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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성을 전복하는 영화 두 편

최근에 본 영화 두 편, 외양은 엄청나게 다르지만,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기존의 전형성을 전복하는데다,

바탕에 '소통과 교감'의 중요성을 강조한게 아닐까 싶다. 물론 전적으로 내 생각...

 

#1. <황당한 외계인 폴> 2011년 (그렉 모폴라 감독)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근자에 본 영화들 중에 가장 발랄하고 웃겼던 작품

세 주인공 (사이먼 페그, 닉 프로스트, 그리고 폴 역의 세스 로건)이 직접 시나리오를 썼단다.

 

외계인 폴은, 한편으로 우리 통념이랑 너무 똑같아서 ('기존' 외계인과 똑같은 외모, 그리고 여타의 영화에서처럼 영어를 쓴다는 ㅋㅋ) 미지와의 조우를 기다리던 자에게 한없는 실망과 허탈함을 안겨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통념이랑 너무 달라서 (너무 터프하고 외설적이야 ㅋㅋ) 사람들을 식겁하게 만든다.

그동안 인구에 회자되던 모든 외계인 괴담들을 총망라했고 (이를테면 항문에 probe를 집어넣는다, 앨비스 프레슬리 살아있다 등등) 또 SF 를 둘러싼 독특한 팬덤을 아주 재간있게 비틀어놓은지라 (코믹콘에서 수여되는 상이 Hugo와 쌍벽을 이루는 Nebular award 가 아니라 Nebulon award, X-file 의 멀더캐릭터나 스필버그 ET 컨셉은 모두 폴이 조언해준 것이었어!!!) SF 를 좋아하는 자라면 정말 즐거워하며 볼 수 있는 영화...

심지어 마지막에 등장하는 우리 시고니 위버 왕언니... ㅋㅋㅋ

 

정부는 요원을 통해 폴을 추적하고,

우연하게 이들과 동행이 된 애꾸눈 처녀 때문에

복음주의 광신도 아버지가 이들을 추적하고,

정규직 요원자리를 차지하고픈 꼬붕 요원들이 다시 또 이들을 추적하고...

엄청 정신없는 추적극과 대소동 속에서

은근히 드러나는 것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긍정하는 따뜻한 마음..... 이라고 하면 내가 오바쟁이?

 

 

#2. <파수꾼> 2011년 (윤성현 감독)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 보는 내내, 전형성에 길들여진 나의 무의식적 통념과 배반이 이어졌다.

이건 나만이 아니라 같이 본 도끼도 호소한 증상이다.

 

첨에는 누가 죽은 줄 몰랐다,

다음에는 괴롭힘을 당하던 희준이가 죽은 줄 알았다,

그리고는 기태 아버지가 아이들을 쫓아다니면서 무언가 어두운 음모가 밝혀질 줄 알았다.

아이들의 어정쩡한 말투에서 분명 무언가를 숨긴다고 생각했다.

기태가 다른 친구들로부터 '복수' 의 징벌을 당한거라고 믿었었다.

 

동윤이와 기태와 결정적으로 갈라서는 순간에도

동윤이의 여친 세정이에게 기태 일당이 무슨 대단한 해꼬지라도 한 줄 알았다.

심지어 집단성폭행이라도 한게 아닌가 의심했다.

 

동윤과 기태가 밤을 지새우며 수다를 떨 때도,

'나도 한 잔 줘' 하는 대사에 당연히 술을 줄 것으로 알았다.

물병을 보고도 믿지 못해, 저것들이 물병에 술을 따랐나 했다.

애들이 쌈박질 하는 장면에서도 체인이나 주머니칼 정도는 나올 줄 알았다.

근데 그냥 치고받고 싸우기만 했다.

 

나보다 한술 더뜬 도끼는 이 남자아이들이 서로 사귀는 줄 알았단다... ㅡ.ㅡ

그래서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한 아이가 세상을 뜨는...............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들어맞지 않았다...

아이들의 파국은 그저 사소한 오해와 미숙한 대화, 상처받은 여린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우리는 영화적인 '드라마'와 '스펙타클'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 것들은 차마 영화적 갈등의 요소가 될 거라고 미처 예상치 못했던 거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무렵 떠오른 한 마디는 "애들은 애들이다" ....

내가 너무 때묻은 존재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니... ㅡ.ㅡ

 

겉모습은 마초에 야생마 같았지만

아이들의 속마음은 너무 여렸고, 스스로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알지 못했다.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도 모호할 뿐더러

살아남은 아이들이 기태 아버지를 만나 영문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던 것은

'저런 영악한 놈들!'이 아니라 정말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영화 속에 선생이나 부모는 그저 주변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이게 현실에서도 사실이리라.

파수꾼 한명 없는 비정한 안개 속 세계에 던져진 아이들.....

서로라도 따뜻하게 보듬을 수 있으면 좋았으련만..............

 

영화는 신인감독의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만큼 짜임새가 빼어났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기태 역을 맡은 배우는 박해일 동생인 줄 알았음)

감독과 배우들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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