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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조언하는 책들

좀 있다 대구 출장가야 하는데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모닝포스트....

 

#1. < 사막별 여행자 >

 

법정 스님의 추천 도서 목록에서 발견한 책이다

사막별 여행자
사막별 여행자
무사 앗사리드
문학의숲, 2007

 

이 책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는게, 

한편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쫌 맘 불편한 구석도 있다.

일단 모티브 자체는 아름답고 놀랍다.

사막의 원주민 투와그레 부족 소년이 우연히 서구 관광객과 마주치는데

그들은 무려 '어린왕자'를 흘리고 떠난다.

그것을 읽게 된 소년은 완전 깜놀.....!!!

소년은, 이제, 사막에 어린 왕자가 혼자 남겨졌던 것은 아니라고,

우리가 있었다고 이야기해주러 프랑스로 떠난다.

그 곳에서 소위 '물질문명'을 체험하면서,

투와그레 부족의 영혼충만한 삶에 비추어 도시인들에게 살아가는 방식,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전한다.... 

물론, 이 책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이 소년의 경험담이 작가의 실제 인생사라는 점이다.

 

나이 (가 성숙의 기준은 아니지만)에 어울리지 않게 담담하고 깊이 있는 성찰이 담긴 잠언 같은 이 글들은, 수많은 차도남 차도녀들의 삶을 뒤흔들고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주엇을 것이다. 

 

이를테면

 

"문명세계의 사람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시간을 잃어버린다고 여긴다. 그러나 우리 투아레그인들은 다르다. 우리에게 있어 시간은 잃거나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살아가는' 것이다."

 

"문명국가들에서는 자기 존재의 유일함이 지니는 가치 안에서 비상하는 열망이 아니라, 자기가 소유하지 못한 것을 '이상'이라 부른다"

 

"도망치는 삶은 여행하지 못한다"

 

"여행이란 많은 타인들을 통과하면서 자신에게서 자신으로 떠나는 거야"

 

하지만, 내가 불편했던 건 이런 거다.

mother nature 를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목가적 유토피아를 되뇌이는 모습? 도시는 이러저러한데 비해, 사막과 자연은 이러저러하게 다르고, 또 문명인의 삶은 이렇게 각박한데, 원주민/투와그레족의 삶은 이렇게 풍성해.... 도시인들은 왜 이렇게 살지 못할까, 왜 이렇게 삶을 바라보지 못할까....

이건 뭐,  "나는 이런데 너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하니? 생각을 좀 바꿔봐....  "하는 계몽의 또다른 버전처럼 느껴진다고나 할까...

 

더구나 저자가 체험하지 못했던, 계급적대, 민족/국가 혹은 봉건주의/가부장주의의 폭력성이라는 역사적 맥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대인들의 '뿌리없는' 삶을 비판하는 대목은 안타깝기마저 하다. 가족, 출신배경, 민족/국가를 떠나 독립된 한 주체로서 '개인'을 인정받는 것이 많은 사회들에서, 특히 여성들과 낮은 신분을 가진 자들에게서 어떤 의미였는지 저자는 알고 있는 것일까?

 

"...나로서는 내 앞에 있는 사람의 가족이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는 한은 누구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 사람을 구성하는 것은 바로 가족이기 때문이다. 우리를 만드는 것은 가족이다. 가족은 우리의 반석이다..."

"... 우리의 힘은 우리가 태어난 곳과 민족의 역사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조상을 존경하고 찬미하기에 우리 자신을 믿는다. 과거의 자신과 현재에 자기가 하고 있는 일로 자신을 정의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 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뿌리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고독한 삶임에 틀림없는 듯했다..."

"... 사람들이 더이상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란 끔찍하다! 우리 고장에서는 수천의 사람들이 프랑스의 최저임금보다도 적은 돈을 벌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한다..."

 

이 책이 각박한 도시인들의 삶에 한줄기 바람같은 위안과 휴식을 주었다면, 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기는 할 것 같다.

하지만, 역사적/사회적 맥락 없는 '아름다운' 잠언으로는 2%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나에게 준 가장 큰 미덕은... wandering spirit 을 다시 충동질했다는 것이다... ㅡ.ㅡ

 

#2. <꾸뻬 씨의 행복 여행>

 

꾸뻬 씨의 행복 여행
꾸뻬 씨의 행복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오래된미래, 2004

 

예전에 읽었던 에릭 와이너 <행복의 지도>와 비슷한 구석이 있으면서 좀더 가벼운, 그리고 심지어 '소설'이다.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자신을 모사한 주인공을 내세워 행복의 조건들을 찾아나선 여행담...

귀엽고 (?) 가벼운 문장들이지만 곰곰이 생각하면서 읽을 거리를 던져준다. (구태의연한 클리세들이 없다고는 말 못함... ㅡ.ㅡ)

 

주인공이 소소한, 때로는 엄청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매 순간 기록한 행복의 조건 스무나믄 가지들은 충분히 공감이 가는데, 인간의 행복세계를 탐구하는 연구자이자 생활인으로서 가장 와닿는 것은 이런 거다...

행복한가 라고 다른 사람한테 질문할 때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질문은 때로 사람들의 마음을 심하게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지적 말이다....  이런 시덥잖은 (?) 질문에 미묘하게 흔들리는 눈빛들을 많이 보았더랬다.....

 

그리고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현재의 선택"이라는 것... 

물론 이것이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유예하지 않는 삶의 중요성, 수많은 순간에서 trade-off가 존재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이 역시, 읽고 나니 길떠남을 부추겼다.

슬슬... 준비를 해볼 시간이 된 것일까? 흠흠흠....

 

행복의 지도 - 어느 불평꾼의 기발한 세계일주
행복의 지도 - 어느 불평꾼의 기발한 세계일주
에릭 와이너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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