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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접대용 요리

밤새 눈보라가 휘날리기 시작하더니 영하 8도, 체감기온은 무려 영하 15도란다. 일찌감치 퇴근하여 무언가 따끈한 것을 떠올리다가 오뎅국을 끓였다. 솜씨에 스스로 감탄하기까지 했다.

 

그러고보니  지지난 주 손님맞이 대작전을 치루면서 기록을 안 남겼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잊기 전에 정리.... (별 시덥잖은 걸 다 정리하려고 하다니.. 성격이 왜 이렇게 변했을까?)

 

1. 랍스터 찜과 클램 차우더, 그리고 치즈 케익

회심의 역작.. 랍스터라니....한국에서라면 언감생심 꿈도 못 꾸었을 요리 아닌가. 후배가 불원천리 찾아왔길래 그에 상응하는 이곳의 전통(?) 요리를 대접하려고 맘 먹었다. 마트에서 살아있는 바닷가재 세 마리(한 사람당 한 마리)를 불과 25불(진짜 싸다!!!)에 구입하여 찜통 바닥에 물을 조금만 붓고 다음 랍스터를 넣은 후 화이트 와인 약간 뿌리고 뚜껑 닫고 15분 가열하면 끝. 웹사이트를 찾아보니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월계수(허거덕..) 잎을 넣으라고 되어 있지만, 어데 가서 이걸 구한단 말인가. 설령 구한다 한들, 이파리 열 장.. 이렇게 팔것 같지는 않았다. 물이 끓기 시작하자 바닷가재들이 요동을 쳤는데(그 때까지 살아 있었다), 마음이 조금 아프기는 했지만(^^) 그냥 뚜껑을 꾹 누르고 있다가 15분 지나 뚜껑을 열었다. 오... 진홍색으로 변신한 먹음직스런  랍스터~~ (사진이 없는게 안타깝네). 이 전에 뉴잉글랜드 특산이라는 냉동 클램차우더를 끓는 물에 중탕해서 내놓았더니 이거에도 손님들 감동했다. 이어 대부분 평생 첫 경험인 "가재 한 마리씩 들고 뜯기"를 경험하고 황홀경에 빠져 있을 무렵(실제로는 한 마리 해체하는데 불과 10분도 안 걸렸다.. 하이에나가 울고 갈 지경...), 마트에서 사온 냉동치즈 케익을 전자레인지에 살짝 해동시켜 대접했더니만 손님들이 감격에 겨워 쓰러져버렸다. 한국에서 이렇게 먹어본 적은 없지만 짐작컨데 1인당  최소 5만원 이상은 들거란다.  손님들의 감동을 흐뭇한 맘으로 지켜보면서, 앞으로 한국에서 온 방문객은 무조건 이 메뉴로 통일해야겠다고 결심했다. 

 

2. 비빔밥과 두부 부침

펠로우들 저녁 모임에 비빔밥을 준비했다. 참으로 현명했던 선택이다. 무나물, 당근, 버섯, 버섯, 호박을 볶고, 달걀 지단과 상추를 준비하고, 다진 쇠고기를 불고기 양념장에 볶았다. 베지테리안들에게는 상추까지만, 옴니보어 에게는 불고기까지 얹은 후 고추장과 참기름.... 그리고 된장국은 향이 강해서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을 것 갈아 두부와 미역이 들어간 일본식 미소된장국을 끓히고 반찬으로 김치와 두부 부침(+양념장)을 내놓았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다음 날 영어 과외 선생인 캐리(이 여인네도 역시 베지테리언)에게도 똑같은 메뉴를 준비했었는데 좋아했다. 사실 비빔밥이라면 신선한 산채가 필수인데, 이 놈의 미국 땅에는 "나물"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전에 밥상을 들여다보고 "저푸른 초원"입네, "녹색혁명"이네 하면서 엄마한테 투정부렸던 일이 후회된다. 그 때 풀떼기를 더 많이 먹어둘걸....  하여간 비빔밥은 여러 사람의 입맛을 다양하게 충족시킬 수 있는 현명한 조합형 음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야채를 썰어서 볶는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 아니, 볶는거 말고.. 써는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 어깨 아파 죽을 뻔했다.

 

앞으로 튀김 요리에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 엊그제 송년 모임에 가서 깐풍기로 추정되는 닭튀김 요리를 먹었는데.. 그러고보니 튀김 - 고구마 튀김, 깻잎 튀김 같은거 먹어본지가 너무 오래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밤낮없이 앉아서 공부는 안 하고 먹을거 생각만 하는 거 같네... 아.. 한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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