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속의 우물

내일도 아니고 이제 몇시간 후면 지리산을 향하고 있겠네요..

최근 몇년 간의 로망이 실현되는 순간입니다.

 

오늘 저녁 8시에 만나서 장 보고 서울 남부 터미널로 가서 12시 버스를 타고 고고싱~~~~~~

체력 비축을 위해 차 안에서 코~자다가 부시시 일어나 새벽 4시쯤이면 등산을 시작할 거랍니다.

새벽 4시면 평상 시에 제가 잠들려고 준비하는 시간인데 시차 적응이 될런지 의문이기는 하네요

뭐 올라가다 졸리면 걍 자버리면 되겠죠..ㅎㅎ

 

많은 이들이 그렇겠지만

'지리산' 석 자가 주는 의미는 남다릅니다.

다 같은 산일거 같은데도 왠지.. 지리산에는 다른 무언가가 있어서

나에게 넌지시 앞으로 살아갈 화두를 건네줄 것 같은..

그래서 나는 지리산에만 갔다오면 몇 년쯤은 너끈히 펄펄 날며 살아낼 것 같은..

한마디로 로망이라 하기엔 아쉬운 그 무엇..

 

21살 때 가보고 두번째 가는 것이니 더도덜도 아니고

그 전에 살아온 딱 그만큼 더 살고서 다시 가는거네요..

 

21년 전에는 4박5일 코스로 갔었습니다.

산행에 지쳐서 비몽사몽간에 산을 오르던 어느 날..

멀쩡히 걸어가는가 싶더니 나무 한그루를 부여잡더니 '산이 숨셔요'라고 했답니다..

누가? 제가요..;;

걸으면서 꿈을 꾼건가 싶기도 하지만 그 기억은 저도 분명하게 납니다..

어느 순간 산이 나와 함께 숨쉬고 있다고 느꼈고..

그것을 느끼는 순간.. 너무 반가와 산을 꼬옥 안아주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옆에 있던 나무를 안아주고 '너도 숨쉬고 있구나 친구야..' 해주고 싶었던..

 

뭐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책에서 보았던 빨치산의 전설에

심하게 감정이입했던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여튼 그 친구.. 지리산.. 이제 만나러 갑니다..

이번엔 지리산이 나에게 어떤 말을 속삭일지.. 사뭇 기대됩니다..

 

 

거금을 주고 고어텍스 등산화도 장만했습니다.

원래 가지고 있던 12년된 등산화는 밑창이 두동강나버려서 올케의 등산화로 북한산에 갔었는데

왼쪽 엄지발가락이 아프더군요.. 망설이다 큰 맘 먹고 질러버렸습니다.

버건디 색깔도 이쁘공 푹신푹신한 것이 아주 좋은 친구가 될 듯합니다.

신발 길들이겠다고 일주일간 치마에 등산화..라는 웃기는 패션을 감수하며 다녔더니 조금 익숙해졌습니다.

 

대략 2일간 지리산행에 들떠서 사무실을 떠들석하게 했는데..

(어찌나 행복이 샘솟던지 오바하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는;;)

식구들의 기원대로 무사히 건강한 기운 만들어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아참.. 가을부터 등산을 시작하겠다는 분들이 몇 분 있더군요..

이래저래 산악반을 만들지 않을 수 없을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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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4 01:03 2007/08/24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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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토 2007/08/24 07:07 URL EDIT REPLY
잘 다녀오세요. 흙...ㅠ_ㅠ
absurde 2007/08/24 14:35 URL EDIT REPLY
문득 무언가 맘 설레는 일이 언제였던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산에 오르는 것'이 부럽지는 않지만..ㅎㅎ 몸 조심해서 잘 다녀 오십쇼.. 저 처럼 삐꾸되지 마시고..
☆디첼라 2007/08/24 17:42 URL EDIT REPLY
개토/담엔 가까운 산에 같이 가요~~
하짱/다음 주에 무사히 볼 수 있길 바래.. 만약에 안나오면 내 컴은 너에게 물려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