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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아끼는 사회?

연정이가 동네 YMCA 주간 캠프에 등록해서 다니고 있는 중이다.

아침에 데려다주고 싸인, 저녁에 데려오면서 싸인...

아이가 혼자 등하교 하거나 보호자 이외의 다른 사람이 임시로 데리고 가는 경우 특별한 서식에 맞춰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연정이는 6학년.

이미 2-3학년 때부터 혼자 버스타고 교보문고에 책을 읽으러 다니던 아이 눈에는,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건물에 아침저녁 데려다주고 데려오는게 진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아니, 미국은 아이들을 엄청 위하는 사회라며? 근데 왜 애들이 길에 혼자 다니면 안 돼?"

그러게나 말이다. 내 말이 그 말이여....

 

그 뿐이랴.. 14세 미만의 아이들을 혼자 집에 두어도 안 된단다.  누가 발견하면 신고해야 한다던데... 혹시나 쇠고랑차는 일 생길까봐 (ㅜ.ㅜ) 지난 주에는 연정이를 사무실에 데리고 출근했다.

 

중요한 세미나 중에도 애들 데리러 갈 시간이라고 교수들이 중간에 벌떡 일어나서 나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 미국으로 연수를 다녀온 대한민국 교수님(!)들은 이 사회의  가정 중심주의를 찬양해마지 않는다. 얼마나 사회가, 일터가 가정을 배려하는지 모른다고...

 

과연?

빈곤지역, 특히 흑인 가정에 대한 신문기사나 논문들을 보면 아이끼리 방치되어 있거나 혹은 장녀가 어린 동생들을 돌보는 경우는 그리 특별한 사례들이 아니다.

 

육아 휴가? 미국에는 최근까지 고용주들이 (병가를 비롯해) 어떤 종류의 휴가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제하는 연방법이 없었고, 이를 자발적으로 시행하는 고용주도 드물었다고 한다. 1993년에 클린턴이 서명한 ‘가족 병가법the Family and Medical Leave Act’은 50인 이상의 사업장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대다수 미국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소규모 사업장에는 해당이 안 되고, 그나마 무급휴가를 감당할 수 없는 부모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더구나 미국사회, 한 사람이 두 세가지 일을 하는 경우도 흔하고 또 워낙 장시간 노동으로 악명이 높은데... 이럴 경우 아이를 맡길 만한 마땅한 공보육 시설을 찾는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많은 홀어머니들이 일자리 갖기를 포기한다고.... 

 

처음 미국에 와본게 2000년 여름이었는데, 당시 어린이들이 포르노 사이트에 무차별 폭로되어 있다는 기사가 연일 언론을 도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길을 잃어 우연히 들르게 된 디트로이트, 워싱턴, 시카고 슬럼 (그러고보니 슬럼을 빼놓지 않고 들어갔군) 들에 붙어있는 각종 술집 광고며 포르노그라피 수준의 포스터들...  일상적으로 어린이들이 노출되는 환경이라고 보기에는 믿기지 않는...

 

그러면서 동성애를 미화하는 PBS 만화에 반대하고, 스폰지밥을 동성애자들 행사 판촉에 쓰지 못하게 캠페인 벌이고, 어린이를 위해 특수 필터가 장착된 셋톱박스를 설치하여 음란/폭력성 장면을 걸러주고.... 

 

아무리 생각해도.... 미국 사회는 어린이를, 아니 미국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만 너무 사랑하는 거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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