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을 다녀오긴 했는데 우리가 선택한 코스가 북한산 자락 언저리에서 께적 거리던 것 같아서
본격 북한산 등반이라고 하기엔 양심에 찔리네요..ㅎㅎ
당당하게 만남 장소인 성신여대 정문앞에 정각에 도착했으나
여지블모라고 여겨지는 사람이 아무도 안보인다. 순간 불안한 느낌이 엄습한다. 잠시 기다리는데 당고 님의 '지금 어디세요?'라는 문자가 확실하게 도장을 찍어준다. 한달 사이에 벌써 두 번이다. 나 혹시 난독증에라도 걸린걸까 라는 멋진 생각으로 나사 몇 개 빠진 나의 착각을 걷어차주고 나 때문에 헐레벌떡 성신여대로 오고 있는 달과껌이랑 택시를 타고 상명여대로 향했다. 성신여대랑 상명여대랑 도대체 무슨 상관이람..;;
열댓명의 거창한 산행일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당고, 현진, 녀름, 이채, 또다른 레이, 달과껌, 나.. 일곱명의 단촐한 산행이 되었다. 아마도 비가 올거라는 엉터리 일기예보 덕분일게다. 서로 간단히 통성명하고 산행이 시작되었다. 이상하다 내 기억으론 북한산은 꽤 힘든 산 중의 하나였는데 오늘 걷는 코스는 거의 마을 뒷산 정도의 수준이랄까? 씩씩한 우리의 산행리더 현진은 그 와중에도 나름 어려운 길로만 우리를 인도해준다. 지리산을 위한 빡신 훈련의 일환일게다.. ㅎㅎ
멀리서 보이던 족두리 봉은 완전 바위산이어서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중간에 더듬더듬 암벽을 오르던 한 사람은 포기하고 옆으로 빠져버리고 그 모습을 핑계로 확실히 포기했다. 고작 북한산에서 사고 났다고 하기엔 너무 민망하잖아 사고 나지 않게 안전한 길로 가자~~~~~~~~~~~~~~~~~~
그래도 족두리 봉의 언저리를 삥돌아 족두리 봉 정상에는 올라가 봤다는 거.. 갔다니 도심 한복판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비둘기들이 있어서 흥을 깨주신다. 먹을 것 있는 곳에 언제나 나타나서는 걸신 들린 듯 먹이를 낚아채고 디룩디룩 살찐 비둘기들을 닭둘기라고 이름 붙혔었는데 얘들이 딱 그꼴이다. 좀 무섭다.
12시가 채 되기 전에 우리의 등반은 신속하게 무사히 끝났다. 산 밑 가게에서 손수건에 그려진 북한산 지도는 안보는게 좋았을텐데.. 우리가 등반한 코스는 아래 능선을 잠깐 들렸다 내려온 코스라고나 할까? 흑 오늘 너무 무리하면 병나서 지리산 가기 힘들어지니까 오늘은 이 정도쯤에서 만족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변명어린 핑계를 되련다.
등반시간보다 오랜 시간 서로 공들여 뒷풀이를 했다. 점심 식사 자리에 참석한 거한과 함께 다시 한 번 자신을 소개하는데 서비스하는 청년이 피식 웃는다. 소개랍시고 하는데 다들 대화명으로 하니까 웃겼나보다. 한 사람을 즐겁게 했다면 된거지뭐..
이어진 찻집에서의 수다도 즐거웠다. 간만에 낯선 이들과 약간은 어색하지만 이것저것 잴 필요없이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스릴있는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이참에 등산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지리산 다녀와서 자연스럽게 나오지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 이제 며칠 안남은 지리산.. 함께 하기로 약속한 분들은 물론 새롭게 갈 분들이 있다면 즐겁게 다녀왔으면 싶다.
★녀름의 지리산행 이야기를 들으며 배낭커버로 만족하려던 산행준비에 제동 걸렸다. 등산바지를 하나 장만해야하지 않을까?
★땀 냄새가 너무 심하게 났다. 페브리즈 생각이 간절했다. ㅎ
★등산화의 사이즈는 역시 평소보다 한 사이즈 큰 것을 골라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길거리에 떨어트렸다고 생각하고 낙심했던 흰모자는 집 계단에 곱게 모셔져 있더라. 다행^^
이건 오늘 족두리 봉에서 처음 본 '주홍날개꽃매미'라는 넘..
걍 하루살이 정도인줄 알았더니 외국에서 날아온 넘으로 농작물에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산꼭대기까지 살러 온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