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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위중한 건강문제에 직면한 후배에게 몸보신을 시켜주겠다는 일념으로 저녁에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다.
사실, 그깟 쇠고기 덩어리가 몸보신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없다.
내 지갑에는 확실히 해가 되었지만... ㅜ.ㅜ
결말을 차라리 모르면 좋을 것인가.....
나도 알고, 그도 알지만... 굳이 입밖에 내고 싶지는 않았다.
어쨌든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담담함이 얼마나 견고한 것인지 짐작할 수 없었기에 나는 태연한 척 말할 수 없었다.
초조하게 진단을 기다리던 시기보다 오히려 진단을 받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곧이어 진단받고 바로 회사로 돌아가 병가를 처리하며 그토록 울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를 어쩌니 울고 불 수도 없고,
무턱대고 다 잘 될 거야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인구집단 위험 확률과 개인의 경험이 다르고,
또 median survival 으로 예후를 측정한다는 것 자체가 skewed distribution을 전제하는 바... 얼마든지 꼬리 쪽에 있을 수 있는게지....
질병에 대해서 모르고, 상황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면...
근거없는 희망으로 견대낼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살고자 하는 열망과 의지가 그의 건강을 되돌려주길,
다른 한편으로, 종말점이 언제일지 모를 그의 삶에 여한이 없기를 함께 소망해본다...
hongsili님의 [오로라를 찾아서 ] 에 관련된 글.
유콘 야생동물 보호공원에 갔더랬다.
면적이 엄청나게 넓어서 차를 타거나 걸어다니면서 돌아볼 수 있는데,
울타리 주변에 먹이를 배치해두어 운이 좋으면 먹을 것 찾아 내려온 동물들을 볼 수 있다.
우리가 갔던 날은 눈보라가 끝장.... ㅡ.ㅡ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
그러다보니 동물들이 먹이를 찾아 모두 울타리 쪽으로 자연스레 이동...

카메라 줌과 망원경은 인류의 대 발명품....
북극 여우는 사막여우만큼이나 신비롭고 귀여웠으며, 우드바이슨 (미국에서는 버팔로)은 육중했다.
좀처럼 보기 어렵다는 무스도 운좋게 만났는데, 돌아서는 그의 모습이 매력적이었지... 흠....
양과 사슴, 순록, 염소들은 웬지 친근했지만, 그들도 그리 생각했는지는 확실치 않고 ㅋㅋ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캐나다 시라소니는 어울리지 않는 복실복실하고 토실토실한 발.....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긴털을 휘날리며 고독하게 그 거센 눈보라를 온몸으로 맞고 있던 사향들소....
그건 일종의 '숭고함'이었다....


그 눈보라 속에서 저 멀리 가까워지는 것은 숲을 달리는 사람....
You Win!

해가 질 무렵, 우리는 공원에서 가까운 노천 온천으로 이동했다.
뜨거운 온천에 몸을 담그고, 눈길은 앞사람 얼굴도 보이지 않을만큼 흩날리는 눈보라 속 하늘을 응시하면서...
뜬금없이 든 생각은 후지산의 일본원숭이 ㅡ.ㅡ;;;
그리고 시원한 맥주 한 잔!!!
사실 이번 여행의 첫번째 키워드는 숭고함이었다.
압도적인 자연의 힘과 소박함, 정적... 이런 몇가지 단어로는 형용할 수 없는....
감당할 수 없는 것만 같은 추위 속에서 내가 본 것은
눈으로 뒤덮인 숲, 별들이 쏟아지는 검푸른 밤하늘,
그리고, 북쪽 하늘에서 일렁이는 초록빛....
하지만, 이 경험을 그대로 사진에 담아올 수는 없었다.
(구매 당시!) 지상 최고의 똑딱이라는 내 파인픽스는 빠른 셔터스피드와 ISO 12800, dynamic range 지원이라는 엄청난 사양을 갖고 있었지만..... '느림'에는 완전 무방비...
최대 노출 시간 옵션이 8초에 불과하다는 것은 나는 이번에 알았다네... ㅜ.ㅜ
ISO 라도 높여보려했더니만 manual mode의 overriding 도 너무 제한적......
결국 증거로 가져온 것은 기괴한 분위기의 심령사진.... 흑.....
엑스파일의 멀더와 스컬리가 이런 심정이었을까...
내가 본 그것을 오로지 내 마음 속에만 담아와야 하다니....
마음의 눈을 뜬 자에게는 보일지어다... ㅋㅋ


오로라를 만나지 못한 밤에는 ... 그저 '맨' 하늘이라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너무 아름답고 쏟아지는 별빛이 황홀해서 아쉬움이 없을 정도...
달과 목성은 여한 없이 얼굴을 보여주었고,
최대 노출 1분(!)의 위용을 자랑하는 도끼의 카메라로는 오리온, 북두칠성과 베가, 드뇌브 까지 담아낼 수 있었다네...





이 모든 것,
눈보라 속의 사향들소, 손으로 받아야할만큼 쏟아져내리던 별빛,
2011년 마지막 순간, 황량한 숲 모닥불 옆에서 기울이던 차가운 샴페인 한 잔...
검푸른 숲 너머 멀리서 일렁이며 솟아오르던 초록빛의 일렁임
이 모든 것은 삶을 돌아보게 한다네.......
삶의 여행이었지만,
내가 들고 간 책은 사자의 서...
책의 전반부 반 이상이 해설.... ㅜ.ㅜ 번역자부터 구스타프 융까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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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사자의 서 파드마삼바바 정신세계사, 1995 |
모든 것은 자신으로부터 비롯되는 환영...
카르마와 경험에 기반한 판단은, 그렇게 잡아주려 해도 자꾸만 빛으로부터 벗어나려 하네
죽음의 길과 삶의 길은 다르지 않아서,
이성과 지혜의 눈은 여기에서도 필요하지..
익숙한 것에 이끌리지 않기, 두려움 없이 꿰뚧어보기...
나를 상처입힐 수 있는 것은 없다네....
hongsili님의 [오로라를 찾아서 ] 에 관련된 글.
르귄의 <Left hand of darkness> 배경이 되는 Winter 행성....
Estravan 이 경험한 것을 내가 경험했다고 말하면 심하게 뻥이겠지만,
그/녀가 무엇을 느꼈을지 나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하면 완전 뻥은 아닐 것이다...
금광을 찾아 여기까지 이주했던 이들이 처음 겪었을 겨울은 어땠을까?




유콘의 화이트호스 시는 북위 60도...
날씨는 말할 수 없이 춥고, 눈길이 닿는 곳 어디나 눈으로 덮혀 있었다...
2012년의 첫 새벽, 동해 일출을 보러 한국에서는 150만 명이 이동했다지만,
유콘 준주의 전체 인구는 달랑 3만 명.... 그리고 면적은 한국 30배..... ㅡ.ㅡ;;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늑대가 4천 5백마리.... 흠.....
고즈넉함... 한가로움.... 하지만 혹독함을 견뎌낼 줄 아는 강인함... 그런 이미지의 도시...


이주 초기 광산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거주했다는 주거시설.... 과연 몇 명이나 겨울을 무사히 보내고 봄을 맞았을까?

낮게 나는 커다란 까마귀 (raven)는 '불운'의 상징이 아니라 선주민들에게 지혜를 알려주던 상서로운 존재...

얼어붙은 유콘 강변, 끝없는 눈길과 하루 종일 황혼인 듯 낮게 걸려있는 태양....



to be continued
hongsili님의 [오로라를 찾아서 ] 에 관련된 글.
지도의 축적도 확인해보지 않고 한 30분 걸어가면 되겠다고 지레 단정해버린 바보같은 여행자들... ㅡ.ㅡ
과연 죽기 전에 볼 수는 있는겐가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빗길을 헤메인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네...
많은 사람들이 강추한 인류학 박물관 (MOA, Museum of Anthropology)
전시물 자체도 좋았지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박물관의 구조와 조경 또한 너무너무 맘에 들었고,
무엇보다, 전시물을 알뜰하게 보여주는 아이디어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우리는 바람같이 열었다가 닫아버리는 간송미술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관리의 어려움을 감히 짐작이야 한다만.. 이렇게 친절하게 모두, 공간은 빡빡하지만 가급적 많이, 알뜰하게 보여준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




내가 좋아하는 나무들, 계곡.. 그리고 약간의 모험...
어디 기어올라가고 아슬아슬한 다리 건너는 게 은근 내 취향인 것 같아...












그 와중에 낙서하지 말라는 안내.....
"빡쎄" 라는 한국어의 위엄 ㅋㅋ

물의 힘을 보여준다.
15년, 25년, 50년 동안 떨어진 물방울들이 돌에 남긴 흔적....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

to be continued
몇 년 전 캐나다 오타와에 출장을 가서 우연히 보게 된 어떤 자료에
캐나다에서도 겨울이면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글이 실려 있었다.
전기가 찌릿......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책 <여행의 기술>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 또 가계에 파탄을 일으킬 정도로 돈이 많이 드는 긴 여행이 열대의 바람에 살짝 기울어진 야자나무 사진 한장으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오로라를 실제로 볼 수도 있다는, 이전에 생각조차 못했던 것을, 그 우연히 마주친 짧은 문장들을 통해 이제 소망하게 된 것이었다.... ㅋㅋ
2012년이면 지구가 은하계에 안녕을 고할 것이라는 믿거나 말거나 예언에 근거해보자면,
이제 이 기획이 실행에 옮겨질 수 있는 것은 2011년이 마지막...
여행은 구체적으로 소망되고, 본격적으로 기획되었다.
캐나다의 관문이랄 수 있는 뱅쿠버는 일종의 '우기' 였다.
여름에 청명한 날씨로 명성이 드높은 곳이지만, 겨울은 매일매일 비....
딱히 춥지는 않지만, 관절이 쑤시는 그런 으슬으슬한 날씨의 연속....
하지만, 고즈넉하고 축축한 분위기는 지구종말을 기다리는 자들의 여행에 아주 걸맞았다. ㅋㅋ
쇼핑 거리 일부를 제외하면 관광객도 드물었다...
평화로운 듯했지만 나름 파란만장한 도시 투어였다.
가두리 양식장인 줄 알았던 것이 수상비행기 주차장이었다는 점이 가장 충격인 도시 ㅋㅋ (해상 주유소도 있어!!!)
심지어, 2010 동계올림픽 기념 조형물을 보고, 나는 담배꽁초를, 도끼는 클립톤 행성을 떠올렸다.
우리는 예술적 감각이 없나봐.... ㅡ.ㅡ
그래도 canadian icon 이라고 나름 자랑인 해변의 구조물들이, 세빛둥둥섬보다는 실용적이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스탠리 공원은 너무 아름다웠다.
버스 아저씨의 말로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도심 숲이란다. 그 중에서도 365일 24시간 개방되는 것으로는 유일하다고....
우리 맘대로 이름을 붙인 공원 입구 스탠리 박 선생님은, 모든 피부색과 종족, 관습을 가진 이들이 언제나 이 공원을 이용하고 즐길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이토록 평화로운 공원을 뛰어다니며 좋아 어쩔 줄 모르는 개들을 보고 있노라니,
(별로 원하지는 않지만) 만일 환생을 하게 된다면 뱅쿠버의 개로 태어나면 좋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닐스의 모험에 등장했던, 거위는 어떻냐는 도끼의 의견도 있었지만, 나는 반댈세...
사냥 시즌이면 총상입고 죽을 수도 있고, 맹수한테 잡아먹힐 수도 있잖아.. 그런 죽음은 슬퍼.. ㅡ.ㅡ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서 불과 5분만 들어가면, 오로지 하늘밖에 안 보이는 울창한 수림....
도끼는 나의 꼬임에 빠져 숲에서 길을 잃을까 내심 걱정도 했다... ㅋㅋ
온통 나무들 뿐인 공간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보온병 커피를 마시며, 귓속에는 Sigur Ros 의 음악 ...
한 구비만 지나면 작은 호수, 또 다른 한 구비를 지나면 태평양....
지상 낙원이 여기인가....










to be continued...
무려 작년(!)에 본 영화랑 책들의 기억...
#. 르 아브르 (Le Havre). 아키 카우리스마키 (이름이.. 흑... ㅜ.ㅜ) 감독, 2011년 작.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라고 질문했던 서경식 교수에게 답해주는 작은 (?) 판타지 영화...
아저씨가 밖에 나다니지 말라고 했으면 집에 가만히 있어야지, 꼬마는 왜 자꾸 돌아다녀서 동네 사람들이나 보는 관객들이나 애를 타게 만드는 거여.... 이게 호러영화였으면 가장 먼저 희생양이 될 만한 배역.. ㅡ.ㅡ
영화가 어찌나 훈훈하고 따뜻한지, '에이, 저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냥 벗어나고 싶지가 않더라니....
구두닦이 아저씨의 의외로 대담한 행동과 마을 사람들의 아기자기한 '공모', 그리고 뭔가 사연을 숨겼을 것만 같은 핑크팬더 경감 아자씨의 애매한 행동.... 심지어 불치병마저 나아버리는 기적...... 와우 ㅋㅋ
그래, 영화가 주는 위로가 이런 것이라면 기꺼이 대 환영!!!!
#. 세 얼간이 (3 idiots). 라지쿠마르 히라니 (이 이름도 ㅋㅋ) 감독, 2009년 작

완전 촌스러운데, 묘하게 너무 익숙하고 너무 웃겨 ㅋㅋㅋㅋ
아, 그리고 훈훈해서 미칠 것만 같아 ㅋㅋㅋㅋㅋ
"알 이즈 웰"
그래, 유느님 노래처럼 '말하는 대로'... 모든게 잘 될거야....
#. SF 명예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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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명예의 전당 3 : 유니버스 로버트 A. 하인라인 외 오멜라스(웅진),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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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명예의 전당 4 : 거기 누구냐? 존 캠벨 외 오멜라스(웅진), 2011 |
수 년 (?) 전에 작업하다가 경제위기 때문에 엎어진 줄 알았던 번역 프로젝트가 갑자기 지난 여름 되살아나서 나를 식겁하게 만들었음. 어영부영 무사히 마무리가 되고 심지어 연 내에 떡하니 책이 나오다니 깜놀...
편집자 짱!!!
번역자 소개에 가명을 올릴까 망설이다가, 에라 모르겠다 그냥 본명으로 했는데 전작 번역서들 소개가 완전 웃김... 사회역학, 노동자 건강의 정치경제학...... 이건 뭐 갈짓자 행보의 전형이랄까??? ㅋㅋㅋ
진짜 명작들이여....
특히 '기념할 만한 계절 (vintage season)'은 몽환적이면서도 차가운 느낌이 감도는 아주 흥미로운 작품...
'방황하는 씨멜의 연가' 또한 묘~한 분위기...
웰즈의 '타임머신'은 이렇게 음습하고 무거운 작품이었나 새삼 놀랐음.. 내가 어렸을 때 읽었던 타임머신은 이렇지 않았다구.. 흑...
그리고 '두 손을 포개고'는 완전 후덜덜.... 이게 어떻게 50년도 전에 쓰여진 글일 수 있을까.....
내가 번역한 '얼간이들의 행진'은 사실 '꼬인' 작품이라서 자칫 독자들이 오해를 할 수도 있는데, 해설이 좀 추가되었으면 하는 아쉬움... 문장 그대로 독해한다면 우생학적 편견으로 가득찬 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작품에서 지능 높은 숨겨진 엘리트들과 소위 '얼간이'들의 행태를 비교해보면 진정으로 누가 더 인간다운가 쉽게 판단할 수 있다네.... 실제로 이 얼간이 (moron)이라는 단어가 우생학적으로 어떻게 '창조'되었는지 스티븐 제이 굴드가 Mismeasure of Men 에서 비판한 바 있고, 저자 콘블루스는 유태인으로 이러한 우생학/인종주의적 차별의 피해자.....
또 다른 번역물 레스터 델 레이의 '대담한 신경'은 아직 상용화된 핵발전시설이 나타나기도 전에 그곳에서 발생한 사고와 그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아주 실감나게 그렸는데, 마침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내다본 것 같은 신묘한 예지력 ㅋㅋ 하지만, 소설에서는 베테랑 외과의사와 영민한 신출내기 의사의 활약을 통해 모든 일이 다 잘~ 마무리된다는게 차이.... 현실은 이렇지 않았지......ㅡ.ㅡ
SF 는 그야말로 speculative fiction....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사고 실험, 더 많은 상상력
"변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좌절과 회의" - 마이클 알버트를 만나다
"흑인, 소수 인종의 유전자가 문제다" - 몸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
"오늘, 주치의와 상의하세요. 이 약이 당신한테 맞는지" - 미국 의약품 광고 실태
"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폭력" - 한인 이민자 운동단체를 찾아서
"사람을 똑똑하게 만들어주는 미국의 의료제도" - 의료서비스 '선택의 자유'에 숨겨진 비밀
"미국의 노동안전보건, 어떻게 이해할까? - 레벤스타인 교수와
"과학, 사회, 혁명운동, 그리고 변증법" - Richard Levins 의 세계
"과학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재구성되는지" - 흑인 전용 심부전 치료제 Bidil 의 탄생
"제국의 왼손: 미국의 공공병원" - Dr. Harris 위셔드 병원 대표와의 담소
무려 작년(!)에 후기를 쓰다가 잠시 덮어놓은 걸 깜빡했는데,
오늘 프레시안북에 실린 서평을 보고 떠올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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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sili님의 [앙드레 고르, 서경식...] 에 관련된 글.
내 짐작이 옳았다.
<에콜로지카>를 읽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었어야 했던 것이다.
"사회주의가 만약 도구를 바꾸지 않는다면 자본주의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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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레타리아여 안녕 - 사회주의를 넘어 앙드레 고르 생각의나무, 2011 |
에콜로지카에서 일종의 '비약'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여기에 비교적 상세하게 펼쳐져 있었다.
번역서가 순서대로 출간되지 않는 바람에... ㅡ.ㅡ;;
30년 전의 글이라고는 믿기지않는 동시대성과 혜안에 놀라면서도,
항상 나쁜 예감만 들어맞는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더랬다.
*
현재의 노동계급 상황을 많은 (?) 이들이 마르크스주의로 설명해보려 하지만 실증자료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사회는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궁극적인 이분화를 보이지 않고, 자본주의 모순에 의해 저절로 주저앉지도 않았다. 논쟁은 계속되었지만, 마르크스를 다시 불러내고 그의 경전을 충실하게 해석하려 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는 마르크스주의가 '헤겔식 구조를 갖춘 철학'에 필연적으로 내재하는 경향을 갖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고개를 끄덕인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변증법적 원리를 견지한다면서, 1백년 전의 추론에 따라 오늘의 세계를 해석하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아닌듯 싶다. 작업장을 장악할 예능적 기술력을 가진 노동자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고, 기계화와 단순화 속에서 일어난 노동의 파편화와 소외는 노동자 계급을 단결시키기는 커녕 이들을 쓸모없는 존재로 만들어 버리고 있는게 현실이다.
"부르주아지는 창조적이고 주체적인 권력에 대해 프롤레타리아가 가져야 했던 의식을 뿌리까지 파괴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노동을 잠재적으로나마 창조적 행위로 경험할 가능성을 노동과정에서 제거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사회주의의 위기는 프롤레타리아의 위기라는 고르의 지적에 동의한다. 후기산업사회에 전통적인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점차 사라지고 '비계급'이 남아있을 뿐이다.
*
생산주의 이데올로기를 근거로 우리 또한 모든 해방의 우선 조건으로 생산력 발전을 꼽는다.
그렇다면 세상이 바뀌더라도 (노동자가 권력을 갖더라도) 현재와 같은 생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노동계급의 이름으로 노동자들에 대한 지배가 계속될 것이다. 즉, '자본'의 권력과 정대칭의 관계에 있는 프롤레타리아 권력에 의해, 프롤레테르 (개별 노동자)는 그 동일한 '자본'을 집단적으로 소유하게 될 프롤레타리아트에 의해 소외된다는 것이다.
현대 대형 산업생산의 비밀은 그 안에서 '아무도 권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스스로를 모든 법과 모든 정당성의 근원이라고 주장하는 어떤 주체라도 그 권력을 소유하거나 책임지지 않는다... 직위를 가진 개인은 언제나 우연의 산물이며 다른 인간으로 교체될 수 있다..."
앙드레 고르는 '개인적 권력'과 '기능적 권력'을 구분하면서, 왜 '기존'의 방식으로 변혁이 불가능한지를 이야기한다. 익명적 조직의 구조에 내재하는 기능적 권력을 위해 개인적 권력이 제거됨으로써 계급투쟁의 문제가 획기적으로 바뀐 것이다. (다시금 '가시적인' 개인적 권력으로 회귀하려는 대중적 열망은 파시즘으로 귀결된다) 프롤레타리아트가 자본에 의해 설치된 기구를 장악하더라도 (이를테면 자주관리), 그들은 자본의 지배와 유사한 것을 재생산하고, 그들 스스로 '기능적 부르주아지'가 될 것이다. 권력을 이양받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지위'를 이양받을 따름이라는 것이다. "이제 지배관계를 제거할 유일한 가능성은 권력과 지배를 분리시키고 시민사회, 정치권, 국가 각각의 자율성을 보호하기 위해, 기능적 권력은 불가키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전에 정해진 '한정된 자리'를 그 기능적 권력에 부여하는 데 있다"
*
이제 변화를 뒷받침할 생산력 수준은 충분하다. 필요한 것은 '혁명'이라는 명명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방식을 전면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적인 필요조건은 노동시간 단축이다. '사회적으로 결정된 노동'의 영역을 축소하고 자율성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 스스로가 행위의 주체가 되는 것...
"그러나 사회적으로 결정된 노동을 없애도, 각자가 외부적 의무들을 폐기해도 해방은 달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해방은 필연성의 영역이 타율적인 일들을 강요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타율적인 일들의 기술적 요구사항들은 도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정확한 규칙을 정해 그 일들을 특정 사회공간 내로 한정시키는 데 있다. 필연성의 영역과 자율성의 영역을 분리하는 것이 후자의 영역을 최대한 확장하기 위한 조건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 국가가 필요하며, 정치와 국가가 동일한 것으로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노동을 마지못해 하는 그 무엇으로 격하시켜도 되는 것일까 의문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흔히, 취미로 좋아서 하던 일이 직업이 되는 순간 고통으로 탈바꿈한다고 이야기들을 하지만,
인간이 현재 종사하는 일들을 그것이 사무직이던 생산직/서비스직이던 너무 고답적인 일자리 형태로 싸잡아 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노동시간 단축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노동을 좀더 필연적이고 사회적으로 가치있게 재조직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죽지못해 이어가는 삶의 영역이 존재하고, 다만 노동시간이라는 것이 자율성의 영역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존재한다면 이 또한 서글픈 일이다. ㅜ.ㅜ
*
부록에 실린 <이원론적 유토피아>는 정말 흥미롭다.
새로운 혁명 국가에서 대통령의 입을 빌어 이야기한다.
첫째, "우리는 덜 일할 것입니다" - 우리는 자유로운 노동과 여가시간에 대한 권리를 획득한 것이다.
둘째, 우리는 더 나은 방식으로 소비할 것입니다" - 소비상품의 개발은 내구성, 수리의 용이성, 제작공정의 만족성, 친환경성이라는 원칙을 따를 것이다
셋째, "우리는 모든 사람의 일상에서 문화가 스며들도록 할 겁니다" - 사람들이 상상력을 계발하고 다른 사람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더이상 방영하지 않을것이다
첫째, 둘째에는 적극 찬성하는데... 셋째는... 그럼 무한도전은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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