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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는 이야기?

 

#1. 최규석 <지금은 없는 이야기>

 

지금은 없는 이야기 - 최규석 우화
지금은 없는 이야기 - 최규석 우화
최규석
사계절출판사, 2011

실은 작년 말에 읽은 책...

최규석의 작품이라면 일단 읽어줘야 함...

 

이것은 우화....

재미나고 교훈적인 어린이용 옛이야기로만 알고 있던 그림형제의 동화들이 실제로는 잔혹하고도 비정함으로 가득차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우화'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하게 되었지... 

최규석의 이야기들도 그의 바램처럼, 몇 개라도 작자 미상의 우화가 되어 먼훗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길...

 

 

#2. 데이비드 맥닐리 <글로벌 슬럼프 >

 

 

글로벌 슬럼프 - 위기와 저항의 글로벌 정치경제 이야기
글로벌 슬럼프 - 위기와 저항의 글로벌 정치경제 이야기
데이비드 맥낼리
그린비, 2011

 

 

1996년 동아출판사에서 출판되었던 필립 암스트롱의 <1945년 이후의 자본주의>, 1997년 외환위기가 폭발하기 직전 절묘하게 출판되었던 <세계화의 덫>과 시리즈로 읽는다면 아주아주 좋을 책...

여기에다가 밀턴 프리드먼의 <Capitalism & Freedom>, 미국공영방송 PBS 에서 방영되었던 <Commanding Heights> 까지 함께 본다면 금상첨화...

 

"위기와 저항의 글러벌 정치경제 이야기"라는 부제가 시사하듯, 

단순한 경제동향 분석서이기보다 자본주의 경기순환과 계급투쟁의 역동학을 잘 보여주는 책.

 

*

한국이 1997/98년에 경험한 외환위기에 대해

장하준 교수가 국가와 재벌에 의한 민족경제/관리경제 체계의 붕괴를 주요 원인으로 지적한다면

 <세계화의 덫>은 실물경제와 무관하게 유동하는 투기적 금융자본에서 근원을 찾으려했고,

이 책은 후자의 의견에 덧붙여 내재적인 '평균 이윤율 하락'이 주요 동기였음을 지적한다.

또한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완화가 몰락을 가져왔다기보다,

이러한 규제완화가 이미 다양한 우회경로를 통해 (다양한 역외은행들... ㅡ.ㅡ)  맘대로 돌아다니는 금융자본을 다시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니... 그럴 법도 하군....

 

*

현재 미국이 경험하고 있는 경제위기의 차별적 성격에 대한 실증자료들은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됨...

2006년 자기 집을 구입한 흑인 중 56%가 집을 압류당했다느니,

미국 어린이의 50%가 유년기에 어느 한 시기는 푸드스탬프에 의존하고, 흑인 어린이는 그 비율이 90%라는...

이게 나라여???

 

*

새로운 저항을 역설하면서, 오늘날에는 급진주의조차 스타일리쉬한 패션코드로 자리매김한 현상을 지적한 것에 깊이 공감.... ㅡ.ㅡ

이는 신자유주의적 소비문화의 쿨함이 사회변혁 운동에도 침투한 것....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한심한 세태에 장탄식을 늘어놓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례들을 소개하고 긍정적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

볼리비아, Guadalupe, Oaxaca 에서 일어난 가슴벅찬 투쟁과 (완전하지는 않지만) 승리의 사례들,

그리고 이런 경험을 가진 라틴아메리카 출신 이주노동자들을 통해 미국으로 확산되는 투쟁들...

물론, 하워드 진 할배의 이야기만한 가슴떨림은 없었지만 (이 책의 문장들은 극도로 건조 ㅋㅋ)

내용 자체가 주는 울림과 벅참은 그래도 상당함...

뒷부분에 부록으로 실린 저자 인터뷰에서 조지오웰의 <Homage to Catalonia>를 권하며 "누군가가 기존의 잘못된 것에 저항을 하고, 또 다른 이들이 자연스럽게 같이 나서고, 그래서 집단적인 움직임으로 융화될 때 비로소 집단적 트라우마도 치유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에는 웬지 동지적 의식마저 ㅋㅋ  그려... 이 책은 필독서지....

 

*

로자 룩셈부르크를 인용하며 '개혁이냐 혁명이냐'가 아니라

"사회혁명이 목표라면 개혁을 위한 투쟁은 그 수단이라"는 지적에 완전 공감!!!

한국 사회에서 한 동안 은'개혁'을 이야기하면 개량 취급을 받았지만,

요사이는 '개혁' 그 너머를 이야기하면 분열주의자, 고립주의자, 심지어 수구적 좌파로 낙인.... ㅡ.ㅡ

현실성 혹은 실현가능성이 모든 것의 잣대가 되어 버리면서,

선거에서도 당선 가능성이 가장 중요하고, 프로그램에서도 재원조달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어버림....

우리는 어쩌다 이리 된 것일까???

 

*

"신자유주의가 은연중에 강제하는 기억상실증을 극복하고 역사적 기억을 회복하는 일이란, 쉽지도 않지만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풀뿌리에 근거를 둔 소규모의 급진적 운동을 통해 상대적으로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이라면 제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놓치지 말고 꼼꼼히 정리하면 된다" 는 저자의 말에 또 십분 공감...

역사는 기억하는 자, 기록하는 자의 것....

잠시 flight of idea로, 그래서 노건연 기관지 <노동과 건강> 이 중요하다고 생각 ㅋㅋ

 

*

세계 어느 곳이든 공통적인 경험과 딜레마가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것은,

소위 새롭고 발랄한 대중투쟁을 칭송하면서 조직노동운동은 전형적이고 고리타분한 것으로 폄훼하는 문화에 대한 지적... ㅡ.ㅡ

저자는, 외견상 폭발적으로 전개된 광범위한 대중투쟁, 새로운 방식의 투쟁 이면에,

수년 동안 꾸준한 조직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전략을 개발해왔던 이들의 땀방울이 있었음을 다시금 되새겨준다.

어쩌면 이리도 한국의 상황과 비슷한 걸까...

희망버스는 좋은 운동이지만 민주노총의 운동은 틀려먹었고,

멋지게 찍어올린 1인시위 인증샷은 참신하지만, 투쟁구호 외치고 노숙하는 건 구질구질한 것으로 비춰지는 현실.... ㅡ.ㅡ

또한 노동조합의 활동가들이 경제적 노조주의 하에서 '실무자'가 되어버린 현실을 개탄하는 것에 대해서도 아이구.... 이러면서 공감... 

 

*

인용한 그람시의 말처럼 "낡은 것이 죽어가는데도 아직 새로운 것이 탄생하지 않았다는 사실 속에 위기가 존재한다. 바로 이 공백 기간이야말로 실로 다양한 병적 징후들이 출현하는 때다". 이 시기는 자칫 위험한 반동의 시기가 될 수도 있고, 또 급진주의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금 한국사회는 과연 전자에 가까울까, 후자에 가까울까?

아마도 소위 진보진영의 모든 명망가들과 노동/시민사회 단체의 주요 인력들이 진공청소기처럼 선거판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현실은 후자의 낙관을 반영하는 것이리라..... 

그리 되면 좋겠지만.... 나는 확신이 없다.

 

아.. 시작은 안 그랬는데... 마지막을 정리하다보니 급 어두워지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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