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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생각하기...

 

#1.

며칠 전 퇴근 길 지하철에 올랐는데, 실내가 약간 덥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 승무원 아자씨께서 안내 방송을 하셨다.

냉방 때문에 춥다는 민원이 들어와 냉방을 껐으니, 승객들이 이 점을 양해해달라는 메시지였다.

 

그리고 한 30초나 지났을까, 아자씨가 몹시 다급한 목소리로 방송을 하셨다.

"아~ !  지금, 덥다는 민원과 춥다는 민원이 동시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

"승객 여러분! 지금 현재 덥다는 민원과 춥다는 민원이 동시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다들 귀를 쫑긋 세우고 중계방송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아~ 지금 현재, 덥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
"네~  덥다는 의견이 압도적입니다."

....

"이제, 냉방을 다시 켜도록 하겠습니다. 덥다는 의견이 압도적인 관계로 냉방을 다시 켜도록 하겠습니다.... (어쩌구저쩌구...)

 

도대체 지하철 안에서 누가 그렇게 민원을 넣는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도 방송을 들으면서 다들 두리번....

요즘 지하철에는 승무원이 혼자 탑승한다.

운전상태도 점검하고,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혼자 그걸 수습(!)하고, 심지어 이제는 승객들의 폭주하는 민원도 받아줘야 한다. 

승무원 아자씨의 긴장감 넘치는 중계방송은 재미났고, 목소리는 정감있었지만, 

이게 뭔 일인가 싶다....   ㅡ.ㅡ

 

#2.

어제 근 두 달 만의 무한도전, 행여나 한 조각이라도 놓칠세라 오후 내내 엠비씨에 채널을 고정해놓고 있었다.

그리하여, 음악중심인가 하는 음악프로를 보게되었는디...

 

우선, 끝도 없이 쏟아져나오는 소년소녀  떼거지에 놀랐다. 

그들의 노래 실력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으나, 최소한 분명한 것은, 각자 불러야 할 소절이 얼마 되지 않아 굳이 가창력을 애써 검증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한민족의 무의식 속에 전승되던 집단창가?

그런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내 마음 속에서는 쾌지나칭칭나네 자동 재생 ㅡ.ㅡ

 

이거야 사실 최근의 아주 새로운 현상은 아니기에 그저 '새삼' 놀랐다는 것이고 (아직도 이 문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에), 진정 나를 깜딱 놀라게 만든 것은 그 놀라운 가사들!!!

이런 걸 퇴행이라 표현하지 않으면 무엇을 퇴행이라 부르리???

가부장주의와 신파는 내가 모르는 최신의 문화코드였단 말인가?

되도 않는 영어 추임새와 외계어의 조합은 일단 제껴둔다 하더라도,

일찍이 1980-90년대에도 들어보지 못한 교태, 앙탈 코드에 입이 쩍 벌어졌다.

어제 등장한 여자 가수들 노래 중에, 다양한 방식으로 오빠한테 징징거리지 않는 가사는 아마도 이효리의 것이 유일했던 듯...

갑자기 그녀가 다르게 보이더라니.... ㅡ.ㅡ

도대체 저런 노래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한국사회 문화 '시장'의 괴력은 무엇이란 말인가? 아 궁금해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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