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속의 우물

★ 두근두근 첫 만남

8월 24일 오후 8시 신촌에서 장본다.. 참견하기 좋아하는 오지랖 인생인지라 장보기에 빠지면 안될 듯한 의욕이 넘쳤으나 가지 않았다. 가겠다고 나서는 나를 보고 사무실 사람들이 '차라리 얼마간이라도 눈부치고 체력 비축함이 산행에 도움이 될줄 알뢰오' 라는 말에 못 이기는 척 짐을 내려놓았다. 사실은 'ㅅ'의 저주가 무서웠던 것이다. 최근 한달 사이에 'ㅅ'으로 시작하는 곳에서의 만남에서 엉뚱한 곳에 가있었던 악몽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장보기 팀은 장을 잘보고 있을까?

장보지 않고 있으려니 몸이 근질근질하여 피아노 치다가 결국 일찍 출발했다. 10시에 남부터미널 도착.. 앞서가는 핑크빛 개량 한복의 처자가 우리 일행 중 한 명일 것 같은 느낌이 팍 꽂혔으나 말걸기는 쑥스러워 모르는 척..  빈둥빈둥 지리산행 용으로 새로 장만한 몰스킨에 끄적거리는 나에 비해 핑크빛 처자는 우아하게 '파이의 법칙'을 읽고 있었다. 2시간을 기다린 끝에 장보기 팀이 도착해서 개인 먹거리와 전체 먹거리 나누기..  역시 핑크빛 처자는 우리 일행이 맞았다. 니나.. ㅎㅎ

잠깐의 휴식시간에 우리는 '미녀는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다. 다만 지리산에 갈뿐이다' 라는 것을 확인하고(아는 사람만 안다. ㅎㅎ) 와자지껄 수다 떨다 기념 촬영 후 12시 버스를 타고 출발~~

 

<그녀들을 기다리며 남부 터미널에서> 

 

★ 원지는 터미널이 아니다

출발 전 새벽에 거림에서 먹을 아침 식사로 김밥을 사자고 했으나 내가 음식 상할 수도 있다고 결사반대하여 원지 터미널에서 구입하기로 하고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3시 경에 원지 터미널에 도착했다. 이럴수가 원지 터미널은 터미널이 아니었다. 그저 지나치는 정류장에 불과했던 것이다. 당연히 우리의 아침 식사는 물 건너가게 생긴 상황. 이때가 '식자매'의 전설의 서막이었던 것이다. 거림으로 향하던 중간에 사발면을 구입하여 거림에서 먹었다. 새벽 4시에 별빛을 조명 삼아 라면을 끓여먹는 열 명의 여자들.. 그녀들을 오줌 한방으로 환영해주던 강아지들.. 그 놈들에게 간택당한 현진의 가방엔 그 놈들의 영역 표시가 선명히 남겨졌으니.. 흑흑.. 식사를 마치고 5시 7분에 거림에서 출발했다. 아직 어둑어둑한 산길은 위험 천만이건만 우리의 선두주자 현진무리 세 여자는 펄펄 날며 앞서가는지라 뒤에선 나머지 여자들은 때때로 그녀들이 제대로 길을 가고 있는지 걱정!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 '식자매의 전설'이 시작되다

이채를 제외한 아홉 여자들은 새벽에 사발면을 다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먹지 못한 김밥을 아쉬워하며 세석까지 도착하는 내내 먹는 타령이었다. 결국 세석에 도착하기도 전에 우리의 점심식사용 빵과 이틀간 먹어야할 개인 간식의 대부분도 거덜 나버렸으니.. 그녀들이 보여주는 '산오르며 쉬지 않고 먹기 신공'에 지리산도 놀라자빠졌을 터이다. 4~5시간 동안 먹어치운 것들이 사발면 1개, 오이 2개, 초쿄파이 1~2개, 작은 스니커즈 3개쯤, 양갱 2개, 사탕 몇 개, 호두 조금 등등..

우리는 과연 지리산에 왜 왔을까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순간이다. 산에 오르기 위함이 아니라 그 핑계로 무한 식신이 되기 위함인게야. 그렇게 끊임없이 먹으면서도 우리는 계속 뭔가 부족한 굶주림에 시달리며 '내일 먹거리는 내일 생각하자'는 원칙을 급조하였다. 사실은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무게를 줄이고 싶었을 뿐이다. (퍼버벅;;)

 <자랑스런 암벽등반 모습.. 빨간 옷 입은 이가 부상에도 씩씩하게 산행에 임한 레이대장이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세석 대피소에서의 식사

세석에 도착해서 밥을 해먹었다. 사실 점심용 빵을 거의 다 먹은 상황이어서 예정에 없던 밥을 해먹는다는 것은 이후의 식량배급에 차질이 생길거라는 말은 '밥밥디라라바바밥!!!' 외침에 간단 무시당하고 밥을 해먹었다.

그때 비로소 먹거리 전체가 공개되었는데 짜가 묵은지 2개, 햄 2캔, 참치 2캔, 장조림류 2캔, 쌀 800그램짜리 2봉지, 김 2개.....................................끝!!!!  개인들이 가져온 커피 믹스 8~9개;; 녹차팩 몇 개, 오징어채, 장아찌, 깻잎, 멸치볶음.... 허거걱 장을 본 사람들을 쳐다보니 "왜? 적어?"라는 표정.. 그녀들은 음식하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었던게다. 흑흑 갑자기 굶주리는 산행이 예상되며 상당 좌절의 시간이었다. 하여 초절약간단 요리의 신공이 발휘될 시간.. 반찬은 김치찌개(라기보다는 멀건 국에 가까웠다. 재료절약실천~!!)와 밥, 오징어채, 깻잎, 장아찌.. 끝.. 그래도 시장이 반찬이라고 어찌나 맛있던지.. 걱정도 잠시 금새 깔깔되며 즐거워지는 우리들은 역시 '식자매'

 

세석의 풍광은 산자락이라기보다는 마치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포도농원을 옮겨놓은 듯했다. 누군가 너무 오바한다고는 했으나 어감 좋잖아 낭만적이고.. 우리가 프로방스에 왔다고 상상하는 건..ㅎㅎ 까마득하니 잊고 있던 영화 '마농의 샘'이 생각나기까지 했다. 그리고 화장실 변기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그림 한 폭에 가까웠다. 역시 지리산은 멋져^^

<세석산장에 도착했어요>

 

★산행의 진수는 간식 먹기!!!

세석을 뒤로 하고 장터목산장을 향하여 고고싱~ 쉬는 간격이 급격히 좁아진다. 대략 20여분도 안 걷고 쉬고 또 쉬고.. 또 쉬고.. '누가누가 얼마나 빨리 산행하나' 대회에 출전하는 것도 아니고 쉬엄쉬엄 느끼며 가는거지..  그리고 전설유지를 위하여 먹고 또 먹고 또 먹고.. 이제 간식이 완전히 바닥나버렸다. 이제 먹거리가 부족할거라는 걱정은 집어치운지 오래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듯이 내일의 먹거리는 내일 생각한다.

 

대략 3시쯤에 장터목 산장에 도착했다. 우리는 또 먹었다. 저녁을.. 따져보니 새벽4시에 사발면, 9시쯤에 빵, 점심에 밥, 저녁에 밥.. 정식 식사만 네끼를 드신 것이다. 거기에 막강 칼로리를 자랑하는 간식들.. 그래도 배고팠다. 왜? 새벽에 밥을 안먹었으니까(사발면은 밥이 아니냐?) 우리는 당연히 배고파야 한다. 5시쯤 식사 마치고 술 한 잔.. 원래 술은 예정에 없던 항목이었으나 출발 전에 작은 휴대용 소주 6개를 샀다. 1개는 천왕봉에서의 축배를 위해 남겨두고.. 다섯병만 마시기로 했다. 리우스, 현진, 니나, 거한, (또 누구였지) 등 주류파 다섯 명이 너무 소량의 술에 아쉬워하다가 나머지 사람들이 난 비주류라고 커밍아웃하는 순간 지었던 썩소는 이번 산행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이었다고나 할까? 심지어 고마워하기까지 했다. 순식간에 다섯병을 해치운 주류파는 남은 한 병을 보며 입맛 다시고.. 결국 신성한 천왕봉에서 왠 술이냐며 남은 한 병까지 마시라고 하자 그들은 세상을 다 얻은 듯하였으니 술이란 참 좋은 것이로구나.. 

 

 <우아하게 경치 보는 중.. 하지만 바로 직전엔 우걱우걱 간식 시간>

 

★ 리우스, 살해미수사건? 자해공갈사건?

7~8시쯤 되어서 취침 준비에 들어갔다. 아.. 식자매들의 평온한 저녁이 가버리는구나.................................................라고 아쉬워하며 무거운 눈꺼풀이 저절로 내려간다. 그러나 평온은 리우스의 외마디로 인해 오래가지 못했다. "칼에 찔렸어!!!!!!!!!!!!!!!!!!!!!!!!!!!!!!!!!!!!!!!!!!!!!!!!!!!!!!!" 다들 후다닥 일어나보니 옆에 있던 어린이 두 명이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고 도망가고 있다. 순간 꼬마들이 리우스를 칼로 찔렀다고 생각했다. 살해 용의자인 어린이들을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잠시 스쳤으나 상해피해자의 치료가 우선이다. 우째 이런 일이.. 피가 줄줄 흐른다. 다들 리우스를 둘러싸고 응급처치를 했으나 피는 멈추지 않았다.

식자매들 : 누가 찔렀어? 얼마나 깊이 찔렸어?#$%^&*

리우스 : 2센티!

식자매들 :?????? 설마! (손가락이 그렇게 두꺼워?)

리우스 : 그럼 5밀리미터!

식자매들 : ??????????? 많이 아파?

리우스 : 아파요 아주 아파요.. 죽겠어요..

식자매들 : 어케어케...

리우스 : 흑흑 아파 죽겠어요.

식자매들 : 헬기 불러야하는거 아냐?(라고 말은 했으나 리우스 살해미수사건에 슬슬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디첼라 : 붕대 싸맨 거 풀어봐.. 얼마나 깊이 찔렸나보게..

리우스 : 안돼~~~~~~~~~~ 아파 죽어요...

결국 산장지기가 와서 다시 응급처치를 해주었다. 붕대를 푸는데 여전히 피가 벌컥벌컥 치숫는다.(그때는 그렇게 보였다;;)

식자매들 ; 헬기 부르는데 얼마예요?

산장지기 : ??(멀뚱멀뚱 보다가) 500만원이오..

식자매들 : 부를까?

거한 : 지리산에서 산행하다가 얼마나 죽어요?

산장지기 : 옛날에는 매일 서너명이었는데 요즘은 많이 줄었어요..

식자매들 : 허거걱..

산장지기의 치료가 끝난 후 알게된 사건의 전말..

리우스는 살해미수사건의 피해자가 아니었다. (괜히 어린이들 의심했다. 살인자가 없었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

칼에 찔리지도 않았다. 그럼 뭔데?

쓰레기 봉투를 치우다가 그 속에 들어있던 캔에 베인 것이었던 것이었다..............................................................

........................................................................................................................................................................................ 허탈하게 사건이 마무리되긴 했으나 피를 철철 흘린 리우스는 계속 부상당한 손을 번쩍 쳐들고서는 고통스럽게 있어야만 했다. 산행의 고수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던 리우스의 실체가 다음날 불의의 사고로 인해 밝혀지니 기대하시라..

 

★ 삼대가 덕을 쌓아야..천왕일출

잠은 들었으나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새벽 3시 30 쯤에 깨었다. 천왕봉을 향한 새벽 산행이다. 북한산에서의 예비산행에서 발목을 삐긋했던 레이를  숙소에 남겨두고 아홉 명만 출발했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삼대가 덕을 쌓아야만이 볼 수 있다는 천왕일출을 보기위해 줄줄이 사탕이 되어 천왕봉으로 향했다. 개인 랜턴으로 인해 산꼭대기부터 불빛이 반짝이는데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에 늘어 트린 트리전구같았다.

잠도 설치고 새벽산행을 하니 어제보다 더 숨이 가파지고 힘들다. 만약에 천왕봉에서 먹을 니나의 사과 다섯개가 없었다면 우리는 도중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힘든 순간마다 오로지 정상에 올라야만 니나의 사과를 먹는 은혜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오르고 또 올랐다. '아 먹고 싶다. 니나의 사과'

 

5시쯤 천왕봉에 오르니 이미 도착한 사람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다. 벌벌 떨며 30여분을 기다리는데도 벌겋게 달아오르기만 하고 해는 떠오를 기미조차 없다. 예상시간 5시 45분이 지나 주변이 훤해 지는데도 안뜬다. 출발하기 전에 '우리 집 삼대가 덕을 쌓았으니 일출을 볼 수 있을거야'라고 장담했던 거한이 조상 중 누군가가 초쳤다며 사과한다. 예상시간도 지나고 점점 오둘오둘 떨리는 추위에 견디다 못하고 다들 포기하고 내려가기로 하고 내려왔다. 빠진 사람이 있어 고래고래 이름 부르며 찾고 있는데 아직 내려오지 않았던 누군가가 '해가 뜬다'라고 외친다. 그순간 내려와있던 우리 식자매들 네 발로 허둥지둥 바위를 타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었다. 단 몇 초만에 후딱 올라보니 정말 해가 반쯤 올라와있다. 난생 처음보는 일출이었다. 그동안 몇 번 시도했던 일출보기 시도에서 실패했던지라 완전 포기하고 있었는데... 다시 거한에 대한 칭송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거한 고마워.. 이게 다 거한의 덕이야.. 숱한 고난에도 한치의 오점없이 덕을 쌓아오신 거한의 조상님들께도 이자리를 빌어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거한의 조상님들은 어찌나 덕을 많이 쌓으셨는지 천왕일출에 이어 천왕봉에서 무지개를 볼 수 있는 행운까지 주셨으니..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 뿐이었다. 위대한 거한.. 부러운 거한..

천왕일출에 이어 무지개 까지 보았으니 뿌듯한 마음으로 사뿐사뿐 숙소를 향해 하산을 시작했다. 왜? 숙소에 가야 아침을 먹을 수 있으니까........................... 아침.. 아침..

 

아침 식사는 라면 9개, 누룽지탕.. 반찬은 어제와 같음.. 그러나 점심으로 주먹밥을 싸야하므로 반찬은 아껴 먹어야 한다. 오징어 채 몇 개 집어 먹는 녀름을 향해 디첼라가 매몰차게 말한다. '녀름, 먹지마!!!' 헉 어제는 밥 대신 오징어채로 배 채우라고 하더니 먹을 것 앞에서는 아멸차지는구나.. 라면을 아구아구 먹으며 오징어채, 장조림, 멸치볶음, 김 몇 장을 넣고 주먹밥을 만들었다. 쌀이 모자랐던지라 보통 주먹밥 두 개씩만 배당되었다.

 

<거한의 삼대조상이 쌓은 덕으로 보게된 천왕일출 장면> 

 

★ 그녀들은 거기서 산이 되었다

장장 세시간에 걸쳐 화려한 조식만찬을 해결하고 중산리로의 하산길에 이른다. 하산길에는 먹거리가 별로 없다. '식자매의 전설'이 막을 내리는 아쉬운 순간.. 대신 식자매들은 등산은 다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 하는 것이라는 세계 등산 역사상 전무후무한 신공을 보여주는데..

쉴새없이 재잘재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새로운 이야기 주제.. 20초반대부터 40대후반에 이르는 넓은 나이 스펙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수다 신공은 하산길 내내 이어졌으니.. 식자매들은 입으로 산행하는 것임에 틀림없으렸다. 식자매들은 스스로의 대화가 어찌나 재미있고 흐뭇했던지 다음 산행에서는 mp3로 구간을 설정하여 우리의 수다를 녹음하자는 제안까지 나올 정도였다. 아쉽다. 다음엔 꼭 보이스맨을 가져가야지..

 

우리가 산행고수라고 믿어의심치 않던 리우스가 하산길에 허위사실공지를 자백했다. 하산길에 리우스가 발목을 접지르고 말았다. 세상에 우리 중 최고수가 저런 하위급 실수를 하다니 우리 식자매들의 경악에 리우스는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다 "나는 산을 잘못타요"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녀 스스로 산행 고수라고 말한 적은 없다. 다만 준비과정에서 그녀의 조언 몇마디에 우리들이 고수라고 오해했던 것이다. 우리의 착각을 알면서도 사실을 정정하지 않은 리우스의 잘못이라면 미필적고의에 의한 거짓.. 정도라 할 것이다. 그래도 리우스가 산행지식!고수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산길에 탁족하며 주먹밥을 먹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황급히 배낭커버하고 비옷 입고.. 무섭게 퍼붓는 비가 바로 그칠 낌새가 아니다. 탁족은 포기하고 주먹밥만 먹었다. 폭우 속에서 먹으니 주먹밥에 살짝 비가 양념이 되어 더 맛있다. 우걱우걱.. 주먹밥과 오이를 다 먹고서야 우리는 계속에서 대피하여 산행을 계속했다. 위대하여라 식자매~~~~~~~~~~~~~~~~~~~~~~~~~

 

3분의 2쯤 내려오자 비가 그치고 쨍쨍 해가 다시 나타났다. 본격적인 탁족을 하기로 자리를 잡았다. 초라했던 계속물은 그녀들이 물 속에 들어감으로서 비로소 선녀탕으로서의 자태를 들어냈다. 휴대용 베개를 이용하여 수영하는 묘기까지 연출하는 그녀들은 거기서 지리산이 되었던 것이다. 아~ 이토록 알흠다운 광경이 세상 어디에 또 있단 말이던가..................

 

★ '식자매'는 입으로 등산한다.

입으로 걷기 신공을 펼치는지라 더딘 식자매들을 시기한 발로 걷는 이들은 식자매들을 앞질러 휙휙 지나간다. 그렇다고 우리고 쫄았느냐? 어떤 식자매들인데 그런 소소한 것에 쫄겠는가? 산은 느끼는 거야.. 우리가 빨리 걷기 내기에 온것도 아니고 천천히 우리 식대로 입으로 걷자..

입으로 산행하기 신공은 세계최초로 개발된 신공인지라 속도 면에서는 발로 산행하기에 비해 현저히 비효율적이기는 했다. 남들 2시간이면 가능하다는데 우리는 장장 7시간이 걸렸으니. . 첫 술에 어찌 배부르랴. 다음 산행에서는 좀 더 발전된 입으로 산행 신공을 발휘할 수 있음을 의심치 않는다.

덕분에 상경길이 빠듯해졌다. 그러나 우리가 누군인가? '식자매'아닌가?! 식자매의 전설에 어긋나면 안된다는 의무감으로 느긋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8시에 진주를 출발해서 12시경에 서울에 도착했다. 전철은 이미 끊겼고 다들 택시를 타고 각자의 집으로 출발~~~

   <지리산의구절초>

 <원추리꽃>

 

★ 보고 싶다.

산행의 느낌.. 의외로 담담하다.

지리산이 아주아주 멋진 산이었다거나..

그녀들이 아주아주 멋진 여자들이어서 미치도록 좋아졌다거나..

삶의 계기가 될 어떤 느낌을 얻었다거나.. 그런 거 없다.

 

끊임없이 이어진 대화 속에서 산을 오르는 모습 속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좋았고..

일을 일일이 분담하지 않아도 필요한 일을 찾아서 하던 모습이 좋았고

나 잘났다고 입에 달고 다니는 인간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나대며 자신을 광고하지 않고 슬쩍슬쩍 다름을 보여주던 모습이 좋았고...

그러고 보니 의외로 좋은 점이 많은 멋진 여자들이잖아;;

그래.. 그녀들은 참 나와 다른 점이 많다는 것.. 그럼에도 당고의 말처럼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우리는 참 비슷한 특이한 존재들일 거라는 것..

그래서 은근슬쩍 보고 싶어지는 건가.. ㅎㅎ

벌써 애프터 산행이 기대된다..

 

우리 언제 산행 뒷풀이 할까요?

 

 <천왕봉에서 하산길의 풍광.. 괴목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코스>

 

# 초상권 협의가 안끝난 관계로 핀트 안맞은 사진들로만 올렸어효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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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7 22:35 2007/08/27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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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 2007/08/28 14:55 | DEL
오늘도 12시간을 자고서야 조금 정신이 차려지네요. 몸이 피곤하긴 피곤했던 모냥. 슬슬 후기도 올라오고. 저는 언니들 후기를 야곰야곰 읽다가 좀더 천천히 쓸께요(라고 하지만 곧바로 써버릴지도ㅋ). 거한 말대로 너무 좋으면 아까워서 안쓰고 싶기도. 다음 모임 생각하다 떠오른 제안인데요. 우리 지리산때 사진들 모아서 짤막한 상연회 하면 어떨까요. 상연회라고 하면 거창해보이지만 각자 찍었던 사진들 모아서 슬라이드쇼로 주르륵 한번 보는 거지요. 저
Tracked from | 2007/08/29 00:28 | DEL
당신의 고양이님의 [지리산과 그녀와 나 0~3] 에 관련된 글.
니나 2007/08/27 22:48 URL EDIT REPLY
으하하 너무 재밌어요. 정식 후기 첫번째로구만요. 역시 디첼라...
글구 분홍빛 처자가 읽던 책은 "파이 이야기"입니다....ㅎㅎ
(파이의 법칙은 너무 수학책 같다는;;)
리우스 살해미수사건에서는 그 광경이 또 생각나 깔깔 웃었어요.
(웃을 일이 아닌데 ㅠ-ㅠ)
지각 2007/08/27 22:48 URL EDIT REPLY
ㅋ 지리산 간건 사실이군요. 그럼 이제 남은 건 리우스의 "허위 경력 고백"인가.
거한 2007/08/27 23:36 URL EDIT REPLY
노우노우. 헬기 부르는데는 돈이 안 들고, 옛날엔 지리산에선 사나흘에 한 명씩 사람이 죽었다고 했어요-
거한 2007/08/27 23:41 URL EDIT REPLY
다 읽었다. 너무 재밌었어요 디첼라~
☆디첼라 2007/08/27 23:50 URL EDIT REPLY
니나/여튼 파이.. 리우스 살해미수 사건이 없었다면 우리의 스펙타클 산행이 완성되지 못했을거 같아요..
지각/불폐상을 피해가려는 노력? ㅎㅎ 정말 다녀왔다니까요..이미 리우스는 자백했답니다..
거한/사실은 그러한데 500든다고 농담삼아 야그했었어요.. 그런데 너무 공포스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내 기억을 못믿겠어효.. 구체적 사실보다는 혼비백산했던 이미지가 너무 크게 남아있어서리..
니나 2007/08/27 23:59 URL EDIT REPLY
뒷풀이 산행은 9월 둘째주 토요일이 어떨까요.
(일요일은 안 돼요...ㅠㅠ)
검객 2007/08/28 00:43 URL EDIT REPLY
맞아요.은근 언니들 보고싶다니까요. 뒷풀이를 못한것이 많이 아쉽더라는ㅋ
그리고 언니들의 자발적인 모습 정말 멋졌어요. 암것도 한것이 없는것 같아 부끄러워지더라는,,-_-;;
☆디첼라 2007/08/28 01:52 URL EDIT REPLY
니나/둘째주가 9월 8일을 말하는거라면 저는 불가능해요 흑흑..
검객/무슨소리~ 산을 훨훨 나는 신공을 보여주었음시롱.. ㅎㅎ 진보넷 안하는줄 알았어요.. 지금 갔다왔삼^^
당고 2007/08/28 08:31 URL EDIT REPLY
디첼라 후기 넘 잘 썼네~
당고가 쓸 게 없겠는걸요 크크크크크- 재밌당-
나안 2007/08/28 09:40 URL EDIT REPLY
갔다 오셨군요. 우앙....나도 가고 자파...
레이 2007/08/28 11:21 URL EDIT REPLY
ㅋㅋ 너무 재밌게 읽었어효. 뒤풀이 산행 어서 가고 싶다는;;
이채 2007/08/28 14:57 URL EDIT REPLY
와, 정말 생생한 후기다. 그러게, 디첼라님 후기 읽고 나니 더 쓸 게 없을 것같다는ㅋ
디첼라님의 푸근한 주먹밥 덕에 더 즐거운 산행이었어요.
뒤풀이 산행 9월 둘째주 토요일은 안되어요 ㅠㅠ
셋째주는 어떨는지 흠흠.
☆디첼라 2007/08/28 15:03 URL EDIT REPLY
당고/우리의 입으로 산행하기 신공을 담은 라됴방송 생생 재방송이 더 재미있삼..
나안/뒷풀이 산행을 근교로 갈거 같으니까 그때 같이 가자
레이/운기조식에 힘써서 언능 주화입마에서 벗어나시구려..
이채/쓸꺼리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오.. 나의 주제는 '식자매의 전설'이고 다들 다른 주제로 후기가 나올듯..ㅎㅎ
셋째주 토욜 9월 15일.. 나도 콜~
이채 2007/08/29 16:22 URL EDIT REPLY
디첼라님, 슬라이드 쑈쑈쑈-를 위해 디첼라님이 찍으신 사진도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함께 나누어 보며 새록새록 즐거워해보아요ㅋㅋ
괜찮으시다면, ichae1982@daum.net
☆디첼라 2007/08/29 19:08 URL EDIT REPLY
넵.. 오늘 밤에 보낼께요.. 그런데 제대로 나온 사진이 없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