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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를 찾아서 #4

hongsili님의 [오로라를 찾아서 ] 에 관련된 글.

 

#. 그래도 살아간다, 혹은 그저 살고 있다...

 

유콘 야생동물 보호공원에 갔더랬다.

면적이 엄청나게 넓어서 차를 타거나 걸어다니면서 돌아볼 수 있는데,

울타리 주변에 먹이를 배치해두어 운이 좋으면 먹을 것 찾아 내려온 동물들을 볼 수 있다.

 

우리가 갔던 날은 눈보라가 끝장.... ㅡ.ㅡ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

그러다보니 동물들이 먹이를 찾아 모두 울타리 쪽으로 자연스레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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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줌과 망원경은 인류의 대 발명품....

 

북극 여우는 사막여우만큼이나 신비롭고 귀여웠으며, 우드바이슨 (미국에서는 버팔로)은 육중했다.

좀처럼 보기 어렵다는 무스도 운좋게 만났는데, 돌아서는 그의 모습이 매력적이었지... 흠....

양과 사슴, 순록, 염소들은 웬지 친근했지만, 그들도 그리 생각했는지는 확실치 않고 ㅋㅋ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캐나다 시라소니는 어울리지 않는 복실복실하고 토실토실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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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긴털을 휘날리며 고독하게 그 거센 눈보라를 온몸으로 맞고 있던 사향들소....
그건 일종의 '숭고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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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눈보라 속에서 저 멀리 가까워지는 것은 숲을 달리는 사람....

You 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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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질 무렵, 우리는 공원에서 가까운 노천 온천으로 이동했다.

뜨거운 온천에 몸을 담그고, 눈길은 앞사람 얼굴도 보이지 않을만큼 흩날리는 눈보라 속 하늘을 응시하면서...

뜬금없이 든 생각은 후지산의 일본원숭이 ㅡ.ㅡ;;;

그리고 시원한 맥주 한 잔!!!


 

 

#. 숭고함


사실 이번 여행의 첫번째 키워드는 숭고함이었다.
압도적인 자연의 힘과 소박함, 정적... 이런 몇가지 단어로는 형용할 수 없는....

감당할 수 없는 것만 같은 추위 속에서 내가 본 것은
눈으로 뒤덮인 숲, 별들이 쏟아지는 검푸른 밤하늘,

그리고, 북쪽 하늘에서 일렁이는 초록빛....

 

하지만, 이 경험을 그대로 사진에 담아올 수는 없었다.

(구매 당시!) 지상 최고의 똑딱이라는 내 파인픽스는 빠른 셔터스피드와 ISO 12800, dynamic range 지원이라는 엄청난 사양을 갖고 있었지만.....  '느림'에는 완전 무방비...

최대 노출 시간 옵션이 8초에 불과하다는 것은 나는 이번에 알았다네... ㅜ.ㅜ

ISO 라도 높여보려했더니만 manual mode의 overriding 도 너무 제한적......

결국 증거로 가져온 것은 기괴한 분위기의 심령사진.... 흑.....

엑스파일의 멀더와 스컬리가 이런 심정이었을까... 

내가 본 그것을 오로지 내 마음 속에만 담아와야 하다니....

 

마음의 눈을 뜬 자에게는 보일지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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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를 만나지 못한 밤에는 ... 그저 '맨' 하늘이라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너무 아름답고 쏟아지는 별빛이 황홀해서 아쉬움이 없을 정도...

달과 목성은 여한 없이 얼굴을 보여주었고,

최대 노출 1분(!)의 위용을 자랑하는 도끼의 카메라로는 오리온, 북두칠성과 베가, 드뇌브 까지 담아낼 수 있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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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

눈보라 속의 사향들소, 손으로 받아야할만큼 쏟아져내리던 별빛,

2011년 마지막 순간, 황량한 숲 모닥불 옆에서 기울이던 차가운 샴페인 한 잔...

검푸른 숲 너머 멀리서 일렁이며 솟아오르던 초록빛의 일렁임

 

이 모든 것은 삶을 돌아보게 한다네.......

 

# 티벳 사자의 서

삶의 여행이었지만,

내가 들고 간 책은 사자의 서...

책의 전반부 반 이상이 해설.... ㅜ.ㅜ  번역자부터 구스타프 융까지....

 

티벳 사자의 서
티벳 사자의 서
파드마삼바바
정신세계사, 1995

 

모든 것은 자신으로부터 비롯되는 환영...

카르마와 경험에 기반한 판단은, 그렇게 잡아주려 해도 자꾸만 빛으로부터 벗어나려 하네

죽음의 길과 삶의 길은 다르지 않아서,

이성과 지혜의 눈은 여기에서도 필요하지..

익숙한 것에 이끌리지 않기, 두려움 없이 꿰뚧어보기...

나를 상처입힐 수 있는 것은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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