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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의 영화... 화차

 

 

하필이면! 이 영화를 용산 CGV에서 보았다.

경선, 혹은 선영이라 불리길 원했던 그녀가 정신줄을 놓고 용산역사를, 백화점을 지나 주차장으로 질주하던 중 당장이라도 극장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게 아닌가 하는 괜한 걱정마저... ㅡ.ㅡ;; 

 

 

1. 영화는 무서웠다.

 

그건, 잔혹한 장면들이 있거나 혹은 '앗 깜딱야' 하는 놀래킴의 장면들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당대, 오늘 이곳 한국사회가 너무나 생생하게 드러나 있어서 무서웠던 것이다.

마치, 여고괴담이 무섭게 느껴졌던 게 귀신 때문이 아니라 그 익숙하고 공포스러운 공간으로서의 학교 때문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 사라지고 연락이 끊어져도 사람들은 무심하다.

대낮에 무법천지 폭력이 자행되도 공권력은 어디에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리고 폭력과 소외의 피해자는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또다른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아 새로운 가해자로 거듭난다. 차라리 이 사회의 기득권을 향한 한방이라면 속이라도 시원하겠지만, 그건 허구에 존재하는 심리적 위안일 뿐, 현실은 대개 그렇지 않다. 

 

나는 그녀가 말할 수 없이 가여웠지만, 내 옆에 다가올까 두려웠다.

"다 이해할 있어, 괜찮아" 라고 품어줄 수는 없었다.

누구도 처음부터 살인마고,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은 아니리라.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 스스로에게 몸서리를 치는 사람과, 주도면밀하게 우편함을 털고 고무장갑과 여행가방을 준비하는 이는 슬프지만 같은 사람이었다. 그저... 행복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어서.....

지금 또 어디에선가 이렇게 아름답고도 공포스러운 괴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이 사회가 사무치게 두려워졌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일지 모른다.

관객으로 하여금, 연민과 공포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2. 영화는 감독의 것...

 

여주인공 역할을 맡은 김민희 의 연기가 참 좋았다.

과하지 않다는 것... 이게 참 어려울텐데 말이다.

이선균이나 조성하, 다른 조연들의 연기도 다들 과하지 않았다.

경선의 친한 언니, 전남편, 동물병원 간호사, 동료형사, 은행다니는 문호 친구까지...

나는 이것이 전적으로 감독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아주아주 현실적인 소소한 장면들도 좋았다.

이를테면 문호 아버지가 파혼을 두고 아들을 야단치는 장면 같은 경우,

대부분의 TV 드라마에서 호쾌하게 뺨을 한 대 날리거나 뒷목을 잡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비해

영화에서는 마구잡이로 아들의 등짝을 때려댄다. 

헐리우드 영화에서처럼 퇴물 형사가 갑자기 능력자로 변신하는 일 따위도 없었다.

 

그리고 도대체 가라앉을 겨를이 없었던 문호의 충격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일단 약혼자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 자체가 충격인데

그녀에게는 과거 파산기록이 있고 파산신청서에는 술집에 나갔다는 기록이 있다.

일단 한방 먹었지만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으나.... 결정적으로 심지어 본인이 아니야... ㅡ.ㅡ 

여기서 완전히 멘붕...

천신만고 끝에 신분을 확인하고 보니 이혼 경력...나중에는 심지어 아이까지....  

(그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등장인물들과 똑같은 대사 "뭐? 애까지?"를 내뱉고 말았음)

이런 긴장의 매듭들을 관객들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끌고 갈 수 있는 게 바로 감독의 힘이 아니고 무엇일까?

 

이 영화에서 얻은 힘을 바탕으로 변영주 감독이 더 나은 작품들을 많이 들고 나타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배우 김민희가 앞으로도 계속 '배우'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램....

 

* 사족이지만...

사람을 새로 뽑거나 만나게 될 때.... 레퍼런스 체크가 중요하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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