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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Marx in Soho

홍실이님의 [그들의 입을 빌어...] 에 관련된 글.

 

마감을 울부짖는 몇 건의 일을 두고..

잠시 망설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가장 암울한, 혹은 긴급한 시기에도 인간적인 삶의 본영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엠마 할매의 가르침에 따라 (뭔 헛소리냐?) 연극을 보러갔다.

 

상설 공연하는 상업연극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놓치면 사실 영원히 못 볼지도 몰라...

이런 핑게를....

 



 



사실 연극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마을이었다. (코네티컷 주, Stafford)

혹시나 길을 잃을까봐 일찌감치 출발했는데...

마을에 들어서면서 참으로 망연자실했다.

어찌나 마을이 코딱지만한지...

타운홀 (면사무소?)는 점심까지밖에 일을 안 하고,

시간이 남아 일 좀 하려고 다방을 찾는데 도대체가 그런 곳은 눈을 씻고 봐도 없고... 

뜽금없는 "아리조나 레스토랑"에 "빠리 베이커리"는 뭔지...

까페라고 써 있는 곳이 한 군데 있기는 했으나, 웬지 쌍화탕에 날계란 타줄거 같은 굉장한 분위기.....우와.. 정말 환장하겠더군.

 

할 수 없이 가겟집에 들어가 어디 커피 마시거나 저녁 먹을 곳 없나 물어보니, 주인 할배가 우리보다 더 황당해한다. "지금 이 동네에서 그런 걸 찾겠다는 거냐?" ㅜ.ㅜ

어쨌든 그 할배의 조언에 따라 마을 외곽에서 던킨 도너츠를 확인하고 어찌나 좋아라 했던지....

 

근데 슬슬 걱정이 되었다. 분명히 안내 홈피에는 메모리얼 홀(면사무소 겸용)에서 공연을 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문도 굳게 잠겨 있고..아무런 안내 표지 하나 없고...

혹시나 해서 전화를 해보니.... 거기가 아니고 구(!) 메모리얼 홀이란다. 그러면서 위치를 가르쳐주는데, 젠장할 지도에도 안 나와.....

물어물어 찾아갔는데도 긴가민가 하여, 역시 가겟집 앞에 소일하고 있던 마을 할배한테 물어보니... 외지인이라고 완전 반가워하면서 거의 손잡고 데려다줄 태세... 천신만고 끝에 구 마을회관은 찾았는데... 역시 굳게 닫혀 있고 앞에 역시 코딱지한 종이 쪼가리가 붙어 있다 "Marx in Soho".... ㅠ.ㅠ

 

어쨌든 위치를 확인했으니 저녁을 먹어야겠는데.. 가겟집 마을 처자한테 물어보니, 또 "아리조나 레스토랑" 이야기를 한다... 미쳐버려...

그 가겟집에  샌드위치도 판다고 써 있길래 그냥 거기 들어갔는데...

분위기는 양평 서베이 나가서 다녔던 시골 점방 분위기...

웬지 할매가 문 드르륵 열고 내다보며, 유통기한 1년 지난 과자 꺼내줄 그런 분위기...흑.

 

그래도 샌드위치는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것이라 상태가 과히 나쁘지는 않았으나 혹시 한 달 된 빵은 아닐까 의심이 좀처럼 사라지지는 않았음. ㅡ.ㅡ+

 

(근데, 지금 공연 이야기는 안 쓰고 뭐하는 짓이냐)

 

음...

하여간 공연은 즐거웠음.

워낙 희곡 자체가 재미있는 덕이기도 하지만,

빈정거림과 풍자와, 분노와 격정,  그리고 그리움... 이런 것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실제 상황이 감동이었다고나 할까.... 사실, 줄거리를 너무 빤히 알고 있어서 긴장감이 떨어지기는 했는데, 또 책을 안 읽었으면 많은 이야기들을 못 알아듣고 놓쳤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으니 뭐 셈셈..

 

특히 마지막 장면.. 아주 인상적이었다..

무대밖으로 퇴장하다 잠깐 돌아와서... 내가 돌아와 너를 성가시게 해서 짜증났냐?

재림이라고 생각해~~~  (사람들 박장 대소!)

 

재미났던 건... ..

배경에 놓인 책들 중에, 하워드 진 할배의 "미국 민중사"가 한눈에 콕 들어오더라.

예리한 나의 눈!!!!

 

(사진은 못 찍고.. 극단 홈피에서 가져옴)

 

 

m180

 

10-26-2005-03

 

 

근데...

도대체 주민 만 명밖에 안 되는 그 작은 마을까지 와서 이렇게 공연하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관객이 백 명도 넘게(!) 온 것도 마냥 신기하고... 사람들의 재밌어 하는 반응도 신기하고.... 음....

 

몇 가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는데... 나중에....

이제 또 열심히 일을....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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