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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감정...

요며칠 하도 피곤했었던지라, 저녁 먹구 났더니 손 하나 까딱하기 싫었다.

 

설겆이는 연정이한테 부탁하고 (부탁?).... 같이 마루에 퍼져서 비디오를 하나...

팀버튼 감독과 그의 잘생긴 분신, 조니 뎁이 주연한 가위손을 보았다. 벌써 몇 번째 보는거냐. 허나, 통역(ㅜ.ㅜ)도 할 겸 그냥 앉아서 보게 되었는데...

 

영화 후반부에 조니뎁(에드워드)이 마을 주민들에게 오해를 사고, 위노나 라이더에게 애틋한 감정이 싹트고, 그 때문에 더욱 난감한 상황들에 부딪히게 된다.

그런데... 옆에서 뭔가 훌쩍훌쩍?

오잉? 

연정이가 아예 안경까지 벗고 막 흐느끼고 있는게 아닌가..

에드워드가 너무 불쌍하단다.... ㅜ.ㅜ

 

문득 수 십년(?) 전 아팠던 과거가 떠올랐다.

텔레비젼에서 도대체 몇 번째일지도 모를 정도로 우리고 또 우려먹던 "미워도 다시 한 번"이 방송중이었는데.... 엄마가 막 울다가  나한테 엄청 뭐라 그랬었다. 

"저런 슬픈 영화 보면서도 안 우는 애는 세상에 너밖에 없을 거다. 어쩜 저렇게 피도 눈물도 없어서야...."

도저히 유치해서 봐 줄 수가 없는데 어디 감정이입이 되냐구... 동물의 왕국 보듯 멀뚱멀뚱... 그러고보니 울 오빠도 안 울었는데?

 

어쨌든 동네 애들한테 물어보니, 정말 그 영화 보구 다 울었단다.

그래서 스스로의 "몰인정함"에 좌절하려던 찰나....

 

나의 친구 장양 (초딩 2학년 때부터 알았으니 지금 몇 년째냐.. 지겹다)이 그 당시 울지 않았고, 나와 거의 단어까지 똑같은 구박을 엄마한테 받았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되었다. 물론 그 이후로 더욱 절친해졌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고 보니 20년을 넘게 냉랭함을 매개로 우정(?)을 유지해왔었군.

 

영화 보면서 우는 일은 진짜로 진짜로 드문 일이다. 특히 픽션은... (아, 만화영화 짱가가 있었군). 심지어 "은행나무 침대" 볼 때 옆에서 친구가 우는 거 보구 낄낄 대다가 엄청 욕을 먹기도 했더랬다.

글쎄... 낮은 목소리, 송환  말고는 그리 울어본 기억이 없는 거 같은데..

 

오늘, 연정이가 감정에 북받쳐 흐느끼는 걸 보고, 다시 헌 번 나의 메마름에 대해 각성을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건 유전자 문제다. (결국 엄마 아빠 책임이라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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