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속의 우물

★ 왜??? 우리야???

며칠 전 꿀꿀하다며 술이나 한 잔 할 수 있느냐는 k의 연락을 받고

너무 늦은 시간인지라 망설이다가 울 동네에서 만났다.. (이 친구가 이런 말 하는게 백만일천구백년만에 있을까말까 한 일이므로.. 영광스런 기회라고나 할까..)

공공교통을 이용하면 2시간은 너끈히 걸리는 거리가 자동차를 타고 30분이 채 안걸린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술술 들어가는 맥주에 의기양양해졌다..(그런데 나오면서 보니까 반 잔 씩이나 남았더라는;;)

 

화제는 왜 우리 주변에는 방황하는 영혼들이 끊임없이 많이 존재할까였다..

나의 답은 우리가 동류라고 생각해서 그런거 아닐까 였고..

그 친구의 답은 그 반대.. 영혼이 꽉 차있다고 사람들이 믿어서 찾아온다는 거였다..

으하하~~~ 우리가 몸무게가 좀 나가는지라 움직이는 거 싫어하기는 한다..;;

간만의 야심한 시각의 데이또를 마치고 돌아오는 언덕길에서 결심했다..

앞으로 연애 상담 사절!!! 이라고 혼자 망치 딱딱 두들겨주었다..

 

★ 알고 보면 사실은 나도 잘 모른다는거쥐..

사실 연애 상담자로서 나는 자격 상실이다..

41년을 살면서 연애경험이라고는 딱 한 번 뿐인 내가

타인의 연애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조언이랍시고 해준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것이다..

내가 조언해주는 근거는 다년간 죄다 타인들의 경험을 주어들은 것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내게 본인의 연애 상담을 해 온 것은

내가 솔로라서 한가하니까 본인들의 연애가 잘되지 않을 때 중얼중얼 거릴 사람으로 적당했던 것이다..

(이제서야 이 사실을 깨닿다니.. 역쉬 눈치코치도 없다..)

연애가 잘될 때는 절대 찾아오지 않는다..(종종 애인 자랑하고 싶을 때 애인 대동하고 나타나시는 거 빼고는)

연애가 잘 안될 때 나를 찾아오는 것이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잘 안될 때..라는 거..

그러니까 내 상담의 근거라는 것을 들여다보면 잘 되는 연애보다는 잘 안되는 연애인 것이다..

사실은 그들은 상담을 원한 것이 아니라 걍 푸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머리 쥐어 뜯어 가며 가슴 아파가며 어떤 조언을 해줄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99.9%가 쓸데없는 조언이었던 듯하다..

게다가 그들은 반드시 내가 아니라도 자신에게 시간내주는 누구라도 좋았을 것이다..

 

 

★있는 그래로이면 안돼?

내가 좋은 연애상담자가 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밀고당기는 인간관계라는 것에 대해 도저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연애고수들의 증언에 의하면 연애에는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수위로 밀고 당기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진심으로 타자를 이해하는 마음을 갖고 관계 맺으면 되는 거 아냐???라는

나의 얄팍한 인간관으로는 왜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그렇게 머리 굴려가며 해야하는 것인지

의문투성이인데.. 고수들에 의하면 이 기술이야말로 사랑의 열정을 유지하는 묘수라는 것이다..

쳇.. 다른 세상 일에 큰머리 잔머리 굴릴 일이 얼마나 많은데 연애에서까지 머리를 굴리냐라는 나의 항변을

연애고수들은 뭘 모르는 순진무구한(사실은 니가 그러니까 아직도 혼자쥐..라고 생각할 것이다..) 생각이라고 일축해주신다..

그래서 인생의 거의 대부분을 우아한 솔로로 살고 있는 나는

타인들이 연애에 투입하고 있는 시간과 열정이 남아도시는 것이고

그런 나의 한가한 생활은 푸념을 늘어놓을 혹은 자랑할 상대가 필요한 연애하는 자들의 좋은 타격이 되는 악순환의 연속이라고나 할까..

 

★공식적으로 선포하오.. 당분간 연애 상담 사절이오

그러나 나의 선포가 아직 만방에 알려지지 않은 관계로 바로 다음날 아침에 상담객이 내방하셨다..

 

나: 잘지내누?

그녀:(울먹울먹) 언니~ 그 놈 정말 나쁜 놈이라니까요..

나 : (헉 아직도 안끝났어? 이 넘의 연애는 어케 네버앤딩 스토리냐? ) 아직도 남은 게 더 있어? 끝났으면 끝내..

붙잡고 징징거리지 말고..

그녀 :#$%^& 글쎄 그 넘이 양다리 걸치다가 헤어졌으면 좀 자중해야되는거 아냐?

그런데 글쎄#$%^&&* @$%^&.. 지 홈페이지에 그여자 이름이랑 지 이름이랑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이미 귀담아 듣지 않는다..어서 이 상황을 끝내고 싶다..)

나: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너, 그 사람 만날 때 최선을 다했다면서? 그래도 헤어졌으면 그것으로 인연은 끝인거야.. 헤어진 후에 그 사람이 뭘 하든 너랑 상관없는 일이잖아..

그녀 :(몹시 억울해하며..) @#$%%^^&&**(((((((^%$$#$%^&!#@

나:그 사람이 너에 대해 지켜야 할 예의나 의무 같은 것은 너희들이 헤어짐과 동시에 없어진거야.

연애 시작하면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은게 인지상정 아니냐? 그 사람도 그렇겠지.. 너와 만날 때는 너를 그렇게 자랑했을거아냐?

그녀 : 그게 내가 억울한거야 나랑은 그렇게 오래 만났으면서도 그렇지 않았다니까..

나:그럼 네가 그 사람에겐 그 정도였나보네.. 그와 한때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아예 부정할 게 아니면 회한 같은거 털어버리고 잊어버려.. 무언가를 기대하지말고.. 그러다보면 세월이 흐른 후 널 성장시켜준 연애였다고 추억할 수도 있지 않겠니?

네가 상처를 치유하는데 필요하다면 너와 술 한 잔 마실 수도 있고 산에 함께 갈 수도 있어..

하지만 이런 푸념 따위는 다시는 듣고 싶지 않다.. 인생에 도움이 안되는 일이야.. 이건 너무 소모적이야..

 

그렇게 나의 마지막 상담전화는 아주 무성의하게 끝나버렸다..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나니 마음이 썩편치 않다..

그녀의 상처가 아물기까지 좀 더 그녀의 원망섞인 푸념과 회환어린 추억담을 들어주는 것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발설이 치유의 한과정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아.. 이제 정말 이렇게 비건설적인 이야기는 주고 받고 싶지않다.. 한 사람에게 한두번이면 모르겠지만

연애하는 동안, 연애가 끝난 후.. 밑도 끝도 없이 네버엔딩스토리로(이거 다시 연애시작해야만 끝난다..) 이어지는

이런 연애상담은 이제 칼같이 사절이다..

지금까지야 아주 친절하게 같이 눈물 콧물 흘리며 들어주고 이것저것 조언해주는 것이 당연했으며

그럴 때마다 토닥여주며 그 혹은 그녀들에게 힘이 되고자 애썼으나 이제는 기운이 딸린다..

연애 뿐만 아니라 무엇이든지 안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내 몸에서 스멀스멀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게 느껴진다..

이제 그만~~~

 

★고백하자면..

저는 사실은 상담사 자격증이 없답니다..

사실은..저.. 연애상담사 자격증은 고사하고 연애학교도 제대로 수료하지 못했답니다..

당신들의 복잡다난한 연애를 상담해줄만큼 현장실습을 하지도 못했답니다..

그동안의 저의 상담은 죄다 주어들은 것이었어요.. 그것도 실패한 연애들이 대부분이었답니다.

잘되는 연애는 어떻게 하는지 경험하지도.. 주어듣지도.. 못했답니다..

그러니 나에게 찾아와서는 당신의 연애가 잘 될리가 없답니다..

 

그래서 연애상담사업 폐업 신고합니다.. 앞으로 나를 찾지 마세요..

상담은 못해주지만 상처치유에 도움되는 일..

일어공부하기.. 산에 올라가기.. 무작정 길거리 걷기.. 등등은

같이 할 수 있어요..

딱 그것만 할께요.. 당신들의 구구절절한 연애사를 읊는 것은 이제 그만..

저..이제 기운도 없구요..한가하지도 않아요.. 문어발식으로 이것저것 벌여놓은 다른 사업들이 많답니다..ㅎㅎ

 

여튼 잊을 건 잊고 씩씩하게 잘 살아 보아요^^

당신은..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예쁜 사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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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8 03:41 2007/09/18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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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고 2007/09/18 09:14 URL EDIT REPLY
초공감해요ㅠ
navi 2007/09/18 09:47 URL EDIT REPLY
안 좋은이야기 들으면 진짜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것 같아요-_-
녀름 2007/09/18 10:13 URL EDIT REPLY
디첼라 디첼라 마술사 같은 이름이예요.
스머프 2007/09/18 10:25 URL EDIT REPLY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에너지를 갉아 먹었는지 알게 해주는 글...ㅠㅠ
달과껌 2007/09/18 11:29 URL EDIT REPLY
난 언니가 관계조율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줄 알았죠.
어쩐지 힘드실 것 같더만요.ㅠㅠ
☆디첼라 2007/09/18 13:07 URL EDIT REPLY
당고/당고도 당분간 상담사 쉬어요..^^
나비/젊은 시절엔 타인의 상담을 해주다보면 분기탱천.. 원기충만해지며 엔돌핀이 돌았었는데.. 이제 늙었나봐요ㅠㅠ
녀름/아프리카의 땅으로 가시구려.. ㅎㅎ 마술의 세계가 펼쳐질거랍니다.
스머프/헉.. 갉아먹기까지야.. 다른 인생상담은 아직까지 괘안은데 연애상담은 이제 주제를 알았으니 그만하려구요..
달과껌/음.. 타인이 조율할 수 있는 관계는 없는 것 같아.. 그냥 힘들 때 위로가 될 뿐이지.. 아마도 연애상담이 하기 싫은 건 질투가 아닐까 싶어..ㅎㅎ 이젠 관계보다는 무엇을 같이 할지 이야기하고 싶은 게 많다고나할까
허미숙 2007/09/25 14:09 URL EDIT REPLY
하하, 민정연. 네 글 읽고 한참 웃었다.... 그럼 혼자 사는 고결한 사람이 상담해주지, 지지고 볶고 사는 사느라 정신없는 사람이 상담해주랴?
☆디첼라 2007/09/27 01:26 URL EDIT REPLY
미숙/ 칫.. 혼자 살아도 지지고 볶는 건 마찬가지란 말이쥐.. 명절에 며느리로서 고생했겠구낭.. 10월초에 보자스라