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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입양가족의 적응이라...

양육, 육아의 고통을 너무나 뼈저리게 경험한, 경험하고 있는 나로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주제인 '입양'

 

'입양'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겠고,

많은 부분 '불임'이라는 상황 속에 피할 수 없는 대안이기도 하겠지만...

소위 혈연 중심의 가족을 당연시하는 한국사회에서

'입양'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회적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

그 안에서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면서 당하는 고통들...

그러나 그 고통을 통과하면서(입양사실을 알리고, 입양 가족 안에서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전통가족제도와 문화에 균열을 내고 있는 그들.

 

그들은 특별히 더 선한 사람들도 아니다.

단지 자신들의 필요와 이유에 따라

입양이라는 선택을 했을 뿐이다.

 

단지 입양가족을 바라보는 사회 전체의 고정된 시선, 반응이 차별적이라 문제인 것이지...

 

그런데 그런 입양의 특수성과 대비해 나는 어떤가?

 

   

 




지난 주에 현이(아기 이름)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중에

두 분의 여성(60대 정도로 보이는)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저렇게 어린애를(현재 현이는 만으로 14개월) 어린이집에 보내다니.. 애도  불쌍하고 엄마도 불쌍하다

 엄마는 돈 벌러 일하러 가야되고, 애하고 떨어져 있어야 하다니..." 

 

입양이라는 상황과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아기가 어릴 때(통상 만 세 살 전)에는 엄마하고 떨어져 있으면 안된다는 주변의 시선으로

나는 죄많은, 그러면서도 불쌍한 엄마가 되고 만다.

나는 죄 많지도, 불쌍하지도 않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고,

당연히 어떤 상황에서도 사회적으로 일이 필요한 사람이다.

여자는 가정, 남자는 바깥일이라는 이분법은 나에게 통용되지 않는다.

돈이 없어서 억지로 떠밀려 일하는 불쌍한 사람 취급받고 싶지 않고,

엄마하고만 아이가 있다고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직접 깨닫기도 한 사람이다.

(지난 6개월 아이와 단 둘이 있으면서 우리는 서로 행복했던가? no!! 나는 나대로 내 일을 못해

스트레스 받았고, 아이는 나밖에 의존할 사람없어서 괴로웠다, 어떻게 아냐규? 엄청 많이 울어댔으니까!)

 

 

그날 그 사람들에게 직접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바로바로 이야기 못하는 나의 한계여!)

지금이라도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지금 우리 아기는 어린이집에서 다른 친구들 사귀면서 사회생활 잘 배우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거든요.

저도 일 시작하면서 더 행복하고, 아기에게도 짧은 시간이지만 둘만 있을 때보다 즐겁게 지내구요,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래,

바로 그거다.

뭔가 세상은 이래야 한다는 고루한 관념으로

자신이 맞다는 고정된 시선으로

타인들의 상황을 재단하고 판단하지 말라는 거다.

 

입양가족들에 대해서도, 일하는 엄마와 어린이집에서 낮시간을 보내는 영아에 대해서도

동성애 커플에 대해서도, 성폭력피해생존자에 대해서도,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도

기존에 가진 색안경으로

불쌍해하거나 혐오하거나 무시하는 그런 태도들...

 

그게 참 무섭단 생각이 든다....

 

권지성씨가 쓴 '공개입양가족의 적응'은 나에게 이렇게 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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