 없다고 하던데(한 번 좋은 포도주를 맛보면 도저히 싼 포도주를 맛볼 수 없다....라고) 나는 그 차이를 아직 모르니 어쩌면 이렇게 행복한 지도 모른다. 아마 영국 혹은 이태리 친구들이 느끼는 김치 같은 건가? 여하튼 도저히 모르겠네.. 그렇지만 진로포도주 보다는 마주앙이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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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들2

한국에서 일어난 체세포복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서 부시와는 의견이 다르지만 나는 약간 기분이 좋지만은 않고 걱정한다고 하면서 주변 사람들 몇몇과 이야기해 봤는데, 아시아에서 온 한 친구는 도데체 복제인간이 뭐가 잘 못되었냐고 이야기하고, 유럽에서 온 한 친구는 도데체 무슨 이유로 사람들이 복제인간을 시도할 거라고 생각하냐고 묻고, 미국 친구는 글쎄... 이해 한다고 하지만(부시의 이유가 편협하다는 것은 서로 동의)...  여하튼 그들은 나와 같은 직업군이라서.. 다양성이 부족하네.. 그렇지만 한 아시아 친구가 이야기한데로, 복제인간이란 것은 그렇게 심각한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clone's war같은 것? designer's baby...사실, designer's baby는 이미 영국에서 치열한 법정싸움 끝에 합법으로 인정받기는 했는데... 사실, 복제인간이 그것과 다르기는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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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b Avakian

지난 금요일, 근처에 사는 친구와 같이 Bob avakian이라는 모택동주의자의 회고록 출간기념회를 보고 왔습니다. 사실, Bob avakian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도 전혀 몰랐습니다. 단지 Bob Avakian은 미국의 혁명적 공산주의자 당 당의장(Chairman of the Revolutionary Communist Party, USA 이하 RCP)인데 그의 회고록 출판을 기념하여 친구들과 동지들이 음악, 시, 영상을 준비했으니 참석해서 서로서로 축하하자라는 초대글에 끌려 행사를 알려준 친구와 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미국의 Maoist라니..라는 궁금증도 있었구요. 오른쪽 위 사진이 Bob의 사진이고 아래는 RCP의 상징입니다.

 

동네 중학교 강당을 빌려서 영사기와 스피커를 가져다 놓고, 여러 사람들이 나와서 그의 회고록의 일부분을 읽고 거기에 맞는 영상을 보여주고, 사이사이에 음악을 틀고, 창작 시를 낭송하고, 약식 talk show도 하였더니, 얼추 약 2시간 정도의 약식 집회같이 출판기념회가 진행되었습니다.  같이 간 친구의 부인도 예전에 참석했던 집회 생각이 난다고 하더군요.

 

Bob avakian이라는 모택동주의자(스스로  Maoist라고 하기때문에)는  미국 버클리대학을 다니다 60년대 반전운동부터 시작하여 혁명적 청년운동II(Revolutionary Youth movement II), 흑표범당(Black Panthers Party)의 활동가를 거쳐 현 RCP의장으로 있답니다. 그런데, 그는 약 30여년을 프랑스에 거주하였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등소평이 미국을 방문했을때, 자본주의자 등소평과 제국주의자 지미카터의 만남을 반대한다며 등소평 환영만찬이 벌어지고 있던 시각에 백악관을 진입해 들어가서 시위를 벌여 약 240 여년의 징역형을 받을 위기에 처하게 되자 프랑스로 탈출하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미국에는 없는 것 같긴 합니다. 왜냐하면 출판기념회에 Bob이 등장하거나 혹은 그를 닮은 사람을 본적도 없고, 그가 연설하는 장면만 중간에 상영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추측할 수 밖에 없습니다. 참석한 약 100여명의 사람은 모두 그를 잘 아는 사람들 같아 보여서 그런지 몰라도 모두 아주 자연스럽게 그의 부재를 이해하고 있는듯 보였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저는 그를 전혀모르고, Maoism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답니다. 독일에서 살다온 제 친구는 이상하게 서유럽에서도 Maoist를 자처하는 공산주의자가 많다고 하더군요. 남미의 많은 전투적 공산주의자들이 Mao의 혁명방식을 따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는 약간 이해가 될 것도 같은데, 이곳에서 모택동주의 전위정당(Maoist vanguard party)이란 말을 들으니..., 그 이유가 뭘까뭘까..하고 생각해보았으나, 아직 잘 알 수가 없습니다. 당연하죠. Maoism도 그들의 주장도 아는게 없으니까요. 그러니 조금 더 공부해보면 알 수 있겠죠.

 

한가지 단서는 그의 친구들의 말 중간중간에, 또 RCP대변인의 말에서도 문화혁명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한 Mao시절의 중국 공산당의 업적을 굉장히 높이 평가하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었습니다(물론 부작용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요). RCP는 평화적으로 미국을 공산주의 국가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민중항쟁(People's war)을 통한 실현을 목표로 활동하는 정당입니다. 그러니, 이것저것으로 Mao와 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또, 흑표범당(나중에 틈이 나면 꼭 한 번 이야기하겠지만, 60년대를 관통하면서, 제 생각에 가장 의미있는 맑스레닌주의 흑인정당-백인의 권력구조 거부, 군사적 무장을 주장하고 왕성한 활동을 벌이다 FBI에 의한 지도자들의 암살과 체포로 결국 와해, 자세한 것은 위의 링크와 이곳으로)에서의 활동가 시절의 열정적인 연설이 무척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People's war개념은 아마 흑표범당 시절부터 그대로 이어져 온 것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모든 억압적 사상에 반대하는 시를 두명의 청년이 나와서 낭송을 했습니다, 감정의 진폭과 음율을 아무런 반주없이 커다란 목소리로 서로 주고 받으며 낭송을 하니, 거의 Hardcore rap처럼 들렸습니다. 오랬만에 본 굉장히 멋있고 혁명적인 시낭송이었습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사진기를 가져갔지만, 밧데리를 확인하는 것을 깜빡해서, 어두운 곳에서 긴 노출로 사진 한장을 찍었더니, 그냥 맛이 가버렸습니다. 그래서 남은 사진은 없네요. 책도 팔던데, 현금이 없어서 그 자리에서 구입은 못했습니다. 마음 한켠에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기운이 아직까지 느껴집니다. 그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Bob Avakian의 글과 RCP의 기관지를 보고 싶으시면 http://rwor.org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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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몇 주 전에, 로스엔젤레스를 다녀와서 느꼈던 약간은 불편했던 마음의 정체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다 보니, 그 중 한가지가 대도시에 대한 것입니다. 물론, 지금 살고 있는 곳도 커다란 도시 중 하나인 샌프란시스코 옆에 있지만, 그래도 곳곳에 공원과 커다란 나무가 울창한 이 조그만 소도시의 한적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번잡하고 혼탁한 공기를 가진 로스엔젤레스의 분위기가  치안에 대한 개인적인 불안함을 더욱 더 가중시켰던 것 같습니다. 그렇더라도 그건 아마 익숙함의 문제겠지요.

 

10여년전 서울에 처음 왔을때 느꼈던 그런 생경스러움도 얼추 10년 넘게 살다보니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된 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예전 생각을 하게 되니, 학부때 학교앞을 벗어나 조금 걸어가서 만나게 되는 유흥가에 점점이 박혀 있던 작은 서점들이 생각납니다. 주말 오후 나른한 시간이 되면, 난생 처음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생활을 하던 어리숙한 학부생이 별로 갈 곳이 없죠. 그러면, 괜히 학교에서 궁싯거리다 오늘은 무슨 껀수가 없을까 싶어서 서점 근처의 메모판을 찾아 천천히 내려가곤 했습니다.  오후 3-4시경, 처음 서점에 앉아서, 새로 나온 소설책을 뒤적뒤적 거리다, 엉덩이가 아플만하면, 짐짓 무슨 볼일이 있는 것처럼 그 서점을 나서서, 조금 아래로 더 내려가서 다른 서점으로, 그리고 또 다른 서점으로. 조금 예전에 나온 책 중에 재미있는 내용을 읽게 되면, 근처 작은 헌책방에 가서 그 책이 있는가 한 번 확인한 후 없으면 다시 돌아와 책한권 사는 것이 커다란 재미였습니다. 물론, 시위가 없는 주말에 저처럼 이렇게 저렇게 돌아다니던 친구나 선배들을 만나면, 근처에서 소주한잔도 빠질 수 없는 과정 중에 하나이기도 했지요. 근데, 얼마가지 않아서 한 서점이 없어지고, 그리고 또 몇년 있다가 한 서점이 없어져, 이제 지금 그 도로 변에는 이제 작은 서점은 하나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헌책방이 두개나 생겨서 작년 겨울에 잠시 찾아갔을 때 바삐 세군데 서점을 순례하면서, 예전에 느꼈던 그 즐거운 느낌을 가져보려고 했었습니다.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이 큰 대학이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 주변 상가에도 이곳저곳 서점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역시, 혼자서 미국에 온 어리버리한 아저씨는 주말에 갈 곳이 별로 없기에, 또 서점 순례를 한답니다. 5분 정도 옆길로 새서 이 작은 도시의 중심가쪽으로 가면 미국에서 유명한 Barns & Nobles 란 대형 서점 체인이 있기는 하지만, 예전에 그랬듯이, 그런 큰 서점에서는 골목길 작은 서점에서 느낄 수 있는, 뭐랄까, 주변에서 책을 고르는 사람들의 숨소리, 낡은 책들에서 나는 냄새들.. 그런 것들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학교 문을 나서서 조금 걸어가다 보면, 이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 있습니다. Cody's Book 이란 서점인데, 굉장히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일층은 새책, 이층은 중고책을 팝니다. 특히, 소설이 굉장히 많아서, 특별히 무엇인가 사려고 들어가지 않는 한 굉장히 오랬동안 책구경을 하게 된답니다. 이곳에서 돈계산 하는 흑인 아저씨가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를 너무 닮아서, 처음에 깜짝 놀라기도 했구요. 1956년에 코디 형제가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고 하더라구요. 지금은 아주 유명한 서점이라 유명한 책 저자들의 사인회도 합니다. 최근에 [황제의 새로운 마음]을 썼던 유명한 영국물리학자인 로저 펜로즈의 새 책 사인회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놓쳤습니다.

 

거기서 조금 더 내려가면 Moe's Book 이란 곳이 나옵니다. 이곳은 언제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작은 서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답니다. 그런데, 4층으로 나눠져 있어서 그런지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는 않고 특히 지하로 내려가면 SF 중고책을 어마어마하게 진열해 놓고 있어서 무척이나 즐거운 책 구경을 할 수 있답니다. 규모가 커서, 신기한 책들(음악, 미술, 영화와 관련해서 사진이 많고 커다란)이 많아, 한장씩 넘겨가며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서점 맞은 편 모퉁이를 보면, Shakespeare & Co 라는 중고책 전문 서점이 있습니다. 이곳은 진짜 중고책 전문서점이라 바닥부터 천장까지 빼곡하게 중고책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가끔씩 이곳에서 원하던 소설책을 4분의 1가격으로 사는 횡재를 하곤했답니다. 그런데, 서점의 이름처럼 한쪽 구석은 완전히 셰익스피어에 관련된 책들만 모아 놨더라구요. S. J. Gould의 책들도 거의 모두 구비가 되어 있어서 놀랐습니다. 사회과학 책도 굉장히 많이 팔고 있어서(거의 모든 맑스와 엥겔스의 저작들, 촘스키 콜렉션등등) 이 책동굴에 들어가면 컴컴한 밤이 되어서야 나오게 된답니다.

 

조금 더 집쪽으로 걸어내려가다 보면 구석 외진 곳에 BookZoo라는 중고책방이 있습니다. 이곳은 가로세로 4미터 정도 되는 아주아주 작은 가게에 두꺼운 안경을 낀 청년이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곳입니다. 아주 멋진 전위적인 pop과 jazz 음악이 흐르고, 이상하지만 뭔가 있는 Herb향을 맡으며, 노란 조명아래 사다리를 받치고 꼭대기에 있는 책들을 구경하다보면 꼭 책 한권을 사서 나오게 됩니다. 그럼 Book Zoo라는 도장이 찍힌 1달러짜리로 거스름돈을 줍니다. 그 도장찍힌 돈은 가게앞에 진열된 책을 살때 2달러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가게를 보통 아침 10시에 열고 저녁 10시에 닫는데 중간에 SIESTA(낮잠시간)가 있다고 하는데, 이 서점은 낮에 가본 적은 없어서, 진짜 문닫고 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네군데 서점은 한 길따라 죽 이어져 가면서 있어서, 꼭 한 곳을 들리게 되면 연달아 들어가게 된답니다. 조금 옆쪽으로 빠지면 까페와 함께 있는 클래식음악과 관련서적을 파는 서점과 또 다른 중고서점 두군데가 있는데, 그곳은 잘 발길이 닫지 않더라구요.

 

결국 엊그제도 저녁밥도 거르고 서점들을 돌고 돌아 책을 두권사왔습니다. 모두 중고로 싸게 사서 기분도 무척이나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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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이곳은 이제 곧 Holiday Season이라고 불리는 긴 연휴에 들어갑니다. 크리스마스를 끼고 새해 첫날까지 죽 놀죠. 공식적인 휴일은 아니고, 그냥 그 사이에 전부 휴가를 주는 형식으로 노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있는 곳도 강제로 휴가를 줍니다. 미국식 '정치적 옳바름'과 긴 연휴의 영향때문인지, 사람들이 인사를 할때, 'Merry Christmas'란 말은 거의 쓰지 않고, 'Happy Holidays'란 말을 씁니다. 어쨌든, 길게 노니까 좋긴 좋네요. 길거리에도 사람들이 없어서 텅 빈 느낌이 듭니다. 대학과 큰 연구소가 있는 조그만 도시라서 그런지, 더더욱, 사람들이 모두 다 빠져 나간 느낌이 드네요.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아도 마냥 그 자리에 그대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 그런지, 매년 매년 연말의 기분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이상하고도 슬픈 소식이 올해가 끝나는 12월까지 끊임없이 들려서, 마냥 즐겁게 연말의 기분에 빠져들기가 힘이 듭니다. 

 

그래도 또 한해가 지나가니, 제 자신의 짦은 개인사에서도, 삐걱거리는 한국의 역사에서도, 수난받고 있는 지구의 연대기에서도, 그리고 우주의 일생(^_^;;)에서도 일년이 지나갔습니다.  10만년 정도 후에 인류가(그때까지 있다면) 관찰 할 수 있을 새로운 별이 은하 저편에서 탄생했을 것이고, 이미 지구가 가지고 있는 석유 매장량의 절 반 이상을 올해 다 써버렸을 것 같고, 민주노동당이 의회에 진출했고, 제가 진보블로그에 찔금찔금 외국 생활에 대한 글을 썼던 일년이 지나가고 있네요.

 

한국에 잠시 다니러 갈때 사려고 적어둔 책 목록을 죽 훑어봅니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순간순간 참 많이 들었었는데, 이상하게 점점 더 머리 속이 하얗게 지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왼쪽 사진은 예전 세쿼이어 나무 군락지에서 찍은 '어려서 죽은 나무'입니다. 2000년 이상을 거뜬히 버틴 거인나무들 속에서 이미 말라 그 생명을 읽어버린 나무의 모습입니다. 근데 자세히 보면 뭔가 큰 자연재해가 있었던지, 그 주변의 모든 나무들이 쓰러져 있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많이 자란 나무들은 너무 커서 그 자연재해를 이기지 못하고 모두 쓰러져서 죽어 있었습니다. 사실, 크리스마스라서 온전한 나무 사진 하나를 올려 보려고 했는데.. 이 나무의 모습이 웬지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_^;; 언젠가 이 나무들도 다시 땅속 깊은 곳으로 내려갈 겁니다. 일년씩 지나서 결국 언젠가 10만년이 지나겠죠.

 

내년이라고 올해와 크게 달라질 것은 없는 하루하루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결심의 목록을 올해가 가기전에 한 번 만들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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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이제 이곳은 우기. 동쪽 내륙으로 들어가면 둥글둥글한 언덕(꽤 커서 언덕이라고 부르기는 뭣하고...나지막한 산이라고 해야할까..)들이 있는데 보통 나무 하나 없고 잔디같은 잡초(잔디가 잡초인가?)만 덮혀 있습니다. 보통 여름에 보면 바싹 말라서 누렇게 보이죠. 마치 황금들판(!) 같이 생겼답니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비가 자주 와서 파릇파릇해집니다. 마치 천연 골프장 같이 보여요.. 여하튼 이렇게 또 계절이 지나가고, 눈도 없이 비가 주룩주룩 오는 겨울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저녁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평소보다 한시간 정도 먼저 집에 와서 저녁 해먹으며 TV를 틀어봐도... 별 재미 있는 것도 없고.. 미식축구와 핀트가 않맞는 코미디 프로... 헐리우드 연예소식... 안테나 올리면 나오는 공중파가 5개 정도 잡히는데, 채널을 잘 맞추면 공중파가 하나 더 잡히죠...중국방송!

 

이곳의 중국인 이주 역사는 무척이나 오래 되었고 엄청나게 많은 중국인이 산답니다. 세계 어딜가도 중국인은 많지만, 이곳은 더더욱 많은데, 혹자는 과거 미국의 철도공사에서 그 이유를 찾기도 합니다. 120-130여년전 대륙을 잊는 철도 대공사의 거의 모든 부분을 중국 이주노동자들이 담당했답니다.(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옛날옛적 서부에(once upon a time in the west)라는 영화를 보면 배경으로 잡히는 철도공사 장면에 엄청난 중국인들이 보이죠...) 여하튼, 그래서 중국 공중파가 잡힙니다.

 

틀어보니, 헛.. 이병헌, 송혜교, 허준호등등의 모습이 보이더군요. '올인'이었습니다. 근데, 재미있게도, mandarin(보통 중국말)으로 더빙된 데다 밑에는 cantonese(홍콩, 마카오에서 쓰는 말) 자막이 나오는 겁니다. 헛! 가만히 보니, 내가 만약 그 배우들을 몰랐고 건성건성으로 봤다면 이건 영락없이 중국드라마라고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재미있고도 요상한 기분이네요. 연구실의 싱가포르 친구가 자기 나라에서도 온통 한국드라마 본다고, 난리라고 하던데, 여기서도 '중화'드라마 올인을 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학교앞 문방구에서 코팅해서 팔던, 왕조연, 유덕화 책받침이 생각나는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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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

지난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추수감사절 연휴다. 가족들과 모여서 칠면조 먹고(일년에 단 한 번 먹는 듯 하다), 이곳저곳 여행다니고, 엄청난 세일행사를 벌이는 쇼핑몰에서 쇼핑하는 것으로 이곳사람들은 추수감사절을 보내는 것 같다. 추수감사절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이미 관심 밖인 듯 하다.

 

연휴기간중 이틀정도를 이용해서, 근처(자동차로 4시간거리)에 있는 Yosemite라고 불리는 유명한 국립공원을 다녀왔다. 미국의 국립공원은 아주 보존이 잘 되어 있다. 역사가 짧다보니(아마도 유럽과 비교해서),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것보다는 훨씬 더 열정적으로 사람들이 유명한 자연관광지를 보존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미국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지만, 여하튼 보존이 아주 잘 되어 있고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공원 혹은 그 근처에서 차를 몰다가 쓰레기 버리면 벌금이 1000달러).

 

거의 대부분의 미국국립공원은 원래 미국인디언의 거주지였다. 이곳도 예외가 아니어서 거의 모든 지명이 인디언말이다. 요세미티의 경치는 너무나 아름다운데 어떤 경우는 경외감이 생길 정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놀랍도록 아름다운 자신의 고향터전에서 쫓겨나 풀 한포기 자라기 힘든 중서부 사막지역의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쫓겨가서 미국 정부의 무력화정책에 농락당한 현재의 인디언의 모습들이 경외감과 함께 알수 없는 슬픔같은 분노를 느끼게 한다.

위 사진은 요세미티 공원 남쪽 귀퉁이에 있는 유명한 세콰이어 나무 군락지에서 찍은 나무의 모습이다. 앞 표지판이 사람 가슴정도의 높이니까, 뒤의 나무들의 크기를 대략 가늠할 수 있을 법하다. 높이는 약 70-90미터 정도 되고 나이는 평균 약 2500년 정도 되는 세콰이어라고 불리는 나무들이 약 500여 그루 모여 있는 곳이다. 2000년 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머리 속으로 상상할 수 있을까? 마천루처럼 높이 솟은 나무를 가만히 쳐다보면, 왕가위의 영화처럼 주위의 모든 것이 휙휙 스쳐지나가면서 커다란 나무만이 조용히 서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수십만가지의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 지나가고, 2000년의 시간을 상상해보려는 노력을 말로 쓰니 참으로 초라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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