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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념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면서 놀라웠던 것은...

 

 



이렇게 무식해도 전문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더불어 놀라운 것은,

나만 무식한게 아니더라는.... ㅜ.ㅜ (아, 이건 업계의 비밀인데.. 노출해도 되나)

 

그런데,

어쨌든 굳어버린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시험을 치르고, 전문의 자격증을 따고,

대학이라는 곳에 취직을 하고 나서 보니,

더욱 난감한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만능 엔터테이너도 아니고, 

그렇다고 만물박사는 더더군다나 아닌데...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글을 쓰라거나, 혹은 교육/강의를 해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는다. 살인 면허를 받은 007도 아니고, 대학에 자리를 갖는다는 것이 "뭐든지 (전공과 무관하게) 다 잘해요" 면허를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절차는 아닐까 의심도 들었다. 그러면서, 다른 연구자, 선배 교수들에 대한 강력한 의심.... 저들은 과연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얼마나 경험이 있을까..ㅡ.ㅡ+

 

특히 이런 문제는 사회운동과 관련된 연구/교육 활동에서 두드러진다. 

상대적으로 인력풀도 작고... 또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면서 살아야 한다는 강한 동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대의명분"에 따라 이런 저런 일들을 함께 하기 마련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것이야 오래 되었지만...

차마 인간적 정리와 그 "대의명분" 때문에 어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제 여성비정규 노동자의 건강문제에 대한 원고 청탁을 받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사실.. 너무 미안했지만 말이다... 

내가 이 문제에 대해서 아는게 뭘 있다고 글을 쓰겠냐 말이다. "아는게 없다"는 표현이 그저 "겸양"일 수 있다면 나도 참 좋겠다. 출판된 자료들을 여기저기서 모아 정리할 수야 있겠지만, 그거 할 줄 몰라서 부탁하는 건 아니잖은가... 

 

똑같이 상식 수준의 이야기를 해도, 교수가 하고 전문의가 하면 다르게 보일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책임질 수없는 내용들을 덥썩 받아서 (그것도 충분히 공부도 안 한 상태에서) 함량 미달의 글을 짜내는 건 사회 운동에 대한 해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특별한 자격을 갖춘 전문가만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혹은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픈 건 아니다. 더구나 학문 경계를 엄격히 지켜 전공 분야 안으로 활동을 한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고..

 

그렇다면 뭐냐.

변혁의 의지나 실천적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연구자가 함량미달의 성과물을 내는 것에 대한 핑게는 될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필요한 덕목은....

냉철한 주제파악과 성실함 아닐까?

 

모르면서 용감하게 설치지 말자!

용감하게 설치고 싶거들랑, 성실하게 공부하고 연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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