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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책 이야기

이 블로그는 책읽기 기록으로만 쓰는 듯...

물론 사건사고나 쓸만한 일들이 없어서는 아니지만,  목에 걸린 가시마냥 밀려있는 몇 가지 원고 때문에 맘편하게 글쓰기가 어렵다는 (아프지만) 소소한 진실... ㅡ.ㅡ

 

#1. 존 버거 [G]

G
G
존 버거
열화당, 2008

 

도서관에서 빌릴 때 이미 겉표지가 없어진 상태였는데, 아무런 장식없는 새빨간 표지에 엄청 크게 새겨진 G 라는 제목 때문에 들고 다니는 내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던 책이다. 누구는 이념적 색채가 농후한 불온 서적으로, 누구는 야릇한 상상력을 촉발하는 그야말로 '빨간 책'으로 오해를 하곤 했다.

사실,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운 책이라는 게 맞을 듯하다.

주인공 G가 경험하는 다종다양한 (로맨스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즉자적이고 맥락없는 ㅡ.ㅡ) 성애의 경험담들이 주요 소재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간에 (굳이 그렇게까지 안해도 될법한) 삽화까지 실려 있어, 지하철에서 읽다가 식겁하기도 했다.  뒤통수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기에 ㅋㅋ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과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떠올렸다.

 

마담 보바리
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
민음사, 2000

 

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문학사상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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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의 시대, 지주와 부르주아 계급의 이해가 충돌하고,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노동자 계급과 명시적 혹은 암묵적 피식민 주민이 봉기하는 19세기 말~20세기 초의 그 시기에, 점증하는 전쟁의 위기만큼이나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 냉소적인 G의 삶은 참 어쩌나 싶다.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들은 각 시기, 변화하는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내부적 균열을 그대로 드러낸다.

가장 사회적인 것을, 가장 개인적인 것에서 찾고, 이 두가지를 그 누구보다 독특한 방식으로 연결지었던 존 버거의 이미 40년 전 소설이다. 놀라운 것은, 작가는 결코 분명한 결론과 해석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연과 모험들은 그저 무관한 사건들처럼 흩뿌려져 있고, 이를 연결해서 마음 속에 지도를 그리고 뭔가 결론을 내리며 해석해야 하는 건 독자들의 몫이다.

한편으로는 지루할만큼 꼼꼼했던 플로베르의 사실주의적 작품을 연상시키고, 또다른 한편으로는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가득찬 마르케스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이 소설은 과연 어디에 속하는 것일까?

존 버거의 글쓰기 스타일에서 헤어날 수가 없다.. 나는 버거 빠.... ㅡ.ㅡ

 

#2. 안영민 [지도 위에서 지워진 이름, 팔레스타인에 물들다]

 

팔레스타인에 물들다 - 지도 위에서 지워진 이름
팔레스타인에 물들다 - 지도 위에서 지워진 이름
안영민
책으로여는세상, 2010

 

팔레스타인 평화연대에서 활동하던 미니님이 작년 팔레스타인 체류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내셨다.

심지어 미천한 소생에게 '증정'까지 해주셔니 이렇게 고마울 데가 ㅋㅋ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네....

그곳의 사람들이라고 24시간 내내 투쟁만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모두가 이스라엘이나 미국에 반대하며 투사로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남녀 차별도 있고, 부정부패도 있고, 친미적 정치집단도 있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에는 으례 밝은 면과 어두운 면들이 존재한다.

 

이 책은 평범한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커져만 가는 '연민과 연대'의 마음, 소소한 삶의 고통과 불편으로 나타나는 엄청난 구조적 폭력의 진실을 잘 드러내고 있다. 미화도 없고, 이상화도 없고, 그리고 '사람'이, '삶'이 거대한 담론에 묻혀버리지도 않고... 

 

하지만... 읽고 있자면, 어쩔 수 없는 답답함과 암울함.... 과연 이 문제는 어쩐단 말이냐... ㅜ.ㅜ

오늘날 지구촌의 엄청난 불공정을 하나의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아마도 '팔레스타인'이 아닐까 싶다.

뭐 그래도 다른 희망을 품어볼 수도 있기는 하다.

일제 점령 하... 정말로 많은 사람들 (특히 부역자들)이 '해방'이 올 거라 생각하지 않았단다. 2차 대전 당시 런던이 폭격당했을 때, 런던 시민들은 지구가 멸망하는 줄 알았고, 다시는 살아 생전에 런던의 하늘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단다. 정말 그랬을 것 같다...

60년을 넘은 지배와 강제 점령의 역사이지만, 지구 역사 40억년에 비하면 찰나같은 순간.... (뭔 소리?)

 

근데, 어떤 변화가 저절로 올 리는 절대 만무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무심하게 몰랐거나 혹은 외면했던 '진실'을 대면할 수 있음 좋겠다.

요즘 부쩍 느끼는 건데, 무식도 가끔은 죄가 된다...

 

참, 책에 실린 사진 중에 홀딱 깨는게 하나 있었는디...

"America Don't worry - Israel is behind you"  가 프린트된 이스라엘 방문 기념 티셔츠...

첨에는 반 시오니즘 단체의 '풍자' 문구인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었어... 너무 노골적이고 너무 솔직해!!!

이스라엘 지구 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면 나는 너무 유치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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