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속의 우물

11만에 처음으로 '미안하다.. 나의 생각이 짧았다..'라는 말을 들었다..

직접 들은 것도 아니고 전달받은 말임에도 예기치 않은 그 말에 순간 모든 것이 정지했다..

며칠 동안 전전긍긍하며 암흑 속에서 갈던 칼을 슬그머니 내려 놓았다..

'아 다행이다..'

내가 두 손에 드는 것도 버거워 온 몸으로 그 칼을 들고 있는 동안

주변 사람들은 '지금 그 칼을 빼든 것은 너무 늦은 시기일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당신이 빼들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하지만 당신은 평생 그 칼을 차마 빼들지는 못할 것이다..

그만 내려놔라.. 차라리 내가 그 칼을 빼서 휘두르겠다.. '라고 충고했다.

그 말에 나는 다시 전의를 불태우며 '아니 이번에야말로 나는 이 칼을 빼들 수 있어.. 아무도 나를 막지마..'

사람들은 다시 말했다..

'당신이 그 칼을 빼든 순간 그 칼로 스스로를 찌르게 될 것이다.. 당신은 그 칼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상대에게 준 상처보다 더 많은 피를 흘리고 그 상처로 살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물러설 수 없다고 밤을 새워 벼르고 별렀다..

내 맘 속에서 수없이 칼을 빼든 내 모습을 각인시키던 며칠..

결국 말 한마디에 '휴..' 안도의 숨을 쉬며 이 칼을 빼들지 않게 해준 그에게 감사하며 내려놓는다..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건 시간이 증명할 것이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한발 더 나아간 소통이 가능할거라는 믿음을 갖고 좀 더 바닥으로 내려간 대화를 시도하는 것뿐...

 

그렇지만 스폰지와의 대화는 너무 힘들다..

아직 유리벽과의 대화는 도무지 어떤 식으로 해야하는지 터득하지 못했다..

그래도 스폰지는 쥐어짜면 흡수한만큼의 물을 흘릴 것이고..

내 말을 고스란히 튕겨내는 유리벽엔 흡음제 한 장 정도 발라주면 뭔가 다른 게 나오지 않을까?

 

*************************************************************************************************************************

 

혹시 내가
나의 무능함을 덮어버리기위해 다른 이들을 비난하며 위안삼지는 않았는지..
그런 사람은 아니었는지.. 의문이 든다..
내가 못하는 거 뻔히 아니까.. 사소한 하나에도 바르르 떨지는 않았는지..
아.. 미혹당하지 않을 수 있는 건 너무 힘든 일..

 

************************************************************** ************************************************************
 
 수처작주(隨處作主)
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

 

남들이 갖은만큼의 부와 명예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내 스스로 내가 있는 공간에 대해 인정하고..
내 스스로에 대해  '이 정도면 됐어..'라는 만족스런 자부심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이라도 인정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다면.. 그 정도면 족할 것이다..
그 정도면 주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처작주..
 
**************************************************************************************************************************

 

이솝우화에서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것을 가져오라는 주인의 명령에 이솝은 '인간의 혀'를 가져갔다..
세상에서 가장 화를 부르는 것을 가져오라는 주인의 명령에 이솝은 '인간의 혀'를 가져갔다..
아주 작은 표현 하나에 세상을 다 갖는 기쁨을 누리기도 하고
아주 사소한 표현 하나에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아픔을 맛보기도 한다..

가장 솔직한 마음으로 현명한 표현으로 내뱉을 수 있었으면..

내 세치 혀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로 인하여
누군가가 기쁠 수도.. 슬플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쥐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7/07/17 02:24 2007/07/17 02:24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ide/trackback/156
존반 2007/07/17 03:08 URL EDIT REPLY
내 맘을 읽은 듯한 글... 디첼라님의 에너지가 그대로 글에 묻어나요. 그래서 아마도 더 깊이있게 읽게되는 거. 순간순간 어떤 말, 눌린 거..땜에 잠자다가 놀라서 일어나 멍하게 천장을 바라보는 그 순간. 어지럽게 공중을 떠도는 이미지들이 있어요. 천장에서 바닥까지 내려오는 새끼줄. 그리고 그 주위를 맴도는 내가 쥔 칼날들. 깊은 땅속으로 침잠해들어가는 모습들. '상대에게 준 상처보다 더 많은 피를 흘리고 그 상처로 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놓으려고, 분노를 놓으려.. 매일매일 마음을 다스리곤 해요. 그래도 불쑥불쑥 나도 모르게 찾아오는 느낌들. 오늘이 그랬어요. 넘 슬퍼서 그냥 울어버렸어요.
☆디첼라 2007/07/17 03:51 URL EDIT REPLY
존반/뉘시온지는 모르나 아마 잠시 비슷한 삶 속에 있지 않았을까요? 분노가 칼이 되어 나에게 쥐어졌을 때.. 종종 내가 이 칼을 휘두를지말지는 너 하기 나름이야 라고 변명하며 나의 분노를 감추곤하죠.. 그러나 내 손안에 있는 칼은 내 칼이라는 사실은 변하지않죠..
쉽게 놓을 수 없는 그 거.. 내려 놓으면 내가 무너질 것 같은 순간도 있고.. 그 분노의 응징이야말로 필연이라고 생각될 때도 있고.. 시간이 필요한거 같아요.. 그리고 그 시간.. 충분히 울어야만 되는거 같아요.. 그냥 참는다는 건.. 분노를 사그러트리는데 별 도움이 안되는거같더라구요.. 저도 아직 내려놓지 않은 분노의 칼들이 많음에 화들짝 놀랍니다.. 너무 마음을 다스리려 하지말고 분노하는 것들을 마구마구 끄적거리거나 맘놓고 걍 울어버리세요.. ㅎㅎ 별도움 안되는 주절거림이네요..
오늘은 편히 아무 꿈도 꾸지 마시고 잠드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